8332.밤의 이발소-사와무라 고스케

총페이지:300p

읽은 기간:2021.4.28~2021.4.29

읽은 책에 대하여:

1.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간신히 무인역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무인역 근처 상점가는 모두 문을 닫았고, 역에는 내일까지 기차가 오지 않는다. 몸을 누일 곳이 없어 무인역에서 잘 수 밖에 없다. 자다가 눈을 떠보니 아침에 문을 닫았던 역 근처 이발소에 불이 켜져 있다. 이발소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겠는가? 궁금해서 이발소로 가면 에무슨 일이 일어날까?

2.침대에서 자다가 일어나보니 자기 밑에 깔려 있던 양탄자가 사라졌다. 날으는 양탄자 꿈을 꾸면서 잤던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그 사람이 자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건가?

3. 한 아이가 찾아와 아이의 친구가 도플갱어를 만났다고 한다. 도플갱어 만난 친구가 죽을 수도 있으니 아이는 도와달라고 한다. 과연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세 가지 사건을 중세나 고대의 사고방식으로 파악해보면,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가 등장할 것이다. 신이나 천사, 악마, 요정, 괴물, 유령이 등장하는. 기이하고 신비한 사건을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근대의 사고방식은 아니다. 이성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중요시하는, 근대의 사고방식에 따른다면, 이 세 가지 사건은 철저하게 '인과론'에 의해서 파악될 것이다.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는. 추리소설은 이런 근대 사상에서 출발한다. 신이나 천사, 악마, 요정이나 유령, 초능력이나 마법은 근대에서 탄생한 추리소설에 뛰어들 자리가 없다. 만약에 추리소설적인 상황에서 신,천사,악마,유령,마법 같은 요소가 끼어들면 그건 추리소설이 아니다. 그건 판타지나 호러 소설이 될 것이다.

<밤의 이발소>도 마찬가지다. 위에 나온 세 가지 사건들은, <밤의 이발소>에 처음으로 나온 세 가지 소설들의 사건을 적은 것이다. 말도 안 되고, 이상한 상황이지만, 추리소설 독자들은 안다. 이 사건들이 말이 되고 이해되는 상황이 되리라는 것을. 여기까지 읽으면 독특한 느낌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밤의 이발소>는 더 나아간다. 세 가지 소설 이후에 등장하는 네 가지 소설들은 무언가 비현실적이고 기이하고 몽환적인 소설의 분위기를 풍긴다. 추리소설의 요소를 도입하긴 하지만, 이 소설들은 추리 소설을 벗어나서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의 소설로 나아간다. 마지막의 <에필로그>까지 가면 이 모든 소설들은 하나의 세계관 안으로 모여든다. 나는 저자가 이 소설집을 추리소설이지만 추리소설을 넘어서는 소설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이지만 추리소설 같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인 소설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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