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걸렸다. 읽다가 책을 덮고, 읽다가 책을 덮고 하면서. 나만 이렇게 이 책이 안 읽히나. 이 책에 관련된 다른 블로그 글을 보고, 그 글을 쓴 이도 나처럼 '이 책이 읽히지 않더라'는 말을 해서 안심이 됐다. 나 혼자만 이 책이 읽히지 않은 건 아니구나. 이 책은 다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과는 다르다. 다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 현실감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만의 독특한 관념과 사상과 사고로 빛난다면, 이 책은 당대 현실과 딱 붙어서 엄청난 현실감을 자랑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시베리아 유형 생활을 기반으로 만든 소설답게. 물론 그 현실도 도스토예프스키라는 필터로 걸러져서 문학적으로 재창조된 현실이긴 하지만. 근데 그 현실이라는 게, 감옥과 감옥에서 사는 죄수들의 현실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죄수들의 현실과 죄와 벌의 문제의 앙상블. 죄와 벌의 문제라는 도스토예프스키식 주제와 현실성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 답지 않은 특징이 맞물리면서 빚어지는 소설. 죽음과도 같은 그 현실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떤 곳에서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소설을 쓰면서 한 생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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