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두 사람이 서로를 품에 안았을 때 빙카의 내면에서 또다시 그들의 관계가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무언의 경고가 울려 퍼졌다. 매번 그랬듯 그녀는 이번에도 미래 따위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녀에게 사랑은 전부이거나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오직 이 순간만이 중요했다.

독을 품은 밤의 매혹.(18)

대체로 사람들이 변호사를 필요로 할 때가 바로 그들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할 때이다.(63)

너도 이제 독해져라. 인생은 전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 넌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로제 마르탱 뒤 가르가 '실존은 그 자체가 전투이다. 산다는 건 결국 지속적인 승리의 축적이다.'라고 한 글을 읽어봤을 거야.(185)

문명이란 불타는 혼돈 위를 살짝 덮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해. 산다는 건 어차피 누구에게나 전쟁이라는 것을 잊지 마.(292)

나는 볼펜으로 메모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평생 쓰는 일만 하는 셈이다. 벽을 세우면서 동이세 문을 연다는 뜻이다. 모든 걸 무차별적으로 쓸어버리는 잔인한 현실을 막아주는 벽, 현실과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는 세계로의 도주를 가능하게 해주는 문,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현실.

내 전략이 1백 퍼센트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허구가 현실보다 힘이 세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마 그 부분이 예술가와 소설가들의 특권이 아닌가 한다. 이따금씩 실재와 맞서는 전투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395)

나는 언제나 오직 펜에 의지해 어둠을 가로질러 왔다.(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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