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한 문장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꿀꺽 꿀꺽 바로 삼켜버리는 문장이 아니라, 두고 두고 곱씹으면서 삼켜야 하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힘겹게 호흡을 가다듬고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에 도달해 있었다. 고독과 사색과 고민의 결정체로서의 문학이 쉬울리는 없지만, 쉽게 쉽게 읽어나갈 수 없다보니 피로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일본 전후 문학의 정수 같은, 일본 전후 문학의 사상이 집중된 느낌의 문학을 읽었다는 사실은 내개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단지 아쉬운 건, 이런 고민의 결과로서 있었던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형해화되었다는 현실이다. 현실의 불만족이 과거 사상의 결정체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할까.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작금의 일본의 현실에 어떤 생각을 가질까. <만엔 원년의 풋볼>을 다 읽고 책을 덮은 뒤에 떠올린 이 질문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피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