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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데바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나는 괴담을 좋아해서 종종 인터넷글이나 영상을 찾아보는데 요즘은 성우같은 목소리와 실감나는 효과음을 들을 수 있는 채널을 찾아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카데바는 그런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였다.
책을 받자마자 책표지가 어쩐지 낯설지 않다 느꼈는데 알고보니 전작 '기요틴'이 검정색 표지에 작가님의 얼굴이 담긴 띠지로 동일했던 것이였다. 카데바는 그때처럼 이번에도 작가님의 열 가지 기묘한 이야기가 단편으로 들어있었다.
<버릇> 편에서는 구석에 무엇인가 숨기기 좋아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버릇은 나이가 먹어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한데 어머니의 오랜 부재가 뜻밖의 일로 확인되면서 자신의 이 고칠수 없는 버릇이 유전이였음을 깨달으며 이야기가 끝난다.
나도 어릴적에는 왜 그랬는지 책들사이, 서랍구석구석에 감추고 싶은 무언가를 자꾸 숨기곤했었다. 아무도 없을때 치워야지, 한꺼번에 치울꺼야 하며 찜찜하게 모아두었던 것을 어느 날 해결하고 나면 그렇게 속 시원 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스치듯 떠올랐다. 이야기 속 소녀는 햄스터를 죽였다는 자책감도, 내 몸의 변화도 지금 당장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거였겠지.
문제가 닥치면 확인하고 풀려하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 뭔지 알것 같아서 너무 공감했고 조금 소름이였다.
<죄악>에서는 이별을 통보한 상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괴로워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솔직히 여자가 죽어서 남자를 찾아온다는 이야기 진행 자체는 별로 감흥이 없었지만 바로 몇일 전, TV에서 연인의 의문의 사고사 편을 본 직후라 '충분히 그런 이야기, 그런 공포 있을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악몽 그리고 악몽>은 읽으면서 이토준지 만화 중 긴 긴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주인공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카데바'는 읽으면서 자꾸 내가 기억하던 어떤 공포의 무언가를 연관지어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단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렸다.
어떤 추리소설은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이 재미있다거나 읽는 내내 소름이 돋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작가님의 책은 읽는 동간에는 별 느낌이 없다가 문득 한번씩 떠올리면 스산한 느낌을 들게 만드는 매력이 들어있었다.
어? 그때 그런 내용이 책에 나왔었는데..그래서 마지막에 어떻게 되었더라? 하고 되짚다보면 기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카데바>였다. 의과대 해부학실습에서 처음 본 여자 시체에 마음을 뺏겨버린 대학생은 그녀를 위해 살인과 충격적인 결말을 남긴다. 그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들으면 사랑이고 연민이고 운명이지만 한 발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저 미친 변태사이코가 따로없다. 현실의 세계에서도 시체와 함께 생활하던 사람 뉴스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는 걸 보면 아예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 더 무섭다.
어떤 굉장한 반전과 살떨리는 공포가 아닌 현실과 맞닿은 조용한 공포소설을 원한다면 기요틴, 카데바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