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글이었고, 쉽지 않은 책이었다.

이전에 읽은 <마의 산>이 대작이었다면,

<양철북>은 풍자와 희화화,상징과 아이러니,비유와 블랙유머,모순으로

가득한 괴작이자 걸작이었다.

어쩌면 20세기 초중반 독일의 시대사라는

말로 표현하기 너무나 어려운 시대를 형상화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이렇게 늘어놓는 게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아이의 시선을 간직한 난쟁이 오스카를 화자로 내세웠다는 것도,

세상사에 휩쓸리지 않는 영원한 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도 좋고.

그러나 귄터 그라스가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존재들이,

<양철북> 이후의 단치히 3부작의 두편에서는 '동물'들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무언가 씁쓸해진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그렇지만,

작가가 살아가는 세상이 동물을 화자로 내세울 정도로

좋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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