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자유로운 글쓰기의 세번째 주제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드라마ost에서 시작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거쳐서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나아가는 나의 행보가 예상이 안되고 뜬금없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의 사유가 이렇게 마음대로 흘러다니는 것을. 나는 그저 나의 사유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쓸뿐이다.

먼저 내가 밝힐 것은 내가 이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는 점이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도입부에서 이어지는 몇 분의 연주는 내가 이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런데 오랜기간 나는 이 음악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음악, '빰빠빠빰'으로 시작해서 나의 감정을 뒤흔드는 정체불명의 음악. 나에게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오랜기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음악이었다.

어린 시절 결혼식에 갔다 들은 음악,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잠시 스피커로 흘러 나온 음악, tv에서 광고에서 영화에서 잠깐 들은 음악. 순간순간의 매혹이 모여서 나에게 이 음악은 좋아하는 음악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음악의 정체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냥 '듣고 좋다'는 생각을 할뿐이었다.

몇 년 전. 나는 우연히 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순간 나는 이 음악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궁금해지면 이 음악의 정체를 밝히는 수밖에. 인터넷이라는 문영의 이기를 이용해 나는 검색의 나래를 펼쳤다. 검색끝에, 나는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 음악의 이름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지의 음악에서 아는 음악으로의 전회. 몇 십 년 만에 진행된 이 변화는 나를 이 음악을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검색을 통해 다양한 연주와 변주로 듣는 음악으로.

유투브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검색해본다. 영상에 전설의 명지휘자 카라얀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이 연주를 하고, 러시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영상을 본다. 가만히 서 있어도 엄청난 카리스마가 흘러나오는 카라얀의 지휘에, 노련한 베를린 필의 연주자들이 최선의 연주를 하고, 젊은 키신이 카라얀이 눈치를 보면서 열심히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온다. 확실히 아는 음악의 세계는 모르는 음악의 세계와는 다르다. 카라얀과 키신이 나오는 영상이 그 차이를 증명한다. 모르는 음악이 줄 수 없는 쾌감을 아는 음악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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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7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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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1 0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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