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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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4.한자와 나오키3-이케이도 준

"가만히 있지 않아. 이 빚은 반드시 갚아줄 거야."

한자와가 나지막이 덧붙였다.

"... 당하면 두 배로 갚아줘야지."(55)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읽으면 깨닫게 됩니다. 이 시리즈가 소설과 TV 시리즈 양 쪽에서 왜 성공을 거두었는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제 생각을 적는 저만의 서평이기에 꺼려 하지 않고 이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 책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 엄청난 통쾌함을 줍니다. 네, 맞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에 딱 들어맞는 말은 통쾌함입니다. 회사에 들어가서 상사의 억압에 시달려본 사람이라면, 회사가 아니라도 사회에서 '을'로서 '갑질'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절망,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시키는 극단의 카타르시스가 불러일으키는 통쾌함.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이 통쾌함을 향해 미적대지 않고, 빠르고,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달려나갑니다. 통쾌함의 대행자로 나오는 시리즈의 주인공인 은행원 '한자와 나오키'는 업무의 실패를 자신에게 다 뒤집어씌우려는 불량 상사를 향해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직언을 날립니다. 당한만큼 갚아주겠다고. 한자와 나오키의 직언 시리즈를 본 억압받은 회사원이나 사회인들은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교묘하고 철저한 준비로 인해 현실이 됩니다. 말뿐만 아니라 현실로 보여주기 때문에, 책이 전해주는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 이 책은 극단의 속도감을 보여줍니다.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은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속도감, 가독성,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 때문에 두께랑 상관없이 책은 술술 잘 읽혀집니다. 책이 복합적이거나 중층적인 이야기 전개를 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쉬운 언어와 문체, 매력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들의 행동에다 단순하면서도 우직한 일반통행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물론 미스터리의 요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에 흥미를 더하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점도 속도감에 큰 힘이 되어줍니다.

셋째로, 이 시리즈는 재미있습니다. 사실 재미말고 엔테터인먼트 소설(일본에서 이런 류의 소설을 이렇게 부릅니다.)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위의 두 가지 요소에 더해 미스터리한 요소가 잘 더 해져 책의 재미를 절묘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시리즈를 금융 미스터리나 기업 미스터리로 정의하기 보다는 기업 모험 소설이나 금융 모험소설로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한자와 나오키의 행동은 진짜 어드번체처럼 보이니까요.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3편도 시리즈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통쾌하고 속도감 있고 재밌죠. 이 3편에 다른점이 있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의 과실을 맛본 베이비부머 세대라 할 수 있는 단카이 세대, 일본 경제의 정점을 경험했던 '버블 세대'와 달리, 1990년에 일본 경제의 버블이 꺼진 이후에 경제에 등장해 저성장과 취업빙하기의 현실을 경험했던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그 이전의 세대랑 달리 '생존'을 중시하고 조금 더 개인주의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그 현실을 반영하면서 3편은 IT 기업 간의 M&A를 둘러싼 경쟁과 음모, 대결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2편에서 상사의 무능력함과 부도덕함을 신랄하게 폭로했지만 그 때문에 은행의 자회사인 증권사로 좌천된 한자와 나오키는, 증권사를 음모로 내리누르고 IT 기업의 M&A를 진행시키려는 은행의 교활한 간부들에 맞서서, 그들보다 더한 계략과 음모를 전개시키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잃어버린 새대' 출신의 젊은 증권사 직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는 젊은 직원들에게 당당히 맞서는 모습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이죠. 세대 간의 갈들을 지나치게 간단한 일반화로 해결하는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이 재미있기 때문에 책은 잘 흘러갑니다. 제가 일반화의 위험성이 감지됨에도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는 인맥이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는 회사, 부조리함과 모순이 아니라 합리적인 운영으로 돌아가는 회사의 이상을 그리면서, 일본 사회에 갑질이나 부조리한 권위적 운영이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런 좋은 회사에 대한 이상을 재미를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 좋은 회사에 대한 이상은 좋은 사회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잃어버린 세대의 모습을 그려낸 3편에는 그런 모습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죠. 재미있는데다 좋은 것에 대한 갈망까지 녹아 있는데 어찌 제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도 4편을 기대해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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