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이 다크서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스토리 전개를 얼핏 보아하니 이것저것 상식으로 배울게 많을 듯 하다.


그 순간 머리에 뜨끈한 무언가가 스며들어왔다. 눈이 절로 크게 뜨이고 입이 쩍 벌어졌는데, 그 안쪽에서부터 바람이 부는 듯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조금만 참아!"
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뭉개버릴 기세로 더 힘껏 짓눌렀다.
더 이상 통증은 없었다.
대신 두 눈앞에 엄청난 속도로 온갖 약재와 음식들이 번쩍거리며 지나갔고, 입에는 모터가 달린 듯 민간요법과 진단법이 거의 한 음처럼 빠르게 흘러 나왔다.

눈이 1,000개의 모니터가 되고 입은 1,000개의 스피커가 된 듯했다.
머리에 전해지는 뜨끈한 느낌이 서서히 걷혔고, 할아버지의 양손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 됐다."
할아버지가 말을 마치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돼지한테 진주를 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 넌 돼지가 아니지?"
"아닙니다."
"그래. 너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건강하고 웃을 수 있게 만들어 봐라."
"네!"
"그래, 또 보자."

머릿속으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민간요법과 진단법이 떠돌았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나 종류는 다를 수 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처방과 치료법 또한 다르게 마련. 이러한 부분까지 구분하여 진단이 가득했다.

옛날부터 달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비염.
수시로 코가 막히고 자연히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재채기도 잦고 콧물을 닦기 위해 휴지는 상시 구비해야 한다. 코골이도 어찌나 심한지 자다가 내가 코고는 소리에 깬 적도 있을 정도.

이 비염이 비강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눈꺼풀 아래 혈류에 정체가 일어나며 색소침착까지 일으킨 것이다.
즉, 비염이 호전되면 다크서클까지 완화된다. 만성피로도 좋아질 게 분명하다.

"녹차를 어디에 뒀더라......."
녹차의 항산화 성분이 비염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예민해져 있는 기도 또한 이완시켜주고, 이외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건 워낙 유명한 사실.
찻잎을 우리는 게 가장 좋고, 그 다음은 가루, 그 다음이 티백이다. 내게 있는 건 티백뿐이지만,
이거라도 마시고 안 마시고는 천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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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탁 생산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들쭉날쭉한 품질‘

"회사는 결국 사람입니다.
보명의 기술자들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을 테지요."
아무리 복잡한 가전제품이라도 그걸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품을 카피한 죄를 지워낸다면 보명은 우리에게 부족한다양한 가치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 회사라는 진실만이 남는다.

이곳 접견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난 생각했다. 이 자리는사죄와 용서의 자리가 아니다.
또한 배상 조건을 협상하는 자리도 아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고 무릎을 꿇는 대신 협업의 악수를 나눠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다짜고짜 무릎부터 꿇은 한덕수에게 짜증이 날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알지 못하는 한덕수는 두 눈만 껌뻑일뿐이었지만.
"...하지만 유니콘이 대체 왜...... 우리 같은 회사를."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이번 제안을 하게 된 단 하나의 전제를 입에 올렸다.
"필요하니까요.‘
"......."
"유니콘은 보명 전자가 필요해요. 그리고 보명 전자는 유니콘이 필요할 겁니다. 아닙니까?"

권력의 집중은 부작용을 낳는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일방향 지향성을 위한 기체역학, 교차 파동을 통한 풍절음 중화 등.
기술 자료들은 볼 것도 없고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밀려오는 것들이었다.

‘이성적인 끌림보다 동료애가 컸던 거지. 동료애. 같이 일하면서 부딪치고 싸우면서....... 그건 그렇게 쌓인 감정이었던 거라고.

설계도면 유출 사태를 통해 김현정은 조유미를 다시 보았다.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배신당했을 때 흘리던 눈물. 그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던 게 김현정이었기에 조유미는 동기지만 선배나 언니에 가깝다고 느끼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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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꼭 때려치우리라 결심을 하지만 쉽지 않다. 그만두고 나면 당장 막막해질 테니까.

한 번 마음을 여니 위화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머릿속으로 피어오른 의문들을 날것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돌려서 물어볼 것들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못한 채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어쩌면 그게 지옥 아닐까.

"그렇지? 억만금이 있어도, 말 한마디로 천 명을 부릴 수 있어도, 건강하지 않으면 다 부질없는 법이지. 아무 의미가 없어."
"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 거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세상에 모든 질병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지?"
"병이 주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아픈 사람도,
그 주변 사람도 너무 괴로우니까요."

"그렇게 편리한 거 말고 노력을 좀 해보는 게 어떻겠냐?"
"어떻게요?"
"네가 직접 세상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거지. 나도 그건 도와줄 수 있겠는데."
"제가요? 저는 의사도 아니고 뭣도 아니에요."
"내가 도와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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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4 page에 걸쳐 저자가 우리 사회에 세 가지 세대가 있다고 논하는 부분이 있는데 공감이 많이 되었다.

문화란 흐르는 물이고, 향수와 같은 것, 알게 모르게 젖어 있어 자신은 모르지만 타인은 그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는 하나의 뿌리에서 성장한 서로 다른 가지에 불과하다. 이것을 제대로 알고 인정할 때 올바른 우리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것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서로의 동질성을 공감할 때 우리는 제대로 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P75

우리가 즐겨 먹는 전통 음식 청국장이 사실은 청나라의 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로 동북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이 청국장은 때로는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때로는 명주실처럼 가는 흰줄이 쩍쩍 늘어붙는 청국장을 맹물에 풀어먹기도 한다.
일본인들 역시 이 청국장에 와사비와 양념을 섞어 날것으로 먹는데, 작은 것을 좋아하는 그들인지라 콩알조차 자그마한 것들로 청국장을 만들어 먹는다. "일본사람들도 우리 전통 음식을 좋아한다."고 으쓱해 하다가는 머쓱해지기 십상이다. - P76

나는 한국사회의 발전, 아니 한국이라는 문화의 테두리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권과 삶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인간적 권리가 질식되고 있는 이유를 유교에서 찾아냈다. - P85

나는 우리 사회 곳곳에 검은 곰팡이처럼 자라고 있는 유교의 해악을 올바로 찾아내고 솎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때문에 나는 이 글에서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잘못된 단초들, 말하자면 우리의 본래적인 삶이 영위해야할 아름다움을 끝내는 망가뜨려 버리고야 마는 우리 문화 속의 독소와 같은 요소들을 가능한 한 많이 꺼내 펼쳐보이고자 한다. - P85

문화란 카멜레온보다도 민감하게 주변에 반응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의 집합체다.
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인간 군상들이 새로운 외부 환경에 적합하도록 유연하고 탄력 있게 변해갈 때 그 문화는 더 건강해지고 매력적인 것이 되어 주변으로 쉽게 확산된다. - P91

우리 사회에는 세 가지 세대가 있다.
하나는 유교 문화의 마지막 진수를 맛본 사람들이다. 이제 천수를 다해가고 있는 그들이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여전히유교의 마지막 그림자를 붙들고 놓지 않는다. 권위와 복종을 인간사회의 마지막 이데올로기로 착각하고 있는 유교 근본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명령에 익숙하며 토론에 약하다. 입은 언제나 굳게 닫혀 있고, 눈꼬리는 여간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나 심각하다. 이들에겐 공자가 절대 수호신이다. 이들은 붓으로 글씨를 배웠다. - P92

다른 하나는 유교 사회의 폐해를 심각하게 입은 세대들이다.
6·25를 전후해서 태어난 이들 세대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유교 교육만이 교육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는 세대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동시에 6·25 이후, 태평양을 건너온 초콜릿, 옥수수빵, 우유 가루 등의 구호품을 먹으며 자라야 했다. 해서 이들 세대의 옆구리에는 언제나 두 권의 책이 들려 있었다. 한문책과 영어책이었다.
이들은 영어책을 한문책처럼 읽었고, 그 깊은 뜻을 헤아리기에만 몰두했다. 영어가 ‘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 결과 단어들의 깊은(?) 뜻은 알지만 말은 못하는 쪼다들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글에는 강하지만 기계에는 젬병이다. 그 결과 컴퓨터와 영어가 인간 가치의 척도가 된 오늘날 길바닥에 내팽개쳐지고 말았다. 이젠 재교육의 기회도 시간도 없다. 그러나 남은 인생은 길다. 이들은 공자와 유교가 자신을 얼마나 망쳐놓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것은 너무도 은밀한 음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필을 깎아 글씨를 썼다. - P93

마지막은 잘 나가는 요즘 세대들이다. 나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지만 해마다 늘 19세의 신입생들을 맞는다. 그들을 통해 나는 세대를 이해하고 나를 점검한다. 이들에게는 한문책도 영어책도 없다. 그들의 옆구리에는 만화책이 있다.
그들은 강의 시간에도 모자를 쓴다. 책가방에서는 시도 때도없이 핸드폰이 운다. 그들은 칠판 글씨를 싫어하며 설명을 싫어한다. 15초 꼴로 한 번씩 웃겨주지 않으면 다음 학기에는 폐강을 각오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성별이 없다. 이놈 저녁 끌어안고 밀치며 장난에 빠져든다. 이들은 컴퓨터에 익숙하다. 그들은 빠른 컴퓨터 커서에 익숙하다. 책을 읽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컴퓨터로쳐낼 수 있다. 이들은 글씨를 거의 쓰지 않는다. 때로 샤프로 글씨를 쓰긴 하지만 주로 핸드폰에 메시지를 남긴다.
이 세대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생각과 삶의 형태로포맷된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세대들이다. 이들은 어느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으며 어떤 폭풍우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사소한 자유의 한 조각일지라도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릴 만큼 자유론자들이다. 이들은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 남녀 교제에 있어서도 기존의 굴레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학 간판에도 크게 마음 두지 않는다. 두세 개의 외국어에 능통하며 장롱 대신 멋진 배낭을 사놓을 세대들이다. 개인적 삶의 자유를 만끽하겠다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바로 네오리버럴리즘의 시대로 돌진해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공자를 모른다. 그들에겐 이미 공자는 죽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도 낯설다. 이것은 큰일이다. - P94

이들 세 세대가 한 공간에 모여 있다. 누구에게 기준을 맞추어야 할까? 우리들의 삶의 공간이 좀더 따뜻해지기 위해서 우리는어떤 문화적 타협과 가치의 빅딜을 해야 할까? 해답은 공자의 몇마디로 재구성된 허구의 세계인 유교, 그리고 그 픽션의 허구를 따라가며 허공에 지어놓은 유교 문화에 대한 반성적 해체에서 얻어질 수 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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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까지 거의 확실해보였던 기술유출의 범인이 로봇청소기 센서의 추적 결과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자료로 청소구역을 매핑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수집된 자료는 기본적으로 저장이 됩니다."

"....…그놈 기획팀에 남고 싶었나 보더군요. 자기 대신 남은 조유미에게 앙심을 품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범행이 드러난 이상 죄인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

응당한 처벌은 녀석에게 줄수 있는 모든 처벌을 뜻한다.
이제 채동석은 법적 처벌은 물론 회사 기밀을 누설한 죄에대한 징벌까지 받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만난 사이가 아니니 명함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잠시 후면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예의도 사라질 테니까.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배려따윈 필요 없다. 당돌한 손가락질에 더해 단숨에 접선책으로 지목된 남자.

꿈틀거리는 그의 얼굴에선 당황, 분노, 의혹, 모멸감 따위의 단어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적 앞에서 저런 표정을 들키다니. 저건 숫제 그냥 고백이다.
‘네 제가 범인 맞아요‘, 뭐 그런 고백 말이다.

조유미는 자신을 아프게 한 원흉을 같이 찾아가자는 내 제안을 고민 끝에 수락했다. 그리고 아주 버르장머리 없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번 일로 받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잘 떨쳐냈다.

"그 문 열고 나가시면 후회합니다. 다시 앉으세요."
그가 휘익 뒤돌아보았다.
"뭐요?"
"앉으세요. 그리고 이번 일 제대로 사과하세요."
이 얼굴 한계까지 일그러진다.
"마지막 제안입니다. 제대로 사과를 하신다면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그리고 승무패는 최소 몇 달은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를 굳이찾은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당신들이 먼저 유니콘의 여준선을 건드렸다.‘
그걸 각인시키기 위한 것.

자신이 무엇 때문에 누구에게 당했는지는 알게 해줘야 했다. 그래야 이번 전쟁이 이야기가 되고 이쪽 업계에 두루 퍼질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서는 내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쯧쯧....... 그러니까 죄짓고 살면 안 되는 건데."

스타일리스트 속 작업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옷을 털고 스팀을 뿌리고 다리미로 말리며 주름을 펴고.

신제품은 어렵다. 특히나 가전제품은 가격이 비싸기에 호기심만으로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기 더욱 어렵다.

"이것도 카피, 저것도 카피.... 회사가 아니라 그냥 복사기였구만."
"........아버지 그게."
"시끄럽다 이놈아!"
노인의 입에서 노성이 터졌다.

자식을 내칠 마음을 먹었지만 그런다고 이 사태가 잠잠해지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힘들게 산산 조각났던 신뢰의 한조각을 힘겹게 되새겼다.

"시기가 참 적절했어. 날 추워지니까 스타일리스트 매출이 그냥 수직 상승이네."
"네. 겨울은 외투의 계절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춥고 건조해지면 섬유에 냄새가 더 잘 스며들게 마련이니까요."

한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경험이 낫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은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항상 부족한 인력은 뒤늦게 충원되었기에 갑자기 늘어난 일은 기존의 직원들에게 더해졌다.

모두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수 없이 노력해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서큘레이터의 작동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강력한 일방향 지향성을 가진 선풍기.
높은 지향성은 공기 흐름을 만들어준다. 서큘레이터가 있으면 에어컨의 효율은 크게 올라간다.

강력한 지향성으로 바람을 10미터 이상 보낼 수 있는 서큘레이터는 구석진 곳까지 냉기를 보내줄 수 있다.

"서클은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좋겠구요. 특히 소음에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강력한 효율에도 서큘레이터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았던 것은 선풍기보다 훨씬 큰 소음때문.
"풍절음이 구동부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방음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고장 난 기계에는 빨간색 경고등이 들어온다. 경하나도 그런 걸까?
삐걱거리는 그녀의 양 볼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그 모습에 작게 웃었다.

"왜 보자고 한 겁니까?"

"제가, 아니,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그가 다짜고짜 무릎을 꿇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어이없는 상황에 튀어나온 목소리는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사과하라고 했을 때 그랬어야 했습니
다. 늦은 거 알지만 부디 마음만은 알아주십시오."
무릎을 꿇은 그가 땅바닥에 닿을 듯 고개를 조아렸다.

사람 간의 일에 감정이 없을 순 없지만 감정으로 일을 풀 단계는 진작에 지나가버렸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앉으세요."
그가 무거운 몸놀림으로 자리에 앉았다. 팔짱을 끼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건 기업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타격이다. 낙인이 새겨진 기업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낙인을 지울 수 없다.
때론 그 발버둥마저 왜곡되어 낙인이 더욱 진해지는 계기가 된다. 
보명 전자 불매운동.
지금 보명 전자의 그 이마엔 내 손으로 새겨준 빨간 낙인이 생생하다. 오직 새긴 사람만이 그것을 지울 수 있다는 걸 한덕수가 알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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