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공포소설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거울>의 공포는 어딘가 쓸쓸하고 외롭고 황량하고 서글프다. 슬픔과 외로움을 왔다갔다 한다고 할까.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중 한 편인 <몬터규 로즈 제임스>에 나오는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 공포소설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 공포 소설에서 유령들은 어둡고 사악한 존재들이다. 그에 비해 이디스 워튼의 공포소설에서 유령들은 외롭고 쓸쓸하고 어딘가 서글프다. 물론 무섭고 섬뜩한 부분이 있지만, 그 무서움은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 공포소설들의 공포 보다는 어두움이 덜하고 공포스러움이 약하다. 하나 더 내가 생각한 것은 이 소설들의 여백이다. 작가가 말하지 않고, 비어있는 이야기의 여백이 이 책의 소설들에는 상당부분 존재한다. 당연하게도 그 여백을 채우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열려 있는 텍스트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생각하기에 소설의 여백은 이 공포소설들의 장르스러움을 약화시키고 문학성을 강화시킨다. 결국 나는 이디스 워튼의 문학적인 공포소설 모음집을 본 느낌이다. 공포소설이지만 장르문학 같지 않은 문학의 향취를 강하게 풍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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