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철학 - 같은 질문 다른 대답
샤론 케이 지음, 임현정 옮김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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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깨우는 철학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한번씩 '요즘 내 생각을 너무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살던 시대와 지금 아이의 시대는 다른 환경이며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내 지식과 경험 안에 아이를 가두려 하는 것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러하지 못했지만 아이는 '생각을 깨우는' 무언가가 있었음 한 것이다.

깨어있지 않은 사고는 소크라테스를 죽게 했다. 소크라테스가 죽은 지 240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그를 알고 싶어하고 배우고 있는 사람들은 남들이 모두 현재에 안주하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끝없는 질문으로 진리를 찾고자 했기때문이다.

실재에 대한 학문인 형이상학, 지식에 대한 학문인 인식록, 도덕적 가치 윤리학, 비판적 사고 논리학등 철학은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세워진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것들을 대신해 저자는 개를 사람으로 여기며 잘못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아들의 말을 빌려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에는 위 학문에 해당하는 네가지의 질문으로 철학을 이야기 한다.

실재에 대한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만이 진짜일까? 하는 문제다.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어디까지가 존재하는 것인가.

인도 철학자의 아디 샹카라의 말을 빌리면 브라만이 있으면 존재한다고 한다. 마음에 브라만이 있어야 우리는 진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러시아 철학자 아인 랜드는 세상이 존재하는 것은 자명하기에 증명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플라톤은 우리가 사는 물리적 세계는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설명 할 수 있다. 게임 속 컵케이크와 실제의 컵케이크가 다르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주장 내용에 따라 내 철학적 신념도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이 '생각해봅시다' 페이지가 참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주제를 가지고 아이와 한번씩 긴 대화를 이어갔는데, 예를들어 '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할것인가 하는 토론에서 공룡이 살던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 있었는지 아니면 '무'였다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서로 주장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화하다보니 철학이 재미있다고 느껴진 부분은 지식이 수반되어 진다면 더 깊은 대화가 오고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이였다.

우주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

과학자의 말에 의하면 태초에 빅뱅이 있었고..라고 시작하겠지만 종교적인, 지식적인, 추상적인 접근이라면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우리나라 제주도 전통설화에 따르면 우주가 창조되기 전 무의 세계에서는 하늘과 땅이 하나였다가 어느 날 생겨난 틈으로 세상이 열린다는 부분을 읽고 아이와 하나의 설화를 만들어 보았다.

아이는 신이 뿌린 여러개의 씨앗중에 열매로 깨어 난 것에 생명이 생겼다고 하고 나는 중2병이 걸린 우주인이 지구에 내려와 놀다 간 흔적이 인간을 만들어 냈다 말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도 우리에게는 흥미로웠다. 전래동화중에 손톱을 먹고 내가 된 쥐와 진짜 나를 구별하는 내용을 동시에 떠올리며 서로를 구별하는 암호를 미리 만들어보기도 했다. 정말 간단한 문제인것 같으면서도 내가 나를 설명하는 것은 꽤 어려웠다.

책이 재미있는 점은 같은 질문에 정 반대의 주장을 하는 철학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이 감정보다 중요하다 했고 니체는 이성과 감정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요정을 믿는 아이의 순수함을 지켜줘야 하는것인가, 거짓말은 나쁘기 때문에 현실을 깨워줘야 하는가.

철학이 어렵기는 아이나 나나 마찬가지였지만 철학에는 정답이 없기에 어떤 질문이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그게 좋았다. 중립을 선택해도 그것이 맞다고 여긴다면 그게 내 철학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끝없는 질문과 토론으로 의견을 나누는 행위 그 자체였다.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그간 가장 간단하고 당연해서 아이에게 했던 지시들을 떠올려봤다.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이가 된만큼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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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저작권 교실 - 누구나 알아야 할 소중한 지식재산권
임채영 지음, 김명진 그림, 정은주 감수 / 산수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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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저작권 교실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현대사회에서 지식 재산권은 중요한 첨단기술, 문화, 예술 등을 연구하고 고민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영역을 법률로 정해서 보호할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어 있다. 요즘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자연스러운 세대여서 그런지 아이 학교에서도 자주 '저작권'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는것 같긴한데 아이가 제대로 알게된것인지, 혹시 나 역시 모르는 부분이 있는건지 궁금해서 이 책을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딱딱한 지식 설명 글이라면 아이가 지루해했을텐데 이 책은 경태네 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반 아이들은 쓰기 싫은 독서기록장을 한번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제출하는 보람이에게 그 비법을 물어보기로 한다. 독서 기록장을 써오면 받는 스티커를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보람이는 그 방법이 '인터넷'이라고 알려준다.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찾기만 하면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는 뭐든 뚝딱 해결된다는 것이다.

모니터에 뜬 내용을 공책에 베껴 쓰면 그만이다.

경태는 이런 쉬운 방법을 두고 그동안 고생한게 억울하다 까지 생각하고 후다닥 숙제를 끝냈는데 이게 왠일? 다음 날 선생님께서 무척 화가 나셨다. 그 이유는 보람이의 비법을 들은 친구들이 모두 같은 인터넷 내용을 숙제로 배껴와서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화가 나신 이유를 몰라 묻는다.

다른 친구의 것을 보고 쓴 것도 아니고 인터넷을 찾는 수고를 하며 한 숙제인데 그것도 잘못인가요?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며 지식 재산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증기 기관차나 비행기, 자동차, 컴퓨터 프로그램 현재는 누구나 사용하고 흔한 것이지만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방법을 찾아낸 사람은 쉽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뤄냈다. 한마디로 지식 재산권이란 지식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 것이다.

지식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그 기술과 만들어 낸 물건에 대한 권리를 주는 것이 '지식 재산권'이에요. -p.37

이후 책은 지식 재산권의 다양한 종류와 그것을 만들어 내는 발명, 그리고 그 발명을 지켜내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게임 아이템, 사이버머니같은 신지식 재산권법이 대한 내용도 나와서 요즘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손가락 하나로 다운받는 어떤 사진이나 글귀 같은 것도 실은 불법 다운로드가 되어 법을 어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해준다. 지난 학기 아이가 UCC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다운받은 음악을 넣자는 걸 반대하고 직접 피아노 연주를 시켜서 음악으로 넣었던 이유를 아이는 이제 안 것 같다.

마지막 장에서는 인터넷상의 예절, 바로 네티켓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것도 요즘 아이들에게 중요한 교육이다.

얼굴을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남들도 쉽게 쓴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적은 무심한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고통과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가르쳐 주고 싶었는데 책 내용으로 한번 더 경각심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어느정도 머리가 커서 더이상 사용을 금지하거나 경고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제한 할 수 없기때문에 제대로 교육해주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책으로 읽고 바르게 이해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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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up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스마트폰으로 이모티콘 작가되기 - 내 아이를 소비자에서 개발자로! Start up 시리즈
임희빈.최고은 지음 / 아티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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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스마트폰으로 이모티콘 작가되기"에서는 이비스페인트 어플을 이용해 아이들이 이모티콘을 직접 구상하고 그려서 만들어 판매하기 까지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먼저 책의 설명대로 아이랑 내 폰에 각각 이 어플을 다운받아봤다. 얼핏보면 꼭 포토샵의 기능을 압축해놓은 듯한 느낌인데 왠지 더 빠르게 배울것 같은 예감이 든것은 바로 손안에서 손가락으로 쓱쓱 그려도 그림이 완성된다는 간편함이 아닐까 싶다.

먼저 툴 사용방법과 각각의 도구 그리고 패턴넣기 등을 배운 다음 본격적으로 이모티콘 제작을 해보는 단계로 넘어간다. 아이는 펜이있는 테블릿PC라 메뉴를 선택하고 그리기가 수월했지만 스마트폰은 은근 불편함이 있어 아주 간단한 그림도 생각처럼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도구 중에 '손떨림방지/그리기'를 배우고 기능을 조절해 조금 수월해졌다.

이 프로그램의 좋은점은 그림판이 하나의 파일이 아니라 각각의 레이어로 색칠이나 움직임이 다양하게 사용된다는 점이였다. 나는 책을 정독 한 후에 사용해보기를 선택했는데 아이는 평소에 사용해보던 그림그리기 어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그리기에 몰두한다. 의외로 어렵지않게 이것저것 도구를 사용하는걸 보니 어플을 참 잘 만들었구나 싶었다.

사용 방법을 익힌 후에는 직접 콘티를 정해 스케치를 해보고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도 해본다.

판매를 위한 조건은 한가지 컨셉으로 모두 24개의 이모티콘을 완성해야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뚝딱 아이디어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엔 책에 그려진 병아리나 강아지 그림을 따라그려보며 연습해 보았다. 그러다 나중에는 나는 내가 좋아하는 까마귀로, 아이는 공룡을 주인공으로 택해서 표정도 여러가지로 구성해보고 그려봤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네이버OGQ 마켓이나 카카오 이모티콘스튜디오 등 판매를 위한 절차도 설명해주고있어 정말 아이와 수익이 나는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여기서 팁이라면 작가가 네이버OGQ를 택한 이유는 비교적 진입 난이도가 낮다는 점을 귀뜸해준다. 참고로 가장 높은 장벽은 카카오톡이라고 한다.

처음엔 무심했던 아이도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한다는 책의 후기를 보더니 욕심을 낸다.

사실 자신의 그림 솜씨에 워낙 자신 없어하는 아이라 이모티콘 그리기도 시큰둥 할 줄 알았는데 캐릭터만 잘 잡는다면 뛰어난 그림 솜씨가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은듯 하다.

눈뜨면 스마트폰 잡고 게임하기 바빴던 아이가 요즘은 이비스 페인트로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보겠노라고 열심히 끄적이고 있다.

책은 프로그램의 도구 기능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따라하다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가 매번 사용만 하던 이모티콘을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만들어보는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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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뜰TV 잠뜰과 친구들의 방탈출 : 테마파크편 잠뜰TV 두뇌 개발 시리즈 3
노지영 지음, 루체 그림, 잠뜰TV 원작 / 서울문화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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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방탈출 카페가 유행일때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던 아이는 언제부턴가 스마트폰 어플 속 방탈출로 아쉬움을 달래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발견하고 재밌겠다 싶어서 권하면서 방탈출 체험을 해볼수 있을거다 했더니 책을 받고 너무 좋아한다.

한참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좋아할땐 게임 유투브 잠뜰의 구독자였기에 잠뜰과 친구들이 등장하는 스토리도 친숙해서 더 열심히 읽었다.

책 속 줄거리는 잠뜰과 수현, 각별, 덕개가 얼마 전 새롭게 문을 연 테마파크 리조트에 초대되어 오픈행사에 참여하던 중이였는데 방탈출을 콘셉으로 한 특별한 리조트를 경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모든 공간을 탈출해야 집으로 갈 수 있는 처지에 놓인 일행들!
밝고 리더십이있는 잠뜰, 책임감이 있는 각별, 긍정적이고 장난을 좋아하는 공룡 등 각각의 개성있는 캐릭터들은 게임 유투브에도 늘 함께하기에 즐거움을 더하고 예쁜 일러스트도 함께라 어린 동생이 함께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어 좋았다.

책에 등장하는 방탈출 게임은 모두 열여섯개였는데 스토리 진행 사이사이에 그림과 함께 등장한다.
첫번째 문제는 편의점 냉장고 속 캔들을 보며 번호찾기였고 다섯번째 문제는 케이블카의 글자를 보고 답을 맞추는 게임도 있었는데 정답을 확인해보니 솔직히 약간 억지스러움이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원소주기율표를 보고 비밀번호 맞추기, 시계를 이용해 식을 증명하기, 명화를 이용한 퀴즈, 분식세트메뉴값 구하기 등 아이의 흥미를 돋구는 문제도 많았다. 정답을 딱딱 맞추진 못해도 나름대로 이리저리 답을 연구해보는 모습이 기특했다.

책에는 문제 풀이만 있는것이 아니라 스토리도 존재한다는게 재미있다. 사실 이 방탈출게임에 친구들을 초대한건 일행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책을 먼저 읽는 내가 미리 알고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아이에게 말해뒀는데 책을 읽으며 그걸 추리해보는 재미도 느끼고 좋았다고 한다.

익숙한 캐릭터라 재밌고 센스를 발휘해 퀴즈도 풀어보는 즐거운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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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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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데바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나는 괴담을 좋아해서 종종 인터넷글이나 영상을 찾아보는데 요즘은 성우같은 목소리와 실감나는 효과음을 들을 수 있는 채널을 찾아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카데바는 그런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였다.

책을 받자마자 책표지가 어쩐지 낯설지 않다 느꼈는데 알고보니 전작 '기요틴'이 검정색 표지에 작가님의 얼굴이 담긴 띠지로 동일했던 것이였다. 카데바는 그때처럼 이번에도 작가님의 열 가지 기묘한 이야기가 단편으로 들어있었다.


<버릇> 편에서는 구석에 무엇인가 숨기기 좋아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버릇은 나이가 먹어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한데 어머니의 오랜 부재가 뜻밖의 일로 확인되면서 자신의 이 고칠수 없는 버릇이 유전이였음을 깨달으며 이야기가 끝난다.

나도 어릴적에는 왜 그랬는지 책들사이, 서랍구석구석에 감추고 싶은 무언가를 자꾸 숨기곤했었다. 아무도 없을때 치워야지, 한꺼번에 치울꺼야 하며 찜찜하게 모아두었던 것을 어느 날 해결하고 나면 그렇게 속 시원 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스치듯 떠올랐다. 이야기 속 소녀는 햄스터를 죽였다는 자책감도, 내 몸의 변화도 지금 당장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거였겠지.

문제가 닥치면 확인하고 풀려하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 뭔지 알것 같아서 너무 공감했고 조금 소름이였다.


<죄악>에서는 이별을 통보한 상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괴로워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솔직히 여자가 죽어서 남자를 찾아온다는 이야기 진행 자체는 별로 감흥이 없었지만 바로 몇일 전, TV에서 연인의 의문의 사고사 편을 본 직후라 '충분히 그런 이야기, 그런 공포 있을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악몽 그리고 악몽>은 읽으면서 이토준지 만화 중 긴 긴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주인공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카데바'는 읽으면서 자꾸 내가 기억하던 어떤 공포의 무언가를 연관지어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단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렸다.


어떤 추리소설은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이 재미있다거나 읽는 내내 소름이 돋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작가님의 책은 읽는 동간에는 별 느낌이 없다가 문득 한번씩 떠올리면 스산한 느낌을 들게 만드는 매력이 들어있었다.

어? 그때 그런 내용이 책에 나왔었는데..그래서 마지막에 어떻게 되었더라? 하고 되짚다보면 기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카데바>였다. 의과대 해부학실습에서 처음 본 여자 시체에 마음을 뺏겨버린 대학생은 그녀를 위해 살인과 충격적인 결말을 남긴다. 그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들으면 사랑이고 연민이고 운명이지만 한 발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저 미친 변태사이코가 따로없다. 현실의 세계에서도 시체와 함께 생활하던 사람 뉴스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는 걸 보면 아예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 더 무섭다.


어떤 굉장한 반전과 살떨리는 공포가 아닌 현실과 맞닿은 조용한 공포소설을 원한다면 기요틴, 카데바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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