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믿고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연이라는 책이 수학의 언어로 씌어 있다고 비유한 갈릴레오 (GalileiGalileo, 1564~1642) 의 다음 문장은 매우 유명하다.(이 비유는 새로운 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다.)

철학은 우리 눈앞에 영원히 펼쳐져 있는 우주라는 이 거대한 책 안에 씌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안의 언어와 문자들을 먼저 알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그 언어란 수학의 언어이며, 문자들이란 삼각형이나 원, 그밖의 기하학적 형상들이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 책에 나오는 말을 단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지식 없이 우주라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두운 미로를 헛되이 방황하는 것과도 같다.
(시금사(金師, Il saggiatore)』) - P129

"세계는 영원한 이성이 자신의 개념을 써 놓은 하나의 책이다." - P130

현실의 모든 것을 재현해 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초 색상이나 알파벳 문자와 같이 최소한의 요소로 구성된 조합 체계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 P133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철학의 적합한 연구 대상인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에 몰두하는 것이 우리를 고양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서 읽은 모든 것들은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창조한 것이기에 아름답고 균형 잡힌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알고자 노력하고 탐구한다면 보다 더 완벽하며 가치 있는 존재가 될것입니다. - P134

갈릴레오가 기하학자라는 점에서 그가 기하학적 형태의 명분을 옹호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자연의 관찰자라는 관점에서 추상적인 완벽성의 개념을  거부하고, "울퉁불퉁하고 거칠며 비규칙적인 달의 이미지를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적인 천문학이 내세우는 완전무결한 천상의 이미지와 대비시킨다.

왜 구(혹은 각뿔)를 말이나 메뚜기의 형상과 같은  자연스러운 형태들보다 더 완벽한 형상이라고 보아야 한단 말인가? - P136

딱딱한 입체를 다른 형상으로 재현하는 것은 똑같이 힘든 일이 아닌가, 더 정확히 말해 대리석 한덩어리를 완벽한 구나 완벽한 각뿔의 형상으로 만드는 것이나, 완벽한 말혹은 완벽한 메뚜기 모양으로 만드는 것은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 P136

불역성과 불변성과 같은 것들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오래 살고자 하는 과도한 욕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런 말을 하게 되는것이다. 그들은, 만약 인간이 불멸한다면 지구에 존재하지도 못했으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응당 메두사의 머리와 마주쳐야 한다 메두사가 그들을 벼옥이나 다이아몬드와 같은 상태로 변화시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완벽해질 테니 말이다. - P137

갈릴레오가 메두사와 같은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상기시키면서까지 반대한 것은 바로 자연의 불변성이라는 전통적인 견해였다. - P138

자연이라는 책의 기하학적 혹은 수학적인 알파벳은 불변하는 천계와 지구의 구성 요소 사이의 대립을 파기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었다. 그러한 알파벳은 최소의 요소들로 나뉘어서, 운동과 변화의 모든양상을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38

아담과 이브가 원죄를 지은 이후 신은 그들을 유혹했던 뱀을 인간의 몸속으로 추방했고, 이후 그 뱀은 인간의 몸속에 창자의 형태로 영원히 갇히게 된다.

몸을 둘둘 만 채 인간을 지배하는 탐욕스러운 뱀은 인간을 지칠 줄 모르는 욕망에 묶어 두며,  보이지 않는 독니로 인간을 괴롭힌다. - P143

‘다른 세상 또는 달의 국가들과 제국들‘ 에서 중요한 것은 개념들의 일관성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 들어오는 모든 지적인 자극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재미와 자유로움이다. 이것이 바로 ‘철학소설(conte philosophique)‘의 시작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증명해야 할 한 가지 논제에 대해 쓴 이야기라는 뜻이 아니라, 일정한 개념들이 선택되고 해체되며, 그것들을 진지하게 다룰 때조차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러한 개념에 친숙한 사람을 위한, 재미 삼아 서로를 놀리는 분위기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 P145

루소에서부터 헤밍웨이에 이르기까지, 인간적인 가치의 진정한 척도란 우리 자신을 시험해 보는 일에 있으며, 거창하든 사소하든 ‘무언가를 행함‘에 있어서의 성패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작가들에게 디포는 첫 번째 스승일 것이다. - P152

‘로빈슨크루소‘는 분명 한 줄 한 줄 다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고, 다시 읽을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 P152

온통 혼란에 빠진 하나의 세계. 이 세계에서는 현명하고 행복한 유일한 나라, 즉 엘도라도에서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다.

 엘도라도에서는 부와 행복이 직결되지 않는다. 잉카 족은 유럽 사람들이 진흙처럼 널린 금가루와  자신들은 돌멩이쯤으로 여기는 다이아몬드를 귀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소중한 금붙이가 매장되어있는 바로 그곳에서 캉디드는 현명하고 행복한 사회를 발견한다. 

모든 가능한 세계 가운데 최상의 세계가 현실이 된다는 팡글로스의 말은 결국 엘도라도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엘도라도가 안데스 산맥의 닿을 수 없는 곳에 자리한다는 점, 찢겨 나간 게 틀림없는 지도 한 조각, 비(非)장소,
즉 유토피아에 숨어 있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 P158

인간의 삶이란 짧고, 결국 끝이 있는 것이니 말이다. 언제나 남들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더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는 운이 좋아 불평할 것도 없고 삶이 주는  모든 좋은 것만을 가질 수 있게된다 해도 결국 베네치아의 상원의원인 시뇨르 포코퀴란테처럼 모든 일에 코웃음을 치며 부족한 일에서 결점만을 꼬집는 인물이 될 것이다. - P160

스스로 직접 실천하면서 적용하여 풀 수 없는 문제라면 그러한 문제 자체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P160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초월적인 선이나 악에 따라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일구어 낸 결과의 크고 작음에 따라 판단된다. - P161

디드로의 시학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의 독창성이라기보다는 그 작품이 다른 책에 대해 차례대로 답하고 논쟁하며 그 책들을 완성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작가가 쏟은 모든 노력이 의미를 지니게 되는 과정은 그것이 놓여 있는 전체적인 문화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 P165

그(디드로)에게 여성은 남성과 같은 도덕적, 지성적 지위에 있으며 감성적이며 감각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똑같이 부여받은 존재다. - P167

자크가 표현하고자 하는 ‘운명론‘은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란 이미 "저하늘 위에 씌어 있다.") 체념이나 수동적인 자세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오하려 운명론은 자크가 항상 자진하여 일에 나서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이끈다. - P167

스피노자는 기하학적 방법으로 증명된 유일하고도 필연적인 세계에 내재된 객관적인 합리성을 주장했다. - P167

라이프니츠에게 이 세계가 단지 수많은 가능 세계의 하나일 뿐이었다면 디드로에게 이 세계는 선하건 악하건 간에 (아니면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하건 간에 가능한 단 하나의 세계였다. 또한 인간의 행위란 선하건 악하건 아니면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것이건) 그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에 대응할 수 있기만 하다면 정당한 것이다(이 세계는 교활하고 속임수를 쓰며 재치로 무장한 일련의 허구를 포함한다.) - P167

디드로는 진실이란 하나의 형식이나 교훈적인 우화로 축소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써 낸 창조적인 문학이 추상적인 용어로 명확히 설명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무수히 벌어지는 세부적인 일들에 대응하기를 원했다. - P169

세계는 무자비한 힘으로 돌아가는 기계 장치와 같다. "판단의 진정한 가치는 부(富)에 있다. 판단을 변화시키고  매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이기 때문이다." - P171

오르테스는 홉스와 같은 비관주의자였으며,  맨더빌처럼 역설을 사랑했고, 자신의 주장에 대해 더없이 단호했으며, 건조하고 신랄한 문체를 즐겨 썼다. 그의 저작을 읽어보면 그가 애매한 구석이 전혀 없는 이성 그 자체를 수호하는 투사였음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게 된다. - P173

와인과 맥주만 마시던 유럽인들에게 동양에서 들어온 ‘커피‘는 ‘각성‘을 뜻하는 것으로 ‘계몽‘과 동의어로 쓰였다. - P172

정확하고도 투명한 것은 오히려 먼지로 뒤덮인 혼란 속에서태어나고, 형태를 갖춘 뒤에는 다시 먼지로 돌아가기 마련이라는. - P173

"만일 내가 이 모든 것을 꾸며낸 것이라면?"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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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로스쿨러 2023-06-04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뱀이 창자가 된다구요? 너무너무 징그러운 발상이네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6-04 18:30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면서 좀 징그럽게 느껴지긴 했어요ㅠ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인간의 탐욕같은걸 설명하면서 나왔던 글이었던거 같아요
 

"가장 달콤한 잠이란 분명 어떤 꿈도 꾸지 않는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 할 수 있는 깊은 잠이다.  반면 가장 끔찍한 잠은 병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면서 자주 깨고, 매우 얕고 불안정하게 자는 잠이다." - P122

카르다노는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을 더 이상 대우주와 소우주의 조화로운 통일체로 보지 않았다.  그는 그 시대의 과학을 오히려 무한히 다양한 사물들 속에서, 개인과 현상의 환원할 수 없는 특이성 안에서 굴절되는 ‘우연과 필연‘의 끊임없는 상호 작용으로 생각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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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케냐 야라 AA TOP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은은한 유자향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새로운 향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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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오비디우스는 세계를 근본적인 구성 요소들로 이뤄진 체계로 묘사하기 때문에,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환상적인 현상이라 생각되는 변신의 과정도 매우 단순한 일련의 과정들로 환원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 P57

변신의 사건은 환상적인 동화라기보다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사실들이다. (자라고, 줄어들고, 딱딱해지고, 부드러워지고 휘어지고, 곧게 펴지고, 합체되고, 분리되고 등등.) - P57

한 이야기의 결말이 한 장의 결말과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비디우스는 한 이야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몇 줄 안에서 새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는 연재물 작가가 독자들이 다음 회의 글을 궁금해하도록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써왔던 기법이다. 그러나 이는 또한 작품의 연속성을 가리키는 표지이기도 하다. - P59

플리니우스의 과학적인 방법은 자연 안에서 질서를 발견하고자하는 갈망과 기이하고 독특한 것을 기록하는 것 사이를 떠돈다. 그러나 결국 승리를 거두는 것은 후자 쪽이다. - P65

"우리가 놀라운 사실에 대해 하나의 설명을 제시할수 있게 되었다 해서 그 사실의 경이로움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P66

플리니우스는 다음과 같은 경구를 만들기도 했다.  "삶의 무게를 재려면 스스로 인간의 연약함을 떠올려야만 한다." - P70

그러나 플리니우스도 기록을 인용하거나 측정하거나 비교하는 시도를 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행복에 대한 부분이다. 누가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은지를 가늠하기란 불가능하다. 행복이란 주관적이고 확정할 수 없는 기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P71

플리니우스는 죽음 뒤에는, 탄생 이전의 비(非)존재와같은 것이자 대칭적인 것으로서의 다른 비존재가 이어질 뿐이라는 관점을 공유했다.
이것이 바로 플리니우스가 이 세계의 사물들에, 그러니까 동물, 식물, 광물뿐만 아니라 천체와 지구의 영역들에 집중한 이유이다. 죽음을 이겨낼 수 없는 영혼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오직 현재에만 살아 있음을 즐길 수 있다. - P72

자연은 인간에게 외재적인 어떤 것이지만, 또한 인간 정신의 가장 심층적인 것과 동일한 것이기도 하다. - P77

하나의 작품을 우리에게 낯선 문화의 맥락 안에 놓고 이해하는 일 역시 언제나 인내심을 요하는 과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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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문제는 그대로 남겨둔 채 그 문제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만을 풀어 버리려고 한다면 원인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 아닌가.

기억하라. 제초제를 뿌리는 이유는 뿌리를 죽이기 위함이다. 뿌리를 살려 두는 한 잡초는 다시 살아난다.  스트레스를 없애는 가장 정확한 방법 역시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것이다.

즉, 외부적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외부상황을 어떻게 해야 헤쳐 나가는지를 모르고 있는 당신의 두뇌 속 무지 때문에 생긴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무지함의 뿌리는 바로 게으름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답시고 빈 맥주병을 쌓아 가지 말고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라. 절대 회피하지 말라. 책을 읽고 방법론을 찾아내라. 그게 바로 스트레스를 없애는 제초제이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Life is a process of solving problems(인생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Re-wire your brain인데, 직역하면 ‘너의 두뇌를 재구성하여라‘ 가 될 것이고, re-wire가 전선을 새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역을 한다면  ‘생각의 틀을 다시 구성하여라‘라는 말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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