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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본을 읽자 ㅣ 북클럽 자본 시리즈 1
고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8월
평점 :
8237.다시 자본을 읽자-고병권(2)
아무리 들여다봐도 <다시 자본을 읽자>가 <다시 책을 읽자>로 보입니다. 뭐 제 눈이 이상해진 건 아니고요(^^;;), 제 상황에서 보자면 <다시 자본을 읽자>는 충분히 <다시 책을 읽자>로 보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책의 'ㅊ'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제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책의 세계로 들어서게 됐거든요. 제가 밀어붙여서 선정한 책인데, 제목도 '다시 무언가를 읽자'고 하니 제 상황과 제목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네요. 물론 이 책은 다시 자본을 읽자고 주장하지만, 자본도 책이고, 저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다시 책을 읽자'고 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자본을 읽자>에서 '자본'을 '책'으로 바꿔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저는 '자본론'과 관련된 책만 읽고 있기에, '자본'이라는 책은 현상황에서는 책의 대명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온통 자본론 관련 책만 읽고 있어서, 지금의 저한테 책의 세계는 '자본론의 세계'와 다름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는데, 마음 속에서 집중적으로 읽자는 욕망이 계속 들끓어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온 제 마음이 그렇게 시키니까요.
그런데 집중적으로 읽는데 뭐가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무언가 뚜렷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잡힐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보이지가 않네요. 잘 보이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자본론 관련 책들을 읽어나갑니다. 내 안에 쌓이면 그 축적의 힘으로 무언가 보일 것을 기대하면서. <다시 자본을 읽자>를 읽으며 그래도 보이는 것은 하나 있네요. 바로 '정치경제학'과 <자본론>의 관계.
마르크스 살아 생전에 정치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요. 임금을 예로 들어볼께요. 정치경제학자들은 지금 당신이 받는 임금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당한 임금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는 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주어진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 외에요. 그러나 마르크스는 다르게 말합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당신이 지금 받은 임금은 시장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해 정한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정한 임금을, 정치경제학자들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현상인 것처럼 정당화한다고 말합니다. 특정한 의도의 행위, 혹은 자본주의 하에서 벌어질 수 있는 특정한 상황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처럼 포장하고 정당화는 게 정치경제학자들의 행위라는 것이죠.
우리가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마르크스는 정당하거나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 앞을 가로막 선 '정당함'과 '일반적'이라는 개념의 커튼을 걷어내어 그는 우리에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힘있고 강한 자들의 시각이 아니라 약하고 힘없는 자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해줍니다. 그는 사회의 초상, 시대의 상황,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시스템의 형상들을 알려줍니다.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형상을, 시스템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이 오래된 책을 '오래된 미래'처럼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기하지 않고 12권으로 예정될 북클럽 자본 시리즈를 읽어나갈 예정입니다. 다시 책을 읽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본이라는 책을 읽는 방식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