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이성애'라는 글자에서 '한 글자'만 바꾼 단어이다. 하지만 한 글자만 바꾸었는데도, 20세기 초반 영국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아무 문제 없는, 또 하나는 금기시되고 발각되면 법적인 처벌을 받는. 다른 말로, 하나는 사회적 수용의 대상이고, 다른 또 하나는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애'를 긍정하는 소설을 쉽게 발표할 수는 없었을 터. 당연하게도 작가인 E.M. 포스터는 1914년에 이 소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하여 발표하지 않았고, 소설은 작가 사후인 1971년에야 발표된다. 이 사회적인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바라보면 <모리스>는 많은 장점을 가진 소설이다. 밀도 높은 구성, 길게 늘여쓰지 않고 단문 위주의 짧은 호흡임에도 충분히 문학성과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 글과 표현들, 섬세하게 주제를 펼쳐나가는 스타일까지. 사실 내 개인적인 의미에서도 <모리스>는 충분히 좋은 소설이었다. 딱 내 스타일에 맞는 문학이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로서. 그러나, '동성애'라는 주제는 읽으면서 나로 하여금 어떤 머뭇거림을 느끼게 했다. 이 머뭇거림이 나에게 넘어설 수 없는 금기의 벽인건가. 책을 덮고 나서, 앞으로는 종종 이 금기의 벽을 넘는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야 나라는 인간이 가진 인식과 생각의 폭이 넓어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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