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이미 전개되기 시작한 불황을 앞두고 내가 한국의 30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다해 조언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이들의 미래가 바로 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들 개개인이 행복하고, 이들 개개인이 보편적 의미를 가진 글로벌 시민으로 당하고, 이들 개개인이 가진 개성들이 폭발하는 것, 이것이 한국이 불황 10년을 거치면서 흔히 중남미형 경제 패턴으로 가지 않고, 그래서 최소한 일본 정도로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20)
일본을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집을 사는 것이나 대출을 갚는 것보다도, 파는 게 더 힘든 시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43)
거리는 시내에서 가까울수록, 유지비는 저렴할수록 아파트 가격이 덜 떨어졌다.(48)
호황에 형성된 일상성을 불황기에 적합하게 재구성하는 일, 이것이 신용카드와 함게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133)

예전부터 기회가 있어서 돈이 조금 많으신 분들을 만날 때마다 조금 신기하다 생각한 점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대체로 돈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제 경험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돈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다 오히려 아끼는 모습을 보여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엄청난 부자를 만난 것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는 제가 만난 사람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황 10년>을 읽으며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놀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활기치던 2014년에 출간된 <불황 10년>의 앞부분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우석훈 박사는 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만난 부자가 부자답지 않아 보인다고. 아, 저는 그 이야기에 동질감과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나만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니구나'하고. 저자는 그러면서 뒤잉서 말합니다. 부자들은,돈을 많이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버는 공격적인 방식보다는 가진 돈을 지키는 방어적인 방식에 능한 사람들이 많다고.

저도 그 이야기에 깊이 공감합니다. 제가 만난 돈이 많으신 분들도, 가진 돈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필요할 때 그분들도 투자를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언제나 공격적인 방식의 경제운용을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분들은 가진 돈을 어떻게든 지키는 모습에 능해 보였습니다. 아끼고 잘 쓰지 않고. 언제 닥칠지 모를 미래의 위기를 대비하면서.

이 부분이 <불황 10년>에서 중요합니다. <불황 10년>은 언제라도 경제적 고성장이 가능한 사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황 10년>은 해마다 임금이 오르고, 부동산 값이 뛰고, 앞으로의 경제적인 성장을 쉽게 기대할 수 있는 사회를 바탕으로 하지 않습니다. <불황 10년>은 30년동안의 장기 저성장에 시달리던 일본과 비슷한 길을 갈 확률이 높은 현대 한국 사회의 이야기입니다. 저자의 현실인식은 박근혜 정권이 활개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시대를 겪어내며, 앞으로 과거의 고성장은 힘들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불황의 시대가 올 것이며, 민주주의의 활성화라든가 불평등의 완화 같은 정치적이 발전도 힘들 것이라고 여겨, 개인의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담은 <불황 10년>을 쓰게 됩니다.

저자의 현실인식은 30년의 불황을 어떻게든 견뎌낸 일본의 서민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깔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의 서민들은 경제적인 광풍이 몰아치던 버블의 시대를 거쳐, 거품이 빠지며 시작된 1990년대의 경제적 불황을 30년 세월동안 견뎌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경졔를 보고 소비를 하지 않는, 활력 없는 경제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우석훈 박사는 그 시각을 비틀어서 소개합니다. 그는 일본인들이 불황을 30년이나 견뎌내면서 저축이 많이 늘어난 통계를 보여주며 그들이 30년 불황을 이겨낸 경제적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일본의 서민들이 앞으로도 언제라도 발전할 수 있다는 고성장에 기반한 공격적인 인식이 아니라, 앞으로도 언제라도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저성장에 기반한 방어적인 방식으로 불황을 견뎌냈다고 말합니다. 정부나 일반적인 경제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서민들이 따라서 했다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더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하면서. 불황 30년의 일본 경제를 망하지 않게 떠받친 것이 불황에 기반한 서민들의 방어적인 경제적 삶의 방식이었다고 하면서.

저도 그 시각에 동의합니다. 고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저성장이 예측된다면, 저성장과 불황에 맞는 경제인식을 하고, 그에 기반한 경제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 뻔히 보이는데 빚을 내어 흥청망청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진 것을 안정적으로 모으고, 씀씀이를 줄이면서 견뎌 내는 게 불황의 경제에 맞는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진정 현실적인 책입니다.  헛된 투자, 헛된 성공의 망상에 사로잡히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점에서.

책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과 개인 재무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귀담아 들을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재무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고 여겨집니다. 방어적인 방식을 통해 가진 것을 지키고,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이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 부분은, 조금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충분히 인정하고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도 있을 수 있다면서. 창업 부분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창업이라는 영역이 일반화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요.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 부분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몰라서요. 다만 하나, 선행학습이 교육에 있어서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은 해야겠네요. 행학습은 오히려 나중에 번아웃 증후군을 초래할 확률이 높습니다.  혹시라도 아무 생각없이 선행학습을 아이들에게 시키는 분들은 이 정도는 알아두시기를 바랍니다.

자기계발서의 주술은 우리를 성공에 목마르게 합니다. 성공이 마치 언제 어디서라도 가능한 것이라는 듯이. 성공이 마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하지만 <불황 10년>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게 합니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성공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저는 그것이 불황에서 살아나가는 성공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불황 속에서 잘 살아가고 싶다면, 현실을 잘 견뎌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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