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아스>라는 플라톤의 대화편을 두고 고전독서모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서모임의 후기를 써야 하는데(^^;;) 일단 독서모임을 하면서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어 이에 대해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제목은 '고전독서모임이 필요한 이유'. 뭔가 엄청나고 멋지고 논리적인 말을 해야할 것 같지만, 제 능력상 그렇게는 안됩니다.ㅎㅎㅎ 어쩔 수 없이 제가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사실 <고르기아스>를 두고 고전독서모임을 하는데 걱정이 있었습니다. 앞에 읽은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에 비해 <고르기아스>는 플라톤의 중기작품답게 분량도 많고, 소크라테스 특유의 말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무너뜨리고 자신의 논리를 상대방이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문답법이 핵심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말을 주고받으며 생겨나는 플라톤 대화편의 독특한 흐름을 수용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힘들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걱정때문인지 몰라도 오늘 모임은 참여인원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독서모임을 해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아~~ 이래서 고전 읽기에 독서모임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간단합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제 혼자의 상상 속에 갇혀 있던 <고르기아스>가 우리의 말을 통해 생명력을 얻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고르기아스>의 의미가 독서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을 통해 충분한 힘을 얻었다는 말입니다. 더 자세하게 말해볼께요. <고르기아스>는 우리의 말을 통해 더 재미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고르기아스>는 우리의 말을 통해 더 의미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고르기아스>는 우리의 말을 통해 어렵지 않은 책이 되었습니다. <고르기아스>는 우리의 말을 통해 과거에 갇힌 책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 숨쉬는 '현재의 책'이 되었습니다. <고르기아스>는 우리의 말을 통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삶과 소통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독서모임이라는 공통의 말을 주고받는 시간을 통해 혼자서 할 수 없는 <고르기아스>에 대한 '공동비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각자가 읽은 <고르기아스>는 우리가 가진 독서모임 때문에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습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고전독서모임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고전에 대한 공동비평의 장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고전의 공유를 이루어냅니다. 물론 혼자서도 고전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혼자서 하는 원맨쇼에 가깝겠죠. 그것에도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여러명이서 하는 비평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다수가 모여 만들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말을 토해내고, 토해낸 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말과 언어의 울림이, 조화를 이루며 빚어내는 고전 공동비평을 한 번 겪고나면 깨닫게 됩니다. 고전 읽기가 얼마나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는지. 고전독서모임에 얼마나 힘이 있고 유의미한지. 더불어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어떤 책이라도 읽을 수 있다는.

이상 저만의 '고전독서모임'이 필요한 이유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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