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전읽기 7회 모임 후기
이번 모임은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앞서 읽었던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향연>은 대화편 중에서 그나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데, <고르기아스>부터는 말을 주고받으며 논전을 벌이는 부분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낯설거나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상과 비슷하게 참석율은 평소보다 낮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대화가 너무 좋았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썼던 '고전독서모임'이 필요한 이유에 썼던 대로, 저는 독서모임에서 대화를 나무며 <고르기아스>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몰랐던 책의 장점과 다양성과 역동성이 대화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모임을 끝내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래서 고전독서에는 독서모임이 필요하다고. 밑의 글은 그 대화의 일부분을 기록한 것입니다.
000: 어렵지 않게 쫙 읽어나갔다.
00: 수사학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없을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덮었는데 조금씩 읽다보니까 플라톤의 도덕적 인간에 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해서 읽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수사학에 대한 이야기.
000: 수사학에 빗대어 플라톤이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데 말꼬리를 너무 잡고 늘어져 짜증이 나는 면은 있었다. 연설을 말장난처럼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몸과 영혼에 필요한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공감이 갔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정의로운 삶에 대한 주장을 하는 것 같았다. 작년의 촛불혁명과 이어지는 구절이 있는 것 같아 살펴봤다.
00: 말의 기교 보다는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카페에 비유해보면, 인테리어나 데코가 좋은 카페보다는 커피의 맛이 중요한 것과 같다.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는 불의를 행하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나 불의를 당하면 벌을 받은 것이 옳다는 말에 동의한다.
000: 정치에 수사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할 생각이라면 수사학이 필요하다. 수사학을 너무 비하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치가가 대중의 마음을 읽는 것에는 수사학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플라톤의 말이 옳다는 생각은 한다.
00: 수사학이 중요하지만, 플라톤식 FM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000: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상태에서 플라톤식 이상주의가 마음에 들지만, 현실에서의 실천은 어렵다. 실천을 위해서 수사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
000: 칼리클레스의 반발하는 모습이 인간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감정에 상해 소크라테스에게 따지는 부분에 공감했다. 맞는 말이지만 그 말에 마음이 안간다는 것을 이 책의 소크라테스를 보고 이해했다. 연극 한 편을 보는 기분으로 읽으면 된다.
00: 칼리클레스가 소크라테스에게 솔직하게 철학의 무용론을 부분을 주장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놓고 소크라테스가 화내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걸 보고 소크라테스가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가 마음에 들고 정이 간다.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고지식한 스타일이라서.
000: 소크라테스의 논리는 찬성하지만, 칼리클레스의 말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철학작의 이상이 실천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동의한다. 철학과 정치가 다른 것 같다.
00: 알맹이가 있고 수사학이 있어야 하는데 알맹이는 없고 수사학만 있는 것 같은 모습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소크라테스에게 더 끌린다.

잠시 보충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소크라테스에게 논파당하는 칼리클레스 같은 인물이나 대화를 주도해가는 소크라테스도 우리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면모를 가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책 속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하던 인물들이 독서모임에서의 대화를 통해 생생히 살아 있는 인간이 된 것이죠.^^ 
정치와 수사에 관한 이야기도 중요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책에 적혀 있는 생각을 확장해서 우리 삶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걸 시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걸 실행을 한 것인데, 해놓고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은 열심히 자신의 생각, 자신이 마음속에 쌓아둔 걸 토해놓으며 집중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모두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대화를 나눈 시간이 내실이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걸. 독서모임의 시간이 하나의 의미있는 삶의 시간이 되었다는 걸. 이런 시간을 경험한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독서모임을 하러 나옵니다. 충만한 삶의 시간을 경험한 분들은 다시 그런 것을 경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의 모임은 <프로타고라스>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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