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쉬트 07769 (양장)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구소영 옮김 / 알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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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일일이 세기 힘들만큼 수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별도의 종이에 그들의 특징 등을 적어가며 읽었던 게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물론 중심 인물들을 몇몇 추릴 수는 있겠으나 등장인물의 특징들을 정리하면서 읽지 않으면 읽다가 도중에 길을 읽고 맥락을 놓쳐서 헤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내용들이 주저리주저리 나오는데,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뇌리에 박힌 메시지는 모든 사람에게는 어떤 한정된 모습만이 아닌 다양한 모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의 겉모습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 보고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의 다양한 모습들 중 일부분만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빙산의 일각만 보는 거라고나 할까. 착해보이던 사람도 얼마든지 악마처럼 변할 수 있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읽으시는 독자분들마다 뇌리에 박히는 메시지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메시지 등은 직접 본문을 통해 만나고 느껴보시길 바란다.

또한 본문 중간중간에 나오는 바흐의 음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분야에 무지한 편인데 이 책에 소개된 바흐의 음악만 잘 감상해도 바흐에 대해 어느정도는 일가견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작품들이 나온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바흐의 음악을 감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고상하고 멋진 취미 하나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저자는 바흐의 작품을 소설 속 상황과 연계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한 듯한데, 이에 대해서는 나도 바흐의 음악을 하나씩 들어보면서 추후에 검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소설 속 배경이 독일이다보니 독일어로 된 지명이나 문장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 덕분에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확실히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좀 더 관심과 호기심이 생겼고, 친숙해진 듯하다. 이것은 독자인 내가 그냥 본문을 쭉 읽어나갔다면 얻어가기 힘든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독일어로 된 모르는 지명이나 물건, 음식 등이 나오면 주석을 참조하거나 아니면 별도로 인터넷에 검색해가며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서 방식은 몇 달 전에 개인적으로 읽었던 동 저자의 작품인 《서왕모의 강림》에서도 사용했던 방식인데, 이를 통해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해외지역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외에도 본문에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늑대' 무리에 대한 얘기를 보면서 동 저자의 작품인《라스트 울프》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 중 《라스트 울프》의 페이지 수가 가장 적다는 이유로 뭣도 모르고 가장 먼저 무작정 읽기에 도전했다가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이《헤르쉬트 07769》를 읽으면서 저자에게 '늑대'라는 동물이 상징하는 바가 어떤 건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 것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유발시키는 존재라고나 할까? 그래서 향후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라스트 울프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 작품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예전보다는 좀 더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페이지 수가 620쪽이 넘는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새로운 인물들과 상황들이 계속 나오기에 호기심으로 쭉 읽어나가다가 중반부 정도에 이르면서 왠지모르게 살짝 루즈해졌다가 중후반부부터 마지막 부분까지 나름대로 뭔가 긴장감있는 전개가 펼쳐지니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본다면 이 소설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더 잘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어느정도 작가의 느낌을 아시겠지만 결국엔 거의 다 죽는다. 어떻게 죽느냐의 차이인데, 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때로는 허무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별탈없이 생을 마감하는 인물도 있다. 이는 소설을 직접 읽어가면서 그 과정을 생생히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수전 손택이 저자를 지칭하며 언급한 '묵시록의 거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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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4-15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르쉬르 07769..제목이 매우 특이하네요..라슬로 작품이라..읽기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결국은 다죽는..ㅎㅎ 라슬로 작품이 다 그런가요..ㅎㅎ 묵시록의 거장이라...라슬로 책 2권 있는데 이 기회에 읽어볼까합니다. 언제가 될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일단 대기작 순으로 빼 놔야 겠어요..ㅎㅎ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4-15 11:07   좋아요 0 | URL
예 저도 처음엔 제목보고 도대체 이게 뭐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헤르쉬트는 사람 이름이고 07769는 우리나라로 치면 번지수 같은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분량이 결코 적지 않기에 어느정도 인내심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라슬로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밝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경우들이 많긴 한데 작품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좀 있는 듯합니다. 묵시록이라는 게 일종의 종말론 같은 거라 이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죽음으로 결말을 맺은 듯 보입니다. 저는 그냥 이래저래 읽긴했는데, 아무래도 읽기 쉽지않은 작가라 너무 큰 기대는 안하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6-04-15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국내 번역작 다 읽으신거죠?
정말 대단하신 독자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4-15 14:33   좋아요 0 | URL
예 어찌어찌 하다보니 감사하게도 한 번씩은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읽은 것과는 별개로 작품을 제대로 잘 이해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ㅠ 저자가 비교적 생소한 헝가리 국적의 작가님이기도 하고 독자인 저의 배경지식 같은 것도 아무래도 부족하다보니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많은 것들이 생소했던만큼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게 된 것도 많았습니다. 잘 몰랐던 나라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위의 리뷰에 남겼던 것처럼 음악 쪽에도 조금이나마 호기심이 생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본문 내용 중에서도 어떤 메시지나 키워드 같은 것들이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책의 페이지 수가 결코 적지 않았기에 중간중간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자가 쓴 작품을 다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기에 어느정도는 의무감으로 읽어나갔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완벽하진 않지만 어쨌든 완독을 하고 나니 밀린 숙제를 우여곡절 끝에 다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관심가져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