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인류의 코스모스 발견이 바로 ‘어제‘ 일어난 사건이라는 말을 했었다. 이는 지구 문명 역사의 전체 기간과 비교해 봤을 때 인류가 코스모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기간이 지극히 짧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오늘은 이러한 앎을 바탕으로 인류가 우주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지극히 미미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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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본문에서 저자는 과학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류가 이제는 우주를 꿈꿀정도로 성장하였지만 이와는 반대로 사람들 간의 상호불신으로 인해 이 좁디좁은 지구촌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려하는 전쟁의 위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특별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핵무기에 대해 보다 자세히 논한다.

또한 핵무기가 만약 사용될 경우 그로 인해 파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피해 사례들에 대해 대략적인 예상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냥 다 죽거나 설령 운이 좋아 살아남을지라도 아주 고통스러운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불행의 길로 접어든다는 게 저자의 예상이다. 핵무기의 어마무시함을 그냥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던 나는 오늘 독서를 통해 그 파괴력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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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 중에 영국의 기상학자인 리처드슨L.F. Richardson이라는 사람이 전쟁과 날씨 변화에 모종의 유사성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둘 사이에 딱히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상황에서 어떤 유사성과 교훈을 찾아내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리처드슨은 자신의 연구를 좀 더 확장시켜 살인과 전쟁이라는 것은 결국 동일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개인적으로 이와 관련된 본문 내용을 읽으면서 문득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생각났다. 밑줄친 문장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개인적 권력이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몇몇이 다수의 대중을 부추겨 당면 상황을 국가 간의 전쟁으로 몰아가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의 기록에서 종종 보게 된다.](p.643)

결국 어떤 권력이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우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극히 일부인 지구에서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몇몇 나라들 간의 처참하고 잔혹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저자는 심히 안타까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라는 미미한 공간에서 사이좋게 지내도 모자랄 것 같은데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얻어보겠다고 서로간에 극렬히 다투는 모습이 저자는 못내 안타까운 것이다.

비단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게는 피로 맺어진 관계인 가족 안에서조차도 형제자매간에 소소한 말다툼부터 시작하여 재산을 가지고도 죽기살기로 다투기도 하며, 주변 이웃들과도 층간 소음 등과 같은 문제들로 끊임없이 다툰다. 또한 학교나 사회에서는 서로간의 어떤 힘의 우열관계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고 이로인한 갑질같은 논란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 정치도 위와같은 대립구도로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져 극렬한 대립을 밥먹듯이 하고 있으며, 본문에는 별도로 나오진 않았지만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미국과 중국간의 대립구도도 이루 말하기 힘들정도로 치열하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의 갈등들이 지구 곳곳에 만연해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우주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한다면 적어도 이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만큼은 하나가 되어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근데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참 쉽지 않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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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지라는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여기서 독자인 나는 현재 우리나라와 휴전선을 맞대고 대치하고 있는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이 수시로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종종 핵실험을 하는 그 모든 행동들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 다분히 군사전략적인 측면에서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가진 핵무기를 통한 협박이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채 단순한 협박에서 끝난다면 전지구적으로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만에 하나라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게 될 경우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의 위험을 동반할 수 있기에 이것을 국제적으로 잘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과 관련된 핵무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러한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게 되어 참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행동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의미들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전보다는 좀 더 확장된 듯하다.

오늘에 와서야 우리는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우리의 존재가 우주의 목적일 수도 없다는 현실을 마지못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우리는 스스로를 1조 개의 별들을 각각 거느린 1조 개의 은하들이 여기저기 점점이 떠 있는 저 광막한 우주의 바다에 부질없이 떠다니는 초라한 존재로 보고 있다. - P631

인류는 겁도 없이 우주라는 바다의 물맛을 보았고 그것이 자신의 기호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인간의 본성이 우주라는 큰 바다와 공명을 이루며 인류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뜨거운 그 무엇이 우주를 자신의 편안한 집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 P631

사람이 별의 재에서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일까? 인류의 기원과 진화가 우주에서 진행된 모든 사건들과 밀접하게 묶여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주 탐험이야말로 인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위대한 장정인 것이다. - P631

사람은 대지Earth의 자녀인 동시에 하늘의 자녀이기도 하다. - P632

우리와 같은 문명의 운명은 결국 화해할 줄 모르는 증오심 때문에 자기 파괴의 몰락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 P632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 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별들의 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 작은 푸른 반점일 뿐이다. 이렇게 여행은 시야를 활짝 열어 준다. - P632

우리는 행운아이다.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고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 P633

문명의 미래와 하나의 종種으로서 인류의 생존 문제가 우리 두 손에 달려 있다. 우리가 지구의 입장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그렇게 해주겠는가? 인류의 생존 문제를 우리 자신이 걱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신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인가? - P633

우리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원시성을 잘 길들이며 우리의 원시적 두뇌가 내리는 일방적 지시와 대결함으로써 지구가 사람에게 걸어 놓은 정신적 족쇄에서 탈출하려 하고 있다. 또 인류는 다른 행성들로의 여행을 감행하는 한편, 외계에서 올지도 모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육체적 족쇄로부터 탈출을 꾀하고 있다. - P633

정신적 해방과 육체적 탈출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전자 없이 후자의 실현이 있을 수 없고 후자의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은 전자의 성공 또한 상상할 수 없다. 전자와 후자는 서로에게 필요조건이 된다. - P633

우리는 전쟁 수행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인간은 상호 불신이란 최면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류에 대한 염려 같은 것은 아예 할 줄 모른다. 상호 불신의 망령은 우리로 하여금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케 하여, 모든 국가를 죽음을 향해 서둘러 행진케 할 뿐이다. - P634

우리가 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은 너무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올 짓거리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초래될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심사숙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그 일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으며 거기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 P634

핵폭탄은 만들기 쉽다. 핵분열 물질은 원자로에서 쉽게 훔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핵폭탄 제조 기술은 거의 가내 공업의 범주에 들었다. - P634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블록 버스터block buster라고 불리는 초대형 고성능 폭탄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TNT 폭약 20톤으로 만들어진 초대형 고성능 폭탄 하나가 대도시의 구역block 하나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모든 도시에 투하된 폭탄의 총량이 TNT 200만 톤, 즉 2메가톤이었다고 힌다. - P635

2메가톤이 되려면 초대형 고성능 폭탄이 10만 개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2메가톤은 20세기 후반에 개발된 수소 폭탄 하나의 에너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날 지구에는 수만 개의 핵폭탄이 있고 이것들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 P635

핵탄두와 핵탄두의 대치. 그러므로 이 행성의 그 어느 곳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이 요술 램프들은 누군가 비비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요괴들이다. 이 가공할 무기에 갇혀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TNT 1만 메가톤을 훨씬 넘는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 P635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충격파는 투하 지점에서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한순간에 뭉개 버린다. 핵폭발에 동반되는 불기둥, 감마선 그리고 중성자에 노출되는 즉시 사람의 육체는 내부 속속들이 아주 철저하게 구워진다. - P635

방사능 동위 원소인 스트론튬 - P636

핵폭탄의 충격파, 열폭풍, 방사능의 직접 조사와 낙진이 지구의 모든 사람을 깡그리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전면 핵전쟁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진의 위험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 P637

스트론튬 90의 90퍼센트가 소멸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96년이다. 세슘 137의 90퍼센트가 소멸하는 데에는 100년, 즉 1세기가 필요하다. 요오드 131의 경우에는 한 달이 지나면 90퍼센트가 소멸된다. - P637

핵폭발은 지구 상층 대기의 질소와 산소의 결합을 촉진시켜 오존의 상당량을 파괴시킬 것이다. 오존층의 파괴로 태양 자외선이 지구 대기로 침투할수 있고, 그 때문에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수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태양 자외선은 피부암을 유발하는데 피부암은 특히 백인종에게 위험하다. - P637

더욱 두려운 것은 지구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이다. 하지만 변화의 실상을 모르기 때문에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자외선은 곡식의 수확량을 격감시킬 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을 죽일 것이다. 미생물의 어느 종이, 어떻게, 어떤 내용의 피해를 우리에게 가져다줄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미생물의 멸종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생물이 거대한 생태계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생태계 피라미드 맨 위층에서 겨우 아장거릴 줄만 아는 지극히 불안한 존재가 아닌가. - P639

에어로졸 분사에 쓰이는 플로로카본이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밝혀짐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플로로카본의 사용을 이미 금지시켰다. 질소와 산소의 결합에 의한 오존층의 파괴가 플로로카본에 의한 파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 P639

지구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곳에서의 초신성 폭발을 상정함으로써 공룡의 대량 멸종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 설명의 기본 구상도 오존층의 파괴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룡의 멸종은 오늘날 소행성 충돌로 설명한다.) - P639

전쟁 상대국끼리 핵 공격을 감행하면 자연히 지구 대기에는 먼지의 양이 증가하고, 먼지의 증가는 태양 복사의 유입을 차단하여 지표의 온도를 낮춘다. 온도의 변화 폭이 비록 적더라도 이것은 농업 생산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 P639

방사능에 노출되면 곤충보다 새들이 훨씬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새의 멸종은 곤충의 창궐을 동반하므로, 농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될 대혼란이 핵전쟁이 불러 올 재앙의 한 본보기라 하겠다. - P639

괴질怪疾과 역병疫病 또한 가공할 재해이다. 괴질성 세균이 지구 전역에 번질 것이다. 인류는 20세기 말로 들어오면서부터 전염병으로 많이 죽지는 않게 되었다. 전염성 세균이 지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세균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이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다. 핵폭발에서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이 인체의 면역 체계를 온통 흔들어 놓아 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 P640

장기간에 걸친 돌연변이의 결과로 새로운 종류의 미생물과 곤충이 나타나면 핵전쟁의 질곡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이라도 신종 미생물과 곤충의 공격에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P640

전쟁은 화해와 이해가 불가능한 증오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니라, 일기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이해와 통제가 가능한 하나의 자연 체계라는 것 - P640

희생자가 많은 전쟁일수록 그 다음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희생이 큰 전쟁을 겪으면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다음 전쟁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쟁의 이러한 특성은 대규모 태풍보다 국지적 폭우의 빈도가 높다는 기상의 특성과 궤를 같이 한다. - P642

리처드슨은, 자신의 곡선을 M=0까지 외삽한다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살인의 빈도를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추정해 본 결과, 전 세계에는 대략 5분에 한 건꼴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단위의 살인과 최대 규모의 전쟁이 연속적인 현상의 양끝인 셈이다. 전쟁과 살인은 동일한 성격의 현상이라는 이야기이다. - P642

그(리처드슨)는 희생자의 수로 전쟁 등급 M을 정의했다. M=3등급의 전쟁은 1,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소규모의 분쟁이고, 5등급이나 6등급의 전쟁은 희생자가 10만 명 또는 100만 명에 이르는 심각한 수준의 것이다.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은 이보다 더 높은 등급의 전쟁이었다. - P642

나는 심리적 관점에서 전쟁은 살인이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가해질 때, 자신의 생존이 도전을 받게 될 때 인간의 ㅡ 적어도 일부 사람들의 ㅡ 분노는 사람을 살인의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종류의 위협이 국가들에 가해질 때, 국가도 걷잡을수 없는 살인적 분노에 휘말린다. - P643

개인적 권력이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몇몇이 다수의 대중을 부추겨 당면 상황을 국가 간의 전쟁으로 몰아가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의 기록에서 종종 보게 된다. - P643

전쟁에서 사용되는 살인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쟁의 피해상은 도를 넘는 처참한 수준으로 치달아 왔다. 이러한 변화는 다수의 사람들이 살인적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고 결국 대규모 전쟁에 여러 나라가 말려들게 한다. - P643

국가가 매스컴의 근간을 틀어쥐고 있으므로, 국가는 국민을 쉽게 선동하여 전쟁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핵전쟁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핵전쟁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643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격렬한 분노는 아주 먼 옛날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져서 아직도 우리 머리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파충류의 뇌, 소위 뇌의 R-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편 감정의 중재와 기억의 관장은 진화의 가장 최근 단계에서 발달한 포유류와 인간의 뇌, 즉 변연계와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진다. - P643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지라는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우리의 비인간적 조상의 행동 양식에 근거한 것이다. - P644

"핵 억지력의 실현 여부는 무엇보다 심리학적 판단 기준에 달려 있다. 핵 사용 억지의 목적에서 볼 때 협박성 공갈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편이 심각한 위협을 허풍으로 오판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 P644

때로는 ‘막가파‘ 식의 비이성적 행태를 상대국에게 구사한다던가, 아니면 상대방을 핵전쟁의 가공할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완전 세뇌하여 핵무기로 인한 전멸 가능성으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게 유도하는 것이 핵 억지 효과를 거둘수 있는 실질적 방책이라는 것이다. - P644

광기 어린 협박의 실제 목적은 가상의 적대국을 지구 전역에 걸친 대결의 장으로 내몰지 않고 오히려 분쟁의 여러 쟁점에서 상대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막가파식 공갈협박을 완벽하게 구사하여 상대방을 속이려면 절묘하게 과장할 줄 알아야 한다. - P644

과장에는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중대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한 사람이 비이성적 행태로 일단 협박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이러한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협박의 허세를 허세로 묶어 두지 못하고 언젠가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협박을 실행으로 옮기는 우를 범하게 된다. - P645

자신이 부리는 허세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허풍이 아니라 실제라고 믿게 하려다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고 만다. 협박은 실행으로 옮겨질 위험을 반드시 동반한다. - P645

경계의 정의는 때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새로운 경계선을 서로에게 확실히 해둘 필요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각 진영은 군사적 우위에 서야 한다는 강한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유혹의 실현은 항시 상대방이 심각하게 경계할 수준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므로 쌍방은 상대의 인내 한계선을 계속 타진해야 한다. - P645

전 지구적 공포의 균형은 유지되기 힘든 아주 미묘하고 불안정한 평형이다. 미묘한 균형을 깨지 않기 위하여 쌍방은 범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반드시 피해 가야 한다. 그 어떤 일도 삐끗 어긋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인간의 파충류적 열정을 적정 수준 이하로 제어해야 한다. - P646

(구)소련은 무기 생산에 쏟아 붓는 재원의 양과 질 그리고 거기에 쏟는 각별한 관심과 배려 때문에 결국 시민을 위한 소비재 생산에 국력을 할애할 수 없게 됐다. - P649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들 중에서 군사영역만이 그 조직이 가진 특수한 비밀성 때문에 시민의 감시가 미치기 가장 어려운 성역으로 남아 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통 알수가 없는데, 어떻게 시민들이 그들이 숨어서 하는 활동을 멈추게 할수 있단 말인가. - P650

군수산업체들은 종사자들에게 타 분야에 비해 월등한 보상을 주고 서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으스스한 결속으로 끼리끼리 끌어안고 산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인류 생존에 반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떠밀리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 P650

강대국들은 살상용 핵무기를 자체 조달하고 비축하는 데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정당화 논리를 구축해 놓고 있으며, 그 논리의 당위성을 만방에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항시 가상 적국의 문화적 하자를 지적하고 그들이 저지를지 모르는 비이성적 행태를 상정하여 사람이 아직 갖고 있는 파충류의 뇌를 자극하는 데 유효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자국민을 파충류적 행동 기제로 몰고 가고는 한다. 자국은 상대국과 달리 문화적 하자가 없고, 타국을 해칠 의도가 없으며, 건전한 세계 시민으로서 세계의 정복 따위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 P650

그렇지만 국가에는 결코 실현돼서는 안 되는 일들의 목록이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목록에 들어 있는 일들이 일어나도록 결코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구)소련의 경우 자본주의, 신앙의 자유 등이 그 목록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사회주의, 무신론 등이 그것을 대신한다. 국가 주권의 포기는 양쪽 모두의 목록에 공통으로 들어 있다. 세계 어디에서든 우리는 똑같은 논지의 주장을 귀 아프게 들을 수 있다. - P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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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3-18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것 못 읽었어요.ㅋㅋ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3-18 16:11   좋아요 2 | URL
아.. ㅎㅎ 제 경우 처음 읽기 시작한 건 작년 8월경이었는데 중간중간 너무 힘들어서 읽다말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중간에 상대적으로 읽기 무난한 다른 책들도 읽다보니 어느덧 해가 바뀌고 반년이 넘었네요ㅠ 이제 한 40쪽 정도 남았는데, 남은 부분 조금씩이나마 읽어보려 합니다. 제가 이쪽 분야에 배경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라 한 두세페이지 읽다보면 진이 빠지는 게... 참 만만치 않은 책인듯 합니다. 이 쪽 분야의 전공자분들이 아니고서는 정도의 차이만 조금씩 있을 뿐 다들 저 같은 어려움을 겪으시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