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29.인간 불평등 기원론-루소

총페이지:188p

읽은 기간:2021.4.25~2021.4.26

읽은 책에 대하여:

드디어 <자본론> 관련한 책이 아닌, 다른 책을 읽었다. 그런데 분명, 다른 책인데, 왜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거지?^^;; 제목에 불평등이 들어간 것도 심상치 않고, 루소가 책에서 주장하는 것도 무언가 <자본론>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 같고. 책이 나온 시기와 주장을 생각해보면, 19세기에 나온 <자본론>은 18세기에 나온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후손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 이전에 루소가 있었다고 해야할까.

루소는 마르크스 이전에 이 책을 통해 이 사회에 발생하는 불평등의 기원을 찾아나선다. 그는 가상의 역사를 전개하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최초에 원시 상태의 자연인이 있었고, 그 자연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신이 발전하며 선악을 알게 되고, 자기 보존에 대한 불안 의식을 가지면서 홀로 떨어져 사는 것의 위험과 불행을 깨닫게 된다. 그 상태가 이어지면서 자연인들은 모여서 살게 되고, 모여서 살면서 타인을 의식하게 된다. 타인의 눈치를 보고, 타인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하고,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신을 정의하고, 타인의 마음에 들려 하는 식으로. 루소는 이것이 문명이 시작된 것이라 한다. 문명의 시작은 '타인에 대한 비교'로 연결되고, 타인에 대한 비교는 원초적인 자연인들이 가지고 있던 평등을 사라지게 만든다. 비교의식과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다는 욕구가 결합하면서. 필연적으로 소유욕이 생기고, 노동이 생긴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등장하고, 그 등장은 불평등을 탄생시키며, 더 많이 가진 자들에게 얽매인 예속 관계도 만들어진다. 정치와 사회적 구조가 탄생하고, 더 이상 인간은 자연인이 아닌 문명인의 삶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그들은 자신의 재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법과 제도를 탄생시킨다. 불평등과 빈곤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명분과 상관없이 가진 자들이 만든 법과 제도는 불평등을 영속화시킨다. 자연상태에서 원시적이지만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평등하게 살았던 인류는, 문명 상태에서 불평등과 노예의 예속 관계에 얽매인 채 살아가게 된다. 루소는 이것을 인류가 자연상태와 결별한 것이라고 한다. 자연 상태의 낙원에서 추방되어 비참 속에서 허덕인다는 의미로.


루소의 주장을 살펴보면 마르크스가 보인다. 가진 자를 자본가로, 못 가진 자를 노동자로 바꾸면 마르크스의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마르크스 사상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할까. 사유재산제의 탄생과 그로 인한 불평등의 탄생, 법과 제도가 사유재산제를 보호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주장은, 마르크스가 루소의 영향을 받았음을 추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비록 그것이, 과학적인 관측의 결과가 아니라 가상의 사고실험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비판적 사고의 기원으로서 루소가 서구 사회에 던진 영향력은 지대하다. 급진적 사고, 급진주의의 원조로서 루소가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담고 있는 사고의 핵폭탄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지며 역사의 큰 격랑을 만들어낸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격랑을 만들어내는 사고의 흐름으로서의 이 책을 훑어내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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