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죄와 벌(하)-도스토예프스키

우리는 영원성을 한낱 이해할 수 없는 사상, 무언가 거대하고 거창한 것으로만 상상하고 있지요! 그런데 왜 반드시 거창해야만 할까요? 생각해 보시오. 그런 것들 대신에 그곳에 시골의 목욕탕과 비슷한, 그을음에 찌든 작은 방 하나만 있고, 구석구석에 거미들만 가득하다면 말입니다. 이것이 영원의 전부라면 말이오. 때로 이와 비슷한 것들이 어른거릴 때가 있습니다.(423)

당신이 죄인인 이유는 다른 것은 다 제쳐 두고라도, 당신이 공연히 자신을 죽이고 팔아먹었기 때문이야.(471)

자유와 권력,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권력이야! 떨고 있는 모든 피조물들과 모든 개미 군단들에 대한 권력...! 그것이 목적이야!(483)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계발시키고 선동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어쩌면 더 과격하면 과격할수록 좋은 건지도 몰라요. 저는 사상의 씨앗을 뿌리는 겁니다...(539)

'나는 다만 <이>를 죽인 것뿐이야, 소냐. 무익하고 추하고, 해로운 <이> 말이야.'

'인간은 <이>가 아니에요!'(611)

권력은 용기를 내서 몸을 굽혀 그것을 줍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오직 하나, 하나만이 필요한 거야. 용기를 내는 일만이 필요한 거야!(614)

나는 그때 알고 싶었던 거야, 어서 알고 싶었어.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인가, 아니면 인간인가를 말이야. 내가 선을 뛰어넘을 수 잇는가, 아니면 넘지 못하는가! 나는 벌벌 떠는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지니고 있는가...(616)

나는 대체로 젊은이의 열정적인 처녀작을 좋아하는 사람, 정말 그런 것을 지독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건 뿌연 연기와 안개, 그 속에서 울리는 현악기의 소리와 같은 것입니다.(665)

이건 환상적이고 암울한 사건, 현대적인 사건, 인간의 마음이 혼미해진 시대, 피가 <맑아진다>느니 하는 말이 인용되고, 편안함이야말로 인생의 전부라고 선전되는 우리 시대의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는 탁상공론, 이론에 자극을 받은 심리가 보입니다.(671)

교활하게 머리를 짜내지도,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삶 속으로 뛰어드십시오. 그러면 곧장 당신은 어떤 해안에 도달해서 두 다리로 서게 될 것입니다.(677)

적어도 이 음탕한 삶에는 본성에 뿌리를 박은, 공상에 지배되지 않는 항구적인 무엇이 있습니다. 항상 타오르는 석탄 같은 것이 피 속에 존재하고, 그것이 영원히 타오르게 하지요. 그것은 오랫동안 그렇게 타오를 겁니다. 그리고 해가 가도 그다지 쉽게 꺼지지 않을 겁니다.(693)

미학적인 두려움은 무력함의 첫번째 징후야...!(765)

이 병들어 창백한 얼굴에서는 이미 새로워진 미래의 아침노을, 새로운 삶을 향한 완전한 부활의 서광이 빛나고 있었다. 그들을 부활시킨 것은 사랑이었고, 한 사람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한 삶의 무한한 원천이 간직되어 있었다.(808)

나는 어서 뛰어넘고 싶었다...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나리, 원칙을 죽인 것이다! 나는 원칙을 죽였지만, 도저히 그것을 뛰어넘을 수가 없어서, 아직 이쪽에 남아 있는 거다...(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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