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뒷부분에 이어서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앞에서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메인이었다면 여기서는 작가인 ‘비드메‘가 메인으로 나온다. 앞의 내용과 굳이 연결고리를 찾자면 작가인 ‘비드메‘가 쓰려고 하는 소설이 바로 앞에서 계속 나왔던 ‘라스 헤르테르비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식으로 뒷 이야기들이 흘러갈지 당장은 감이 잡히지 않는데, 일단은 비드메가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인 ‘마리아‘라는 여자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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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에서 왜 ‘비드메‘가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를 만나려 했는지 그 이유가 나온다. 책에선 이유에 대해 몇 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나오는데, 핵심은 지혜가 깊은 사제를 통해 ‘인생의 일반적인 진실을 넘어서는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였다. 이와 관련하여 ‘비드메‘가 생각했던 사제의 이미지는 나이가 지긋한 남성 사제 였던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자신이 교회에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된 사제는 ‘마리아‘라는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 사제였다. ‘비드메‘는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사제의 모습에 당황하는 듯 보인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간단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비드메‘는 사제를 만나려고 했던 원래의 초심을 잃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비드메‘의 생각의 흐름으로 표현되는데, 이 책 앞부분의 주인공이었던 ‘라스 헤르테르비그‘와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독자인 내 느낌이라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어나갈듯 하다. 한편 ‘마리아‘는 젊고 아름답다는 얘기를 통해 앞부분에 나왔던 ‘헬레네‘와 비슷한 느낌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독자인 내가 책을 읽을 때 이런 식으로 예상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라면 재미이지 않을까 싶다. 설사 이후에 내 예상과 다른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라도 말이다.

비드메와 마리아,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문득 마리아가 와인을 한 잔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얼핏 보면 이게 뭐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는데, 마리아의 직업이 사제인 점을 감안한다면 약간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실제로 뒤에서 비드메는 마리아와 건배사를 서로 나눈뒤 이게 뭔가 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 사제에게서 와인이 나오는 순간부터 독자인 나도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쭉 읽다보니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본문 내용에 아주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마리아가 비드메를 약간은 유혹하려하는 듯한 분위기도 살짝 느껴졌었는데, 비드메는 자신이 처음에 교회의 사제를 만나려했던 근본적인 목적을 다시금 상기하며 마리아의 유혹(?)을 이겨내고 잠시나마 흔들렸던 멘탈을 다시 잡기로 선택한다. 마리아와 단 둘이 있는 그 자리를 뜨기로 결심한뒤 적절한 타이밍에 실행으로 옮긴다.

이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비드메가 갖고 있는 종교관에 대해서도 간략히 나오는데 나름대로 고민을 꽤나 한 흔적이 엿보일 정도로 중요한 맥을 잘 짚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관련 내용은 p.369에 밑줄친 부분에 나와있다.

한편 마리아와 함께 있던 자리를 뜬 비드메는 다시는 마리아를 볼 일이 없을 거라고 다짐하면서 뭔가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단순히 마리아 사제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한 때 존중하고 높이 우러러 봤던 사제라는 직업자체에 대해 커다란 실망감을 느낀듯 보였다.

어찌됐든 이 일을 계기로 비드메는 자신의 본업인 작가 일에 전념하기로 다짐하면서 사제를 통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신의 자비를 구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1부가 마무리된다.

비드메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 많은 남자에게 라스헤르테르비그에 관해 물어볼까 생각했다. 그도 보르그외위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라스 헤르테르비그. 비드메가 말문을 열었다.
미쳐 버린 사람이지. 남자가 말했다.
비드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 사람과 친척이라오. 나이 많은 남자가 말했다. - P345

작가 비드메는 어둠이 짙은 빗길을 걸으며 그날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소설을 떠올렸다. 그는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그린 구름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비밀스러운 본성을 예술의 형태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와 만나기 위해 어둠 속의 빗길을 걸었다. - P345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작가 비드메라는 사람이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 그것도 여성 사제를 만나러 가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키는 일이었다. 그것은 매우 거북한 일이었다. 그는 노르웨이 교회의 여성 사제 이름이 마리아라는 점을 떠올렸다. 그것쯤은 기억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이미 노르웨이 교회의 여성 사제 이름을 메모지에 적어 두기까지 했다. - P347

비드메가 본 것은 평범한 집 안의 복도였다. 그럼에도 복도에서 있던 그는 자신을 덮치는 압도적인 거부감과 절망감을 느꼈다. 마치 금방이라도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그 무엇과마주하게 되리라는 생각, 따뜻한 커피 향과 뜨갯거리와 맞닥뜨릴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350

비드메는 자신이 사제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해 신성하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한순간의 깨달음을 경험했다. - P352

비드메는 지금까지 신과 신성함에 관해 입에 올리는 것은 신성 모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는 인간이 그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드메는 신 또는 신성함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은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믿었다. - P352

생각에 잠겨 있던 비드메는 이러저러한 삶의 일들이 모두 신의 뜻이라고 말하며 절망에 빠져 운명을 찾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 P353

무거운 어둠, 날카로운 바람, 항상 그랬듯 죽음과 연민 사이에 자리한 사랑, 거친 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훨씬 힘겹고 어려운 출산의 고통 위에는 항상 거대한 하늘이 있었다. - P353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짙은 어둠과 거센 바람. 교회와 예배당과 자갈돌들. 어둠과 빗속에 자리한 묘지. 이 모든 것이 운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 P353

작가 비드메는 지금껏 일반적인 사회 생활을 거부해 왔다. 그는 오직 사회에서 벗어나고만 싶어 했다. 그는 이처럼 제한된 삶을 지금껏 잘 살아왔고, 사회와 관련한 일에는 최대한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하지만 비드메는 사회와의 유대를 다시 잇고 싶다고 생각했다. 비드메는 다시 노르웨이 교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 결코 좋아할 수 없었던 교회, 지금도 결코 좋아할 수 없는 교회지만, 비드메는 다시 노르웨이 교회에 소속되고 싶었다. 바로 그 때문에 비드메는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에게 전화를 했고, 지금 아름다운 가슴을 가진 마리아의 집에 앉아 있는 것이다. - P353

비드메는 지금까지 사회와 최대한 거리를 두고 살기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그는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에게 전화를 했고, 깊은 지식과 현명함을 지닌 나이 지긋한 남자 사제가 전화받기를 기대했다. 그는 삶의 희노애락을 통해 깊은 지혜를 얻은 사제가 인생의 일반적인 진실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이야기해 주길 바랐던 것이다. 심지어 그와 함께 술을 한잔하며, 그가 읽어 주는 성경의 아름다운 한 구절을 들어 보는 일도 기대했음은 사실이다. 비드메는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나길 원했다. 그 때문에 그는 그가 사는 베르겐, 오사네 교구의 사제를 찾아 전화를 했던 것이다. - P354

매우 외로운 존재 비드메는 예의바르고 지혜로운 사제, 자신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냈던 사람, 노르웨이 교회라는 틀 안에서 일을 해 왔던 사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던 사제,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노년에서 죽음으로 사람들의 삶이 변해 가는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하기를 자신의 임무로 여겼던 사제, 술잔을 손에 들고 모든 이상한 사람들을 관용과 아량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너무나 남용되기에 사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말을 사용하는데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사람, 신에 관해선 과다하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기대했다. - P354

작가 비드메가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 겸손한 사람, 책을 쓰거나 신문에 기고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비드메는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한 사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사제, 예쁘장하고 말잘 듣는 아이들을 키우는 사제와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사제와는 절대 만날 생각이 없었다. 비드메가 만나고 싶었던 사제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겠지만, 설사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아름답고 상냥한 아내를 두지 않은 그런 사제였다. - P354

비드메는 사제의 아내가 근심과 걱정, 사랑과 죽음, 연민과동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가만히 앉아서 침묵을 지키며 착한 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일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사람이길 원했다. 그가 생각했던 사제의 아내는 겸손과 존엄함으로 수치심을 숨기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허세를 떨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 P355

비드메가 상상했던 사제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바로 그런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비드메는 지금 부엌에서 쟁반을 들고 거실로 들어오는 여성 사제 마리아를 보고 있다. - P355

비드메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계획했던 일을 바로 해치워야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계획했던 일은 무엇이었던가? 다시 노르웨이 교회에 이름을 올리는 것? 그것이 그가 원하는 일이었던가? 죽었을 때 적절한 방식으로 땅에 묻히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일까? 도대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그가 숨을 거두었을 때 부적절한 방식으로 흙 속에 묻힐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아닐까? 그가 계획했던 일은 무엇이었던가? 작가 비드메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 P356

마리아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젊은 여인과 함께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이 상황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큰 결심, 어려운 결심을 하고 노르웨이 교회에 소속된 한 사제에게 전화를 했던 비드메는 지금 오사네에 자리한 거의 텅 빈 집에 앉아서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전화를 했던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였고, 그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다시 노르웨이 교회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말. - P356

방문 목적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비드메는 고개를 들어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비스듬히 바닥을 내려다보며 앉아 있는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 P356

비드메는 얼른 그녀를 찾아온 목적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득 그는 노르웨이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마음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일요일 오전에 마리아의 설교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P357

비드메는 부엌 쪽으로 걸어가는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마리아, 마리아,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오늘 사제에게 전화를 했던 까닭은, 솔직히 말해서 노르웨이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리라 결심했기 때문이랍니다. 마리아, 마리아, 그런데 나는 지금 당신의 집에 들어와서 당신과 마주 앉았습니다. 당신은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군요. 나는 이곳에 들어오며 마치 어릴 때 살았던 집에 들어오는 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리아, 내 코트를 말려 주고 내게 비스킷과 차를 대접했던 당신은 내게 왜 사제를 만나러 왔는지 물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마리아, 당신은 사제니까요. 나는 당신에게 왜 사제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 대답해야 합니다. - P358

특별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마리아가 말했다.
저는 단지 사제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어떤 일인가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P358

당신은 신을 믿나요?
아닙니다. 비드메가 주저하며 말했다.
신을 믿지 않는다고요?
네.
제가 신을 믿는다거나 또는 믿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이 신으로 존재하므로 우리 인간도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드메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P359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요점은 신이 예수라는 인간의 형태로 존재했고, 우리는 바로 그 예수님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 P359

구원의 의미는 우리가 신에게 다가가는 것이죠. 혹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신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그건 무의미하게 돌고 도는 일종의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드메가 말했다. - P360

그렇다면 당신은 예수님이 실재했었다는 것은 믿나요?
네, 네, 복음서에 그렇게 적혀 있죠. 하지만 복음서에 적혀있는 말은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복음서와 소설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 P360

그렇다면 당신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것은 믿나요?
네, 당연히.
예수님이 신의 아들이라는 것은요?
못 믿을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 P360

비드메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마리아와 대화를 나누는 게 꽤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비록 나이 지긋하고 지혜로운 남성 사제, 자신과 비슷한 아내를 둔 사제도 아니었지만, 마리아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P360

문득 비드메는 마리아가 노르웨이의 다른 꽉 막힌 기독교 신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내보이기 위해 일부러 와인을 제안했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꽉 막힌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종교인이라고 부르니까!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비드메는 그것이 신성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 P361

비드메는 자신이 신성 모독이라는 말을 떠올렸음을 되새기며, 만약 마리아도 와인을 마실 생각이라면 자신도 함께 마시겠다고 말했다. 마리아는 와인을 마실 거라고 말하며, 사실 와인을 마실 기회를 찾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 동네에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데다 집에 홀로 앉아 와인을 마시기는 싫었다고 말했다. - P361

그녀는 대리 사제직을 맡아 가구가 딸린 이곳 관저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녀는 사실, 자신이 대리 사제직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엄청난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일단 그녀는 여성이며, 목회에 관한 실질적인 경험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학교를 나와 시험은 꽤 잘 보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제야 교구 일에 적응이 되었다고 말했다. - P361

비드메는 교구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는 그것이 매우 부적절한 말이며 신성 모독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마리아는 이곳의 교구들이 다른 어떤 교구보다 더 개방적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비드메는 그녀가 의미하는 교구가 이 도시, 자신이 일을 하고 살아가는 이 도시의 특정 교구이리라고 짐작했다. - P361

문득 비드메는 기분이 좋아졌다. 왜냐하면 마리아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것 같고, 그런 그녀의 말에 꽤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비드메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비드메는 자기 일을 좋아한다는 마리아의 말에 자신이 기뻐하고 있음을 깨닫고 적잖이 놀랐다. - P362

그녀는 탁자에 그다지 큰 애정이 없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탁자는 그녀가 이곳, 베르겐의 오사네 관저에 왔을 때 다른 가구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 P362

비드메는 마리아를 바라보았고, 마리아는 비드메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비드메는 입속 가득히 와인을 채운 뒤 잔을 내려놓았다. 비드메는 앞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이 상상했던 노르웨이 교회 사제와의 만남은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가 비드메는 마리아가 다시 노르웨이 교회에 이름을 올리려는 자신의 뜻에 반대하리라고 짐작했다. 비록 그녀가, 엄밀히 말하자면 대리 사제이긴하나,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P363

비드메는 다시 노르웨이 교회에 이름을 올리길 원하느냐는마리아의 질문에, 인정하기는 싫었으나 바로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바임을 깨닫고 기이한 패배감에 사로잡혔다. 경계가 사라졌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비드메는 자신이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에게 전화를 한 까닭이 바로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 싶어서였음을 그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노르웨이 교회 소속의 나이 지긋하고 지혜로운 사제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비드메는 그 사제가 노르웨이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라고 제안해 주기를 바랐다. 비드메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또는 사제 자신과 마찬가지로 노르웨이 교회에 이름을 올릴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비드메가 어렴풋하게 원했던 바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건 그가 지금껏 사회와 거리를 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364

비드메는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마리아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비드메는 각자 잔을 앞에 두고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지 않아도 되는 이 상황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비드메는 마리아가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노르웨이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 싶어서 사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마리아에게 말하기 싫었다. 그런 말을 하면,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인 마리아가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 비드메는 자신이 노르웨이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는 것을 마리아가 원하지 않는다고 짐작했다. - P365

마리아는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신 후 한숨을 크게 내쉬며,
비드메는 종교적 신비주의자이기 때문에 노르웨이 교회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비드메는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해하기론 적어도 노르웨이 교회에서는 신비주의자를 환영하지 않았다. 마리아는 종교적 신비주의자들은 누군가 신비적 가치에 관해 한마디라도 입 밖에 내면 쉽사리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다시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  - P366

그녀는 비드메를 바라보며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있지만, 관저에 그의 책을 가져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책을 읽었던 것은 사실이며, 그의 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선뜻 단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그녀는 그의 책을 읽은 뒤에, 그가 노르웨이 교회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P366

비드메는 자신이 종교적 신비주의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것은 그가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어쨌거나 그가 노르웨이 교회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솔직히 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노르웨이 교회에 관해 잘 알고 있으며, 교회에 갈 때마다 일종의 공허감과 두려움을 경험했음은 사실이니까. 그것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매우 불쾌하고 거북하며 파멸적인 경험이었다. 비드메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를 수없이 나열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런 단어들에 혐오를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최악의 것은 그러한 표현을 나열하는 일이었기에 그는 자신의 소설에서도 그런 단어들을 의미 없이 나열하기를 피해왔다. - P367

저는 노르웨이 교회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까닭은 그 때문이 아닙니다.
마리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제 말을 이해하십니까? 비드메가 말했다.
마리아는 고개를 젓다가 생각을 바꾸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 P368

마리아는 자신의 소유라고 할 수 없는, 집 안의 다른 가구들과 마찬가지로 이 집에 이사 오기 전부터 자리하고 있던 탁자 앞으로 몸을 숙이고 두 팔꿈치를 탁자 위에 얹었다. 마리아는 양손의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뺨을 감싼채 붉은 와인이 반쯤 들어 있는 와인 잔 앞으로 얼굴을 가져다 대고 미소를 지었다. 마리아는 비드메를 빤히 쳐다보았다. 비드메는 자리에 앉아 바닥을 내려다보며 마리아와 함께 이렇게 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얼른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하거니와, 게다가 그녀 스스로도 성직자가 될 마음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현재 사제로 일하는 교회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비드메는 그녀의 집에서 당장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절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P368

비드메는 노르웨이 교회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노르웨이 교회에 다시이름을 올리고 싶어서 사제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는 사제에게 왜 전화를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바로그 때문에 그는 하얀 티셔츠 아래 커다랗고 둥그런 가슴을 지난 여인, 연하늘색 청바지를 입은 여인, 맨발로 갈색 슬리퍼를 신은 여인, 마리아와 함께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드메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P368

비드메는 사제도 아니고, 사제가 될 마음이 없었음에도 사제들을 존중했다. 비록 노르웨이 교회에 속할 마음이 없더라도 일단 사제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감으로 충만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비드메는 그렇게 생각했다. - P369

비드메는 결코 자신감이나 용기로 충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비드메는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들처럼 어떤 특정한 일에 그토록 확신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삶에 확신을 가질 수 없기에 종교에 귀의하기 때문이다. - P369

비드메는 확신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빛을 향해 열린 공간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종교라고 생각했다. 종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빛이다. - P369

집을 나설 채비를 마친 그는 마리아에게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마리아도 그에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와인을 대접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비드메는 대문 밖으로 나왔고 비와 바람과 어둠 속에서 자기 집을 향해 발을 옮겼다. - P370

비드메는 길을 걸으며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를 하라는 마리아의 말을 되새겼다. 그녀는 비드메에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찾아오라고 말했다.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던가. 그녀는 이 도시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가 찾아오면 무척 기쁘리라고 말했다. 베르겐 오사네의 노르웨이 교회소속 대리 사제 마리아는 비드메가 자신의 교회에 와서 설교를 듣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만약 그런다면 자기자신은 물론 비드메까지 피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드메는 길을 걸으며 그녀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그녀는 그가 집으로 찾아오는 건 좋다고 했다. 언제든 와서 초인종 누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교회에 찾아와서 설교를 듣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P371

비드메는 빗속을, 바람 속을, 어둠 속을 걸었다. 비드메는 다시 마리아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비드메는 마리아를 다시 찾아갈 일이 없으리라 확신했다. - P371

빗속을 걸어 집에 도착한 비드메는 젖은 옷을 벗었다. 그는 먼저 책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뜨면 그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여전히 비 내리는 창을 바라보며 글을 쓸 것이다. 그는 오늘 새 소설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으나, 글을 쓰는 대신 그가 사는 지역인 오사네의 사제에게 전화를 걸었고, 젊은 여성 사제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그에게 차와 와인을 대접했고,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다. 비드메는 그런 말을 듣는 걸 매우 싫어했기에 다시는 마리아에게 전화하거나 그녀를 방문하는 일은 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 P371

그는 다른 어떤 사제에게도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저 자신의 작업실에 앉아 매일 글을 쓰리라고 다짐했다. 그는 글을 쓰기위해 신의 자비를 구했다. 그에겐 신의 자비가 필요했다. 그는 글을 써야 한다. 작가 비드메는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글을 쓰기 위해선 신의 자비가 필요하다고.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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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테스가 도망치다가 숨어든 장소에서 사냥꾼들에게 총에 ...

혹여나 지금 힘든 상황을 겪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1년 전 오늘 보았던 테스의 깨달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핵심 요지는 세상에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 (여기서는 사냥꾼의 총에 맞은 새bird로 나오지만)도 얼마든지 많이 있기에 어떤 역경과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쉽사리 좌절하기보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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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여 세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연인이라고 여기는 그 집의 딸인 헬레네를 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다시 찾아온다. 이에 헬레네의 삼촌인 빙켈만은 주인공과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음을 인지하고 주인공을 쫓아내기 위해 경찰을 부른다. 공권력으로 제압된 주인공은 마침내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오죽했으면 경찰까지 불렀을까 싶기도 한데, 이 책을 읽어보신분들은 아실테지만, 주인공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혼잣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계속 챗바퀴 돌듯이 제자리 걸음만 반복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는 헬레네를 보러가야 한다느니, 뭐 어떻게 해야된다느니 등등... 잡생각이 아주 많고 정상적인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예 작가가 내용 본문에 소설 속 배경을 ‘가우스타 정신 병원‘이라고 명시를 해주어서 독자인 내가 느끼고 있었던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주인공은 기러기만 바라보다가 p.254에서 갑자기 헬레네의 이름을 다시금 기억해내더니 그녀에게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인 나까지도 이제 슬슬 스산한(?)느낌이 들고, 한편으론 조금씩 무서워지기도 한다. 주인공이 이제 정신병원에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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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주인공이 자신은 예술분야의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특권의식‘ 같은 것을 갖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특권의식‘으로 인해 주인공은 그다지 지식이 필요치 않은 일들을 하기 싫어하는 태도를 갖고 있어보였다.

이러한 ‘특권의식‘에 기반하여 자신은 훌륭한 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에 관련된 교육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전부 하찮은 일로 여기고 그닥 가치를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위에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좀 더 일반화해서 적어본다면 자신이 꿈꾸던 이상과 실제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내면의 갈등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주인공 ‘라스 헤르테르비그‘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눈은 높은데 현실은 그에 걸맞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는 주인공이기에 모르긴 몰라도 그 내면의 갈등은 굉장히 주인공에게 좌절감을 주는 것 같다. 이러한 좌절감이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을 더욱 더 갉아먹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거리낌없이 한다. 이 과정에서 세상 탓, 사람 탓, 환경 탓 등 남 탓하는 모습이 수도없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정당화하려 한다.

저자는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망가지는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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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이런식으로 계속 반복적으로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독백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과는 별개로 현실에서의 시간들은 계속 흐르고,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 주변에 등장하는 정신병원 의사나 보호사 같은 사람들과 주인공 간의 대화를 가만히 살펴보면, 주인공은 그들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신경쓰지 않고 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말들만 내뱉는다.

이러다보니 어떨 때는 굉장히 생뚱맞은(?)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짓껄이는 주인공 ‘라스 헤르테르비그‘ 의 모습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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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계속되다가 p.335에서 갑자기 1991년으로 소설 속 시간 배경이 전환됨과 동시에 ‘비드메‘라는 작가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앞에서 계속 제자리 걸음 같은 이야기들만 반복되다가 이제야 뭔가 이야기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가우스타 정신 병원, 1856년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 P249

나는 화구를 들고 해안가에 서서 갈매기들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보고있다. - P250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 그림을 그려 보았지만 생각처럼 잘 그릴 수 없었다. 산드베르그 박사는 내게 그림을 그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엔 그림을 그리면 안 된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그에게 그림 때문에 내가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에게 햇살 가득한 풍경을 너무나 많이 쏘아보았기에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P251

나는 병원에 입원하던 날 화구를 병원에 맡겼다. 그들은 내가 퇴원할 때 화구를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그러니 갈매기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화가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없다. 내 건강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 P251

하지만 보호사 허우게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P251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가 갈매기를 보고 갈매기 소리를 듣는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을 하면, 그조차도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산드베르그 박사는 틀림없이 내게 갈매기를 보고 갈매기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가 말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있는 나와 다른 이들은 산드베르그 박사가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 P252

나는 눈을 치운다. 내가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눈을 치워야 한다. 나는 눈을 치움으로써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나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 햇살 아래 풍경을 너무나 오래 쏘아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그 때문에 내가 미쳐 버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P252

나는 병실의 짙은 어둠 속에 누워 갈매기들을 본다. 나는 헬레네를 떠올리면 안 된다. 기나, 안나, 여자들을 떠올리면 안된다. 그들은 모두 창녀다. 그들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머릿속에 떠올리면 안 된다. 한때는 내 사랑이었던 헬레네조차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당신에게, 내 사랑 헬레네, 당신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다. - P254

나는 미쳐 버렸고 지금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더욱 자주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다.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두 다리 사이에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집어넣는다. 나는 이미 수도 없이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 넣었으며, 지금도 계속 그 일을 계속한다. 나는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다. - P256

나는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그 유명한 한스 구데의제자, 뒤셀도르프의 예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던 사람이다.
나는 예술가, 화가. 나는 화가이자 예술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 P257

나는 마음을 비우고 차분해져야 한다. 그러면 저 멀리 있는 환한 빛이 내 속에서도 반짝일 수 있을 것이다. 전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차분해지면 내 안에서도 빛이 생겨날 것이다. 나는 모든 일에 고군분투할 필요 없다. 나는 차분해져야 한다. 나는 내면에서 반짝이는 빛이 되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빛이 되어야 한다. - P258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한다. 내 가슴속을 휘젓는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한데 모여 가느다란 직선으로 변하고그 직선이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의 내면은 텅 비어 하얗게 변할 것이고, 나는 차분해질 것이다. 나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비울 것이다. - P258

세상일과 갖가지 의미들을 지우고, 내면에서 반짝이는 빛, 구름 사이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빛, 내 눈에 보이는 빛과 함께 앉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아무도 그릴 수 없는 훌륭한 그림을. 나는 내면에 빛을 간직한 채 아버지 곁에 앉아 있을 것이다.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 빛 속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P259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나는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 병원에 있고,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 - P259

헬레네는 창녀다. 발소리가 들렸던가? 누가 오는 것일까? 나는 당신을 정복해야 한다. 누가 오든, 안 오든, 나는 당신을 내 손에 넣어야 한다. 창녀 같으니. 비록 내가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손에 넣고 말 것이다. - P259

헬레네. 당신은 이제 내게서 떠나야 한다. 나는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 P261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빛도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 P266

나는 화가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림을 잘 그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다른 화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눈을 치우는게 아니라 그림을 그려야 하는 사람이다. - P274

톨보드가타 : 노르웨이 도시 크리스티안산에 위치한 거리 이름. - P275

하당어 : 노르웨이 베스틀란주에 있는, 피오르로 유명한 지역 - P276

보스 : 베스틀란주의 지역구이자 도시. - P276

나는 옷장에서 보라색 코듀로이 바지를 꺼내 입었다. 그것은 한스 가브리엘 부크홀트 순트가 소묘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크리스티아니아로 가는 나를 위해 특별히 주문했던 옷이다. - P279

나는 가우스타 정신병원에선 그림을 그리기 싫다. 내가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온것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건강해지기 위해서 왔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길 원한다. 나는 화가이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그림 그리는 일 외에는 그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눈을 치우기 싫다. 나는 화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눈을 치우는 사람이 아니다. 눈은 산드베르그 박사가 직접 치우면 된다. - P283

시간이 없어. 다른 사람들은 벌써 나갔어. 보호사 허우게가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요, 내 사랑.
나는 다시 내게 다가오는 헬레네를 보았다.
내 사랑? 보호사 허우게가 말했다.
나는 보호사 허우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걸 보았다. - P285

나는 발을 멈추었다. 헬레네가 약혼을 할 것이라고? 내가 스타방에르, 말라가, 스코네비크의 밀리예 농장,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있을 때 헬레네는 독일에서 약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헬레네는 나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헬레네는 곧 약혼을 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 돼요. 그건 안 돼요. - P291

나는 다른 이들이 눈을 치우는 것을 보았다. 나는 눈을 치우기 싫었다. 나는 화가, 나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나는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미친 사람들과 함께 서서 눈을 치우기 싫다. 눈은 멍청한 정신병자들이 치우면 된다. 한스 구데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에겐 눈 치우는 일이 딱 어울린다. 반면, 나는 한스 구데가 누군지 잘 안다. 나는 과거 한스 구데의 제자였으니까. 나는 눈을 치우기 싫다.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도망쳐야 한다. - P299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크리스티아니아의 예술학교와 뒤셀도르프의 예술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내가 가우스타 정신 병원의 본관에서 찻길에 이르는 오솔길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할 이유는 없다. 나, 풍경화가 교육을 받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추운 아침부터 하얗게 쌓인 눈을 치워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라스 헤르테르비그. 내가 원하는 것은 그림을 그리기다. - P299

나는 그저 앞만 보며 걸을 것이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 P302

눈덩이 두 개가 내 등을 맞혔다. 던지려면 던지라지. 나는 그들을 무시할 것이다. 그들은 예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들이니까. 그들은 평생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본적이 없다. 눈덩이를 던지려면 던지라지. 얼마든지. - P303

자넨 이제 산드베르그 박사의 집무실에 가야 해.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에게 가면 안 된다. 그는 내가 자위행위를 했기 때문에 다시는 화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분명히 그가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P305

나는 이제 병원장 올레 산드베르그의 집무실에 갈 것이다. 내게 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어차피 화가가 되긴 글렀으니까. 나는 정신병자다.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입원해 다른 정신병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정신병자는 화가가 될 수 없다. - P310

하지만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나는 다시 화가가 될 수는 없지만,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고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로 남아 있을 것이다. 비록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 테지만. - P312

산드베르그 박사가 내게 집무실 안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말했다. 나는 대답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일단 그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화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P313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솔직한 마음이 아니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된다. - P313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불행해져요. 내가 말했다. - P313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절대 화가가 될 수 없다는사실을. 하지만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좋은 물감만 있다면 그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도 있으니까. - P319

1991년 늦가을 저녁, 오사네: 비드메가 어둠 속의 비바람을 헤치며 걷고 있다. 그는 삼십 대 중반의 작가. 낡은 코트를 걸친 그가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검은색 우산을 들고 회색 코트를 입고 있기에 어둠 속에서 내리는 빗속에서 자신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 P335

비드메는 자신의 일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 정해진 한계 내에서 충분히 깊이 파고든다면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지난 수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며 깨달았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P336

오늘 비드메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그림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우연찮게 마음먹었다. - P337

국립 미술관으로 들어간 비드메는 그림 한 점에 마음을 빼앗겼다. 비드메가 본 것은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그림이었다. 작가 비드메는 「보르그외위섬」이라는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비 내리는 오전의 오슬로, 비드메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19세기 말에 그린 그림 한점 앞에서 생의 가장 큰 경험을 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생 최대의 경험. 그는 그 순간의 경험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고 행복하게 소름이 끼쳤다는 말밖에 할수 없었다. - P338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오슬로의 국립 미술관에 걸려 있는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그림, 비드메가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나올 만큼 감동적인 푸른 하늘을 담은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 P338

비드메는 자신이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와 먼 친척이기 때문에 헤르테르비그가 그린 그림 앞에 서게 되었고, 바로 그때 인생 최대의 경험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비드메는 솔직히 좀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웃기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작가 비드매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 그것은 직접적으로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에 관한 글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에 관한 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 P338

비드메, 작가 비드메는 여행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일과 관련한 길지 않은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온 그의 먼 친척인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삶을 알아보기위한 여행이었다. 작가 비드메는 튀스베르에도 다녀왔다. 그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태어난 보르그외위섬을 보기위해 튀스베르에 갔다. - P340

튀스베르 : 노르웨이 북서부에 위치한 로갈란주의 지역구 - P340

비드메는 한적한 부둣가에 서서, 먼 친척인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태어나 유년기의 몇 년을 보낸 커다란 섬 보르그외위를 바라보았다. - P340

비드메는 보르그외위로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보르그외위는 잡초와 덤불, 자갈돌만 무성한 섬이었기 때문이다. 비드메는 그처럼 황량한 자연을 본 적이 없었다. 비드메는 집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했다. 그는 자신이 여행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연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이나 자연은 그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 P342

비드메는 바닷가로 발을 돌렸다. 해안으로 내려온 남자는 날씨가 좋다며 이런 날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비드메는 남자가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도 그 생각의 일부라고 믿는 종류의 사람이라고 짐작했다. 비드메는 그에게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에 관해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비드메가 무더운 여름 바닷가로 오게 된 까닭도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때문이니까. - P343

혹시 라스 헤르테르비그를 아십니까?
아, 라스 헤르테르비그! 네, 잘 압니다. 미친 사람이었죠.
네.
비드메와 남자는 가만히 서서 잠시 머뭇거렸다.
혹시 그와 친척 사이인가요? 비드메는 말을 뱉자마자 그에게 심하게 모욕을 주었음을 깨달았다.
이런저런 면에서 따진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죠. - P343

비드메는 바다로 나갈지 묻는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비드메가 고개를 돌리니 조금 전 보았던 나이 많은 남자가 다가와서 비드메와 목 높은 방수 장화를 신고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이 많은 남자는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고기가 많이 잡히리라고 말했다. - P344

올라브, 안녕하세요. 목 높은 방수 장화를 신은 남자가 말했다.
난 고기를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잡았지. 올라브라고 불리던 나이 많은 남자가 말했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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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로스쿨러 2024-03-10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니까 너무 우울해지는 소설같아요,,정신병자 얘기인가봐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3-10 19:47   좋아요 1 | URL
저도 아직 반정도만 읽어서 결말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은 부분만 봐서는 주인공의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보입니다.
 
전한길의 성공수업
전한길.이상민 지음 / 문이당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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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성공과 실패 그리고 재기의 기록이다. 보통 이런 성공관련 책들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성공 노하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비교하여 특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점은 성공 노하우들과 함께 자신의 실패기를 책에 남겨 놓았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성공의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실패의 경험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실패한 것에 대해 어디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뜻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의 알량한 자존심때문일 수도 있고, 솔직히 좀 부끄럽기도 하고 뭐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독자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자신의 실패기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책에 기록했다는 사실이 굉장한 용기있는 선택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저자가 결과적으로 다시 성공했기에 그런 실패기를 책에 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나, 인간의 본성상 가급적 자신의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하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나는 저자가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의 노하우들은 다른 독자분들이 쓰신 이 책의 리뷰나 이와 비슷한 부류의 다른 책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기에 별도로 언급하진 않겠다. 다만 나는 여기서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30세가 되던 해부터 1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고 한다. 자신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자기자신을 돌아보고 하루동안 살면서 있었던 일들이나 느낌들, 깨달음 등을 적어놓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저자가 19년간 꾸준히 썼던 일기가 이 책을 쓰는데 커다란 밑바탕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 '성공수업'인 만큼 당연히 성공 노하우에 대해서도 적혀 있지만, 이 모든 노하우들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재기라는 저자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저자가 몸소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기록했음을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결국 하루하루를 자신을 돌아보며 기록했던 일기가 쌓이고 쌓여서 얻게 된 살아있는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머리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깨달은, 그래서 저자의 몸에 새겨진 깨달음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매일 실천하며 살아가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가치관이 온전히 담긴 '인생 10계명'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것을 매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예전에 썼던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좋은 것은 이런 식으로 배워서 자기에게 적합하게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노하우라면 노하우라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일기를 장기간 동안 꾸준히 썼고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기록들이 바탕이 되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기록의 위대함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독자인 나도 일기든 혹은 다른 어떤 기록이든 뭐든간에 기록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서 언젠가 책을 한 번 써볼 수 있으면 좋을 듯 하다.

단순히 성공 노하우 외에도 이래저래 배울 것이 많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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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일이 밑줄 치진 않았지만 고관절 수술을 한 환자의 사례와 함께 섬망이라는 증상에 대한 개념과 관련 내용들이 나온다.

이어서 어릴때 게임하는 것이 좋아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했던 한 아이의 사례를 통해 여러가지 것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아이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저자가 참조했던 흥미로운 연구 중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일반인들과 프로게이머의 뇌를 MRI를 통해 분석한 것이 있는데, 뇌를 사용하는 차원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볼 수 있었다.

또한 아이에게 내재되어 있는 인정 욕구와 불안, 초조 같은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대인관계에 대한 솔루션과 함께 현실적인 진로선택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욕구를 살리면서 대안으로 게임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는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그 분야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한 저자의 상담 사례를 보면서 어떤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인지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본적인 욕구나 심리상태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거나 살면서 후천적인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들인데, 이러한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지 않고 최대한 살려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는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려봤던 것 같다.

뒤이어 뇌의 편도체와 변연계간의 관계와 함께 각각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기억과 관련된 부분인데 자세한 내용은 밑줄 친 내용을 참조바란다.


우울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독자분들이나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 만약 우울감으로 힘들어하고 계신분들이 계시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듯 하다.

우울증관련 증상들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여기서는 크게 3가지로 양극성 우울증, 히스테리성 성격, 편집증적 성격 등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나이대에 따라 비전형성 우울증,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전자는 2030에서, 후자는 40 이후에서 비교적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각각의 정의와 주요 특징은 밑줄 친 부분을 참조바란다.

섬망은 수술 후, 신체 질환, 약물, 술 등으르 인해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의식의 혼란이 오면서 횡설수설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환시, 환각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섬망은) 일반 수술 후 노인에게서 15~25%정도, 고관절이나 심장 수술 뒤에는 환자 절반에게서 발생할 정도로 흔합니다. 해질 무렵에 흔히 나타나서 일몰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빛에 의한 시각적 자극이 떨어지면서 사물 분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섬망을 유발하는 다른 원인은 매일 같이 마시는 술에 있습니다. 애주가가 입원으로 인해서 술을 중단하면 약 3일 후부터 불안, 초조, 불면, 손 떨림 등 ‘알코올 금단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금단 증상이 발생하면 섬망이 동반되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의자위에 올라가는 것은 균형감각이 떨어진 노인들에게는 위험한 일입니다. 이외에도 계단을 내려가거나 내리막 길을 내려갈 때도 넘어지기 쉽습니다. 넘어져서 골절이 발생하면 다시 섬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섬망은 뇌에 급성으로 전반적인 기능 저하가 발생한 상태입니다. 골절과 수술 이외에도 항콜린성 약물복용, 전해질 불균형, 감염질환, 뇌손상 등으로도 올 수 있습니다.

섬망을 줄이는 약물을 복용하면 뇌의 도파민을 차단시켜 급성 뇌기능 이상의 호전에 도움이 됩니다. 주로 노인에게서 오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방에 미등을 켜놓는 것도 빛 자극을 제공해서 섬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잘 때 방에 환한 불을 켜 놓는 것은 수면을 방해해서 섬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식사를 잘하고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노인이 낮에는 괜찮다가 해 질 무렵에 정신이 흐려지거나 횡설수설하면 섬망이 아닌지 의심 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의 프로게이머를 취재해 유명 프로게이머와 일반인의 뇌를 MRI로 비교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의 뇌는 시각을 통제하는 부분만 활성화되었지만 프로게이머의 뇌는 전두엽과 대뇌 변연계가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합니다.

컴퓨터를 조작하는 횟수 또한 일반인과 프로게이머를 비교해보면 일반인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1분에 100회 정도 조작하는데 비해 프로게이머는 그보다 3.7배 많은 370회를 조작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에서 프로게이머는 뇌의 반응과 대응속도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후천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인 뇌의 능력이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꾼다면 직업으로 삼기 전에 그 분야 전문가에게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전문가가 하기 어렵겠다고 조언한다면 그 말을 마음에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인관계에서도 친구들에게 꼭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친구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도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직업으로 잘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편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이 독특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입니다.

매우 예민한 분들은 우리 뇌의 변연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뇌 혈류를 보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fMRI 연구에 의하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뇌의 감정과 공감을 느끼는 변연계가 활성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습니다.

변연계는 이전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을 회상해냅니다. 자신에게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 사람이 이전에 가했던 기억까지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나게 됩니다.

우리 뇌가 컴퓨터와 다른 점은 과거의 기억이 그때 느꼈던 감정에 따라 강화되고 쉽게 회상된다는 점입니다. 이 역할을 편도체가 하게 됩니다. 편도체는 공포, 불안, 두려움의 감정을 느꼈을 때 변연계를 자극해서 더욱 강하게 기억하게 만들고 잊지 못하게 합니다.

변연계 Limbic system

뇌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기관으로 감정과 기억의 뇌라고 불린다. 인간의 기억, 감정, 학습, 꿈, 집중, 각성, 희로애락의 표현에 관여해 내부적인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며,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배고픔, 목마름, 약물에 대한 갈망 등의 기본적인 욕구를 관장하고 조절한다.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변연계에 속해 있고, 수면, 식욕, 성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여기에 속해있다.

변연계는 전두엽과 연결되어 있으며, 변연계에서 만들어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과 기억들은 전두엽에서 대부분 억압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충동을 억압하는 데 능한 이유는 전두엽의 발달에 그 원인이 있다.

편도체 Amygdala

편도체는 감정의 표현과 경험을 관장하는 변연계라는 뇌 영역에 속해 있으며 공포, 불안, 두려움과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고 기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이다. 아몬드almond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울한 기분이 심해져서 우울증으로 이어지면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 변연계에서 만들어진 우울, 불안의 기억들이 통제가 안 되고 의식의 표면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게 됩니다. 마치 술을 마신 뒤처럼 감정의 통제가 잘 되지 않고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게 됩니다. 결국 자신만의 슬픈 생각으로 깊게 빠져들어가게 되고 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될 수 있습니다.

전두엽 Frontal lobe

대뇌의 가장 앞쪽에 있는 부분으로 기억력, 사고력 등을 주관하고 기분과 충동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변연계에 있는 본능적인 충동이 행동화하지 않고 자제하도록 다루는 역할도 한다. 그중 전전두피질은 자신을 인식하고 행동을 계획하며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 알코올은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켜서 충동을 증가시키게 된다.

매우 예민한 사람이 느끼는 실제적인 우울은 뇌의 변주에 의해서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호요인‘을 증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보호요인은 ‘안전기지‘와 ‘대인관계의 능력‘과 ‘감정조절의 능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 중에서 ‘대인관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예민한 특성을 장점으로 살려서 자신의 분야에 성공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대인관계의 능력은 타인과 있을 때 그 사람과 쉽게 어울리고 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자신의 에너지 소모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대인관계의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도 많지만 후천적으로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인데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회의해도 피곤하지 않은 분들은 왜 그럴까요? 첫째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처음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과거에 상처를 준 사람들과 공통점이 있으면 연상을 하고 동일시하게 됩니다. 표정이나 말투 등 비언어적인 표현에 신경을 쓰게 되면 이러한 연상이 강화되고 에너지 소모가 과다해집니다.

둘째는,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흥미를 가지면 현재와 지금here and now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흥미는 안전기지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습니다. 안전기지를 통해 세상을 탐험하게 되면 나만의 흥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는 흥미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전기지 형성이 안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의 조절 능력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우울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우울한 생각이 시작되면 부정적인 자동사고가 강화되고 활동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자동사고를 생각하고 활동을 통해서 우울에 몰입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타인과 갈등을 만들기 전에 양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에너지의 소모를 줄이고 우울로 가지 않게 되어 자신에게 이익이 됩니다.

미래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줄이는 것이 예민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 일어나는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반복 회상하면 결국 우울한 기억이 강화되고 작은 자극에도 그 기억이 살아납니다. 교감신경계가 항상 활성화되고 각성되어서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되고 밤에는 잠이 안 와서 에너지를 채우기도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트라우마를 회상할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좋은 일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계속해서 자신의 뇌에 들어가는 인풋을 트라우마와 관련이 없는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 합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현재에 집중하고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면 예민한 특성이 능력으로 발휘되는 변화가 오게 됩니다.

양극성 우울증은 감정 기복과 우울한 기분을 함께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감정 기복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기분이 쉽게 변하고 우울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각성상태를 증가시켜 외부 자극에 예민해지거나 폭발하기 쉽습니다.

히스테리성 성격은 감정 표현이 과장되고 주변의 관심을 받으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과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심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분노가 생기고 우울증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편집증적 성격은 타인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하는 성격을 말합니다.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타인의 숨겨진 의도를 과도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멜랑콜리아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경험하는 중증의 우울증으로 즐거운 감정이 없어지고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감소가 있으며 오전에 특히 우울감이 심합니다.

비전형성 우울증은 주로 새벽시간대 식욕 증가, 불면, 오전시간대 무기력, 졸림 증상 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통점은 대인관계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고 사람만나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점입니다.

비전형성 우울증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는데, 크게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식욕이 증가하고 밤에 폭식증이 있습니다.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은 우리의 몸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입니다.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그렐린은 반대로 식욕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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