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부동산에 대한 얘기들을 했었는데 오늘도 그와 관련있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저자는 본문에서 집을 소유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논한 뒤, 9장의 제목인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와 관련하여 청년 임대주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본문을 읽다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여기서의 요지는 임대보다는 소유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임대주택으로 갈 경우 장기적으로 정부와 대자본가들만 집주인(지주)가 되고 그외의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에 점점 더 의존적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에 이미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청년 임대주택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저자도 본문에서 최저 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에는 찬성하는 입장이기에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 계층들이 당장에 임대주택을 이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 청년들이 시간이 지나고 월급이 오르고 자산을 형성하는 시기가 되면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월급 상승속도이상으로 빠르게 올라서 내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그냥 기존에 살던 방식인 월세 등과 같은 형식으로 자기 소유의 주거지 없이 떠돌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저자가 우려하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저자는 소수의 최저 소득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산층들에게는 주택을 임대하기보다 소유하게 해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저자가 미국에 살았던 얘기를 하면서 그곳에선 집값의 10%정도만 있으면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얘기를 본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각종 대출규제를 완화하여 국민들이 집을 소유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지금의 대출규제는 굴릴 돈이 많이 있는 부동산 투기꾼들에 의해 발생한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러한 투기꾼들이 아닌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대출이 될 수 있도록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진짜 내 집(거주할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매칭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근데 진짜 글을 쓰면서도 느끼지만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시장에 연계되어있는 요인들이 한두가지가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악당과 위선자의 시대‘ 라는 소제목의 글이 나온다. 단 2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내면에 감추어진 야망,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권모술수들이 도처에 널려있음을 보면서 우리를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인 등 여러 인간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물론 저자의 이 글을 읽기 전에도 늘 이와 비슷한 생각들을 하며 살고 있긴 했지만 간혹 긴장의 끈을 늦추고 있을 때가 있는데 저자가 이 글을 통해 그 긴장의 끈을 다시금 조일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뒤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저소득층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칠레의 저소득층 주택 정책을 참조해볼 것을 제안한다. 이것의 기본적인 컨셉은 주택을 절반만 공급자가 완성하여 분양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살면서 완성해나간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면서도 저소득층들이 자가를 소유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고 이후에 소유한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을 가지면서 자신의 집을 자기 스타일대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새로운 방식의 대출 등과 같은 것을 통해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자하는 사람들 특별히 젊은 청년들이 자신의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물론 저자가 본문에 제시한 대안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질지 그렇지 않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는 딱히 그리 비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만 맞아 떨어진다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대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경제 성장을 목표로 움직여서 인플레이션 되는 자본주의 경제에선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계속 뒤처지게 된다. 반대로 부동산자산을 소유하면 경제 성장의 열매를 나눠 가질 수 있다. 우리 부모세대의 경우가 그랬다. 베이비붐 세대가 돈을 번 이유는 1970년대에 집을 구매하고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매년 10퍼센트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되자 덩달아 집값이 올라가서 큰 자산이 된 것이다. 이때 대출을 끼고 더 비싼 집을 산 사람은 더 큰 이익을 봤다. - P274

나는 수십 채의 집을 소유해서 집값을 올리는 행동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이 쉴 수 있는 한 채의 집을 소유할 것이냐 임대로 살 것이냐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 P274

우리는 현상을 현상 그대로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현상을 이해하기 전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는 자세는 위험하다. 옳고 그름의 윤리적 판단은 시간이 지나 객관적 시각을 가진 후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사실을 냉정하게 보기 이전에 성급하게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선입견을 만들고 감정에 휘둘리기 쉽다. - P274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옳고 그름의 판단을 대신해 주는 누군가에게 조종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마녀사냥이나 인민재판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그런 윤리적 판단을 내렸던 종교계와 공산당만 권력을 갖게 되는 세상이 됐고 다수의 일반인들은 자신이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권력에 착취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 P275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땅을 소유한 사람, 즉 지주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75

아파트를 지어서 주택을 공급해 소유하게 한 것은 모든 국민을 지주로 만드는 혁명이었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나눠 주는 식의 피의 혁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서 없던 자산을 창조해서 나누었던 진짜 혁명이었다. - P275

만약에 청년들의 주거를 임대 주택 중심으로 공급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청년 임대 주택에서 편하게 월세로 살던 청년이 장년이 되면 그때는 이미 집값이 너무 올라서 주택 구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은 또 다른 임대 주택을 정치가에게 구걸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고 정부와 정치가에게 더 의존적인 사람으로 남아 있게 된다. 정치가에게 의존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상황을 좋아하는 정치인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정치가에게는 표를 얻을 수 있는 상황만 중요하기 때문이다. - P276

물론 최저 소득층을 위해서는 임대 주택 공급을 늘려 나가야 한다. 국민 중 일부는 집을 살 능력도 안 되고, 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국민들이 주택을 소유하게 해 줘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국민이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결국 부동산 자산은 정부 아니면 대자본가들만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 시대로의 회귀다. - P276

주택에서 정부 소유의 임대 주택 비중이 커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임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럴수록 정치가의 힘이 커지게 된다. 전체 주택 중에서 임대 주택의 비중이 커질수록 정치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주가 된다. 그리고 그 정치가들은 자기 입맛에 맞게 권력을 넘겨주려 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 P276

점점 더 많은 국민이 국가 소유의 임대주택에 살게 되는 것은 점점 더 많은 권력을 정치가에게 넘겨주는 일이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가 국민 여러분을 월세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이제 집주인에게 쫓겨날 걱정이 없습니다. 비싼 집을 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는 저소득층에 해당되어야 하는 말이다. 중산층을 위해서는 집값을 떨어뜨려서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 P276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은 반가운 소식이다. 단 LH같은 공공 기관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이 함께 개발한다면 좋겠다. 공공 임대 주택만 늘려 가는 세상에서는 정부가 집주인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단체이니 우리는 우리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정치가가 집주인이 되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소유 비중이 높을수록 그 국가는 독재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P277

어느 한 집단이 너무 많은 부를 소유하게 되면 부패하게 된다.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 P277

토마 피케티의 저서《자본과 이데올로기》에 의하면 과거 중세 시대 때 유럽의 전체 부, 즉 부동산과 동산 포함 모든 경제적 자본의 3분의 1이 교회 소유였다고 한다. 엄청난 부의 집중이다. 중세 시대 때 교회 권력이 부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우리는 그때를 암흑시대라고 부른다. - P277

역사를 보면 농경 사회가 시작된 이후 어느 사회건 자본주의의 경제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시절은 없다. 때에 따라서 정치적인 사회주의는 있었지만 돈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기적인 인간에 의해서 같은 원리로 움직였다. - P277

어느 사회에서건 부는 곧 권력이다. 어느 특정 집단에 부가 모인다면 결국은 권력이 한쪽으로 몰리고, 권력이 한쪽으로 몰리면 부패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과거에 많은 정치가가 재벌을 견제해야 한다고 역설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일부 정치가들은 부를 정부에 집중시켜서 본인들이 재벌이 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얼굴만 달라질 뿐 인간의 욕심은 똑같다. 그 사이에서 국민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특히 젊음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청년 세대일수록 더 그렇다. - P277

돈이 많은 자본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모든 국민을 자신의 소비자로 만들려는 꿈이다. 말이 소비자지 또 다른 형태의 소작농이다. - P278

밀레니얼 세대들을 대표하는 현상으로 ‘공유 경제‘를 꼽는다. 공유 경제는 "당신은 소유할 필요가 없고 소비만 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엄청 생각해 주는 것처럼 들린다. - P278

그런데 이런 집의 월세를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적게는 백만 원 정도고,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셰어하우스는 빨래, 청소, 아침 식사 등의 서비스를 포함해서 삼사백만 원까지 한다. - P278

셰어하우스에서 계속 사는 것은 성실한 소작농이 되는 일이다. 저렴한 가격의 쉐어하우스도 마찬가지다. 공유 주택이나 공유 오피스를 좋게만 보기는 힘들다. - P278

오피스가 위워크 WeWork 같은 공유 오피스로 대체된다면 결국 위워크가 임대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룡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여러 명의 빌딩 주인이 나눠 갖던 부가 위워크라는 다국적 기업에 집중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주인으로 나누어서 소유되던 집이 몇몇 셰어하우스 브랜드 기업으로 집중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 P279

자본주의 경제에서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부동산과 동산 두 가지 자본의 날개 중 한 개의 날개로만 날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부동산 날개가 잘렸으니, 비트코인과 동학개미 주식만이 탈출구로 남은 것이 현실이다. - P279

집값이 폭등하고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사야 하는 세상이 되면 두 집단은 좋아한다. 바로 대자본가와 정치가들이다. 빈부 격차가 커질수록 자본가는 자본의 집중을 얻게 되고, 정치가는 집을 소유할 수 없어서 임대 주택을 구걸하는 표밭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 P279

우리는 악당을 잡으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악당과 그 악당을 손가락질하면서 그 상황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위선자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악당과 위선자 사이에서 국민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 P279

이기적인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 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 P279

국민 모두가 한 번에 주택을 소유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경계부의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면 된다. - P281

국민은 세 종류로 나뉜다. 집을 소유한 사람,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안 살 사람, 집을 소유하지 못했으나 소유하고 싶은 사람. 우리는 세 번째 부류인 지금은 집을 소유하지 못했으나 소유하고 싶은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경계부의 사람들이다. - P281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경계선을 위로 올라가게 해서 더 많은 사람이 월세로 살게 할 것이냐, 아니면 반대로 밑으로 내려가게 해서 더 많은 사람이 주택을 소유하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 P281

실질적으로는 멸실되어야 마땅한 집이 많아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 P281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지금도 비싼데 더 좋게 만들면 빈익빈 부익부가 더 커지지 않겠냐고. 물론 그런 우려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좋은 주거를 만들지 않는다고 집값이 떨어질까? 아니면 반대로 좋은 집이없으니 허접한 집조차도 비싸지는 걸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집값은 ‘어떻게 저렇게 안 좋은 집이 저렇게 비쌀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대부분이다. 역설적으로 양질의 주거를 대량으로 공급한다면 다른 집값은 제자리를 찾아갈 수도 있다. - P281

주택 수요는 인구보다 가구 수가 결정한다. - P283

1인 가구는 30퍼센트인 614만 가구, 2인 가구는 28퍼센트가량인 566만 가구, 3인 가구는 20퍼센트인 421만 가구, 4인 가구는 16퍼센트인 330만 가구, 5인 이상 가구는 5퍼센트인 101만 가구다. 대한민국의 총 가구 수는 대략 2000만 가구 정도인데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총 주택 수는 1763만호 정도다.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하니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 P283

주택이 부족한 이유는 일이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5천만 인구가 모두 4인 가족으로 산다면 집이 1250만 호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의 표준 라이프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4인 가족은 현재 16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주택 시장에서는 4인 가족 중심으로 85제곱미터(약 26평)의 평형대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일이인 가구를 위한 아파트인데, 일이인 가구에 맞는 아파트의 공급이 적으니 가격은 오르고 결국 이들은 주로 오피스텔, 원룸, 셰어하우스, 고시원을 전전한다. - P283

일이인가구에 맞게 개발된 새로운 평면도의 소형 아파트의 대량 공급이 필요하다. - P283

우리는 30평 아파트 2세대를 부수고 30평 1채와 15평 2채를 지어서 3세대를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용적률을 올려서 세대수를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집값이 떨어진다. 그것도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맞는 수준의 발코니도 있고 일인당 점유 면적이 적절한, 시장이 원하는 아파트를 개발해야 한다. - P284

시장과 싸우지 말고 시장을 이용해야 한다. - P284

우리가 사는 ‘아파트‘라는 형식은 1920년대 독일 출신 건축가 힐버자이머가 만든 개념이다. 그가 구상한 미래 주거는 지금 우리가 사는 판상형 아파트와 똑같은 모양이다. - P285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 사회는 여러 명이 모여 사는 아파트보다는 단독 주택을 선호한다 - P286

강남 아파트와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소유‘와 ‘임대‘의 차이에 있다. 임대 주택인 프루이트 아이고의 당시 입주자들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돈을 벌면 떠날 생각만 했다고 말한다.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이웃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다. 같이 사는 이웃에게 존중이 없다는 것은 같은 장소에 있는 나에 대한 자존감도 그만큼 없다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이웃을 존중하지 않는 곳에서는 올바른 공동체가 형성될 수 없다. - P286

미국 세인트루이스는 늘어나는 인구와 주택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 슬럼가를 재개발해서 새로운 주거단지를 구상했는데, 이때 힐버자이머의 아파트 개념을 도입해 ‘프루이트 아이고‘를 만들었다. - P285

사실 정부가 주택을 직접 공급해서 해결하려는 사회보다는 시장 원리에 의해서 국민이 직접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게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사회 아닐까? 정의로운 정부가 직접 돈을 거둬서, 직접 집을 지어서 주겠다는 것은 일종의 ‘홍길동 콤플렉스‘다. 물론 시장 경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고, 적절한 홍길동 행동은 필요하겠지만 부동산이라는 거대 시장을 홍길동 공공 기관으로만 해결하겠다는 것은 권력과 정보의 집중을 만들고 권력과 정보의 집중은 또 다른 부패를 만든다. - P289

동서양 문화 차이를 떠나서 임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 대한 애착이나 이웃에 대한 존중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동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정책 입안자들은 제발 이러한 근본적인 본능과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 P289

2016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상을 수상하기에는 젊은 나이인 40대 후반의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에게 돌아갔다. 그가 디자인한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엘레멘털‘의 아이디어는 독특하다. - P290

저소득층은 돈이 없기 때문에 비싼 집을 살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그는 집을 절반만 지어서 분양했다. 절반 정도 지어진 건축물의 대부분이 외장 마감재도 없고 인테리어도 전혀 하지 않은 껍데기 상태에서 집을 분양했다. 이렇게 해서 집을 마련한 사람은 입주 후 돈을 벌면서 점점 자신의 집을 완성해 나갔다. - P290

중요한 것은 이곳의 공동체는 살 만한 곳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동네에 대한 애착이 있고 이웃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선순환의 시작은 집을 소유한 데부터 시작한다. - P290

건강한 사회는 집을 소유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에게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사회다. 그런데 보통 이런 사람들은 시작할 수 있는 자본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새로운 대출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 P290

집을 소유한 사람이 많은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회보다 더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소련, 북한, 동유럽의 사례를 경험해 본 바 인간은 그렇게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 P292

인간이 무소유 하도록 정신을 개조하려는 시도는 석가모니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법정 스님까지 수천 년간 여러 종교와 철학에서 시도해왔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게 인간이다. - P292

역사상 특정 일부 시대에 다수가 꿈을 가지고 공유 사회를 만들어 보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백년전 유행했던 사회주의 혁명이 그것이다. 그때에도 소수의 교활한 위선자는 다수의 선의를 이용해 권력을 독점해서 독재자가 되었고 세상은 더 힘들어졌다. 지금도 그런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게 젊은 세대를 포함해서 더 많은 사람이 부동산이라는 권력을 나누어서 소유하게 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작더라도 내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경제적 자주와 독립을 이루는 확실한 방법이다. 비록 대출이 끼어 있더라도 말이다. - P292

이 말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시장에서도 무리해서 집을 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집값이 올랐으니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임대 주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 P292

국가나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자주와 독립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바라지 않는 자들도 있다. 원래 국민, 민주, 정의, 민족 같은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자들 중에 자신의 권력보다 개인을 위하는 사람은 적은 법이다. 주택 소유를 통해서 더 많은 청년 개개인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때 바람직한 사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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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장 ‘상업시설의 위기와 진화‘ 라는 제목의 글부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구매와 쇼핑의 차이가 공간의 차이라는 저자의 얘기와 함께 ‘시장-쇼핑센터-온라인 쇼핑‘으로 이어지는 쇼핑 공간의 진화과정을 설명한 저자의 글이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막상 읽고보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전에 공간이라는 개념에 따라 이런 생각을 해봤는지를 되물어본다면 결코 평범한 생각이 아니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뒤이어 읽다보면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이것을 기점으로 하여 점점 오프라인의 사무실이 도심에서 부도심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이에 따라 도심에 빈 공간이 나오게 될 텐데 이를 주거용으로 변환시키자는 제안을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업용 건물과 주거용 건물의 특성을 비교하면서 변환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한다. 솔직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상공간이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현실의 공간에 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향후 미래의 공간활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으로는 절을 바꿔서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가장 먼저 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자는 2명의 인물을 비교한다. 바로 홍길동과 세종대왕인데, 얼핏 보면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왜 저 두 인물에 빗대어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잠깐 말해보자면 홍길동은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을 대변하고, 세종대왕은 ‘한글‘이라는 새로운 문자체계 (시스템)을 만들어서 일반 백성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을 지칭한다. 이것을 독자인 나만의 말로 풀어보자면 홍길동은 어떤 시스템같은 것 없이 단지 일회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일인 반면, 세종대왕은 물고기를 직접 잡아다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스타일이다. 저자는 본문에서 시스템을 확립한 세종대왕 쪽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월세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자신이 미국에 살 때 있었던 얘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는데, 이 얘기를 통해 월세의 본질에 대해 꿰뚫고 월세로 거주할 경우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된 한 가지 예시를 덧붙이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중산층을 키우기 위한 대안도 제시하는데 꽤나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독자인 나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였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부동산의 특성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저자는 부동산을 플랫폼 비즈니스에 비유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주변과 관계를 얼마나 많이 맺느냐에 따라 가치가 증가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주변의 것들과 관계를 많이 맺으면 맺을수록 부동산이든 플랫폼 비즈니스든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본문에 사례로 나온 70년대 강남의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가치가 상승하는 과정을 보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구매와 쇼핑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간의 차이다. 시장은 야외 공간이고 쇼핑센터는 실내 공간이다. - P229

시장이 야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였고, 쇼핑센터가 쾌적한 실내 공간에서 편리하게 구매할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면, 온라인 쇼핑은 아예 불편하게 쇼핑센터까지 갈 필요 없이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쇼핑하도록 상거래를 제공했다. - P230

시장-쇼핑센터-온라인 쇼핑이라는 겉모습은 바뀌었지만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공간에 담아서 상거래를 만든다는 진화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 P230

계속해서 소비자를 온라인 공간으로 빼앗기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상업 공간이 살아남는 길은 오프라인만의 공간적 경험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 - P230

온라인 쇼핑의 장점은 오프라인 상업 공간보다 짧은 시간에 더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오프라인 공간만의 차별화된 장점은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 P232

온라인 쇼핑에서는 쇼핑하는 데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시간당 품을 팔아돈을 버는 중산층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 중산층에게 대형 마트가 점점 인기가 없어지는 이유다. 반면 시간이 남는 부유한 사람은 오프라인 백화점 쇼핑을 한다. - P232

온라인 쇼핑의 단점은 ‘나‘와 ‘물건‘밖에 없다는 점이다. 반면, 오프라인 쇼핑 공간에서는 ‘나‘와 ‘물건‘과 ‘다른 사람‘이 있다. 오프라인 상업 공간에서는 물건을 사고, 사람 구경하고 ‘우리‘를 경험하는 행위가 있다. 오프라인 상업 공간은 일차적으로 물건으로 사람을 유인하고, 같은 물건에 유인된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끼리의 경험을 만들고 그 경험으로 사람들을 더 유인한다. - P232

뒷골목은 자동차가 다녀도 보행자에게 우선권이 있는 공간이어서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면서 가게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이면 도로는 대로변에 비해서 임대료도 저렴해서 적은 자본으로 창업하는 식당이 많이 들어선다. 필지가 작게 구획되어서 빌딩의 크기도 작으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섰다. 이렇게 이면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짧은 구간만 걸어도 다양한 가게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매력적인 상업 환경을 형성하게 되었다. 흔히 우리나라 도시의 이면 도로가 먹자골목으로 발전하는 이유다. - P235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가게들이 있다. ‘베타‘ 같은 매장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동선과 머무는 시간 등 소비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 데이터를 판매하는 체험형 점포다. 일종의 공간 임대 빅데이터 편집 점포다. 베타 가게에 가면 물건이 전시되어 있고 천장에 수십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이 카메라는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작동해 보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서 재가공하고 판매한다. - P237

미래의 답을 찾을 때는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체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고,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 P238

지금의 쇼핑몰 원조는 산업혁명 때 만들어진 영국 런던의 ‘수정궁‘이다. 수정궁은 철골 구조와 유리로 만든 유리 온실 같은 거대한 실내 공간에 산업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각종 새로운 물건들을 전시했던 인류 최초의 만국박람회장이다. - P238

건축에서는 수정궁같이 다양한 물건을 전시해서 판매하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백화점이다. 그리고 물건의 종류가 더 많아질수록 백화점의 규모는 더 커졌고, 규모가 커질수록 장사는 잘됐다. 품목도 많아지고 사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 P238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것은 새로운 과시의 방식이 되었다. 쇼핑백은 나는 소비자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고, 소비자가 왕인 자본주의 시대에 백화점에서 쇼핑백을 들고 있는 것은 왕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P238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새로운 빌딩 양식(타입)이 만들어지는 것이 건축 공간에서의 변함없는 진리다. - P238

전통 오프라인 상업 시설의 돌파구는 ‘물건을 사는 것 이외의 경험을 제공해 주자‘였다. 그것은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오프라인 공간의 체험이었다. 대형 쇼핑몰들은 사람 구경을 시켜 주기 위해서 고급스러운 공간을 만들었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소비할 수 있는 ‘격이 있는 소비자‘들을 모을수록 사람들은 더 모여들었다. - P240

플렉스란 과시를 뜻하는 말인데 일반적으로 과시는 낭비를 통해서 할 수 있다. - P240

인간의 본능은 웬만해서는 안 바뀐다 - P240

사람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가고 싶어 한다. - P240

향후 백화점은 살아남기 위해 전체 매장에서 VIP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 나가고 이외의 공간을 줄여 나갈 것이다. - P242

돈을 위해서라면 자유를 반납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 P245

인류 역사를 보면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계층이 만들어지고 공간이 구분됐는데, 전염병은 기존에도 있던 이러한 공간의 계층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전염병의 경우에 다른 점이 있다면 부자들의 공간은 더 커지고 밀도는 더 낮아지는 추세로 갈 것이고 그만큼 나머지 사람들의 공간은 더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 P247

시장 경제에만 맡겨 놓게 되면 향후 온라인 공간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저렴해지는 반면 오프라인 공간은 점점 더 비싸져서 일반 대중은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생활하고 오프라인 공간은 부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 - P247

공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반 시민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도시의 1층면 곳곳에 배치되도록 도시 공간 구조를 리모델링해야 한다. - P247

‘메타버스‘는 현실 오프라인 공간을 소유화하거나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 P249

공간을 소비하지 못하면 물건을 소비하게 된다. - P250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고, 비싸서 가기 힘들고, 사진을 올렸을 때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공간‘을 만들면 여유있는 소비자들은 선택한다. - P252

최고의 플렉스는 ‘공간 플렉스‘다. 명품은 수백, 수천만 원의 돈이 들어가지만, 공간은 수천만 원의 보증금 혹은 수억의 공사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 P252

모든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수록 공간적인 자유는 늘어난다. 더 큰 집을 갖게 되고, 더 다양한 여행지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제한적이다. - P253

시간을 사용하여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면 그 공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살아남는 공간이 될 것이다. - P254

젊은 세대들은 어른들과 함께 있는 공간속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들끼리만 알아듣는 줄임말 은어를 사용한다. 비밀스러운 언어 소통을 통해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 P254

힙지로의 공간처럼 일부러 정보를 찾고 먼 길을 찾아서 가야 하는 공간들은 특별한 공간적 체험을 줄 뿐만 아니라 가게를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스토리가 된다. 특별한 공간 체험은 그대로 사진으로 남아서 나의 SNS 공간을 꾸미는 특별한 디지털 벽돌이 된다. 그런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상업 시설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 P254

왜 굴지의 미국 IT 기업들이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돈을 쏟아 붓고 있을까?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에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피스 업무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컴퓨터 서버로 들어간다. 책상 위의 많은 서류가 이미 컴퓨터 하드디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회사가 오피스 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기보다는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오피스의 오프라인 공간이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 공간은 이렇게 클라우드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 - P256

점점 더 많은 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자사에 데이터 서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 P256

단기 임대 방식이 클라우드 서비스다.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이 땅값이 저렴한 지역에 거대한 서버를 구축하고 그보다 작은 회사들에게 서버를 임대해 주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서 전 세계 오피스의 서류 저장 공간과 서버실 임대 사업을 다국적기업 두세 군데가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엄청난 사업이다.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사업이다. 교통 수단이 발달하면 시간 거리가 단축되고 공간의 의미가 바뀌듯이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는 것 역시 공간의 의미를 바꾼다. - P257

우리나라는 다국적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없지만 대신에 클라우드 기업들이 사이버 오피스 공간을 짓는 데 필요한 반도체라는 건축 자재를 납품해서 돈을 번다. 클라우드 기업이 가상공간 부동산 건축업자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는 가상공간 건축 자재상이다. - P257

재택근무와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도시 내 사무 공간의 연면적 수요를 줄이고 있다. - P257

사람들은 주거 월세를 내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회사 사무실 월세를 내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무실 공간을 월세로 하는 이유는 우선 가족 구성 수는 수십 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사무실 인원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변화에 쉽게 적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사옥을 소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도심의 좋은 곳에 위치한 고층 건물을 소유하기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위상을 드러낼 만한 건물의 좋은 층에 임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 P258

대형 오피스 건물을 주거로 바꾸는 데는 건축적으로 어려움이 하나 있다. 상업 시설의 빌딩은 폭이 넓은데 주거 시설은 폭이 좁아야 한다는 점이다. - P259

우리나라 아파트의 폭이 좁은 이유는 맞통풍을 하기 위해서다. 보통 방 하나의 폭이 3미터에서 4미터 정도인데, 앞뒤로 배치했을 경우 폭이 실내 복도 포함 10미터고, 발코니를 포함해도 13미터 이내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야 두 개의 방에 모두 자연 채광이 되는 창문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59

‘소유냐 공유냐‘의 이슈 - P265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좁은 면적에 밀도 높은 다양성이 만들어지고 조금만 걸어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도시가 된다. - P268

정부가 규제를 줄였더니 알아서 잘됐다 - P268

제대로 된 도시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용적률은 유지하더라도 건폐율은 완화하고 주차장법을 바꿔도 된다. 모든 법은 그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 P270

월세로 사는 것은 내 부동산 자산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내 노동의 대가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대신 그 돈은 부동산을 소유한 누군가의 자산으로 축적된다. 월세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작농이다. - P271

사람들은 임대 주택에서 월세로 살면서 돈을 모아 나중에 집을 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문제는 집값이 계속 올라간다는 것이다. 정부는 매년 최소 2퍼센트 이상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노력한다. 통화량이 많아지니 인플레이션은 계속되고,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 같은 돈을 은행에 저금해 놓으면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 - P272

반면 부동산은 유한한 자산이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집값은 오른다. 부동산 버블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어도 매년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내가 만약에 2퍼센트의 경제 성장률보다 빠르게 월급을 모을 수 있다면 나중에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른다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은 힘들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의 부동산 자산가격을 보면 경제 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봉과 집값상승은 눈사람과 같다. - P272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건강한 중산층을 더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부족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 P272

자동차는 사는 동시에 가치가 떨어진다. 오늘 새 차를 뽑으면 그 다음 날 수백만 원이 떨어진다. 반대로 부동산은 올라간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유한한 자원인 부동산의 가치는 반대로 올라간다는 이유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그 부동산 주변에 다른 편의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 P273

주변과 관계를 맺는 숫자에 의해서 가치가 결정되는 자산이 있다.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검색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사이트에 연결된 다른 사이트들이 늘어날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 P273

부동산이라는 공간은 플랫폼 비즈니스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과 관계가 늘어나고 그럴수록 가격이 오른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일자리의 기회가 많다 보니 인구가 계속해서 유입된다. 인구가 늘어나면 각종 편의시설들이 생겨나고 정부는 인프라 시설을 확충한다. 그러니 확률적으로 중심부의 집값은 계속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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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에 있는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 얘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컴퓨터의 병렬 네트워크 파워, 언어에 의한 시너지 효과 그리고 공간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 창출된 도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는 도시가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과 더불어 전염병의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까지 보여주면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해낸 도시들이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이상적인 도시상에 대해 건축과 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바로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 이었다. 각종 택배나 물류의 이동을 지하화함으로써 지상에 창출되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컨셉인데 이를 통해 지상에 공원같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더욱 더 많이 조성하여 사람들간의 소통과 교류가 더 많아지는 효과는 물론이고 물류 이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아직 이것이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저자가 본문에 소개한 과거의 사례들과 비교적 최근의 사례들을 종합해서 미래를 전망해 봤을 때 저자의 생각이 실현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지난 몇 십년간 발전해온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해볼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의 미래 도시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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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 중에 필지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필지는 각각의 구획별로 나눠지는 토지의 등록단위를 일컫는 말인데 본문을 통해 우리나라와 외국의 필지가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용어로는 ‘농사꾼의 필지‘와 ‘장사꾼의 필지‘라는 말로 둘을 비교하고 있는데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 필지가 기본적으로 정사각형으로 구획되어있는 반면, 서양의 경우 직사각형 형태로 길게 구획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서양의 직사각형 형태의 필지는 애초에 장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책에 함께 첨부된 그림을 통해 저자의 말의 뜻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서양은 효율성을 중시하여 필지와 필지 사이에 여분의 땅이 남지 않도록 붙여서 건물을 짓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채광과 통풍 등의 이유로 인해 필지와 필지사이에 일정 거리를 띄워놓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남는 공간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을 저자는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농사를 근본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농사꾼의 필지‘ 라고 명명한 듯하다.

어찌됐든 이러한 필지 형태를 비교해보면서 앞으로 도시가 재건축, 재개발 될 때 어떠한 형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는데,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들이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도 퍽 괜찮다고 느껴졌다. 예를 들어, 필지의 낭비되는 부분을 없애기 위해 필지를 일정 규모로 통합한 뒤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건축하는 방안 같은 것들은 우리나라의 토지에 일정부분 제약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 꽤나 합리적인 아이디어라고 여겨졌다. 물론 이를 위해선 기존에 있는 각종 규제나 법규들이 풀리고 개정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행정적인 규제만 일정부분 완화된다면 시도해봄직한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100조 개 있다. 인간의 지능이 높은 이유는 시냅스의 총량이 크기 때문이다. - P162

이 원리는 컴퓨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인컴퓨터(PC) 한 대의 연산 능력은 그렇게 크지 않다. 이 PC를 직렬로 연결하면 같은 성능을 가진다. 그런데 PC를 병렬로 연결하면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갖게 된다. 이것이 병렬 네트워크의 힘이다. - P162

인간의 뇌를 병렬로 연결하는 방식은 케이블이 아닌 언어다. 그리고 문자는 다른 시간대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과도 연결시켜 준다. 21세기의 우리가 플라톤의 책을 읽는다면 우리의 뇌는 2400년 전 그리스의 한 철학자의 뇌와 병렬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뇌끼리의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 - P162

공간적으로 인간의 뇌끼리의 연결 시냅스를 늘리는 방법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 P162

밀도가 높은 도시 공간에서는 주변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대화를 통해서 창의적인 생각들도 만들어지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도시 생활이라고 한다. 인류의 많은 창의적 생각과 물건들은 모두 도시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에 의해서 발명되고 만들어졌다. - P163

제프리 웨스트의 저서 「스케일」에 따르면 인구가 2배 늘어나면 특허 출원 건수가 2.15배로 뛴다고 한다. 인구의 규모가 커질수록 도시가 더욱 창의적으로 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평균 임금, 전문 직업인 수도 인구가 2배가 늘어날 때 2.15배가 늘어난다. 반면 에너지 절약적인 면에서는 절감이 된다. 미국, 일본, 독일 도시의 경우 인구가 2배 늘어날 때 주유소는 1.85배만 늘어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규모가 늘어나면 도시 인프라 초기 투자 비용은 7.5퍼센트 줄어들고 창의성은 7.5퍼센트 증가한다. 더 큰 도시가 될수록 경쟁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다. - P163

그런데 문제가 있다. 도시의 규모가 2배 커지면 범죄율과 전염병의 전파도 2.15배 증가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 P164

과거에는 전염병에 걸리면 도시 외곽으로 격리시키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병의 원인을 파악한 다음에는 병원이라는 건축 시설을 도시 안에 적극 배치하고 도시의 인구를 유지하는 방식을 개발해 냈다. 각종 도시 위생 시스템과 바이오테크놀러지는 도시의 규모를 1000만명으로 키울 수 있게 해 주었다. - P164

뉴욕은 다른 유럽의 도시와는 달리 엘리베이터가 발명된 이후에 성장한 도시다. 뉴욕은 엘리베이터, 철골 구조, 철근 콘크리트라는 신기술을 이용해서 고층 건물을 지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이 7층 정도 높이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을 때 뉴욕은 30층짜리 건물로 4배 이상 고밀화된 도시 공간을 만들었다. 밀도가 4배가 되면 같은 시간에 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도 4배로 늘어난다. 이는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 P165

뉴욕은 고밀화된 도시 공간뿐 아니라 전화기라는 통신망을 깔아서 사람 간 소통할 수 있는 관계의 시냅스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 P165

1990년대 들어서 도시의 시냅스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개발됐다. 바로 인터넷이다. 과거 인류의 기술은 수천 년간 물리적인 좁은 공간 안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 한계에 봉착하자 인류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터넷 공간 속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 빅뱅을 통해 만들어 낸 시냅스의 팽창이다. - P166

현대의 도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시냅스의 총량과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시냅스의 총량을 합쳐서 이해해야 한다. - P166

인류는 꾸준하게 도시의 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사람들 간 관계의 시냅스를 늘려 나갔는데, 나는 이를 ‘시냅스 총량 증가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 P166

문명이 발달할수록 시냅스 총량이 증가된다. - P167

인간은 온라인 기회와 오프라인 기회가 있다면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대신 두 가지 기회를 모두 가지려고 할 것이다. - P168

일자리 구성 때문에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 P169

우리나라 일자리의 55퍼센트는 사무직이다. 이들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들은 자신의 업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일자리다. 이런 업무의 디지털화가 가능한 일자리는 향후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재택근무 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신 인간이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가 살아남거나 늘어날 것이다. - P169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 도시에 더 많은 일자리의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 P169

사람이 모여 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적인 방법이다.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은 각종 세금 정책과 행정 정책들이고, 하드웨어적인 방법은 공간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 P175

공통의 추억을 가지면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시에는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P176

공산주의는 인간을 너무 착하게 봐서 실패했다. 인간은 결코 부와 권력을 공평하게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공평한 분배를 주장하던 자들이 나중에 오히려 독재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 P178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이기 때문에 소셜 믹스는 상대방의 배경이 어떤지 모르는 ‘익명성‘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공간 속에서 익명성의 소셜 믹스를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가 공원, 벤치, 도서관이다. 이런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 소셜 믹스가 된다. - P178

투쟁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모임의 공간이 필요하다. - P178

도시 재생과 재건축은 바둑과 같다. 바둑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어디에 돌을 두느냐가 승부를 결정한다. 지금의 재건축 정책은 상대편인 개발업자에게 아예 바둑돌을 안 두게 만들고 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면 대화나 게임 자체가 시작이 안 된다. 검은돌을 쥔 개발업자가 돌을 두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쥔 흰 돌을 어디에 먼저 두느냐가 중요하다. 바둑의 고수는 중요한 적재적소에 정확한 순서대로 돌을 둔다. 그게 바둑에서 승리하는 법칙이다. - P180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20세기 후반에 문제가 많았던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이겼던 이유는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하는 시스템이라서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 P181

똑똑하게 줄 건 주고 얻을 것은 얻는다 - P181

가로로 긴 공원의 또 다른 장점은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 P185

사람들이 걸을 때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도시 안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려면 떨어져 있는 동네들 간에 걸어서 오갈 수 있어야 하는데, 선형의 공원은 이를 촉진시킨다. - P185

기술은 발전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 P188

건축은 발전할수록 서비스 기능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겨진다. - P188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낫다. 국민에게 단순하게 현금을 나누어 주는 것보다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 P190

인간은 천천히 걸을수록 좋고, 물류는 빠르게 이동할수록 좋다. 이 둘은 근본적으로 상충된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보내는 것이 지상을 ‘인간을 위한 느린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 P190

‘개발 제한 구역‘이라는 의미의 그린벨트는 영국에서 최초로 고안한 개념이다. - P199

우리가 아는 도시 확장 억제 개념의 그린벨트는 1898년 에버니저 하워드 Ebenezer Howard의 저서 「미래의 정원 도시(Garden Citiesof Tomorrow)』에서 처음 소개됐다. 그의 개념은 런던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기 위해서 런던 시내 주변으로 폭 2킬로미터의 녹지를 보존하고 그 공간을 런던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 P199

결국 중요한 것은 패턴이다. 도로망의 패턴, 빌딩과 녹지 구성의 패턴, 학교, 주거, 오피스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섞인 패턴 등이 도시의 효율성과 사회의 특징을 결정하는 것이다. - P204

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에 맞는 고밀도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마치 좁은 반도체 안에 효율적인 반도체회로를 설계하는 것과도 같다. 어떻게 더 안전하고 창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며 인간을 위한 공간을 도시 안에 밀도 있게 만들 수 있는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 P205

대한민국의 도시화 비율은 91퍼센트다. 전체 인구중 도시에 사는 사람이 91퍼센트란 이야기다. 보통 경제학자들은 도시화 비율이 80퍼센트 중반이 넘어가면 도시화가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도시화가 90퍼센트 이상인 나라는 싱가포르, 홍콩, 한국뿐이다. 앞의 두 나라는 도시국가 수준이니 그렇다 치고 한국은 도시화가 완성되고도 남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말은 즉 우리는 택지가 부족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 P208

LH의 주요 업무는 농지로 된 땅을 택지로 개발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완성된 상태다. 그렇다면 이제 LH가 해야 하는 일은 새롭게 택지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 택지의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 P208

도시화가 91퍼센트인 우리나라는 더 이상 새로운 택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대신 그린벨트는 진정한 그린(녹지)으로 회복해야 하고 부족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 기존의 도시를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서 재정비해야 한다. - P209

10만 평의 땅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땅은 주변부에 어떠한 시설을 접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된다. 기찻길 옆 시끄러운 지역의 아파트보다 한강이 보이는 강변 아파트의 가치가 더 높다. 따라서 그린벨트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곳은 도시의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도시와 접한 경계부의 땅이다. 그 경계부의 땅을 좁고 길게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그린벨트는 공원으로 바꾼다면, 새로 지어진 주거는 도시의 편리함과 공원 경치를 함께 갖는 가치 높은 부동산이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주거를 개발해서 분양 단가를 높인다면 적은 연면적을 개발해도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사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녹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사업성을 찾을 수 있고, 시민은 좋은 공원을 얻게 된다. - P211

경계부를 개발할 때 건물을 연속되게 지어서 만리장성처럼 보이게 만들면 안 된다. 실선처럼 이어진 건물군이 아니라 점선처럼 중간 중간 끊어지게 개발해서 도시 측에서 바라볼 때 건물과 건물 사이로 그린벨트 공원으로의 접근성과 경관을 확보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거 단지를 ‘엣지시티‘라고 부르자. - P211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 - P214

애초에 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 필지를 좁고 길게 만든 이유는 도심 속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다. 장사를 하려면 길가에 면해서 가게 입구가 나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도시에 모여서 장사하며 사는 도시들은 필지 모양이 도로에 접한 부분은 좁고 뒤쪽으로 길다. 런던, 암스테르담, 로마, 뉴욕 할 것 없이 상업 중심 도시는 다 그렇다. 심지어 일본의 오래된 도시인 교토도 필지가 좁고 길다. - P218

그런데 우리는 강남 개발을 할 때도 필지 모양이 정사각형이다. 농사꾼의 마인드로 필지 구획을 해서 그렇다. 우리는 땅은 반듯한 정사각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을 볼 때 햇빛 드는 농지와 면적만을 생각해서 그렇다. 농사꾼과 장사꾼의 다른 마인드는 필지 모양의 비율을 다르게 했고, 도시의 효율성에 차이를 주었다. - P218

우리가 장사꾼의 마인드를 가지지 못한 이유는 난방 시스템인 온돌 때문에 2층짜리 집을 지어 본 적이 없어서다. 그래서 고밀한 도시가 없었고 따라서 상업도 발달하지 못해서 그렇다. 우리의 도시를 바꾸려면 필지 디자인부터 바꿔야 한다. - P218

필지의 모양이 외부 공간의 효율성을 좌우한다. - P219

우리나라 도시 경관의 첫 번째 문제는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개발을 할 때 대형으로 진행하다 보니 기존 도시의 골목길들도 다 사라지고 과거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진 재개발밖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 P220

두 번째 문제는 필로티 주차장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풍경을 망치는 것 중 하나는 1층에 만들어진 필로티 주차장인데, 이러한 개발이 되는 이유는 주차장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건물의 주차를 자신의 땅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필지는 작게 100평 이하로 구획되어 있다.
100평이 안 되는 땅에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경사로를 만들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한 주차 공간만큼 건물 1층을 필로티로 올려서 해결하게 된다. - P220

주차장법 중에 200미터 이내에 주차장 땅을 확보하면 내 땅에 주차를 안 해도 되지만, 근처의 비싼 땅을 사서 지상 주차장으로만 사용하는 바보가 있을까? 결국에는 필로티 주차장밖에는 답이 없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대규모 재개발밖에 없는데 여러 가지 절차상의 이유로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따라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중규모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 P220

서울의 지도를 보면 필지가 6개에서 20개 정도씩 묶인 블록들이 모여서 블록과 블록 사이에 골목길을 형성하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골목길과 골목길 사이의 6개에서 20개 정도의 필지를 묶은 규모의 재개발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법안을 만들면 어떨까? 이때 새롭게 건축되는 건물의 주차장은 지하에 통합으로 넣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최소화되고 골목길과 접한 1층은 필로티 주차장 없이 보행 친화적인 환경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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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리뷰를 썼던《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의 p.158에 잠깐 등장하기도 했었던 단어인 ‘숙론‘ 을 책으로 좀 더 자세히 만나본다.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 P5

배움 learning은 경험에 따라 행동이 변화하는 걸 일컫는데, - P6

유전자 수준에서 이미 각인되어 타고난 행동이다. 우리는 이를 본능instinct이라 부른다. - P6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 세계에도 배움은 넘쳐난다. 그러나 가르침 teaching은 거의 없거나 매우 드물다. 이제 곧 둥지를 떠나야 할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듯 보이는 어미 새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딱히 가르치는 것 같지 않다. 둥지에서 저만치 먼저 날아가 나뭇가지에 앉아 새끼가 날아 나올 때까지 기다릴 뿐, 꽁지깃을 어떻게 세우고 가슴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일일이 설명하고instructing 지도하지coaching 않는다. - P8

침팬지 엄마는 짜증을 내지도, 설명하느라 열을 올리지도, 그리고 시범을 보이며 지도하느라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체득할 때까지 무한한 인내심을 품고 묵묵히 기다려줄 뿐이다. - P9

나는 대한민국 교육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점은 물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도 상당부분 토론 부재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가면 갈수록 창의성이 줄어드는 우리 교육의 모순을 타개할 수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토론 학습을 제안한다. - P11

자연스럽게 의견이 갈리고 쟁점 또한 풍부한 정치는 토론을 학습할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주제다. - P12

무엇보다 토론 수업을 진행할 교사들을 위한 교육이 시급하다. 교실을 자칫 정치판 싸움터처럼 만들지 않도록 하는 책임은 일단 교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 P12

우리 사회에서 토론 문화가 사라진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 일제강점기의 교육이 제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학문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식민화를 위한 획일적인 교육에 집중하는 가운데 토론 학습은 애당초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 P13

일본은 우리말을 말살하고 식민정책을 시행하려고 철저하게 주입식이고 수동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30여 년에 걸친 일제의 교육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정부 주도의 교육제도, 도구주의 교육관, 학력 중시 등 여러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일제의 교육이 우리 교실에서 토론 문화를 말살한 폐단을 지적하고 싶다. - P14

서양에서 discussion은 남의 얘기를 들으며 내 생각을 다듬는 행위다. 이걸 요즘 우리는 ‘토론‘이라고 번역해 사용하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토론은 서양의 discussion 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토론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심히 결연하다. - P15

한때 <백지연의 끝장토론>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제목부터 자기모순이다. 토론은 끝장을 보려 도모하는 행위가 아니다. - P15

기어코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경기로 충만해 토론에 임하면 남의 혜안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없다.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조성모가 다시 불러 널리 알려진 <가시나무>의 노랫말처럼 마음속에 나 자신이 너무 많아 타인의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지금 우리가 주로 하는 행위는 discussion이 아니라 debate에 가깝다. - P16

Debate는 주로 ‘논쟁‘이라고 번역하지만 우리는 지금 논쟁 수준에도 못 미치는 ‘언쟁‘, 즉 치졸한 말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다. - P16

차라리 debate를 ‘토론‘으로 규정하고 이제부터는 ‘토의 discussion‘를 하자는 제안도 있다. 토의가 토론보다 어감상 덜 논쟁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의‘와 ‘논‘의 자원字源을 들여다보면 좀 뜻밖이다. - P16

의議자는 ‘말씀 언言‘과 ‘옳을 의義‘가 합쳐진 것인데, 義는 양의 머리를 창에 꽂은 제사 장식을 형상화한 글자로 올바름을 신에게 아뢴다는 뜻이다. 반면 논論자의
‘둥글 륜侖‘은 죽간을 둥글게 말아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의견을 두루 주고받는 과정을 뜻한다. ‘의‘가 다분히 하향 top-down 식인데 반해 ‘논‘은 상향 bottom-up식이라 훨씬 민주적이다. - P16

사실 문제는 ‘토‘에 있다. ‘칠 토討‘자는 ‘공격하다‘와 ‘두들겨 패다‘에서 ‘비난하다‘와 ‘정별하다‘라는 의미까지 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토론해온 셈이다. - P16

김언종 교수에 따르면 토討자에는 ‘견책하다‘ 혹은 ‘정벌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원래는 ‘대화로 합의에 이르다‘라는 뜻을 지닌다고 한다. 그러나 세숙은 함께 둘러앉아 토론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나름 세심하게 검토했을 뿐이다. - P17

이런 연유로 나는 기왕에 너무 많이 오염된 용어인 ‘토론‘ 대신 ‘숙의熟議‘ 또는 ‘숙론熟論‘이라 부르기를 제안한다. 여럿이 특정 문제에 대해 함께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을 뜻하는 말로 개인적으로 숙론이 더 마음에 든다. - P17

굳이 이에 상응하는 영어 표현을 찾으라면 나는 ‘discourse‘를 제안하고 싶다. 영어권에서 discourse는 dialogue (담화)나 discussion(토론)의 좀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토론serious discussion을 의미한다. - P17

Consilience는 한마디로 ‘지식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 P18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으며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채 그들을 분리하면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의 이유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 P18

숙론은 상대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나와 상대의 생각이 다른지 숙고해보고 자기 생각을 다듬으려고 하는 행위다.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식 수준을 공유 혹은 향상하려 노력하는 작업이다. - P19

숙론은 ‘누가 옳은가 Who is right?‘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 What is right?‘를 찾는 과정이다. - P19

우리나라의 기적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한 교육은 이제 원동력을 잃었다. 내가 읽고 듣고 만난 4차산업혁명 전문가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동의한다. 지금 우리 교육으로는 결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한다. 근본적이고 혁명적으로. 진화학자가 할 얘기인지 모르지만, 우리 교육은 점진적 진화 evolution를 기대할 게 아니라 과감한 혁명 revolution을 도모해야 한다. - P20

우리 교육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 숙론 수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함께 둘러앉아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가는 훈련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면 대한민국은 드디어 성숙한 민주국가가 되리라 확신한다. - P21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유독 토론만큼은 못해도 너무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모든 학습을 토론으로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된 토론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 거의 없다.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능히 잘할 수 있다. - P22

정규교육에 토론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사회 곳곳에서 토론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토론의 꽃이 만개할 날을 대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토론을 이끌 진행자를 양성해야 한다. - P22

탁월한 사회자 moderator 혹은 진행중재자 facilitator가 훌륭한 토론자를 길러낸다. - P23

갈등이 수면 아래 가라앉기보다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선진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갈등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갈지가 우리 앞에 주어진 숙제다. - P28

"유전자의 50퍼센트를 공유하는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이해가 엇갈리는데 하물며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배우자간의 갈등은 얼마나 더 격렬할까?" - P31

갈등의 관점에서 행동을 관찰하면 훨씬 더 명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 P31

좌파와 우파 혹은 좌익과 우익이라는 말은 프랑스혁명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1789년 혁명이 끝나고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 공화파가 앉고 오른쪽에 왕당파가 앉은 데서 유래했다고한다. 1792년 공화파가 주도한 국민공회에서도 왼편으로는 개혁적 자코뱅파 의원들, 오른편에는 보다 보수적 지롱드파 의원들, 그리고 중간에는 중도 성향의 마레당 의원들이 자리하며 개혁에 소극적이고 다분히 수구적 세력을 우익 또는 우파, 상대적으로 변화를 갈구하는 진보적 세력을 좌익 또는 좌파로 나누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 P35

우리 모두는 누구나 보수와 진보의 긴 연속선 continuum 위 어딘가에 놓인다. 그것도 모든 이슈에 있어서 정확하게 늘 동일한 지점에 있지 않고 이슈마다 연속선상 위치가 달라진다. 흑색과 백색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음영의 회색이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 P37

지역 갈등은 영남과 호남 간 대립이 특별히 부각된 것일 뿐 지역 간 감정의 골은 우리나라 전국 여기저기에 파여 있다. 때론 문화적으로 제법 유래가 깊은 감정의 골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제적 이득 때문에 불편하게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 - P42

인도 사회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카스트제도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사람들은 제가끔 자기 처지를 운명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P43

"알면 사랑한다. 사랑하면 표현한다" - P48

환경 갈등은 본질적으로 세대 갈등이다. 누가 제일 먼저 말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환경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말이 되었다. - P55

적어도 우리 세대가 누린 만큼 미래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자연을 잘 보존해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바로 ‘지속 가능성 sustainability"의 기본개념이다. - P56

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경제성과 생태성의 평형을 모색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경제적 타당성 economic feasibility을 의미하는 ‘경제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늘 쓰고 살지만 ‘생태성‘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경제성의 개념이 나왔듯이 생태학도 ‘생태계의 온전한 정도ecological integrity‘, 즉 생태성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다. - P57

경제학eco-nomics과 생태학eco-logy은 같은 어원을 지니고 있다. ‘Eco‘는 ‘집house‘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둘은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형제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경제학 형님은 부자로 살았고 생태학 아우는 그야말로 손가락을 빨았다. 그런데 요즘 형님이 아우를 찾는다. 경제학과 생태학이 만나기 시작했다. 개발과 보전은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은 경제 예비타당성뿐 아니라 생태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아야 한다. - P58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 - P64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소통이란 조금만 노력하면 잘되리라 착각하며 산다. - P64

동물행동학자들은 오랫동안 동물 소통 animal communication을 상호 협력적 행동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1978년 존 크레브스John R. Krebs와 니컬러스 데이비스 Nicholas B. Davies는 《행동생태학: 진화적 접근Behavioral Ecology: An Evolutionary Approach》에서 소통을 기본적으로 송신자sender가 수신자receiver를 조종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규정하며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 P65

소통은 협력이 아니라 밀당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소통은 당연히 일방적 전달이나 지시가 아니라 지난한 숙론과 타협의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 P65

교육이란 본디 먼저 사회에 진출한 세대가 살아보니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판단해서 사회 진입을 앞둔 다음 세대로 하여금 기성세대와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교육 현장은 공존을 위한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신분 상승을 꾀하는 경쟁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다. - P70

기와가 깨져 흩어지고 흙이 무너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와해토붕瓦解土崩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다. 흙, 기본이 무너져 내리며 여기저기에서 기왓장들이 쪼개지고 있는 형국이다. - P71

일찍이 그 어느 나라도 경험해본 적 없는 사상 초유의 저출생으로 인해 교육 구조의 뼈대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기울어진 바닥을 바로잡지 않아 끊임없이 유출되는 토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와해토붕瓦解土崩이 아니라 토붕와해土崩瓦解 형국이다. - P71

집단 창의성 collective creativity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하나의 잣대로 모든 걸 재는 상황에서는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잣대가 다양해야 창의성이 돋아난다. - P73

자연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증진해야 하듯이 어떻게 하면 우리 교육계의 학습 다양성 learning diversity을 높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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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9-03 14: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엇이 옳은가, 는 소설을 읽을 때 제가 찾는 것 중 하나입니다. 선인과 악인의 구도로만 볼 수 없이 그 나름대로 각자 설득력을 가지는 행동을 취할 때 무엇이 옳은지를 따지는 것이 때론 어렵더군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9-03 15:37   좋아요 3 | URL
예 소설을 읽다보면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각각의 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다들 달라서 그런지 어떤 한면만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게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동일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보면 해당 인물의 선택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잘못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만큼은 용납될 수도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또한 소설뿐만이 아니라 이 책에서 논하는 일반적인 토론의 경우에도 각각의 패널들이 주장하는 바들을 잘 들어보면 어느 한 쪽의 편만 들기에는 뭔가 조심스러울 때가 있는게 각자가 처한 입장이나 이해관계들이 다들 달라서 그런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정말 페크님 말씀처럼 무엇이 옳은지를 따져나가는 과정이 쉽지않음을 저도 댓글을 쓰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 쉽지않은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것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자체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의 말처럼 토론이 과열되어 언쟁의 장으로 번지기 보다는 상호간의 존중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게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페크님 덕분에 ‘무엇이 옳은가‘라는 말을 저도 좀 더 곱씹어보면서 깊이있게 생각해보고 나름의 의견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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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읽다가 스톡홀롬 경제대학의 베르간티 교수가 한 말이 눈에 띄었다. 기술이나 기능보다도 ‘의미의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는데,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에서 이 교수는 이러한 것의 한 사례로 초(양초)를 예로 들었다.

어둠을 밝히는 역할로써의 초는 전구의 발명으로 인해 그 생명이 다했고, 기껏해야 정전에 대비하는 용도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양초는 이름을 ‘캔들‘ 로 바꾸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물건‘ , ‘향기를 즐기는 물건‘ 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기존에 갖고 있던 단지 기능적인 의미라 할 수 있는 ‘불을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캔들의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물리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도 그것에 어떤 철학이나 의미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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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서전트 페퍼스 론니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비틀즈The Beatles의 8번째 타이틀 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얘기가 나온 이유는 ‘록 사상 최초의 컨셉 앨범‘ 이었기 때문인데, 독자인 나는 이 사례를 통해 왜 요즘 가수들이 ‘뮤지션‘ 이 아닌 ‘아티스트‘ 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는지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어떤 컨셉이 정해지면 단순히 자신이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패션, 공연의 연출, 곡을 만드는 과정 등 창작자의 인생 전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것이 마치 수학공식처럼 음악 업계에서 정형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컨셉 사고‘ 를 잘 나타내는 사례인데, 이를 우리 각자의 인생에 적용해서 나만의 독특한 개성 또는 색깔을 만들어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중구난방식으로 아무런 컨셉없이 살기보다는 컨셉하나를 설정해서 거기에 맞게 일관성을 보이며 사는 것,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인다.


다음에 나오는 사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있는 브랜드인 ‘에어비앤비‘ 의 창업 및 성장스토리였다. 독자인 나는 이 업체의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이용해본적이 없어서 단지 이름만 들어봤을 뿐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는 잘 몰랐었는데 오늘 독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 브랜드의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처음에 집세를 낼 돈이 없어서 고육지책으로 빈방에 에어베드 3개와 조식을 준비한 뒤 투숙객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 브라이언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컨셉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고 하는데, 고객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들의 컨셉을 보다 명확히 만들어나갔다고 한다.

인생은 의미 찾기 놀이이다. 사랑도, 일도, 우정도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 아니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뇌리에 남아 행동을 유발하는 좋은 컨셉들을 해체해 가치의 설계도로 보여주는 이 책은 컨셉을 빌딩할 수 있는 지름길을 명약관화하게 알려준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생각을 확장해서 언어에 반영하는가. 그 일련의 흐름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했습니다. - P4

생각과 말을 창의적으로 움직이고 엮어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경험하게 될 겁니다. - P4

컨셉을 만드는 일은 야구와 비슷해서 감각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기본 동작을 제대로 익혀야만 능력을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지요. - P5

상상을 언어화하는 힘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 P6

어떤 기술이 등장하든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과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라는 물음 하나일 뿐이지요. - P6

‘말‘은 만물의 프로토타입이다. - P6

새로운 제품, 서비스, 콘텐츠, 솔루션, 사업.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할때, 그 ‘무언가‘를 명확하게 짚어내는 말 또한 아직 존재하지 않지요. 그러나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생각을 깊이 있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동료와 논의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가장 먼저 ‘말‘을 만들게 됩니다. - P7

디자인이나 도면처럼 모양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업계에서도 정작 본질적인 부분은 말에 의해 구성되고 만들어집니다. 한층 더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업계에서 컨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 P8

물건이냐 서비스냐,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 민간 기업이냐 행정이냐. 상품이나 주체의 차이에 따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그러나 뛰어난 창작자에게는 컨셉을 잘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無에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동료나 고객에게 제시하고, 논의하고, 망설임없이 부순 다음 다시 만들고. 컨셉은 돈 한 푼 들지 않는 시제품, 즉 프로토타입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P9

기능보다 ‘의미‘를 사는 시대 - P9

‘컨셉 사고‘를 지닌 사람이 앞으로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리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컨셉의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 P9

스톡홀롬 경제대학의 로베르토 베르간티 Roberto Verganti 교수는 현대 사회에는 기술이나 기능보다도 ‘의미의 이노베이션‘ 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P9

이러한(초 사례) 가치의 역전 현상은 기술적으로 앞서는 것만 혁신이라 부르는 발상으로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P10

기능이나 성능이 성숙한 시장에서는 의미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같은 변화가 지금 많은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 P10

‘말‘이 일하게 한다는 발상 - P10

컨셉을 만드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제대로 된 컨셉을 만들면, 모호한 아이디어도 동료들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컨셉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 자신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회사 안팎의 회의를 들썩이게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킬지도 모릅니다. - P10

컨셉은 결재권을 가진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성공률을 높여줍니다. 관리자일수록 간결하고 핵심을 꿰뚫는 제안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 P10

컨셉은 마케팅의 출발점이 되고, 광고나 상품으로 모습을 바꾼 채 대중에게 전해집니다. - P10

팀 빌딩에, 교섭에, 프레젠테이션에, 마케팅에. 컨셉은 혼자서 이 현장, 저 현장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합니다. 그러므로 바빠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몰두할 시간이 없는 사람일수록 컨셉을 배우는 것이 이득인 셈이지요. - P11

투자자들이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들 듯이, 기획자는 말이 스스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P11

컨셉에도 ‘틀‘이 있다. - P11

컨셉 만들기는 창의성과 생산성, 양쪽 키를 다 거머쥐는 일 - P11

"광고를 만드는 단계에서 ‘전달할만한 가치를 찾기 어렵다‘ 고 머리를 싸매면 너무 늦은 것이다, 컨셉 사고는 상품이나 서비스자체에 포함되어야 한다." - P12

특정 기술도 사용자도 보이지 않는 단계에서는 개인의 생각만이 근거가 됩니다. - P13

‘감각이 전부‘라는 오해 - P13

만약 당신이 컨셉 만들기에 서툴다고 느낀다면, 그건 감각이 없어서도 재능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틀‘을 모르는 것뿐이지요. - P14

물론 어떤 분야든 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마법의 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면, 그건 자신이 그에 상응하는 기술을 익혔다는 증거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책의 역할은 모두 완수했다는 뜻이 되겠지요. - P14

컨셉 만들기의 기초를 익히면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작업을 지금보다 훨씬 즐길 수 있게 됩니다. - P15

우습게 볼 만한 상상이라도, 설득력있는 스토리나 한 줄의 문구가 되는 순간 주위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함께 실현해보자고 자처하는 사람이나 투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어느새 이용자와 팬이 따릅니다. 이렇게 컨셉이라는 이름의 설계도가 실현되어 갑니다. 그런 느낌을 한 번이라도 맛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 P15

왜 답이 아니라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가. 그것은 질문이 우리의 시각을 규정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다시 만듦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얻는 재구성reframing 기법에 대해 배워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스토리를 설계하면서 생각해 나갑니다.

‘비전형‘ 스토리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상적인 미래상에서 거꾸로 계산하여 설계합니다.

말의 센스란 기술처럼 충분히 배우고 연마하면 된다

‘질문으로 시작해 스토리를 설계하고, 한 문장에 담은 다음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한다.‘ 이 책의 구성은 컨셉을 만드는 순서와 같습니다.

‘Concept‘의 어원은 동사 ‘잡다‘를 뜻하는 라틴어라고 합니다.

바로 ‘일관성‘입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를 가지고

전체성을 중시했다

컨셉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관점‘ 이라고 정의합니다.

‘잡다‘라는 어원에서 출발한 컨셉은 각기 다른 요소를 ‘관통한다‘ , ‘일관한다‘ 는 관점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앨범뿐만 아니라 공연의 연출이나 패션, 말과 행동, 곡을 만드는 과정 등 창작자의 인생 전부를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내는 것이 이제 음악 산업의 상식이 되었지요. 소리만 파는 ‘뮤지션‘에서 음악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 전체를 파는 ‘아티스트‘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컨셉 사고‘ 가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구성 요소를 한데 묶는 중심이 바로 컨셉

현대의 기업가들은 마치 아티스트 같습니다. (중략) 컨셉을 통해 사람들의 가치관을 뒤흔들고자 하는 자세가 아티스트와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

에어비앤비 사용자들이 설문 중 어떤 말을 자주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그 단어는 ‘거처가 되다‘ , ‘소속되다‘ , ‘일원이 되다‘ 같은 의미를 지닌 ‘belonging‘ 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Belong Anywhere‘ 을 기업의 컨셉으로 정했습니다. 그저 다른 곳으로 ‘가는going‘ 것도, ‘여행하는traveling‘ 것도, ‘숙박하는staying‘ 것도 아니라, ‘내가 속할 곳을 찾는다belonging‘는 것. 에어 비앤비에 그리고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에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컨셉을 결정한 뒤 에어비앤비를 ‘IT회사‘에서 ‘고객을 대접하는 회사‘ 로 바꿔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새로운 국가에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수고와 비용이 들더라도 우선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서 회사의 이념에 공감하는 호스트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거듭 강조한 것은 호스트가 제공하는 공간은 물리적인 ‘하우스(주택)‘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사는 ‘홈(가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컨셉을 상징하는 ‘익스피리언스Airbnb Experience‘ 라는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이 가이드가 되어 여행객이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2014년 에어비앤비는 회사의 컨셉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그들이 새로 개발한 로고는 ‘Belonging‘의 앞 네 글자를 따서 ‘Belo(벨로)‘ 라고 불리는데, 사람people과 장소place와 애착love이 어우러진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 이라는 개념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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