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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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8.안녕, 드뷔시 전주곡-나카야마 시치리

'탐정 흉내라도 낼 생각이세요?'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것이 있다지. 현장에는 한걸음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 그렇지, 휠체어 탐정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군.'(47~48)

거북이 걸음으로 제가 읽은 책들을 따라잡는 서평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책을 읽는 속도는, 제가 쓰는 서평과는 달리 엄청 앞서고 달려나가고 있지만, 글은 느릿느릿 써지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쓰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잡는 건 힘드네요. 현실을 인정하고 포기하지 않고 써나가겠습니다. 일단 이 '의지의 다짐'으로 글을 시작할께요.

그 다음은 지금 쓰고 있는 리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백록, 순수이성비판, 대학, 자본론, 박학한 무지... 이 리뷰를 쓰기 전에 읽은 책들 제목입니다. 숨이 턱 막히네요.^^;; 이중에 원전은 아니고 해설서나 강의 책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이 가진 힘이 책들에 배여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는 게, 뇌에 무리가 가는 건 사실입니다. 뇌에 압력이 계속해서 가해지면 저도 힘들기 때문에, 한번 쉬어가는 타임으로 소설을 읽었습니다.

<안녕, 드뷔시 전주곡>은 최근 새롭게 일본에서 주목받는 스토리텔러 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이자, 그 자신에게 소설가로서 성공을 안겨다 준 <안녕, 드뷔시> 앞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핀오프 소설입니다. <안녕, 드뷔시> 앞의 이야기인만큼, <안녕, 드뷔시>의 주인공인 하루카의 할아버지인 고즈키 겐타로가 주인공입니다. 근데 이 인물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나이는 할아버지급이 맞는데 활동량이나 에너지는 젊은 사람을 능가합니다.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젊은 사람을 능가하는 노인만의 독특한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더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고즈키 겐타로가 휠체어를 타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휠체어를 탔다는 건, 행동에 제한이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고즈키 겐타로는 휠체어를 탔다는 현실의 제약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행동을 이어나갑니다. 앉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을 패러디한 휠체어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와 권력, 엄청난 에너지와 실행력, 추리력을 가진 고즈키 겐타로 앞에서 '노화'와 '휠체어'로 대변되는 장애라는 이중의 제약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 이중의 제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기 눈앞에 닥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합니다. 자신을 돕는 이들과 함께.

노화와 장애라는 이중의 제약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안녕, 드뷔시>에서 고즈키 겐타로의 손녀 하루카가 겪게 될 '제약을 극복하는 과정'을 선취하고 있습니다. 스핀오프라는 뜻 그대로, <안녕, 드뷔시>의 주인공의 위기 극복 과정을 다른 방식으로 미리 보여주는 식으로. 소설은 그렇게 마지막 에피소드로 이어지고, 거기서 <안녕, 드뷔시>의 핵심적인 등장인물이자 나카야마 시치리의 유명한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는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합니다. 요스케의 등장은 이 소설 이후에 두 가지 흐름이 생겨나게 될 것을 암시합니다. 하나는, <안녕, 드뷔시>에서 시작하는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이 시리즈는 음악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와 음악과 관련된 미스터리가 함께하는 시리즈가 될 것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에너지 넘지고 고집이 센 휠체어 탐정 고즈키 겐타로가 주축이 되는 작품입니다. 거기서 고즈키 겐타로는 <안녕, 드뷔시 전주곡>처럼,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에 따라서 사건들을 해결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흐름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든, 아니면 둘 모두를 선택하든, 그것은 독자가 알아서 할 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흐름은 엄청나게 다작을 하고 있는 스토리텔러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이 그려내는 이야기 흐름 속에 포함됩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읽는다는 건, 그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 접촉한다는 말과 다름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흐름 속에 계속 접속할지 아닐지를 선택하는 것 정도일 겁니다. 저는 다행히도,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야기 흐름에 계속 접속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한테 그 세계가 즐겁고 재미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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