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을 읽는 것만으로는 스타브로긴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마치 인물의 윤곽선만 바라본 느낌이랄까. (중),(하)권을 읽는 것으로 스타브로긴이라는 인물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게 됐지만, (상)권의 느낌만으로도 스타브로긴이라는 인물은 내게 소름을 돋게 했다. 또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인물들의 장광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인물들의 장광설이 많은데, <악령>은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광적인 느낌의 인물들이 펼쳐내는 (상)권의 장광설, 요설만으로도 이미 나를 압도하는 상황. 압도는 나로 하여금 도스토예프스키가 왜 철학자로 불리는지 이해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그 모든 험난한 고비를 넘어서 나는 <악령>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일단 읽었으니 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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