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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the novel
스즈키 아야코 지음, 민경욱 옮김, 신카이 마코토 원작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신카이 마코토의 많은 작품 중에 내가 만난건 참 우연하게 '너의 이름은' '날씨의아이' '스즈메의 문단속'로 일명 재난3부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다. 말그대로 모두 재난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단순히 불운을 겪고 극복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 안에서 소중한것을 찾는 사람, 그리운 사람, 지키고 싶은 것들의 이야기가 담겨 좀 황당한 스토리여도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충분했던 기억이 있다.
헌데 이번에 신카이 마코토 원작의 실사 영화 개봉 소식이 있어서 찾아보니, 초속 5센티미터는 나온지 꽤 오래전 작품였는데 영상보다 책으로 먼저 보고 싶어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초속 5센티미터는 이미 성인이 된 타카키가 어린시절 시간을 보내며 함께 했던 특별한 친구인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타카키는 직장도 있고 만나는 연인도 있었다. 하지만 가슴속에 무언가 해결되지 못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버린 어떤것이 자신의 마음을 정착시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도 같은 냄새를 풍기며 마치 연달아 일어난 일처럼 밀려든다. 기호로만 보이던 방금 전 경치보다 훨씬 선명하게 기억의 물결이 윤곽을 띠며 몸을 관통했다. p.22
남자들의 첫사랑이라는게 바로 이런 느낌일까.
첫사랑은 그 사람이 그리운게 아니라 그 당시의 내가 그리운거라는 말이 있다. 그때의 공기와 그때의 감정과 그때의 분위기 그것을 추억으로 넣고 가끔씩 꺼내보며 그리움으로 남기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타카키처럼 여전히 그곳에서 헤메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책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날 확률은 0.0003퍼센트라는 대화를 나누는 초등학생이 등장하던데, 그 0.0003퍼센트 중에 살면서 나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해주고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또 얼마나 적을까. 동상이몽이라고 아무리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도 서로를 다 알지 못하는데 눈빛만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사이라니 그가 잊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래서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말은 어른이 될수록 이루어지기보다 멀어지는 울림을 더 많이 띠게 될 것이다. p.165
책에서 초속 5센티미터는 벚꽃잎이 지면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의미한다고 나온다. 나뭇가지에 달려있던 잎이 바닥으로 떨어지는건 함께였던 두 사람의 자리가 점점 멀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벚꽃잎이 떨어지는 상상을 해보면 빠르게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나붓기며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멀어지고 있는 중에는 우리 사이가 어느 정도 멀어졌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가 마침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을 때 비로소 돌이킬수 없다는걸 알게되는게 아닐까.
그렇게 그립고 고이 간직해둔 상대지만, 마지막에는 둘의 만남보다는 멀어짐 선택한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어쩌면 내가 사랑한 그 시절의 그 사람을 그자리에 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야."p.233
한 때 내가 좋아했던 X도 잘 지내고 있을것이다. 내 기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