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화염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2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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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타오르는 화염-존 스칼지

힘 있는 사람들은 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 자기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혼란은 찾아온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 내 비전은 나중에 올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 질서를 흩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되지.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뭔가를 계획하고 있어요.(248~249)

'북스유니버스'라는 이상한 블로그 이름을 지으면서 뜬금없는 상상을 해봤습니다.(물론 이 이름의 기원이 된 것은 당연하게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입니다.^^) 내 서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는 무엇일까? 제 머릿 속 상상력에 떠오른 건 두말할 필요없이 '스페이스 오페라'였습니다. 우주를 무대로 펼치는 모험 활극인 스페이스 오페라가 북스유니버스와 맞지 않으면 어떤 장르가 들어 맞을까요? 뜬금없음이 계속 이어지지만(^^;;)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의 장르가 스페이스 오페라인 걸 생각해보면, 저는 제 블로그에 잘 들어맞는 독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주목한 건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 뿐만이 아닙니다. 존 스칼지라는 작가의 이름이 눈에 꽂히더군요. '노인의 전쟁' 시리즈로 유명해진 이 SF작가는, 저한테도 친숙한 이름입니다. 재미있는 SF를 쓰는 작가로서요. 제가 이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신엔진>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제가 읽은 소설 중에서 최고의 배드엔딩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품이냐구요? <타오르는 화염>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신엔진>이야기를 하기가 뭐하네요. 그냥 읽어보시면 압니다. 제가 왜 최고의 배드엔딩이라고 했는지.(읽고도 모르면 어쩔 수 없구요.^^;;) 새드엔딩이 아닌 배드엔딩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말하다 보니 <타오르는 화염> 이야기는 전혀 안하고 있군요. ㅎㅎㅎ 이번에는 진짜 <타오르는 화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 잠깐, '그 전에'라는 말은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타오르는 화염>이야기를 해야하니까요. <타오르는 화염>은 상호의존성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상호의존성단 시리즈는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플로우'(해류나 기류처럼 우주에 존재하는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에 의존해서 서로 연결된 채 이어진 '상호의존성단'이라는 우주 제국이 플로우 붕괴라는 위기를 맞아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존 스칼지는 우주적 규모의 스케일로 펼쳐질 수 있는 거대한 이야기를 '정치적 암투'라는 협소한 영역으로 축소시키는 영리한 선택을 합니다. 정치적 암투라는 영역의 이야기만 함으로써 플롯의 밀도를 높이고, 독자들이 이야기 속에 쉽게 빠져들 수 있게 하는 거죠. 당연히, 서사의 속도감은 높고,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사극에 등장하는 정치적 암투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에게도 아주 친숙한 이야기 방식이고요.

플로우 붕괴라는 위기를 둘러싸는 정치적 암투라면, 사극의 애청자들은 쉽게 대립 구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위기를 해소하려는 개혁 군주와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군주의 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의 대립. 이 뻔하디뻔한 구도를 흥미롭게 만드는 건, 존 스칼지가 구축한 캐릭터의 개성, 스피디한 전개, 어렵지 않으면서 귀에 박히는 대사들, 암투의 흥미진진함입니다. 현재 SF를 쓰는 작가 중에서 손에 꼽히는 스토리텔러 답게 존 스칼지는 비교적 이것들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2편인 <타오르는 화염>에서는 황제의 카리스마를 부각시키는 방법까지 쓰면서. 제가 역사책들을 읽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로마 제국의 역사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원로원과 공화정의 시스템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보수파와 거기에 대립하는 율리우스 시저 같은. <삼국지>나 <초한지>도 떠오르더군요. 어쨌든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기에 다음편이 나오면 읽을 생각입니다. 재미있으니까요.^^;; 그 다음편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아, 참 그래도 황제의 카리스마 이야기를 언급했으니 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대사를 안 적을 수가 없네요. 그걸 적고 진짜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들은 나를 의심했습니다. 더 이상 의심하지 말기를. 그대들은 나를 파괴하러 왔습니다. 나는 파괴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대들은 나를 불태우러 왔습니다. 나야말로 여러분을 태우는 화염입니다. 불타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어려분은 느끼게 될 것입니다.(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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