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영어를 익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딱딱하고 지루한 공부가 아닌 재미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영어가 체득되는 노하우를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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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를 읽고 있는데 어떤 특별한 노하우보다도 중요한 게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불안감을 없애는 것‘ 이라는 저자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어찌보면 어디선가 들어봤던 얘기라 머리로는 알고 있음에도 막상 입을 열어 영어로 말을 하려고 하면 왠지 틀리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저자의 얘기에 온전히 공감하는 사람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만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내용에 연이어 개그맨 김영철 씨와 관련된 얘기가 잠깐 나온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핵심은 김영철 씨가 영어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분명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간혹 그의 발음이나 억양을 문제삼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그것은 사람마다 고유한 것이기에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리치 브라이언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오로지 유튜브 하나로 영어를 독학했다는 것이었어요. 그는 4년여에 걸쳐 유튜브를 통해 표현, 발음, 억양, 쓰기(가사)까지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췄습니다. 리치 브라이언과 인터뷰를 했던 진행자는 이런 말까지 했죠. "유튜브로 독학했는데 어떻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할 수가 있어?" - P5

유뷰브로 공부해 영어를 잘 하게 된 사례는 리치 브라이언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많습니다. 유튜버 WORDGASM (워드가슴) 님은 사진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다 영어 콘텐츠를 접하기 시작하며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쌓게 되었습니다. - P5

또 영국 사람보다 더 영국인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해 영국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KoreanBilly (코리언빌리)님 역시 영상 콘텐츠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유튜브라는 공통점이있었습니다. - P6

제가 줄곧 가졌던 가장 큰 신념은 ‘즐기면서 하는 영어 공부야 말로 최상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 - P6

언어에 대한 감각이 아무리 뛰어난 학생도, 숙제를 하루도 빼먹지 않은 성실한 학생들도 결국 영어를 즐기면서 배운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 P6

유튜브는 영어를 배우기 위한 최고의 플랫폼입니다. 일단 유튜브는 재미있어요. 재미있으니까 자꾸 보게 되고, 그 사이에 영어는 자연스럽게 내 안에 스며들게 됩니다. 영어 공부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꾸준함과 성실함인데 유튜브는 바로 그 두 가지를 가능하도록 완벽하게 도와줍니다. - P6

"유튜브로 놀면 됩니다!" - P7

영어를 ‘목표‘로 삼으면 그 때부터 부담이 됩니다. 영어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재미있는 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바로 영어를 즐기는 법, 그러면서도 효과적으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 P7

물론 저 역시 미국에서 문법을 공부했어요. 문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시제는 어떻게 쓰는지 등 최소한의 문법은 알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모든 문법은 의사소통에 도움을 받기 위해 공부할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후치수식이니 분사니 하는 것들을 먼저 배우고 말을 하진 않았어요. - P18

어린아이가 말을 배울 때는 문법에 맞춰서 말을 하지 않잖아요. 어휘나 어순이 틀려도 내뱉고, 틀린 것은 바로 잡아가면서 말을 배우죠.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예요. 크게 문법을 의식하며 말을 하지는 않아요. - P18

‘현지인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 - P19

바로 영어도 우리말처럼 외국인들이 늘 사용하는 ‘평범한 말‘이라는 사실을 놓치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어떤 상황에 부딪치거나 누군가를 만났을 때 즉흥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이 바로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표현을 100개, 1000개씩 달달 외우더라도 그게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지식에 머물 뿐이에요. - P19

어설프게 단어 몇 개를 이어서 만든 문장이라 하더라도 내가 하고싶은 말은 내가 직접 생각하고 뱉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어 공부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화려한 표현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내지요. 영어도 그저 말일 뿐이라는 것, 영어를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 P20

60~70대 어르신들도 젊은 친구들의 인터넷 신조어를 배우는 세상입니다. 일정 수준에 도달했더라도 까먹지 않고 요즘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매일 접하는 매체가 있어야 하고, 또 재미있어야 합니다. ‘유튜브‘는 제가 추구하는 영어 공부 방식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도 즐겁고 당신도 즐겁고, 나도 배우고 당신도 배우는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자고 말이죠! - P25

"The party was so lit! (그 파티 완전 쩔었어)" - P26

"If you are gonna bring half-assed homework like this, don‘t even bother! (이렇게 숙제를 설렁설렁 할 거면하지 마)" - P27

이런 슬랭 가운데는 영어 교재에는 절대 언급되지 않지만 현지에서는 너무도 자주, 널리 쓰이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들은 간혹 문법과 맞지 않거나 문법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에서 너무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쓰여서 아예 하나의 단어처럼 굳어져 버렸어요. 또 잠깐 쓰였다 사라지는 유행어도 많고, 하나의 표현에서 파생·변형된 응용 표현들도 무수히 많죠. - P27

슬랭을 사용하면 교과서에서 배우는 표현들을 썼을 때보다 훨씬 더 영어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어요. - P27

슬랭이란 기본적으로 그 문화권 사람들의 사유 방식을 담고 있으니까요. - P28

동시에 슬랭을 섞어 쓰면 원어민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어요. 우리가 그 나라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어떤 말을 했을 때 그들이 호의를 보내준다면 더 많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겠죠. - P28

회화는 실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배워야 가장 빨리 늘어요.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슬랭을 배운다면 분명 여러분의 영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 P29

만약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이 "아, 나 같은 초보가 무슨 슬랭이야"라고 말씀하신다면 굳이 시작부터 한계를 만들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 P29

현지인의 간단한 표현이나 슬랭을 익히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키우는 데 분명 도움이 됩니다. 영어 입문자라면 당연히 기초부터 닦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슬랭을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 슬랭은 초보의 영어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효과도 있죠. - P29

"언젠가 나도 현지인들처럼 멋있게 슬랭을 자유자재로 말해야지!" 하는 정도의 용기는 꼭 마음속에 품고 공부하시길바랍니다! - P29

영어 울렁증의 실체는 대부분 ‘틀리지 않게 정확히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있습니다. 영어를 언어가 아닌 학문과 시험으로 처음 접한 사람들이 특히 이런 특징을 보입니다. - P31

우리는 완벽하게 문법에 맞춰서 한국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못 하는 경우가 더 많죠. 문법에 맞는 문장이 일상에서는 오히려 어색한 경우도 많고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를 잘하는 유명인의 영어 실력을 꼼꼼히 파헤쳐보면 의외로 실수를 하거나 틀린 표현을 쓸 때가 많아요. - P31

영어를 빨리 배우는 사람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틀려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냥 입 밖으로 내뱉거나, 대화 중에 "What is correct? I hitted it? I hit it?"이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죠. 틀린 말을 내뱉어도 대화는 이어질 거예요. 모르는 걸 물어보면 또 다른 대화거리가 생기며 분위기가 좋아질 수도 있겠죠. - P32

부딪치는 것도 연습이고 훈련입니다. - P32

누구나 말을 할 때 실수를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원어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내가 편하게 말해야 상대도 편하게 듣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저도 계속 부딪치는 연습을 했고, 다시 아무런 부담감 없이 편하게 영어를 말하기까지 1~2년이 걸렸습니다. - P33

문법적으로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건 너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영어로 말문이 트이기 전까지는요. 우리는 영어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학창 시절 배운 영어 문법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 단어를 뱉어야 할 타이밍에 ‘이게 맞나? 틀렸나?‘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 P33

열 마디를 말할 기회를 놓치고 완벽한 문장 하나를 어렵게 말하는 것보다는 실수투성이인 문장을 열 번 뱉어보는 것이 실전적으로 피드백도 받아보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도 빨리 깨달게 해주기 때문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 P33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문화도 영어 울렁증의 심각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가 결국 ‘틀리는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거든요. - P33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도 말할 때는 크고 작은 실수를 하고, 어떤 경우에는 평생 자신의 실수를 모른 채 잘못된 표현을 습관처럼 쓰기도 합니다. 다른 실수나 미숙함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사람들이 유독 영어에 대해서만 완벽주의 성향을 드러낼 때 저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 P34

자신이 외운 표현을 현실 상황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실전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실전 감각은 책을 많이 읽고 강의를 많이 듣는다고 해서 느는 것이 아니에요. 실제로 말로 뱉고 그 상황에 부딪쳐서 자연스럽게 내 몸에 익혀야 하죠. - P34

"외국인 앞에서 단어가 두 개 이상 생각나면 일단 말해라!"  - P34

상대는 이미 당신과 대화할 마음을 먹고 있기 때문에 어설픈 영어라도 당신의 말을 듣고 기다려줄 거예요.  - P34

체득화하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원어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실력 - P36

중요한 것은 완벽한 문장 구조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교류 속에서 얼마나 자신감 있게 말하느냐라는 것. - P37

실제로 원어민들은 상대가 어떤 스타일로 스피치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얼마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말하느냐입니다. - P38

미국은 애티뷰드 사회입니다. 강렬하고 당당한 애티튜드일수록 더 인정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유창성이나 발음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풍기는 에너지와 태도입니다. - P39

어설프게 부족한 실력을 멋으로 커버하려고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슬랭과 제스처를 따라 하면서 속 빈 메시지만 뱉기보다는 조금 투박하고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자신감 넘치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영어로 말하는 것이 훨씬 멋있습니다. - P39

영어를 공부할 때는 분명하거나 절실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자신이 정한 기간에 원하는 만큼 영어 실력이향상된 경우는 대부분 뚜렷하고 확실한 목표가 있는 경우였습니다. - P41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단기적인 목표일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사람이 절박한 순간에 내몰리면 말도 안 되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곤 합니다. 특히 직장이나 학교처럼 생존, 경쟁 등과 직결된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 P41

오히려 회사 면접이나 대학원 입학처럼 진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따로 있고 영어가 수단인 경우에 놀랍게도 영어 실력이 쑥쑥 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P42

남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그건 그 사람의 동기일 뿐, 나 자신의 동기가 되기 어렵습니다.

동기는 ‘영어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야 더 잘 찾을 수 있습니다. - P42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공부에 매진합니다. 모두가 열정 넘치게 시작하지만 누군가는 1년 안에 영어로 하고싶은 말을 하는 반면, 또 누군가는 3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바로 ‘얼마나 뚜렷한 목표를 세웠는가‘ 또는 ‘영어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가‘에 있었습니다. - P43

영어 공부를 계속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면 그 이유와 목표는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이어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영어 공부를 왜 하려고 하는지 그 동기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동기를 계속 북돋아줄 구체적인 목표까지도요. - P44

남이 만들어준 목표나 동기는 언젠가 힘을 잃기 마련입니다. - P45

남들이 아니라 내가 세운 기준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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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방어기제와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어제는 ‘투사‘ 에 대해서만 살펴봤는데 오늘은 ‘건강염려증‘, ‘통제‘ 같은 개념도 나온다.

뒤이어서는 방어기제와 관련하여 좀 더 세부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그냥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읽어보면서 나 자신 혹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평소 행동패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방어기제가 어떤 것은 미성숙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신경증적인 것도 있고, 일부는 성숙한 것도 있음을 보면서 미성숙하거나 신경증적인 방어기제를 성숙한 방어기제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분노를 표출하면 일시적인 화풀이는 되지만 결국 쌓여서 더 커지고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건강 염려증‘이 되기도 하는데, 여기저기 몸이 아파 자기를 환자라고 여김으로써 불쾌한 상황을 회피하게 됩니다.

‘통제‘는 자기 주변의 대상을 엄격하게 관리해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사‘ ‘건강 염려증‘ ‘통제‘로는 불편한 상황을 잠시 회피할 수 있을지언정 결국 더 힘들어집니다. 더 예민해지고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불쾌한 상황을 평온하게 만드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트라우마나 심각한 스트레스가 자신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을 그대로 둔다면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요인을 처리하는 방법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을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 라고 합니다.

방어기제는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되며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기애적 방어기제 narcissistic defenses , 미성숙한 방어기제 immature defenses , 신경증적 방어기제 neurotic defenses , 성숙한 방어기제 mature defenses 입니다.

방어기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막내딸 안나 프로이트 Anna Freud 가 프로이트의 업적을 정리하고 구체화하여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외부의 수많은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지 정리한 이론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깨트리는 사건들이 내적 혹은 외적으로 발생할 때, 발생한 불안감은 자신을 위협하게 되며, 이때 불안을 처리하고 마음의 평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방어기제는 감정적 상처로부터 마음의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마음의 방어 작용을 말한다.

베일런트는 방어기제를 ‘성숙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욱 성숙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밝혔습니다.

1. 자기애적 방어기제

부정 denial : 현실에서의 고통을 인식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다.

왜곡 distortion : 자신의 내부적인 욕망에 의해 현실을 고쳐서 행동하는 것이다.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다.

투사 projection : 자신의 결점,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책임 등을 타인에게 돌린다.

2. 미성숙한 방어기제

행동화 acting out : 무의식적인 소망이나 충동이 감정을 동반해 의식에 떠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한다. 그렇지만 왜 화가 나는지, 왜 폭력을 사용하는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예) 음식점에서 음식을 늦게 가져오는 종업원에게 자신을 무시한다고 화를 낸다.

차단 blocking : 일시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 억제하는 동안 긴장은 증가한다.

예) 남편과 어제 말다툼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남편을 보면 화가 많이 난다.

건강염려증 hypochondriasis : 현재 상황을 회피하거나 관심받기 위해 자신의 병을 과장하거나 강조한다.

예) 암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관심을 가져주면 증상이 줄어든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정상이다.

내재화 introjection : 대상을 비판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예) 사이비 종교 교주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수용하는 것

수동-공격적 행동 passive aggressive behavior :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나 불만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예) 아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야단을 쳤더니 공부는 안하고 스마트폰만 하고 있는 것

퇴행 regression : 현재의 발달 단계보다 이전의 발달 단계로 후퇴함으로, 현재의 위치나 성숙도를 후퇴하여, 두려움과 고통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예) 동생이 태어난 아이가 어린 아기처럼 되는 것.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동생이 빼앗는다고 관심을 되찾으려는 행동을 한다.

신체화 somatization : 우울, 불안 등의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 전신에 통증이 있는데 검사상 뼈나 근육에는 이상이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아프다.

3. 신경증적 방어기제

통제 controlling : 자신의 불안감을 줄이고 내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대상이나 사건을 과도하게 조정하고 이용한다.

전치 displacement : 적대감, 폭력 등 공격적인 정서와 행동을 힘이 없어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에게 표출한다.

외부화 externalization : 개인 자신의 욕구나 기분, 태도, 사고를 외부세계나 외부대상에 있는 것으로 지각한다.

예) 내가 기분이 우울하니 길 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우울하게 보인다.

억제 inhibition : 의식적으로 욕구나 생각 또는 감정을 억눌러버리는 것. 억압과는 달리 의식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예) 나를 무시한 사람 때문에 화가 나지만 참는다.

지식화 intellectualization :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강한 감정을 분리시킨다. 위험한 감정과 충동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지적 활동에 묶어두려는 노력이다.

예)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를 때려주고 싶은 충동을 전쟁 게임으로 해소한다.

고립 isolation : 바람직하지만 성과가 없을 것 같은 정서적 낭비를 억제하기 위한 방어기제이다. 상실, 실망 등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대와 노력을 포기함으로 방패를 만드는 것과 같다. 박탈된 상태에서 성장해왔거나 오랜 기간 좌절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합리화 rationalization : 자신의 문제행동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내용으로 재해석한다. 위의 부정과 혼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해리 dissociation : 의식에서 갈등을 분리시켜 감정을 의식하지 못하게 한다.

예) 폭행을 당한 사람이 그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반동형성 reaction formation : 받아들일수 없는 충동, 감정, 생각이 의식의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불안을 막기 위해 흔히 사용한다.

예) 시어머니를 아주 싫어하는 며느리가 수시로 어머니의 안부를 묻기위해 전화하고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을 하는 것.

억압 repression :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충동이나 욕망을 의식의 세계로 나오지 못하게 무의식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억압되어 있던 것들은 꿈이나 농담, 말실수로 종종 나타나게 된다. 죄책감, 수치심, 자존심이 상하는 경험일수록 억압을 사용하게 된다.

예)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4. 성숙한 방어기제

이타주의 altruism : 타인을 돕는 일로 대신해서 만족감을 얻는 것. 자신이 욕구를 직접 충족하는 대신 다른 사람이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예) 자신이 어린 시절에 고생하면서 자랐는데 고아원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것.

예측 anticipation : 미래에 있을 불편함이나 갈등을 미리 내다보고 현실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다.

예)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부모님과 같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미리 건강검진을 하고 관리를 받는 것.

금욕주의 ascenticism :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욕망의 충족과 쾌락을 없애고 금욕을 통해 만족을 얻는 태도

예) 술로 인해서 사고를 많이 일으킨 사람이 금주를 유지하면서 술을 마시고 싶을 때마다 명상을 하는 것.

유머 humor : 불쾌하고 기분 나쁘거나 화가 나더라도 불쾌감이나 무안을 주지 않고 농담으로 웃으면서 넘어가는 태도이다.

예) 배우자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을 들어서 화가 나더라도 표현하지 않고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

승화 sublimation : 사회적으로 용인되거나 바람직한 목적을 추구하여 무의식적인 욕망을 충족하는 행동이다.

예) 모든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름다운 여성용 옷을 디자인해서 많이 파는 것

억제 suppression : 의식 차원에서 느껴지는 충동과 갈등을 축소하거나 조절하는 것.

예) 자신도 모르게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운동을 하면서 생각을 조절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

베일런트가 이야기한 건강한 노화를 예견하는 일곱가지 주요한 행복의 조건들 가운데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 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 예민한 분들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예민한 분들은 자기애적이나 미성숙한 신경증적 방어기제를 자신도 모르게 사용해서 대인관계나 가족관계의 문제가 일어나고 다시 예민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되기 쉽습니다.

베일런트에 의하면 50대 이후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47세 무렵까지 만들어 놓은 인간관계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과거의 불행한 일들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노력을 통해서 미래를 바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방어기제를 자주 쓰고 있는지 잘 생각해봅시다.

예민한 분들은 자신의 주변을 통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통제‘하고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남 탓을 하면서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할 때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는 ‘전치‘를 하고 불안한 이유를 잘 생각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기 쉽고 자신의 문제를 ‘고립‘시켜 누구나 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방어기제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자신이 다 조절할 수 없고 각자 스스로 하도록 자율성을 주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고 바꾸고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화‘가 나는 것이 다른 사람의 탓보다는 자신의 문제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내면을 바라보면서 직접적으로 부딪치지 않는 여유와 유머를 가져야 합니다.

혼자 지내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예민성을 승화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예민성을 관리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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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난 달에 읽다가 한동안 다른 거 읽는다고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는데 오늘 다시 읽어본다.

지난 2월에 포스팅한 부분의 마지막 부분에 연이어서 나가는데 시인이자 N잡러인 강혜빈 님이 자신이 일을 하다가 울적한 기분이 들 때 사용했던 방법을 공유해주셨다. 여기 다 밑줄치진 않았지만 독자인 나에게 와닿았던 방법 중 하나를 밑줄 쳐봤다.

p.58에 ‘잘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하면 된다와 되는 것부터 반복하라‘는 말인데 잘 기억해두었다가 시작이 두렵거나 망설여질 때 내 자신에게 스스로 되뇌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65에 밑줄 친 내용은 이번 Axt호의 커버에 나온 사진을 가지고 얘기한 것인데, 코로나 이후의 엔데믹시대로 접어든 현재 우리 각자 개개인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글쓴이의 말이 왠지 모르게 공감되었다.

p.71~74에 걸친 내용은 이상우 작가님의 《핌, 오렌지빛이랄지》라는 소설집을 리뷰한 김유림 시인의 리뷰이다. 책의 장 수로는 2장 정도 되는 글이다. 내용이 약간은 추상적인 느낌이 들어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면서 읽다보니 리뷰해주신 김유림 시인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는 의미가 점점 명확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상우 작가나 김유림 시인 두 분 모두 이 Axt잡지를 통해 처음 뵙게 된 분들인데, 지면을 통해 이 분들이 하고 계신 작품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분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라든가 어떤 것에서 의미를 도출하는 방식이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일부 문장들을 밑줄 치면서 그 문장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를 깨달아가는 묘미가 있는 리뷰였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무슨 말인지 긴가민가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p.78, 79에 밑줄 친 내용은 앞서 만났던 김유림 시인이 박솔뫼 작가의 단편소설인 ‘우리가 미역과 만나기 위해서‘라는 작품에 대한 리뷰 중 독자인 내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문장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에서 봤던 이상우 작가의 작품을 리뷰해주신 것과 맥락이 얼추 비슷하게 느껴졌다.

독자인 내가 봤을 때 이 리뷰의 핵심은 ‘단어의 쓰임새‘ 라는 말로 간추릴 수 있을 듯 하다. 단어라는게 똑같은 단어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 여기서는 ‘미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단어의 쓰임새나 상황에 따라 A라는 의미로도 혹은 B라는 의미로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공통된 단어를 매개로 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과 나를 연결할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p.89, 90에 밑줄 친 글은 황인찬 시인의 ‘여기를 좀 보세요‘라는 에세이에 나온 것이다. 시에 대한 어떤 하나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는 글이었고 독자인 나도 읽으면서 머리로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동의되는 글이라 울림이 있었던 문장이었다. 이 분의 말에 근거하여 나만의 용어로 시를 정의해보자면 시는 ‘시인과 독자간의 진솔한 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하면 된다와 되는 것부터 한다를 반복하기. - P58

해낼 수 있음을 아는 게 더욱 괴로울 때가 있다. 상상만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마법처럼 머리에 그려진다. 아름다운 숲처럼…………. 일을 거뜬하고 가뿐하게 완수했을 때 기쁘기보다는 허무하다. - P58

고통은 마주할 때 비로소 작아진다. 필라테스 하고 웨이트 하는 날에는 중력과 척추와 쇠의 무게만 생각하게 된다. - P58

먹고 씻고 자고 싸고 똑같은 일상이 죽을 때까지 반복된다는 게 종종 가혹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완전히 쉰다는 게 뭔지 몰랐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요즘에는 잘 자고 심심한 기분도 느낀다. 휴식에 대한 죄책감을 버리고 싶었고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된다. - P58

계획형 인간은 통제형 인간으로 고쳐 써야 적절해 보인다. 매일 주어지는 24시간을 적재적소에 맞게 분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 범위와 동선에 한계를 두고, 기분을, 음식을, 인간관계를 통제한다. - P59

어떤 일을 시작하기 이전에 어느 정도의 계획이 완성되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한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결정사항을 직접 반복적으로 대입해보는 미래 예측기법이다. - P59

돌이켜보건대, 솟아오르는 에너지가 과업에 대한 불안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불안이 있기에 긴장을 하고,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성장하고, 또 무언가를 성취하려 한다. - P59

오래 달리려면 걷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상태를 긍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너무 빠르게 거세게 달린 열차에는 연료가 남아나지 않는다. 잿더미가 되어버려 더 움직일 수조차 없다. 돌멩이가 천천히 자리를 옮기듯 움직여야 한다. 옷자란 가지를 조금씩 잘라내듯. 지금의 나를 잘 먹이고 씻기고 재워서 멀리 가야한다. - P60

‘갓생 살기 챌린지‘가 유행할 때, 이 시대가 앓고 있음에 대한 징후라고 생각했다.
서점의 에세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면 현시대의 병증이 무엇인지 잘 보이는데, 책 표지들은 번아웃이 온 사람들에게 "쉬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 P60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그저 나로서 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냥 살자. - P61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지만, 가끔은 특별해도 되겠지. - P61

과로사하지 말고 자연사하자. - P61

여기서 무엇보다 고민스러운 지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든, 부정적으로 바라보든 갓생의 모든 방향성이 오로지 ‘나‘에게만 향한다는 것이다. 갓생에 담긴 동기나 의미, 실천 방법과 과정 등을 살펴보면 ‘너‘ 혹은 ‘우리‘를 함께 지향하는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갓생의 성공도, 갓생의 실패도 전부 ‘나‘에게로, 말하자면 모든 성패가 한 개인의 능력과 실천, 의지로 수렴된다. 이는 집단과 소속을 우선시했던 시절에 비하면 개인의 가치와 의미가 성장했다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타인과의 관계에서 취약해진 탓은 아닐까. - P65

또 반려동물이든, 금쪽이든, 배우자든 타자와의 관계에 능숙한 이들이 가장 존경받는 멘토가 되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타인은 지옥‘이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갓생은 ‘타인‘이라는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떨어질수록, 그렇게 ‘너‘와는 거리를 두고 비대면을 유지하고 싶을수록 더욱 커지는 나만의 꿈은 아닐는지. 이우선의 사진 속에서 고립된 수많은 ‘나‘를 보면서 그런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 P65

"얼굴"은 균등한 무게를 지닌 채 있다. "동시에", "붙잡듯이", "다가오던", "손길", "손목", "팔", "너머에는", "이제", "영영", "과거로", "떠나", "버린"과 동일하다. 한 문장을 이루는 한 단어라는 의미에서. - P71

제작의 편이나 사용자의 편에서는 아무리 특정한 단어에 힘을 실으려 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글쓰기에는 제약이 존재한다. - P72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많은 ‘덜 중요한‘ 단어들도 결국에는 동일한 무게를 지닌 채로 문장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 P72

이 편(제작의 편)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 혹은 일으키고자 한 것은 결코 의도한 대로 지속될 수 없다. 명암은, 콘트라스트는 사라지고 흩어진다. 왜곡된다. - P72

이러한 무자비한 공평성이 글쓰기의 제약이자 매력이고 가능성이다. - P72

이상우는 수많은 단어들이 동일한 선상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단순하고 자명한 글쓰기의 원칙을 끈질기게 의식하고 이용하는 작가다. - P72

ⓐ탁구채 없이 홀로 서서 상상으로 탁구를 치고 있는 누타왓을 말하기 위해서 ⓐ탁구채를 필요로 하는 글쓰기의 특성 때문이다.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없는 것을 호출한다. - P72

ⓑ양팔이 없는 누타왓을 말하기 위해 ⓑ양팔이라는 단어를 호출한다. 그렇게 해서 양팔이 없는 지금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팔이 있는 시간을 동시에 보게 한다. 거기에 없지만 거기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양팔은 거기에 있다. 단어로서. - P72

누타왓은, 적어도 글이라는 시공간에서라면 양팔을 잃었지만 양팔을 가지고 있다. 탁구채를 들지 않은 채로 탁구채를 휘두르고 있다. 너를 보고 있지 않지만 너를 보고 있다. 나는 이것이 이상우가 생각하는 글쓰기라고 느낀다. - P72

글쓰기, 라는 행위가 실체에 대응/대항하여 해낼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 - P72

단어가 진짜인지 아닌지 혹은 현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은 이유는 상상으로만 탁구를 치는 일이 결국 탁구라는 단어를 이곳으로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 P73

사진은 이미 사라져버린 것을 소환하지 않고도 현재라고 불리는 것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 P73

그렇다면 없는 것, 사라진 것, 죽어버린 것을 언급하지 않는 글쓰기도 어쩌면 가능할 것이다. 양팔이 사라졌다면, 양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탁구채가 없다면, 탁구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과거가 없거나 미래가 없다면 말하지 않는다. 정확한 기억이 없다면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우는 끈질기게 단어를 건져낸다. 그러고는 여타의 단어와 동일한 선상에 무심하게 세워둔다. 없는 것은 없지만 없지 않고 있다. - P73

"두 사람의 팔이 닿을 듯 말 듯"은 이제 어디에 두어도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다. 어느새 맥락이나 상황이 흐려지고, 독자인 나는 이상우가 만든 이것들(이것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시간을 문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을 통과하여 자기 자신에게 있어 가장 강렬했던 "두 사람의 팔이 닿을 듯 말듯"의 순간으로 이동한다. 됐어, 글 읽기는 잠시 내려놓아도 좋아. - P73

단어들은 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글을 벗어난다. 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도로 이쪽(독자의 편)과 가까워진다. 이것이 단어가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일‘ 이다. - P73

단어는 공유 가능하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리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갈 수 있다. 내 것이 되었다가도 떠나갈 수 있다. 철회할 수 있고, 철회한다. 공유되어야 하니까. 그것이 법칙이다. - P73

우리는 단어의 전부를 가진 적이 없다. 늘 나누어 가지고 있다. 공유하고 있다. "공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 P74

나는 이상우가 《핌·오렌지빛이랄지》에서 "버스에 타 있는 모두가 버스를 잊은 버스 안에서" "버스에 타 있는 모두가 버스를 잊은 버스 안에서"라고 써내려감으로써 "모두가 버스를 잊은" 그 상태를 거스르거나 뒤바꾸지 않으면서도 "버스"를 기억하고 "버스"를 존재하게 만들었다고 느낀다. - P74

어떻게 샨츠와 하라와 비키와 응우옌의 잠을 깨우지 않으면서도 ‘꿈‘을 나누어 가질 수 있을까. ‘꿈‘이라는 단어를 공유할 수 있을까. - P74

이상우는 각자에게 속하는 것이지만 결코 각자의 것만은 아닌 것으로서의 글쓰기를 한다. 그러한 글은 각자의 것이 아닌 것만큼이나 현재의 것이 아니고, 미래의 것도 아니며, 과거의 것도 아니다. 모든 곳에 동시에 속하며, 동시에 지워진다. "버스에 타 있는 모두가 버스를 잊은 버스 안에서"라고 쓰는 순간, 버스는 하나로는 잊히고, 둘로는 생생해진다. - P74

‘정체성의 혼란‘에서 오는 불안 - P78

나는 이런 사람이고 저런 사람이야, 라고 굳게 믿어왔던게 무너지는 느낌 - P78

박솔뫼 소설의 화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런 사람의 일부와 저런 사람의 일부가 전부 나의 안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 P78

가족이나 애인, 혹은 절친한 친구는 내가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증해주는 사람들이어서 불안감이나 혼란을 거의 주지 않는다. 그런데 박솔뫼의 화자는 자꾸만 그다지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랑 정말로 진하게 얽히는 것도 아니면서) 그 사람들이랑 연결되려고 한다. ‘미역‘ 같은 걸로. - P78

단어는, 말은,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는게 아니고, 그래서 누군가가 그것을 특별히 여긴다고 해서 모습을 바꾸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 말이 나의 말이 되어버"린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일까. - P78

사장의 고리처럼 걸린 것이라는 말은 이후로도 여러 번 나를 찾아와서 이제는 이 말이 나의 말이 되어버려서 새로운 물건이나 조금 동떨어진 뭔가를 시도할 때 나는 이게 그냥 고리에 걸려서 하게 되는 거라니까 말하게 되었다. - P78

이미 존재하는 것이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무언가가 되는 가능성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우리가, 이미 존재하는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모습을 지울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우리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 가능성을 박솔뫼는 오래전부터 "말"에서 찾아온 것 같다. - P78

말은, 말을 한다고 해서 그 모습을 바꾸지는 않지만 분명히 무언가는 달라지게 만드니까 자꾸 고리로 사용하고 싶어진다. (특정한 말을 자꾸 하다 보면 "고리에 걸린" 기분이 든다. 내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말이 나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기분이 그런 것뿐이지만 뭔가가 변한다.......) - P79

먹을 수 있는 미역은 먹을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서 좋지만 어느새 그것은 내 것이 되어버린다. 공유할 수 없다. 그러나단어인 미역은 여기에도 갈 수 있고 저기에도 갈 수 있으며 ‘나‘에게 와서도 붙을 수 있고 아미에게 가서도 붙을 수 있다. 그렇게 해도 그대로다. 그대로이면서도 ‘나‘와 아미를 한데 묶는다. 아미와 아미의 남자친구를, 혹은 ‘나‘의 친구를, ‘나‘의 친구의 친구를. 이상하게 한데 묶어놓는다. 단어란 그런 힘이 있다. - P79

아미는 형체가 없는 걸 실제로 존재하는 무언가로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인물이고, 박솔뫼는 그게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 P79

이 단어를 가져다가 쓰세요. 박솔뫼는 말한다. 이 단어가 형체가 없어 보이고, 또, 만질 수 없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누군가를 멍이 들 정도로 깨물고 만지고 싶다는 마음이 형체가 없는 것 같지만 그걸 글로 쓰게 되면 절반 정도의 형체를 지니게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원래 있던 단어를 가져와서, 혹은 원래 있던 것을 가져와서 쓰면 된다. ...(중략)... 그러면 무언가가 변하지만 무언가는 변하지 않은 채로 있을 것이다. 이것이 잘 모르는 사람들과 나를 연결하는 방법이다.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도 변할 수 있다. - P79

에세(ESSE)는 라틴어로 ‘존재‘라는 뜻입니다. - P84

당신을 보았기 때문에, 당신을 만나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당신이 나에게 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 마주침은 사랑을 가능하게 합니다. - P89

사실 시를 쓰는 일 자체가 여길 좀 보라는 말을 전하는 일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내가 여기에서 말하고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눈앞에 없는 사람에게 가까스로 전하는 서툰 말하기가 바로 시 쓰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P89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시인의 목소리에 마음을 맞추고, 보이지 않는 시인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면 결국 그 한 편의 시가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깊은 의미에서의 대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 P90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설령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그건 제대로 된 대화가 성립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여보세요, 여길 좀 보시라구요.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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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팅에서 생체 리듬과 관련된 얘기들이 나왔는데 그 내용들이 이어진다. 수면시간대에 따라서 나오는 호르몬이 다르기 때문에 그 자연발생적인 호르몬의 분비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만약 이러한 리듬에 역행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책의 내용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의 독자층에 따라 청년기(20, 30 대), 중년기(40, 50 대), 장년기(60대 이후)로 각각 나누어서 그 나이대에 발생할 수 있는 안 좋은 생체리듬과 바람직한 생체리듬을 비교하면서 각각의 나이대에 맞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다양한 나이대의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뒤이어 나오는 내용 중에는 스노든 교수라는 분이 치매발생인자를 알아보기 위해 수녀들을 연구한 내용이 있는데 연구결과가 나름 흥미로웠다. 어찌보면 당연해보일 수도 있는데 간략하게 핵심만 언급하자면 고급어휘를 많이 알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할수록 치매발생가능성이 감소한다는 것이었다.

어휘력이 높은 것은 책을 많이 읽어봤다는 반증이라서 금방 납득이 되었는데 긍정적인 말도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긴 매사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나 언행을 갖는게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납득못할 연구 결과도 아닐듯 하다.

좀 더 보태면 매사에 언행이나 태도 같은 것들이 부정적인 사람의 경우 자신이 가진 한정된 에너지를 부정적인 것에 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뇌가 쉽게 지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분노에는 에너지 소모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그냥 쉽게 쉽게 넘어갈 것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든 까내리고 부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행위들이 다른데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치매와 관련해서 만큼은 좋지 않다는 게 스노든 교수의 연구 결론인듯 보였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가 교란되면서 오전 내내 몽롱하고 의욕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오전에 무기력증이 심하게 옵니다.

멜라토닌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이다. 수면조절과 항산화 anti-oxygen 를 진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낮에 햇볕에 노출되는 동안 생성된 뒤 저장되어 있다가 저녁 7시부터 분비되기 시작하여 새벽 3시에 최고로 분비되었다가 아침에 햇볕이 들어오면 분비가 중단된다. 햇볕의 영향을 받아 분비와 저장이 조절된다. 낮 시간에도 집 밖에 나가지 않거나 주위가 어두우면 멜라토닌 생성이 증가되어 졸리고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생활 패턴과 생체 리듬이 맞지 않아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오전 중에는 무기력하고 집중이 안 되어서 ‘오전이 없는 삶‘을 살고 계신 분들도 많이 보게 됩니다. 밤이 되면 수면이 잘 되지 않거나 폭식이 생기고 감정 기복이 심해집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패턴을 생체리듬과 잘 맞추면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남은 에너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좋은 생활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고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차이가 있어 구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청년기때 좋은 생활 패턴을 만들어 놓으면 중년기, 노년기에도 잘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몸의 24시간 생체 리듬 주기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생활패턴을 만들어 봅시다.

좋은 생활 패턴은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등으로 진행된 경우에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온 예민한 청년들에게 생활패턴을 바꿔보도록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스스로 자신을 바꿔 보려는 생각이 있는 청년들의 경우에 한두 달 안에 성공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내가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고 성공하는 기쁨을 느껴보면 다른 일에도 자신감이 생깁니다.

건강한 대인관계는 함께 만나면 즐겁고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입니다.

만나서 친해지기 위해서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안전기지가 그 친구도 좋아하는 것이라면 친해지기 더 쉽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예민한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책은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다른 매체들보다 덜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한국인이라고 한국말을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와 생각이 풍부해지고 다양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깊이 있는 생각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SNS나 메신저를 통해 보내는 문장에만 익숙해진 청년들이 긴 호흡의 문장을 읽고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미래의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이 시기(청년기)에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이제는 암기력보다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을 진행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 소모를 가장 적게 하면서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고 회의를 할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중년기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배우자(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해당됩니다)입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 특히 안좋은 행동은 배우자가 고주파로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이들은 상대방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놀라서 교감신경계 항진 증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곤란해지고 긴장이 되어 잠이 오지 않습니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느끼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은 우리 뇌를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뇌에서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을 다시 억제해 충동성을 크게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평소에 하지 않던 심한 말을 하기도 하고 과격한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오전에는 전날 먹은 술의 금단 증상으로 우울하고 무기력하면서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상태가 발생합니다.

좋은 생활패턴을 지닌 중년은 배우자와 사이가 원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배우자가 예민한 것을 잘 받아주고 안정적이면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둔하고 반응이 없는 것도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예민한 분들은 작게 말을 해도 소리에 예민해서 잘 알아듣기 때문에 소리를 크게 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목소리와 함께 표정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주세요. 비언어적 표현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미소를 목소리와 함께 보내면 매우 효과적입니다.

매우 예민한 분들은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무척 불편하고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매우 예민한 분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기 때문에 ‘아이디어 뱅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예민한 특성은 패션이나 디자인, 광고 등에 탁월한 역량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꼼꼼하고 세심하기 때문에 은행, 출판, 회계 업무 등도 잘합니다. 이런 분들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따라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습니다.

좋은 생활패턴을 유지해서 아이디어를 낼 여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도 에너지가 남아 있어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 에너지가 없으면 지금 하는 일을 마무리하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동적이 되고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없습니다. 직업은 월급을 받는 수단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장년이 되면 누구나 한두 가지쯤 만성질환이 생깁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 밖에 두통, 요통, 관절통 등 통증이 떠나질 않습니다.

매우 예민한 장년층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누워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만성질환은 악화되고 통증은 더 강해지게 됩니다.

집에 누워만 있으면 운동량이 떨어지면서 당뇨가 있는 분들은 혈당이 올라가고 당화혈색소가 조절되지 않게 됩니다. 결국 먹는 약이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될 수도 있습니다. 혈당이 관리가 안 되면 뇌혈관에도 영향을 주어 기억력이 떨어지고 멍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운동량이 떨어지고 식습관이 불규칙해지면 고지혈증도 따라오게 됩니다.

매우 예민한 분들은 주로 누워서 예전에 상처받은 생각이나 힘든 일들을 생각하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혈압이 올라가고 배꼽에서 머리쪽으로 열감이 수시로 올라오게 됩니다. 활동저하로 고혈압과 당뇨가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년에는 운동을 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근육량이 쉽게 줄어드는데 이것을 근감소증이라고 합니다.

근감소증이 오면 넘어져서 골절이 생기고 이로 인해 다시 통증이 생기고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잠이 안 와서 복용하는 수면제도 다리에 힘이 풀려 낙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근감소증 Sarcopenia

근감소증은 나이가 많아지면서 근육의 양, 근력, 근 기능이 모두 감소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단백질 섭취저하, 운동량 부족 때문이다. 다리 근육이 많이 감소되는데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감소한다.

근감소증 환자는 걸음걸이가 늦어지고 근지구력이 떨어지며 일상생활이 어렵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자주 필요하게 된다. 또 골다공증, 낙상,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근육의 혈액 및 호르몬 완충 작용이 줄어들어, 기초 대사량이 감소하고 만성질환 조절이 어렵게 되며,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

노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치매와 우울증이 더 잘 생깁니다.

데이비드 스노든 교수는 ...(중략)... 수녀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책 《우아한 노년》에 이를 기록했습니다.

수녀들의 어휘를 살펴보니 단어의 선택이나 어휘량도 치매의 발병 여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수녀들의 개인 기록에서 복합성, 쾌활함, 유창함을 나타내는 언어밀도가 떨어지는 것이 치매 발병의 중요한 예측 인자였습니다.

고급 단어를 사용하는 수녀는 10퍼센트만 치매 증상이, 고급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수녀들은 80퍼센트가 치매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언어밀도가 높은 사람들은 사후에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고 알려진 아밀로이드의 축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매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밀로이드 Amyloid

아밀로이드는 36~43개의 펩타이드peptide로서 알츠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 AD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의 주성분이다.

아밀로이드가 제대로 처리가 안 되고 뇌에 축적되는 것이 알츠하이머 병의 발생을 유발한다고 설명하는 학설이 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탱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발견된다고 해서 반드시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스노든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개인 기록이 긍정적인 사람일수록 더 오래 산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연구자가 발견한 오래 사는 수녀들의 공통적인 인자는 ‘긍정적인 문장의 개수‘ ‘긍정적인 단어의 개수‘ ‘긍정적인 표현의 다양성‘이었습니다.

그가 수녀들을 통해 얻은 결론은 어휘량과 고급 단어를 배우고 사용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치매도 예방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과 신문을 보면서 새로운 단어를 익히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새롭게 배운 단어를 사용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지 베일런트는 불쾌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일 없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성숙한 방어기제이며,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대부분 이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방어기제는 감정적 상처로부터 마음의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마음의 작용을 말합니다. 이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성격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방법은 ‘투사‘입니다. 내가 경험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를 다른 대상에게 전가해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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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말에 한 번 읽었다가 한동안 못 읽다가 다시금 기회가 되어 읽어본다. 내용은 실용적이기보다는 그냥 말그대로 이야기다. 옛날에 나왔던 영화 혹은 외국의 유명 작가라고 알려진 사람들에 관해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저자의 시각을 덧붙여 풀어놓은 에세이 형식의 글이다.

여기 따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p.76에 아포리즘aphorism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물론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보는 용어라 뜻을 찾아보니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이라고 한다. 흔히 격언, 금언, 경구 라고 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나 배웠다.

뒤이어 나온 내용 중에 p.81에 밑줄친 발터 베냐민의 말한 ‘순수 언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번역가들의 고충이 어떤 것인지를 간접적이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전 세계문학작품 같은 것을 번역할 때 단지 번역된 글을 읽기만 하면 되는 독자들과는 별개로 원문의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번역가들의 고충은 직접 번역을 해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를 빌어 번역가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저 같이 평범한 독자도 저 멀리 해외에 있는 다양한 작가님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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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2에 밑줄친 내용에선 평소 인간관계에서 들었던 생각들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기존의 친구 혹은 지인들과 새로운 사람 간에 물리적, 심리적 거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이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 인간관계의 고충이 느껴졌다.

p.96에 밑줄 친 내용은 ‘골방의 관리자‘라는 제목의 글인데 뭔가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다. 회사에서의 실적은 어찌됐든 숫자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 지점과 관련해서 맥을 아주 잘 짚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99에 나온 내용은 대학생들이 교수님들의 얘기를 빠짐없이 필기하는 것에 대한 저자 분의 생각이다. 이런 식의 필기를 무조건 안 좋게만 볼 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독자인 내가 이 이슈에 관해 기존에 갖고 있던 관점과는 또 다른 관점을 볼 수 있었다.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의 고전 영화 「하비」(1950)는 사람 크기의 토끼와 친구가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토끼는 말도 하며 늘 주인공 옆에 붙어 다닌다. 문제는 이 토끼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걱정이 된 가족은 주인공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 이후 비슷한 설정을 사용한 영화들(「이웃집 토토로」 등)의 선구가 된 작품이다. - P57

우리는 친교의 시작과 끝이 온라인에 기록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예컨대 매일 단골로 찾아와 싱거운 덧글이나 주고받던 이들이 어느 날 어색한 몇 마디를 교환하더니 서로의 계정에서 자취를 감춘다. 이런 일은 보통 제삼자는 모르고 지나갈 일이지만 서로 작심하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는 경우에는 모두에게 생중계되기도 한다. 다들 한두 번씩은 겪어 본 일이다. 이를 보면 친구 관계의 사적이고 비가시적인 영역이 온라인에 의해 잠식되는 중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잠식의 규모는 가늠이 어렵다.
친구 관계에서 비가시적인 영역의 전체 크기가 미지수이기때문이다. - P58

가시화되는 건 친교 자체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은 ‘글‘인데, 글의 교환 역시 새로운 것은 못 된다. 우리는 덧글이나 메시지가 별게 아니라 응답 속도가 빨라진 편지일 뿐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그에 적응하게 되었다. 사실 그 응답 속도조차 조절되고 있는데, 우리는 적절한 타이밍에 대꾸하기 위해 편지를 쓸 때와 똑같은 짓- 시간을 재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유일하게 새로운 것은 친구 사이에 글의 교환이 폭증한 것이다. 이게 좋은 일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글은 너무나 강력한 매체이기 때문에 친구와 부담 없이 교환할 만한 건 못 된다. - P59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은 편지 쓰기에 관해 일련의 조언을 남겼다. 몇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상대방의 편지를 인용할 때는 그가 쓴 말 그대로 인용할 것." "상대방이 기분 나쁠 것 같은 편지는 일단 부치지 말것. 다음 날 내가 받은 편지라고 생각하고 읽어볼 것." "그가 격분한 답장을 보내오면, 못 본 것으로 할 것. 또는 그보다 부드러운 어조로 답장할 것." "의외로 우호적인 답장이 오면, 그보다 더 우호적인 어조로 답할 것." "농담할 때는 농담임을 의심하지 않게 심한 과장법을 사용할 것." "끝맺는 인사는 최소한 상대방이 한 것만큼은 친절하게." "추신에 의미심장한 구절을 넣지 말 것." 등등. - P59

이게 정말 편지 쓰기에 관한 조언일까? 실은 친구 유지관리 매뉴얼 아닐까? 캐럴은 단 하나의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일을 크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의 규칙들이 지금 문자나 덧글을 쓸 때도 참고가 되는 게 있다고 느껴진다면 우리가 우정에서 기대하는 바는 실제로 변한 게 없는 것이다. - P60

우정의 다이내믹은 꽤 관대한 편이어서 가장 친한 친구의 순위 바꿈이나 연락의 휴지를 허용한다. 하지만 한번 금이 간 친구 관계는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연애가 거의 무한정 누리는 사치, 즉 싸움을 우정은 한 번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친구 관계는 별로 질기지 않고, 한번 못 볼 꼴을 보면 바로 해소된다. 그런 오점만 없다면, 십 년간 겨울잠을 자던 밍밍한 친교도 나중에 잘 이어지곤 한다. - P60

한트케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진리를 모른다. 우리가 선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늘 오류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의사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의미가 있다면, 다음 오 년 뒤에 우리 판단을 다시 확인해 볼 기회가 있기 때문이지 진리와 일치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 P64

"이보시오, 당신 말이야 도대체………… 일단 직접 말로 할수도 있는데 굳이 편지를 쓰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닌가?" - P65

소설에서 현명한 편지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토마스 만의 「트리스탄」(1903)에 나오는 편지처럼 어리석은 건 드물다. 남편인 클뢰터얀 씨는 편지의 내용도 문제지만 말로 해도 되는 걸 "굳이 편지로 쓴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후자가 더 결정적인 하자로 보인다. 겁쟁이인 작가가 자신의 음험함을 실현하는 일은 후자에 기대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P66

문자가 통화보다 선호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문자에 언제 답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답이 늦으면 상대방은 우리가 언짢은지, 말문이 막힌 건지,
단순히 문자를 못 봤는지, 바쁜 일로 답할 시간이 없는지 알수가 없다. 즉 당장 어쩌지 못한다. 걸려 오는 연락에 늘 무방비 상태인 우리에게 이런 비동시성과 불확실성이 그나마숨 쉴 공간을 준다. 이런 자유에 모두가 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통화 대신 문자‘는 일종의 예절이 된 것이다. - P67

보르헤스 소설 「비밀스러운 기적」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윤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모두가 저마다 아무도 모르는 차원을 감추고 있다면 어떻게 선과 악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나? 한 사람의 정상을 참작하는 데에도 영원의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까? - P71

보르헤스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의외로 곳곳에 촌철살인적 문장들을 뿌려 놓았다. "그는 다른 작가들을 그들이 보인 업적으로 평가했지만, 그들이 그를 평가할 때는 장차 달성할 업적을 가지고 평가해 주길 바랐다." - P71

나는 네 걸만 보겠으나 너는 내 속을 봐 줘야 한다는 이런 태도 내면은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태도, 주변에 이런 유아적인 태도를 노출한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대체로 냉혹하게 반응한다. 가끔 그의 딱한 정신 상태를 동정하기도 하고, 나도 다르지 않다고 반성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냉혹, 연민, 반성 어느 쪽으로 기울든, 이런 유아적 태도를 허용하거나 격려할 마음을 품지는 않는다. 이게 사회의 원리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P71

우리는 공감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공감의 가치는 선량함에 있는 게 아니라 자기애와 주관성에서 벗어날 계기를 준다는 데 있다. 그런 목적이라면,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 대한 공감은 권장될 수 없다. 내가 알 법한 내면의 당사자는 몇 명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이런 선택적인 공감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공감은 보이는 것, 즉 타인이 볼 수 있는 것에 한정되어야 한다.
적어도 타인이 볼 수 없는 것은 차례를 기다려야 맞다. - P71

보이지 않는 것에 우선권을 주면 보이는 것은 상대화, 주변화, 비가시화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 P72

많은 작가들이 트레버를 좋아한다. 줌파 라히리는 이렇게 말했다. "트레버 단편집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나는이 책에 실린 작품에 견줄 만한 이야기를 단 한 편이라도 쓸수 있다면 행복하게 죽겠노라고 생각했다." - P75

"세상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허락하지 않아. It‘s all second best.)"(「욜의 추억」, 24)  - P76

"삶은 그녀를 실망시켰고, 그녀는 스스로를 실망시켰다. (Life had let her down, she‘d let herself down.)" (「이스파한에서」 ,267) - P76

트레버의 등장인물들은 "평범하고 고독하고 잊힌" 사람들 ㅡ주로 중하층과 노동자계급ㅡ이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실망해 온 이 인생을 뒤집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이것이 대단한 발견처럼 제시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소설의 처음에서든 끝에서든 모두가 아는 것으로 주어져 있다. - P76

생각을 구획 지어서 직접적이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듯한 느낌은 트레버적이지 않다. - P78

‘......라고 생각했다‘ 쪽의 좋은 점은 진술의 간접성과 불확실성인데, 이런 속성들은 그의 책에서 작위를 방지하기 위한 부적처럼 사용되고 있다. - P78

트레버는 복잡한 문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줄거리는 평이하며 공감하기도 쉽다. - P79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자신이 왜 겁을 먹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She was frightened and she didn‘t quite know why she was frightened.(「탄생을 지켜보다」 101) - P79

그 이유는 물론 언급되지 않는다. 이것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순환, 즉 작가가 적게 말해도 이미 알아서 다 상상해 버린 독자들이, 책에 적힌 표현의 과묵함에 다시 감탄하고, 화자를 더욱 신뢰하게 되는 무한순환에 트레버가 얼마나 노련한지 보여 주는 수많은 예 중 하나일 뿐이다. - P80

트레버는 교활한 테크니션이다. 적게 말할수록 증가하는 효율에 기뻐하는 관리자이기도 하다. - P80

발터 베냐민은 번역가가 관계하는 언어는 원텍스트의 언어가 아니라 보편적인 ‘순수 언어‘라고 한 적이 있다. 출발 언어를 목표 언어로 번역할 때, 목표 언어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칠까칠한 부분이 생긴다.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목표 언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순수 언어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 거친 부분을 매끄럽게 가공하지 않고 가능한 한 포용하는 것은 목표 언어의 경계를 넓히고 풍부하게 하는 한 방법이 된다. - P81

트레버의 의미는 아직 조작되고 문학화되기 전의 날 것의 인생을 보는 듯한 느낌에 있다. 작위성을 부인하는 듯한 가라앉은, 말을 아끼는 듯한 문체를 통해서 말이다. - P81

핵심은 책의 저역자 소개가 자기표현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 내용의 신뢰성을 보증하는 공간일 뿐이다. 백 퍼센트 보증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저자가 자신을 공개할 마음이 없으면 신뢰성 보증은 출발도 할 수 없다. - P88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 약력이 써 있는 방식을 보면 책 속에서 사실이 어떤 취급을 받을지 예감하게 되는 법이다. - P88

프랑스 말을 못하는 죄로 방에서 영어를 제일 못하는 것까지 들켜야 한다는 건 너무한 일이었다. - P89

문명인의 규칙을 지키려면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타자를 제쳐 두고 친구끼리 떠들면 안 되지 않는가? - P90

너무 한심하게 볼 것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정을 참지 못하며, 이 세상을 친구가 모인 놀이터, 확장된 동문회장으로 보는 태도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 P90

‘선배님‘과 ‘선생님‘은 관계 밖의 타자를 즉각 소외시키는 호칭이지만, 사실 다른 호칭도 없지 않은가? 한국에서 연장자를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곤란은 우리가 해결할 문제이지 타자가 초래한 것은 아니다. - P91

타자가 없는 척하지는 않는 것이 대단한 일은 못 된다.
어렵지도 않다. 타자와의 거리만큼 친구와 떨어지면 된다.
사람들 사이의 이상적인 거리는 접어 두자. 그저 공적 장소,
타자가 있는 곳에서는 그 거리가 균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 P91

우리는 공정함을 이야기하고 타자를 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허용된 거리보다 근접해오는 친구를 막지 못하면 공정함도 포용도 불가능하다. 친구가 공간을 우정으로 채워 버리면 타자는 바로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말없이 빠져나간다. - P92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서문에 썼듯 "산의 모습은 평지에서 봐야 알 수 있고 평지의 모습은 산에서 봐야 안다." - P93

윗 사람이 부모 같은 어조로 경솔한 자식을 타이르듯 ‘다 보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에는 뭔가 매혹적이고 죄의식을 자극하는 지점이 있다. - P94

다 본다는 것은 숫자를 본다는 뜻이 아닐까. 합계와 평균, 최솟값과 최댓값, 증감율과 추세가 있는 숫자 말이다. 물론 회사에서 말하는 숫자란 실적을 의미한다. 문제를 너무 단순화하지 않기 위해 숫자 그 자체는 판단이 아니고, 언제나 해석이 요구된다는 말은 덧붙여야겠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눈에 명료하게 파악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 대개 숫자의 영역인 것이다. - P94

이런 걸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팀원에게 지난주까지 작성을 지시한 보고서를 왜 아직도 가지고 오지 않는지, 재촉을 해야 할 텐데 언제쯤 하는 게 적당할지, 오전에 보니별로 표정이 좋지 않던데 오늘 얘기하는 게 과연 현명할지,
한다면 어떤 말투로 하는 게 효과적일지 등등. 이런 태도가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 P95

이런 식의 세심함은 진실을 낳지 않는다. 아니, 내가 무슨 수로 타인의 사정과 진실을 알겠는가?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 P95

무슨 카프카 소설처럼 골방에서 나오지 않고 조직과 개인의 실적만 들여다보고 있는 관리자. 그가 수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예컨대 그는 회사 분위기라든가 직원들의 개인적 진실을 모를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 P95

살다 보면 우리는 각각의 진실들이 등가인 것이 아니고 우선순위에 따라 굴복시키고 굴복하는 관계임을 알게 된다. 이익을 내야 하는 조직에서 단 하나만 챙긴다면 무엇이어야 할지는 분명하다. 적어도 골방의 관리자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알고, 그것을 이미 갖고 있는 것이다. - P95

단지 그가 나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진실까지 못보는 건 아닌데, 나의 진실이란 그의 책상 위에 올라가 있는 어떤 숫자인 것이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나의 진실이지 나 자신은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 P96

오너가 바뀌면 예외 없이 전보다 힘들었다. - P97

가장 큰 곤란은 다른 업계에서 온 새 오너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지시를 받으면 늘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그 일에 관계된 ‘관행‘ 또는 업계 상식이 어디까지 용인될지 알 수 없었다. 둘째, 무엇이 ‘관행‘인지 나도 몰랐다. 늘 관행에 젖어 있기 때문에 관행인 줄도 모르고 있었음이 밝혀지는 식이었다. - P98

그 역시 의사소통에 답답함을 느꼈을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의 시간에 오너가 하는 말을 한 자라도 놓칠세라 깨알같이 받아 적는 것이었다. 그걸 일하는 중에도 읽고,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도 읽고, 복사해서 직원들에게도 참고하라고 나눠 주기도했다. 물론 이런 애처로운 방법 외에 능력을 발휘해서 신뢰를 획득한다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이년 반 뒤에 퇴사했다. - P98

여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시험 전략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관심이다. 이왕 비교 조사를 했으면 이 무관심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차이를 낳는 것은 바로 그것인 듯하기 때문이다. - P99

교수가 강의 때, 또는 사장이 회의 때 하는 말을 학생이 빠짐없이 받아 적는 것은 시험 같은 특수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 P99

시험이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 적은 없지만, 문제는 스트레스가 시험 기간만이 아니라 학기 내내, 사 년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지독해졌다는 것이다. - P99

늙어버린, 교수와 같은 나이가 된 세대는 이 광경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그동안 88만원 세대부터 헬조선까지 취업을 박탈당한 세대에 대한 여러 담론이 출현했지만, 왜 학생들이 자기들 때와 다르냐는 문제에 이르면 다들 사회 경제적인 분석이 멈추는 모양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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