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2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7825.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2-모옌

대담해진 고향 친지들 의연하게 일어나

손과 손을 바꾸어 들면서 관청 앞으로 달려드는구나

종 현장이 결코 천상에서 잠자는 별이 아니듯

백성들도 돼지나 개나 소나 양이 아닐진대(12)

인간과 인간은 목숨을 내놓고 경쟁하고, 물건과 물건도 내던져질 때까지 경쟁하죠. 우리는 거지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비교를 해도 아마 더 가난할 거예요.(73)

사람이 살아가는 데 오로지 돈만 필요할 리는 없을 텐데요?(121)

마음이 시커먼 그놈들은 애초부터 백성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던 것이다.(137)

애초에 당시들이 심으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필요없다고 하면 그건 우리 보고 죽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오?(142)

들의 공기는 신선했고 마늘 싹의 끝은 은빛으로 반짝였으며 밭고랑 사이를 흐르는 물은 은빛 뱀처럼 꿈틀거렸다.(159)

간부가 되면 뭐 하는데? 간부가 되려면 양심을 팔아야 해. 양심을 팔지 않으면 간부가 될 수 없어.(171)

보건소의 정원이 발그스름해졌으며 담장을 따라 심어 놓은 양귀비의 탐스럽게 활짝 핀 꽃송이들은 마치 하얀 나방이 줄줄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184)

현장 당신의 손이 아무리 커도 하늘을 움켜쥘 수는 없소

서기 당신의 권력이 아무리 무거워도 산보다 무거울 수는 없소

티엔탕 현의 잘못된 일들을 가릴 수는 없소

백성들 모두에게도 눈이 있단 말이오(199)

간부들은 매일같이 실컷 먹고 마시면서 그 비용을 자신들의 호주머니로 채운 것이지요! 그런 간부들이야말로 사회주의하의 기생충입니다 ... 설마 탐관오리를 타도해서는 안 되는 건 아니겠지요? 설마 관료주의를 반대해서는 안 되는 건 아니겠지요?(218)

하나의 정당이나 하나의 정부가 만약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곧 그 정당이나 정부를 전복시킬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하나의 당을 책임지고 있는 간부나 한 정부의 관원이 곧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오히려 국민의 주인 행세를 하고 국민들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사또 영감처럼 행세한다면 국민들은 그 사람을 타도할 권리가 있습니다!(221)

이 책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번거롭지만 위에 적어 놓았던 책의 구절을 다시 한번 옮겨 적어볼께요. 간부들은 매일같이 실컷 먹고 마시면서 그 비용을 자신들의 호주머니로 채운 것이지요! 그런 간부들이야말로 사회주의하의 기생충입니다 ... 설마 탐관오리를 타도해서는 안 되는 건 아니겠지요? 설마 관료주의를 반대해서는 안 되는 건 아니겠지요?(218) 한 구절을 더 적어볼께요. 하나의 정당이나 하나의 정부가 만약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곧 그 정당이나 정부를 전복시킬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하나의 당을 책임지고 있는 간부나 한 정부의 관원이 곧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오히려 국민의 주인 행세를 하고 국민들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사또 영감처럼 행세한다면 국민들은 그 사람을 타도할 권리가 있습니다!(221) 엥? 정부를 전복? 관료주의에 대한 반대? 국민들이 타도할 권리?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저는 읽으면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이 일당 독재의 권위주의 정부라는 정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통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중국에서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뒷 부분을 읽어보면 이 책에 어떻게 출판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옌은 현실을 잘 파악하는 작가답게 저런 구절 뒷부분에 앞부분을 중화시킬 만한 구절들과 내용들을 채워 넣으며 중국에서 문제가 되지 않게 소설을 잘 써내려갑니다.(^^;;) 위화의 소설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저는 중국의 현실이 중국 소설가들의 문학성을 잘 키워준다고 생각합니다.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거나 사회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소설가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문학적으로 잘 형상회하고 풍자와 해학 속에 잘 녹여내야 합니다. 현실의 토양이 중국 소설가들의 문학성을 키워주는 역설적인 틀이 되는 것이죠.

어쨌든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2권도 1권의 유지를 이어갑니다. 개혁개방이라는 현실을 겪은 사람들은 돈돈 노래를 부르며 현실을 돈으로 재단합니다. 죽은 아버지를 눈앞에도 두고도 형제들은 돈을 따지고, 유산은 철저하게 분배합니다. 형제들은 돈 때문에 어머니를 돌보지 못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가난한 현실 때문에 자살한 여동생의 영혼을 돈을 받고 여동생과 결혼하지 못해 자살한 남자와의 영혼결혼식에 팔아넘깁니다. 마늘 봉기에 참여했다 감옥에 갇힌 그들의 어미니는 형제의 이야기를 듣고 자살합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부는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고, 가난한 농민들의 현실을 파악못해 수매를 제대로 못해서 농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립니다. 현정부는 분노한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키자 불법은 용서할 수 없다며 봉기에 가담한 아무나 잡아가두고 형을 때려버립니다. 감옥에서는 선배 죄수가 후배 죄수를 마구 구타하고, 얻어맞는 후배 죄수는 살아남기 위해 선배 죄수의 명에 따라 자신의 오줌을 들이마십니다. 구타 당하는 현실이 괴로운 후배 죄수는 자신의 과거로 도피합니다. 그런데 과거에 그는 현실의 부조리 때문에 두 번이나 오줌을 들이마신 경험이 있습니다. 죽은 형제의 아버지는 죽기전에 현정부에 마늘을 팔러 갔다 계속해서 돈을 노리는 관료들의 현실을 마주합니다. 그는 수매를 거부당하고 돌아가다가 현정부 서기의 차에 치여 죽습니다. 현정부는 그의 친척을 내세워 가족의 아우성을 틀어막습니다. 자살한 여동생이 사랑한 남자는 돈만 밝히는 가족에게 그렇지 살지 말라고 따졌다가 오히려 여동생을 죽인 범인으로 몰립니다. 봉기를 주도한 인물 중 한명인 그는 당당하게 잡혀가서 현정부가 잘못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씨알도 안 먹히죠. 봉기 때문에 잡혀간 이들을 변호하는 젊은 군관은 현정부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큰 호응을 얻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그대로 형을 받죠. 그나마 군관의 비판이 알려지며 몇몇의 현정부 관료가 벌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 그들은 더 큰 직위를 얻고 관직으로 돌아옵니다.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돈 때문에 영혼결혼식에 팔려가고, 여인의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정신이 이상해져 감옥 밖으로 나오려고 하다 총살당합니다. 봉기를 주도한 맹인은 현정부를 비판하는 노래를 계속 부르다 얼어 죽고요..

여기까지 적어놓고보면 이 책의 이야기는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모옌은 이 암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희극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풀어내며 결코 암울하지 않게 표현합니다. 바뀌지 않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관료들, 한번 봉기했지만 무기력하기 그지없는 농민들, 개혁개방의 분위기 속에서 이기적이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 같은 어두운 이야기를 생기 있고 유머러스하며 가독성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모옌의 이야기의 재능은 정말 뛰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모옌은 중국의 기나긴 역사 앞에서 이어져내려온 농민들의 생명력을 믿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힘겨운 현실 앞에서도 꿋꿋하게 견뎌내고 버텨내면서 현실을 극복해온 농민들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모옌은 중간중간 농민들과 자연의 모습을 생명력 넘치게 그려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옌의 의도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독자도 같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견디고 버티면 그 현실은 지나갈 것이기에. 추가한다면 그 현실이 지나가고 새롭게 다가오는 현실이 이전보다는 더 좋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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