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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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에 위로를 전하는 향긋한 빵 한 조각

윌라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좋았던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종이책으로 나오기 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윌라 X 북 오션 언박싱 시리즈를 통해서 만났던 작품 중 《라라제빵소》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라라제빵소》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우리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을법한 인물들이기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스승인 박신달의 가르침을 받고 대한민국 제빵 명장으로 태어났던 안창석, 하지만 욕심으로 빚어진 일들이 드러나게 되면서 제빵 명장의 자격은 박탈되고, 술김에 휘두른 주먹의 오른손 신경이 절단되기에 이른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스승을 만나기 위해 내려간 안창석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라라제빵소'로 변해 있는 모습과 함께 치매에 걸린 스승의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승님의 간병인인 김포댁을 만나게 된다. 오지랖 넓은 김포댁이지만 순간순간의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안창석은 김포댁을 놀리는 재미를 느끼곤 한다. 스승님 곁에 머물고자 김포댁에게 월급을 주고 빨래와 식사를 부탁하게 되면서 맺어진 인연으로 스승님의 손녀인 손라라와 껄끄럽지 않은 만남까지 이어지게 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창석은 술만 마시면 무의식중에 빵을 만들고 그런 그에게 김포댁은 나무라기만 한다. 제대로 된 빵이 아니면 제빵의 신의 명예에 먹칠이라도 하는 듯 먹을 수 있는 빵조차 쓰레기통으로 가차 없이 버린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던 안창석은 어느 날 스승님과 산책길에 솔잎을 꺾어오게 되고 그 소나무 가지를 손에 계속 쥐고 있으려는 스승님의 모습에 화덕으로 빵을 만들던 시절을 회상한다. 바로 그날 치매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하던 스승 박신달이 일어나 안창석에게 빵을 만들어 보라고 하며 두 사람은 오랜만에 빵을 만들게 된다.

"스승님, 저는 앞으로 어떤 빵을 만들어야 할까요?"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거라." p.58

그렇게 스승인 박신달은 마지막까지 안창석에게 가르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스승님이 말씀하신 사람을 살리는 빵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겠노라 다짐하는 안창석과 할아버지의 제빵소를 자신이 직접 운영해 보려고 하는 손라라. 그렇게 두사람의 제빵소 생활이 시작된다. 안창석은 라라제빵소에서 그동안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둘 하기 시작한다. 죽으려고 왔던 사람에게는 어릴 적 추억의 맛인 고로케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이 버린 빵을 가져다 먹는 신씨 아들을 보고 신씨에게는 라라제빵소에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주는 일을 맡긴다. 그리고 외국인 며느리들의 향수를 해결해 줄 고향의 빵 만들기 대결을 라라와 함께 하기도 한다.

자신이 품었던 욕심으로 자신의 제빵 명장 자리는 박탈당하고 모든 것을 잃은 채로 들렀던 곳에서 희망을 만났던 안창석처럼, 라라제빵소에 들렀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살아갈 희망을 선물하는 안창석. 오븐이 아닌 전통방식으로 굽는 빵과 함께 마시는 커피를 만날 수 있는 《라라제빵소》로 나도 가보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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