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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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2.별을 위한 시간-로버트 A. 하인라인

별을 향해 날아가는 쌍둥이는 나이가 거의 들지 않을 것이다. 설령 한 세기 동안 날아가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에 남겨진 쌍둥이는 늙어간다.(59)

시간 여행과 관련된 것 중에 '쌍둥이 패러독스'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것이지만, 쓸데없이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쌍둥이 패러독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전설적인 이론인 '특수 상대성이론'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순간, 머리 아프다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네, 저도 그 의견에 공감합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이 쉬운 이론은 아니니까요. 특수 상대성이론에 사용되는 수식은 저 같은 수학에 무지한 인간에게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뭉기며 '여기서 꺼져'라는 말이 들릴 정도의 튕겨내기를 시전하고, 이 이론과 관련된 논의들은 명성과 달리 복잡한 면이 있으니까요. 저도 사실 잘 모릅니다. 잘 모르지만, 몇 권의 과학책을 읽고 대충 그러려니 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몇 권의 과학책을 읽고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나마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른다면 빛의 속도에 가까울 수록 시간은 느려지고, 길이는 수축하게 됩니다. 아마 너무 쉽게 말해서 서술상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감안해야할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을수도 있지만, 대충 이 정도만 알면 이 소설의 핵심적인 주제인 '쌍둥이 패러독스'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쌍둥이 패러독스'는 '특수 상대성이론'이라는 이론에 기반한 과학적인 것입니다. 거기에는 수식과 논증, 설명이 있을 뿐이고 생생한 삶의 모습은 없죠. <별을 위한 시간>은 '쌍둥이 패러독스'를 이야기화한 소설입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서사의 흐름이 있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이 있죠.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하나의 과학적 역설을 이야기화해서 생명력을 불어넣고 생생한 삶의 모습으로 되살려낸 것이 이 소설이라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SF의 3대 그랜드 마스터 중에서 가장 스토리텔링 강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이 소설을 썼으니,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강할지는 쉽게 예측이 됩니다. 읽어보니 제 예측대로 였습니다. 일단 이 소설은 쉽게 읽혀집니다. 물론 SF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소설의 전개도 빠르고, 이야기의 구성에서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없습니다. 소설 자체에 가독성이 높고,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이 소설은 SF답게 소설 부분부분에 과학적인 이론을 이야기합니다. 그 이론이라는 게 현실에서는 아직 구현되지 못한 가상이자 낭만에 가까운 이론이라 해도 소설은 실제 구현된 이론인 것처럼 현실감을 가지고 설명됩니다. 그래서 과학소설이라고 불리는 거 겠죠. 다른 부분은 이 소설에 나오는 것들의 생명력입니다.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운행되는 우주선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모습이 실제 삶인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된다는 말입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계의 지구형 행성을 탐사하는 모습에서도, 지구에 있는 쌍둥이와 교신하는 모습에서도, 지구와의 시간차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에서도. 물론 마지막은 동화같은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쌍둥이 패러독스와 연관된 우주 비행의 삶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우리가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을 실제 체험하는 것처럼.

과학이라는 영역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을 통해 발명된 기술이나 물건들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학이론 자체는 일반인들의 삶에 가까울 수 없습니다. 거기 등장하는 수식이나 설명, 이론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럴 때 과학소설이라고 불리는 SF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론과 일반인들을 이어주는 가교로서. 저는 <별을 위한 시간>이 '가교로서의 역할'에 가장 잘 들어맞는 SF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쌍둥이 패러독스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서 보여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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