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원 미상의 남자의 부탁을 받고 여자친구와 함께 특정한(?) 양을 찾으러 떠나기로 한다. 근데 이 여정이 최소 1달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이자 기르던 고양이를 위에서 언급한 신원 미상의 남자에게 맡기기로 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부분에서는 ‘나‘가 고양이를 부르는 별도의 이름이 그동안 없었음을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 뭔가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독자인 나의 철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이 말이 어떤 철학자와 관련이 있는지까지는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만드는 문장임은 분명해보인다.

근데 글을 쓰다보니 문득 ‘데카르트인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뭐 이런 말 있지 않나? 물론 아닐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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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나‘와 신원 미상의 남자 밑에서 일하는 어느 운전사와의 다소 추상적인(?) 대화가 오가는데, 어떤 사물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가는 듯한 모습이 나름대로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름이 뭐죠?"
"이름은 없어요."
"그럼 뭐라고 부르지요?"
"부르지 않아요"라고 나는 말했다.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이에요." - P272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아닙니까?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이름이 없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은데요?"
"정어리도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지만, 아무도 이름 같은 건 붙이지 않아요."
"하지만 정어리와 인간 사이에는 우선 마음의 교류 같은 게 있을 리 없는 데다 제 이름이 불린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야 뭐, 붙이는 건 자유겠지만." - P272

"다시 말해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인간과 마음을 교류할 수 있으며, 게다가 청각을 가진 동물만 이름이 붙여질 자격이 있다는 말이 되겠군요." - P272

"그렇다면 목적성이라는 것은 이름에 있어서는 양의적인 요소겠네요?"
"그렇습니다. 목적성만이라면 번호면 되지요.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들이 당한 것처럼 말이지요." - P276

"하지만 말이죠, 만약에 이름의 근본이 생명의 의식 교류 작업에 있다면 왜 역이나 공원, 야구장에는 이름이 붙어 있지요? 생명체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중략)...
"호환성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예를 들어서 신주쿠 역은 하나밖에 없고 시부야 역과 바꿀 수는 없잖아요. 호환성이 없다는 점과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량 생산물이 아니라는 점. 이 두 가지면 어떻습니까?" - P276

"그렇다면 그것은 물체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역할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뜻이 되겠군요. 그건 목적성이 아닌가요?" - P277

"가령 내가 의식을 완전히 포기하고 어딘가에 꽉 고정되었다고 하면, 내게도 훌륭한 이름이 붙을까요?" - P278

"비행기 덕분에 열 시간 이상이나 시간이 절약되는 셈 아냐? 그만큼의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시간은 아무 데도 안 가. 가산될 뿐이지. 우리는 그 열 시간을 도쿄에서든 삿포로에서든 마음대로 쓸 수가 있는 거야. 열 시간이면 영화를 네 편 보고 식사를 두 번 할 수 있지. 안 그래?"
"영화도 보고 싶지 않고, 식사도 하고 싶지 않다면?"
"그건 그쪽 사정이지. 시간 탓은 아니야." - P281

"있잖아, 시간은 팽창해?"라고 그녀는 내게 물었다.
"아니, 시간은 팽창하지 않아"라고 나는 대답했다. 내가 말했는데도 전혀 내 목소리 같지 않았다. 나는 헛기침을 한 다음 가져온 커피를 마셨다. "시간은 팽창하지 않아."
"하지만 실제로 시간은 늘어나고 있잖아. 당신이 말했듯이 가산되고 있고."
"이동에 필요한 시간이 줄었다는 것뿐이야. 총 시간은 변하지 않아. 단지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뿐이란 말이야."
"영화를 보고 싶다면 말이지?"라고 그녀는 말했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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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가 되어 알게 된 책이다. 개인적으로 몇 일 전 박성준 역술가 님의《운명을 보는 기술》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일단 앞부분만 살짝 읽어봤는데, 그 책과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서 비교분석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시작해본다.

책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다.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독자인 나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사주는 없다‘고 말하면 이쪽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아마도 노발대발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도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해보고 내린 결론일 것이기에, 이번 독서를 통해 양측이 주장하는 논거들을 비교해보면서 어느 쪽의 얘기가 더 그럴싸한지를 판단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그럼 이제부터 역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한 번 들어가보겠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하나 마나 한 말일 뿐이다. 운명도 그런 것 아닐까? 하나 마나 한 말 같은 것. - P6

무속인은 신내림을 받아서 신에게 의지하지만, 역술인은 공부를 해서 사주를 풀이한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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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은 소설 속 등장인물인 ‘나‘와 바를 운영하는 ‘J‘와의 대화인데 뭔가 표현이 신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의 핵심은 ‘껍데기가 바뀌어도 본질은 똑같다‘라는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 성향에 따라서는 변화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무작정 변화를 거부하면서 기존의 관점이나 가치관 등을 고수하려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소설 속 ‘나‘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변화의 파도를 거스르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바람직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여기서 소설 속 ‘나‘와는 반대로 생각하여 불평이나 불만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버린다면 1차적으로는 그 당사자의 마음이 타들어가기 시작할 것이고 2차적으로는 그 주변인들의 마음까지도 부정적인 에너지에 점령당할 것이다.

문득 이런 문장이 생각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어때, 가게가 달라져서 어수선하지?"
"그렇지 않아"라고 나는 말했다. "혼돈이 그 모양을 바꾸었을 뿐이지. 기린과 곰이 모자를 맞바꾸고, 곰과 얼룩말이 목도리를 서로 바꾼 거야." - P159

"시대가 바뀐 거지"라고 나는 말했다. "시대가 바뀌면 여러가지가 바뀌는 법이지. 하지만 결국은 그걸로 된 거야. 모든게 뒤바뀌는 거니까.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없지." - P160

이곳에서는 이미 새로운 규칙이 세워져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는 없다. - P166

"이제는 모두 다 끝나버린 게 아닐까?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 P170

"5년이나 지나면 모든 일들은 완전히 변해버리게 마련이지." - P171

내게는 알 수 없는 일이 무수히 많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현명해지는 건 아닌가 보다. - P173

"성격은 조금씩 변하지만 평범함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라고 어떤 러시아 작가가 쓴 말이 생각났다. 러시아인은 가끔 아주 재치 있는 말을 한다. 겨울 동안에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 P173

세계는 나와는 관계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나와는 관계없이 길을 건너고, 연필을 깎고,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서 1분에 50미터 나아가는 속도로 이동하고, 갈고닦은 제로의 음악을 커피 라운지에 흩뿌리고 있는 것이다. - P176

세계ㅡ이 말은 언제나 내게 코끼리와 거북이가 필사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원반을 생각나게 했다. 코끼리는 거북이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북이는 코끼리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어느 쪽도 세계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P176

작은, 정말로 작은 데서부터 사람은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지울 수없는 얼룩처럼, 그것은 조금씩 온몸을 뒤덮어간다. - P177

"어떤 한정된 시간에 기다리는 일에만 집중하면, 이제 나머지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고 말아. 그것이 5년이든 10년이든 한 달이든 마찬가지지." - P178

비현실적인 것이란 그리 오래가진 않지. - P179

"보드카에 그레이프프루트를 탄 것을 뭐라고 하지?"
"솔티 도그." - P180

나는 두 잔째 위스키를 제일 좋아한다. 첫 잔의 위스키로 한숨 돌린 기분이 되고, 두 잔째의 위스키로 머리가 정상이 된다. 석 잔째부터는 맛 따위는 없다. 그저 위 속에 들이부을 뿐이다. - P182

"그러나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 정직과 진실의 관계는 선두船頭와 선미船尾의 관계와 비슷해. 먼저 정직함이 나타나고, 마지막에 진실이 나타나는 거야. 그 시간적인 차이는 배의 규모에 정비례하지. 거대한 사물의 진실은 드러나기 어려운 법이야. 우리가 생애를 마친 다음에야 겨우 나타나는 것도 있지.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당신에게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 책임도 당신의 책임도 아니야." - P190

"우리는 재력이 부족한 한 마리 늑대니까요." - P191

"인간을 대충 두 가지로 나누면 현실적으로 평범한 그룹과 비현실적으로 평범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당신은 분명히 후자에 속하지. 이건 기억해두는 게 좋을걸. 당신이 걸어온 운명은 비현실적인 평범함이 걸어온 운명이기도 하니까." - P194

뻐꾸기는 저녁땐 울지 않는다. - P196

"세계는 평범하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그렇다면 세계는 처음부터 평범했는가? 그렇지 않아. 세계의 원초는 혼돈이고, 혼돈은 평범이 아니야. 평범해지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생활과 생산 수단을 분화시키고 나서부터지. 그리고 카를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를 설정함으로써 그 평범함을 고정시켰어. 그래서 스탈린주의는 마르크시즘에 직결되는 거지. 마르크스를 긍정해. 그는 원초의 혼돈을 기억하고 있는 흔치않은 천재 중의 한 사람이니까. 나는 똑같은 의미에서 도스토옙스키도 긍정하고 있어. 그러나 나는 마르크시즘을 인정하지 않아. 그건 너무나 평범하거든." - P204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이 ‘의지 부분‘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부분이 ‘수익 부분‘이야. - P214

"의지는 분열될 수 없어. 100퍼센트 계승되거나 100퍼센트 소멸되는 것 둘 중 하나일 뿐이지." - P215

"‘의지‘란 뭐지요?"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공간을 제어하고, 시간을 제어하고, 가능성을 제어하는 관념이지." - P215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자기인식의 부정이야. 거기에서 비로소 완전한 혁명이 실현되는 거지. 당신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노동이 자본을 포함하고 자본이 노동을 포함하는 혁명이야."
"환상처럼 들리는데요."
"그 반대지. 인식이야말로 환상이야." - P215

"내 설명은 나와 그 의지 사이의 관련을 또 다른 언어적인 관련으로 나타낸 것일뿐이야. 인식의 부정은 또한 언어의 부정과도 관련 있는 거야. 개인의 인식과 진화적 연속성이라는 서구 휴머니즘의 두 기둥이 그 의미를 잃을 때, 언어도 역시 그 의미를 잃는 거지. 존재는 개체로서 있는 것이 아니고 혼돈으로서 있어. 당신이라는 존재는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저 혼돈일 뿐이야. 나의 혼돈은 당신의 혼돈이기도 하고, 당신의 혼돈은 나의 혼돈이기도 하지. 존재가 커뮤니케이션이고, 커뮤니케이션이 존재인거야." - P216

"개개의 질량은 변함없는데 의식만 확대되어 가면 그 궁극에 있는 것은 절망뿐인 거야. 내가 말하는 평범함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지." - P216

"평범함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하며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 P222

"볼을 잡은 이상 골대까지 달리는 수밖에 없겠지. 설사 골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 P222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만약 우주인이 내게 "이봐, 적도는 시속 몇 킬로미터로 회전하고 있지?"라고 묻는다면, 나는 몹시 난처해할 것이다. 아마 나는 화요일 다음에 왜 수요일이 오는지조차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나를 보고 비웃을까? - P225

"하지만 밝아오지 않는 밤이 없는 것처럼, 끝나지 않는 교통 체증도 없지요." - P227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초조해진다는 건 스스로 패배하는 거거든요." - P227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매일 밤 전화를 걸고 있는걸요." - P227

"하지만 모두가 하나님께 전화를 건다면, 회선이 너무 복잡해서 항상 통화 중이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오후에 전화번호를 문의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님은 동시적인 존재거든요. 그러니까 한꺼번에 백만 명이 전화를 건다 하더라도, 하나님은 백만 명과 동시에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다." - P228

"선생님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일, 고민하고 있는 일을 솔직하게만 말씀하시면 되는 겁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을 이야기하더라도, 하나님은 따분해하시거나 경멸하시거나 하는 법이 없거든요." - P230

"어쨌든 움직이라고. 당신은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군. 자신이 처한 입장을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당신을 그런 입장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당신 자신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 P236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설사 허사로 끝난다 하더라도 양을 찾아다니는 편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거나 협박을 당하거나 휘둘리고 싶지 않아." - P242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명령을 받거나 협박을 당하거나 휘둘리면서 살고 있어. 그리고 찾아야 할 것조차도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 P242

모든 것에는 철학이 있고, 운명이 있다. - P247

"누구나 잃고 싶지 않은 게 한두 개는 있는 법이지. 당신에게도 말이야" - P250

"인간에게는 욕망과 프라이드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이 반드시 있는 법이지. 모든 물체에 무게중심이 있듯이 말이야. 우리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지. 두고 보면 당신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런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 P250

세상에는 그런 타입의 돈이 존재한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쓰고 나면 비참한 기분이 되고, 다 써버렸을 때에는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자기혐오에 빠지면 돈을 쓰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땐 돈이 없다. 구원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다. - P252

"그렇지.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 닮은꼴이지. 다른 점은 그는 자신의 의지로 도망쳤고, 나는 다른 사람의 의지에 의해 내동댕이쳐졌다는 거지." - P254

"이상한 말 같지만, 도저히 지금이 지금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내가 나라는 것도 어쩐지 딱 와닿지 않아. 그리고 여기가 여기라는 것도 말이야. 언제나 그래. 훨씬 뒤에 가서야 겨우 그게 연결되는 거야. 지난 10년 동안 줄곧 그랬어."
"왜 하필이면 10년이지?"
"끝이 없기 때문이지. 그뿐이야." - P255

"아주 길었던 것 같은 느낌이야. 아주 길었고, 무엇 하나 끝나지 않았어." - P257

"내 친구 왓슨의 생각은 한정된 좁은 범위의 것이기는 하지만 매우 집요한 데가 있다" - P258

"너와 함께였기 때문에 해올 수 있었던 거야"라고 그는 말했다. "이제까지 혼자 뭔가를 해서 제대로 된 적이 없다고." - P265

"약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나? 네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장이야. 세상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면 아이 따위는 만들지 말았어야지.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일을 하고 술 같은 건 마시지 말아야지." - P266

그러나 내가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도, 그도 알고 있었다. 6년이나 함께 일을 해보면 그만한 것은 알게 되는 법이다. - P267

예순이 되었을 때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허사였다. 한 달 후의 일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 P267

"메시지는 만물 속에 이미 있습니다. 꽃에도 돌에도 구름에도......." - P270

"누가 만들었든 신의 의지라는 것은 만물 속에 깃들어 있지요."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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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들은 노래는 Ramones라는 밴드가 부른 Blitzkrieg Bop 이라는 곡이다. 유튜브에 검색해서 들어보니 흥에 겨워 뛰어노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밑줄친 부분을 읽어보면 그들의 음악 철학은 단순했다. 그냥 좋아서, 신나서 하는 거였다. 복잡하고 생각할 게 많은 세상살이 속에서 때론 이처럼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가는 게 어쩌면 바람직한 대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전 펑크 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예요."
조이 라몬Joey Ramone, 1985 - P367

토미(Tommy Ramone)는 "Blitzkrieg Bop"을 풀어놓았던 해 라몬스의 음악 철학에 관한 성명서를 정리해 발표해버린다. "로큰롤 말이야. 그냥 로큰롤하는 거지 뭐. 마땅히 그래야 하듯, 흥미롭고, 재미를 주고, 섹시하고, 에너제틱하고, 신나는 거, 그런 거라고." 라몬스가 세상을 바꾸려는 걸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댄스 플로어에서 그들이 전하는 압도적인 힘은 사람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세상을 잊도록 해주었다. - P367

이 트랙(Dancing Queen, Abba)은 불후의 팝 명작이 가져야 할 모든 필수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대담하고 경쾌한 고음역대 피아노 코드와 씩씩한 디스코 스트링 섹션, 링스타드와 펠트스코그가 전하는 달콤하게 녹아드는 보컬이 바로 그것이었다. - P366

"But just because a record has a groove / Don‘t make it in the groove(하지만 음악에서 그루브가 느껴진다고 해서 / 음악 자체가 흥겨운건 아니지)" - P364

"Legalize it and I will advertise it (그것을 합법화해라 그러면 내가 그것을 선전하겠다)". - P360

(There is something in the air that you just can‘t ignore / ... / It‘s a growing wave that follows wherever you go / It‘s music, rebel music(도저히 모른 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대기에 감도네 / 점점 차오르는 파도와 같이 어디를 가든 뒤쫓네 / 그건 음악이네. 반항아의 음악).") - P358

("Two lost souls swimming in a fish bowl(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두 길 잃은 영혼들)") - P356

"누군가가 방에 앉아서 라디오를 따라 기타를 연주하는" 느낌 - P356

"그런 것(시간적 개념) 따위에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거죠. 어제, 오늘, 내일이 모두 한방에 있다고 보면 돼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한 번에 일어나고 있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 P354

("Jesus died for somebody‘s sins but not mine (예수는 누군가의 죄를 사해주려 죽었지. 그러나 내 죄는 아니었어)"). - P353

"어려움을 이겨나가고(rolling with the punches)" 나면 "때려 눕혀지는 것(knocked to the ground)"뿐 이라며, "돌고 도는 헛짓거리들(all this bullshit going down=ahppening)"에 저항할 때가 되었다고 - P350

"We are amazed and not amused by all the things you say and you do(당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우리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지)" - P344

("Because you see it‘s the monotony that‘s got to me / Every afternoon like the last one /Every afternoon like a rerun(왜냐하면 그 단조로움이 나를 괴롭혔거든 / 매일 오후가 그 전날과 똑같아 / 매일 오후가 재방송 같지)"). - P339

("I‘m gonna be somebody, I‘m gonna get on that train, go to New York City / And I‘m gonna be so big, I‘m gonna be a bigstar and I will never return(난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난 그 기차를 잡아타고 뉴욕에 갈 거야 / 난 대단해질 거야 큰 스타가 되어 다시는 여기 돌아오지 않겠어)") - P339

"you‘ve got to get in to get out(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들어가야만 해)" - P335

("He spends his life walking the streets of New York City (그는 뉴욕의 거리를 걸으며 삶을 보내네)"). - P331

그러나 꿈이 완전히 날아간 것은 아니다. ...(중략)...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중략)... "그래, 우리가 할 수 있다" - P331

"So you think my singing‘s out of time, well it makes me money!(네 생각에 내 노래가 시대에 안 맞는 것 같지만, 그래도 돈은 잘 벌어주거든!)" - P330

"There‘s a future for you in the fire-escape trade(너는 화재 피난 업계 쪽에 직장을 잡으면 잘될 거야)"라는 가사 구절은 ‘The Graduate‘의 등장인물 미스터 맥과이어가 벤자민에게 던지는 대사("There‘s a great future in plastics (플라스틱 업계가 장래성이 보인다)")를 인용하고 있다. - P329

"I don‘t know what‘s going on in your mind / But I know you don‘t like what you find / When you‘re moving through / Solid air (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있는지 난 몰라 / 하지만 난 네가 주변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 / 네가 움직일 때 / 단단한 대기 사이로)." - P329

"I‘m a street-walking cheetah with a heart full of napalm / I‘m a runaway son of the nuclear A-bomb (난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치타. 내 심장은 네이팜탄으로 가득 차 있지 / 난 원자핵폭탄의 집 나간 아들)." - P326

"My happiness depends on you, and whatever you decide to do(내 행복은 네 손에 달려 있어. 너의 결정이 뭐가 되느냐에)" - P322

"She thinks she‘s the passionate one(그녀는 바로 자기가 정열적인 사람이라 생각하지)!" - P322

"And you‘re a prima ballerina on a spring afternoon. Change on into the wolfman, howlin‘ at the moon / Got a personality crisis, you got it while it was hot / It‘s always hard to know when frustration and heartache is what you got (그리고 넌 어느 봄날 오후의 주역 발레리나, 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인간으로 변해 / 정체성 위기를 앓지. 한창일때 그걸 앓게 됐지 / 불만족과 마음의 고통에 시달리니까 항상 알아차리는 게 힘들지)." - P320

(자신의 사랑이 "Soaring over all the accusations / Over prejudice and affectations(모든 비난을 넘어 높이 비상한다 / 편견과 허세를 넘어)"라고 한다). - P317

(You‘re so.... so vain / I‘ll bet you think this song is about you / Don‘t you? Don‘t you(넌 허영심 덩어리야 / 내가 장담하건대 넌 이 노래가 너에 대한 거라고 믿고 있지 / 그렇지? 그렇지)?) - P316

"그냥 맡은 일 해주고 그 자리에서 꺼지는 거죠. 뭐." - P314

"슬레이드가 있기 전에는, 관중을 한 무리의 폭도들로 뒤바꿔 놓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죠." - P309

"I miss the Earth so much, I miss my wife / It‘s lonely out in space (난 지구가 너무나 그리워 내 아내가 그리워 / 우주에 있는 건 외로워)" - P308

"Hit that long, lunar note, and let it float(그 음을 늑대 울음같이 길게 빼봐, 그리고 멈추지 마)" - P306

"록은 이 세대의 문학입니다."
로버트 캘버트, 1977 - P304

"climb aboard, little wog (배에 올라타, 작은 유색인)" - P303

"우린 모든 걸 다 분해해보고 연구했죠. 마치 한창 놀이에 빠진 아이들처럼 말이에요." - P303

이것(Willin‘ , Little Feat)은 "weed, whites, and wine(마리환, 암페타민, 그리고 술)"으로 전전하는 여정을 거듭하는, 떠도는 데 지친 한 화물차 운송업자들의 관점에서 쓰인 곡이었다. - P302

("the time that he served / Had shattered all his nerves (그가 군인으로 싸웠을 때 / 정신이상이 되어버렸다)") - P302

("But the morphine eased the pain (하지만 모르핀이 고통을 덜어줬어)") - P302

"There‘s a hole in daddy‘s arm where all the money goes(아빠의 팔에 있는 바늘 구멍으로 가진 돈 전부가 들어가고 말지)" - P302

공식적으로 말해두지만, 앨리스 스스로는 정계에 입문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제가 지옥에간다면 보게 될 것들이죠." - P301

"Makossa"(이것은 카메룬의 두알라족 방언으로 "꼬는 댄스"라는 의미이다) - P299

"Let me, let me take you (당신을 인도하도록 허락해줘)" - P299

"천국 말고, 사람들을 데려갈 만한 데가 도대체 또 어디 있겠어요?" - P299

"Ain‘t no smiling faces / Lying to the races(미소를 머금은 얼굴도 없지 / 흑인들에게 거짓된 말을 하는)") - P299

"It was the third of September that day I‘ll always remember(그날은 9월 3일이었다. 난 항상 그날을 잊지 못할 거야)..." - P298

"Papa was a rollin‘ stone / Wherever he laid his hat was his home(아빠는 구르는 돌이 었단다 / 모자를 벗어놓는 곳마다 모두 그의 집이었지)." - P298

"Rockets, moonshots, spend it on have-nots (로케트며, 달 탐측선 발사며, 없는 이들에게 돈을 좀 써)." - P298

"Sister killed her baby ‘cause she couldn‘t afford to feed it / And we‘re sending people to the moon (한 자매가 자신의 아이를 죽였지. 먹일 것이 없다는 이유로 / 그런데 우리는 달에 사람들을 보내는 것에 정신을 쏟고 있어)" - P298

"God knows where we‘re heading(우리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 - P298

("소울은 교회 음악이라 봐야 돼요." 그가 한때 이렇게 말했다. "그냥 ‘예수‘를 ‘베이비‘로 바꿔 부를 뿐이죠. 그게 다예요.") - P297

"But I could have told you / Vincent /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하지만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겠지 / 빈센트 / 이 세상은 당신같이 아름다운 이가 있을 곳이 못 돼)." - P293

"Meet the new boss / Same as the old boss(새로운 보스를 만나봐 / 옛 보스와 똑같은)"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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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뭔가 교훈적인 메시지가 있어보인다. 평소엔 잘 모르던 분야라 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발품(?)같은 걸 좀 팔면 누구나 어느정도는 알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일단 뭐든지 시도해보면 일정수준까지는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살면서 이런 유형의 경험들을 곧잘 해왔던 터라 크게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냥 단순히 흥미가 없다거나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시도하지 않아서 그렇지 뭐든지 마음 단단히 먹고 하면 되어지는 게 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말했듯이 수고만 아끼지 않는다면 웬만한 일은 곧 알 수 있기 마련이다. - P10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법인가 봐." - P19

Giorgio de Chirico(키리코), 몽환적인 화풍으로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끼친 이탈리아 화가. - P39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일어나버린 일이다. - P43

어떤 사람은 잊히고, 어떤 사람은 모습을 감추며, 어떤 사람은 죽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비극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 P45

오르되브르 : 프랑스 요리에서 식욕을 돋우기 위해 식사 전에 나오는 간단한 요리. - P60

파테 : 잘게 간 간이나 고기를 파이로 싼 요리. - P60

테린 : 생선·닭고기 등을 잘게 조미하여 찐 요리. - P60

"파라 포셋의 코를 볼 때마다 재채기가 나는 사람을 알아요. 재채기란 그런 정신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나 봐요. 일단 원인과 결과가 결부되어버리면 좀처럼 떨어질 수 없게 되고 말거든요." - P63

"막연한 동기에 입각한, 응축된 현상." - P64

"당신의 인생이 따분한 게 아니라 당신이 따분한 인생을 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 - P72

니체도 말했듯이 신들도 따분함에는 항복한다고 하잖아 - P72

"당신의 따분함은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단단한 게아닌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 P73

"당신이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그게 가장 큰 이유지." - P79

"만약에 다른 누군가가 너를 원했다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당신이 나를 원하고 있잖아. 게다가당신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멋져." - P79

"왜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걸까?"라고 나는 질문해보았다.
"그건 당신이 자신의 절반으로만 살기 때문이야"라고 그녀는 시원스럽게 말했다. "나머지 반은 어딘가에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거야." - P79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 닮은 셈이지. 나는 귀를 막고 있고, 당신은 절반만 살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 - P79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 - P80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일을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민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 P88

"자라남에 따라 감옥의 그늘은, 우리의 주위에 커지는구나" - P93

"점잖은 번역 일이나 엉터리 마가린 광고 카피나 근본은 마찬가지야. 아닌 게 아니라 네 말처럼 우리는 실체가 없는 말을 해대고 있지. 하지만 실체가 있는 말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지? 이것 보라고, 성실한 일 따위는 아무 데도 없는 거야. 성실한 호흡이나 성실한 오줌이 아무 데도 없는 것처럼 말이야." - P95

코도반 : 윤이 나게 무두질하여 만든 염소가죽이나 말 엉덩이 가죽. - P100

"어떤 경우에는 때때로 비현실이 현실을 압도하는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현실의 세계에는 비즈니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어려움을 지향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 P104

"광고업계와 집권당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 없거든." - P110

"광고를 장악한다는 건 출판과 방송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게 되는 거야. 광고가 없는 곳에는 출판과 방송이 존재할 수 없지. 물이 없는 수족관과 같다고나 할까. 네가 보게 되는 정보의 95퍼센트까지가 이미 돈으로 매수되어서 선별된 것이라고." - P110

매치 펌프 : 일본식 합성어로, 자기 쪽에서 폭로하겠다는 불을 당기고 나서, 상대에게 불을 꺼주겠다고 제의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 방식. - P111

정치가와 정보산업과 주식이라는 삼위일체 - P111

"구석에서 이름도 없는 난쟁이가 물레를 돌리고 있는 거지." - P112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명확하게 일어나버린 일이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명확하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배후의 ‘모든 것‘과 눈앞의 ‘제로‘ 사이에 끼인 순간적인 존재고, 거기에는 우연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는 뜻이다. - P114

내가 PR지의 화보에 양의 사진을 실은 것은 한쪽의 관점(a)에서 보면 우연이고, 다른 쪽 관점 (b)에서 보면 우연이 아니다.

(a) 나는 PR지의 화보 페이지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고 있었다. 내 책상 서랍에는 우연히 양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진을 썼다. 평화로운 세계의 평화로운 우연.

(b) 양의 사진은 책상 서랍 속에서 줄곧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잡지의 화보에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 나는 그것을 다른 무엇인가에 썼을 것이다. - P115

이 공식은 내가 이제까지 걸어온 인생의 모든 단면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좀 더 훈련하면, 나는 오른손으로 (a)적인 인생을 조종하고, 왼손으로는 (b)적인 인생을 조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래도 좋다. 도넛의 구멍과 마찬가지다. 도넛의 구멍을 공백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존재로 받아들이느냐는 어디까지나 형이상학적인 문제이고, 그 때문에 도넛의 맛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 P116

전기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한, 적어도 세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 대단한 세상은 아니라도 어쨌든 계속 움직이고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한,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 P116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이 전기시계의 바늘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왠지 기묘한 일 같았다. 세상에는 또 다른 확인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 P116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 하더라도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뭔가 일어났다면, 그건 이미 일어나버린 일이다. - P119

"차라는 것은 정기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성능이 저하되거든요." - P122

상징적인 꿈이 있고, 그런 꿈이 상징하는 현실이 있다. 또는상징적인 현실이 있고, 그런 현실이 상징하는 꿈이 있다. - P125

사고방식이 다른 우주에 내던져져 가장 난처한 일은 말이 길어지는 것이다. - P125

그런 우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다른 상징적인 꿈을 꾸는 수밖에 없다. - P126

그것은 뭐랄까, 매우 고독한 건물이었다. 예를 들어 거기에는 하나의 개념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물론 약간의 예외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예외가 얼룩처럼 번져 마침내는 하나의 다른 개념이 되고 만다. 그리고 거기에 다시 약간의 예외가 생긴다 ㅡ 한마디로 말하면 그런 느낌의 건물이었다. 목적지를 모르는 채 아무렇게나 진화한 고대 생물처럼도 보였다. - P128

나 자신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하물며 남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어? - P136

누군가 썼듯이, 오랜 방랑 생활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성향, 즉 종교적인 성향, 예술적인 성향, 정신적인 성향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르지. 그중 하나라도 갖추지 않으면 오랜 방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 - P140

어쩌면 나는 문을 잘못 연 채 그대로 물러설 수 없게 된 건지도 몰라. 하지만 기왕 열었으니 잘해봐야 하지 않겠어? 왜냐하면 언제까지나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만은 없는 일이니까. - P140

시간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이어져 있는 건가 봐. 우리는 자신의 사이즈에 맞춰서 시간을 습관적으로 잘라내버리니까 자칫 착각하기 쉽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확실히 이어져 있어. - P144

이곳에는 자신의 사이즈라는 것이 없어. 따라서 제 사이즈에 맞춰서 남의 사이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칭찬하거나 비방하는 친구들도 없어. - P144

시간은 투명한 강처럼 있는 그대로 흐르지. 여기에 있다 보면 가끔 내 원형질마저 해방되어 버린듯한 기분이 들어. - P145

햇빛만은 언제나 무료다. - P151

사고방식의 차이인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끝나버린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저 그뿐인 것이 선로의 앞쪽으로 가면 매우 큰 차이를 갖게 된다. - P153

처음에 무엇이 있었는지, 이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거기에는 틀림없이 뭔가가 있었다. 내 마음을 흔들고, 내 마음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마저 흔드는 뭔가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잃어야 했기에 잃은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 말고 나에게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 - P155

적어도 나는 살아남았다. 좋은 인디언은 모두 다 죽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역시 오래 살아야만 했다. - P155

산뜻하다는 것은 대단히 근사하다. 애당초 세계에도 바에도 사물의 바람직한 모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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