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스타브로긴은 수수께끼에 쌓여 있다. 그러나 무언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은 중편을 거치며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무신론과 유물론, 서구 근대 사상을 맹신하는 젊은 이들이 신이 없는 세상의 허무주의에 빠져 저지를 말도 안 되는 일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그리고 스타브로긴은 거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러시아적인 것, 러시아주의를 강조하는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떤 결말을 제시할까. 장광설과 광인들의 광기 섞인 언변을 꾹꾹 참고 읽어나가면서 내가 떠올린 건 그런 질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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