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부터 회귀한 주인공의 아이디어가 이제 고갈될 위기에 처하자 주인공은 회사조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을 단행하고자 한다. 기존의 부서별로 나뉘어 있던 업무분담의 경계선을 모조리 허물고 부서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원 누구나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 프로젝트의 수장이 되어 프로젝트를 이끌도록 하게 한 것이다. 비록 이러한 움직임에 처음에는 현장의 혼란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이러한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된다.

8권의 후반부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로를 뚫은 것을 기념하여 주인공과 삼전 회장이 대통령과 함께 오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속에 숨겨진 협상의 밀당(?)장면들이 인상적이었고, 플랜A가 통하지 않게 되자 신속히 플랜B로 전환하여 전기차관련 사업을 이어가고자 애쓰는 주인공의 기지도 아주 볼만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대통령같이 한 번 만나기 힘든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여러가지 대응책을 잘 준비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기가 원했던 결과를 100%는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소기의 성과라도 얻기 위해서는 준비가 정말 철저해야 함을 가슴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소설 속 주인공도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자신의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인 나 또한 느낀 바가 많았다.

"몸 잘 챙기고 계십시오. 아무리 독한 병도 의지로 이겨낼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빨리 나으셔서 다시 출근하셔야죠."

"네 생각을 말해봐. 내가 죽어라 떠들어봐야 당사자가 싫다면 헛수고니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고 일도 성공해 본 사람이 잘한다.

"결국 문제는 제품 개발이네요."
"그렇지. 그래야 연구 방향도 정해질 테니까."

"회사의 이름엔 여러 개의 아이콘으로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다음 단계의 주인공은 저 화면 안에 있습니다. 수많은 회사의 직원들 여러분들이 바로 변화의 핵심입니다."
임직원들의 얼굴이 2천 개의 아이콘이 되었다.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작은 아이콘들은 서로 달라붙고 뭉치며 수십 개의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화면을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던 수십 개의 아이콘들이 제각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어떤 아이디어라도 좋습니다. 모든 아이디어는빠짐없이 검토할 것이며 채택된 아이디어는 입안자가 리더가 됩니다. 리더는 자신의 팀을 구성할 인사권을 보장하겠습니다."

조명에 드러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었다.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회사가 생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겁니다.

"오늘부터 그 팀을 아이콘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이제 유니콘은 하나의 조직이 아닙니다. 수많은 아이콘들이 모여회사를 이루게 될 겁니다. 앞으로 유니콘에 수많은 대표들이 생겨날 수도 있겠죠?"

회사는 경직된 조직이다.
한번 영업은 최소 몇 년간 영업만 해야 하며 한 번 연구원이 되면 퇴직하기 전까지 그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직은 다르다. 그리고 난 일찍부터 하나의 아이콘을 운영해 왔다.

[신제품 개발 TF]
김강현의 반발하에 힘겹게얻어냈던 그 프로젝트팀은 기획, 연구, 개발, 영업의 다양한 조직원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이콘의 파일럿 테스트였다.
TF의 성공을 통해 난 경직된 회사 조직에서 아이콘이라는 프로젝트 조직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하지만 아이콘을 이끄는 것이 회귀자일리 없기에 성공을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다양한 원천기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접니다."

"모든 아이디어는 대표인 제가 승인합니다. 모든 아이콘에 관여할 순 없겠지만 올바른 방향을 잡아줄 순 있겠죠."
이제는 나 홀로 멱살 잡고 끌고 갈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진 회사, 그리고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열린 다양한 가능성.
비록 가전제품에 대한 내 지식은 고갈되었지만 다양한 사업의 흥망은 머릿속에 가득히 남아 있다. 그러니 아이디어를 승인하는 것도 또 그 방향을 짚어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콘을 만들기 위한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는 며칠지나지 않아 내 메일함을 가득채웠다.
고작 몇 줄의 성의 없는 아이디어부터 수십 페이지에 이르는 장대한 구상까지. 그 결과 내 하루 일과의 대다수가 그 메일들을 읽고 검토하는데 소모되고 있었다.

하루에 날아드는 메일이 수십 건에 이르자 마침내 눈이 번뜩일 만큼 놀라운 아이디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어제 회사의 첫 번째 아이콘이 결정되었다.

거긴 첫 번째 아이콘이 된 입안자의 아이디어가 크게 적혀 있었다.
휴대용 콘솔 게임기. 약 5년후 첫 모델이 출시되어 10년후 거짓말 같은 월드와이드 성공을 일구어내는 휴대용 콘솔게임기.
하지만 실현 가능하다. 이미 확보한 영상과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기 쪽 기술을 인수하거나 추가하고 또 오리지널 게임 타이틀을 가진 회사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단 전제하에 말이다.

"직원을 더 뽑든, 아니면 다른 직원을 올리든 해주세요.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영업에 묶여 있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회사 이곳저곳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록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회사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개발 역량을 가진 새싹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회사엔 변화와 활력이 필요하고 아이콘 프로젝트가 그걸 끌어낼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혼란스럽겠지만.

한 명 두 명 기존의 직무에서 아이콘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건 묘한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20년 가까이 자신의 직무에만 충실했던 무뚝뚝한 지원팀 차장이 식당의 무인 결제를 위한 키오스크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난 알 수 있었다. 아이콘 프로젝트가 조금씩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대한민국 최대 기업의 오너가 미안함을 느낀다는 건 아주 좋은 신호다. 언젠가 그의 도움이 필요할 때 그의 부채의식을 단단히 써먹을 참이었다.

"그래요. 정치인과 기업은 사실 떼려야 뗄 수가 없죠. 기업이 어려울 땐 정치인이 나서야 하고 정치인이 어려울 땐 또 기업이 나서 줘야 하고."

겉보기엔 화기애애한 대화일 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우린 미국에서 큰 성공을 이뤄 국가의 위상을 올렸고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를 움직여 유니콘을 도왔다.
청와대와 우린 한 번의 도움을 주고 받았고 이로써 우린 부탁의 명분을 잃었다.
대통령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 올랐다.

대통령은 손을 들어 그의 발언을 제지했다.
"내가 정치를 해보니까 여긴 흑백이 없더라고. 흑 아니면 백, 기업에서는 당연한 그 선택이 정치에선 아니에요. 좀 더 진한 회색이냐 밝은 회색이냐. 정치는 그런 선택이지."

"정책도 마찬가지예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결정하려면 여러 법을 바꿔야 해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와 지자체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하지."

"결국 아직 시기상조란 말이에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니까요."
이걸로 게임은 끝났다. 결과는 우리의 완패. 대한민국의 전기차 출시는 이제 기약 없는일이 되어버렸다.

"대통령님, 그럼 지자체 한 곳에 시험 운행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네. 제주도 말입니다. 전기차는 제주도와 궁합이 잘 맞지않습니까?"
제주도. 2002년 유네스코로부터 기후와 생물 다양성의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받은바로 그 섬.
게다가 다른 도와 달리 특별자치도로 지정되어 완벽한 독립 행정 우영이 가능한 섬.
"판매 허가가 시기상조라면 그쪽의 렌터카 업체들과 손을 잡아보겠습니다."
"으흠."

대통령이 고심에 잠겼다.
플랜 B까지 거부하기 힘들 터였다. 벨로프의 전기차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무시하기 힘든 수준, 게다가 제주도는 환경 문제가 최대 이슈였다.
일 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이기에 렌터카를 통해 전기차를 시험 운행한다는 건 그로서도 거부의 명분이없는 카드다.

마침내 차대철의 입에서 마침내 긍정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뭐, 선택은 그쪽 지자체가 하게 될 거예요. 특히 제주도는  진짜 자치도거든, 도지사가 나랑 당도 다르고."
"배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사실상 도와준 게 없음에도 돌아간 감사 인사.
차대철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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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다. 이미 평생 다 써볼 수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민간요법들을 얻은 상태인데도 더 갖고 싶다.

"이건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쓰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선물로 주마. 반대로 네 녀석 배때기나 채우거나 제대로 써먹지도 않으면 도로 가져가는 거고."
"네, 알겠습니다."

"거, 똥 마려운 개시키처럼 우물쭈물거리지 말고 말해라."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말씀해 주신 부분들 절대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렇다고 또 스스로를 잃지는 말고. 행복하길 바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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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를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미국 국회로부터 승인을 받아낸 주인공 일행.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걸린 시간 탓이었을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이 있었던 유니콘이라는 회사에 대표로 있던 유제국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협의를 사실인 양 호도하던 언론. 그리고 언론에 선동된 대중들은 점점 혼란에 빠져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원의원에 비리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전기차 홍보의 원동력이 되어있었다.

결국 언제나처럼 거짓은 패했고 진실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리 강철 같은 의지라도 사람은 지친다. 비록 회귀를 통해 이번 삶에서 꼭 얻어내야 할 목표를 세웠더라도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난 2년 반.
정말 미친 듯이 달려왔기에 이제 숨을 고르고 쉬어야 할때. 이젠 확신할 수 있다. 지친몸과 마음에 안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그녀라는 것을.

절실함이 너무 크면 허상을 만들어내는 게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언젠가 들어본 격언 하나가 떠올랐다.
‘이제 다 됐다고 생각할 때 조심해야 해. 뭐든 잘 풀린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할 때야!‘

모여든 에너지가 임계점을 돌파해 폭발을 일으키듯, 유니콘에게 있어 2009년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한해였다. 목표는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제품화가 가능한 다양한 기술을 모으는 동시에 외형을 키워 조직의 힘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 당연히 힘든 과정이다. 마치 생물이 성장을 위해 허물을 벗는 것과 마찬가지.

탈피를 하는 개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허물을 벗는 과정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 허물을 벗는 행위 차체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고 탈피를 통해 새로 얻은 갑각은 물렁해 포식자의 이빨을 막아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니콘은 그 과정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치열해질 경쟁, 소수의 맨파워에 의지하는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질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유니콘은 그때의 유니콘이 아니었다.
겉으로만 멀쩡해 보일 뿐위기는 사방에서 엄습해 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장벽을 둘러쳐 바다를 막아 세웠다는 동화 속 어느 도시처럼.
지금 그 담벼락 여기저기에 뚫린 구멍을 통해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상태. 이대로 시간이 가면 구멍은 커지고 결국 바다가 도시를 삼킬 터였다.

유니콘의 깃발은 더 이상 펄럭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기에 유제국은 매순간 죽음에 다가서면서도 자기 힘으로 병상에 오를 수 없었다.

"그런 건 관심 있으시고 자기 몸엔 관심도 없으셨던 겁니까?"
끓어오르는 속 때문이었을까? 병자, 그것도 한때 하늘 같은 대표로 모셨던 사람에게 하는 대꾸치고는 공격적인 말투였다.

췌장암. 의식하지 못한 새 유제국의 몸에 달라붙어 조금씩 성장하던 빌어먹을 병마는 꾸준한 건강검진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상을 알게 된 건 작년 여름. 예전 같지 않은 체력,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을 통해 병마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예정된 죽음에 한탄하는 대신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에 매달렸다.
유니콘은 본격적으로 탈피를 위한 에너지를 모으고 있던 상황.
진통제를 품에 넣은 채 출근을 했다.
진통의 주기는 점점 짧아졌고 강도는 의지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나들었다.
완연한 병세가 얼굴에 드러날 땐 생전 처음으로 화장을 하며 버텼다.

자신의 반평생을 바친 회사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의 공포에도 입원이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게 미련하게 버티다가 쓰러졌다.

그대로 그를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야 했다.
"부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시선을 돌린 채여서 조금 쌀쌀맞은 대답.
"음?"
"그저 명령하시면 될 일입니다. 제 대표님이시지 않습니까."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령으로 알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뒤돌아섰다.
드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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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부분 중에 동중서라는 사람의 ‘대일통‘론 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러한 사상과 비슷한 사고방식들이 현재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참 ‘거시기‘하게 느껴졌다.

혁명은 나름의 정의를 위한 최악의 정치적 선택이다. 혁명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구호를 동원하는 정치 행위는 없다. 그러나 그토록 잔인하고 피비린내 가득한 과정 또한 드물다. - P102

역사 속의 수많은 쿠데타의 주인공들이나 대권 등극자들(형식은 민주주의였지만 초법적 권한을 만끽하곤 하는 사람들)은 성공과 함께 깜짝쇼를 준비한다. - P104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통치자의 억지와 조급함은 언제나 화를 자초하는 법. - P105

전문인들을 동원한 상황 분석, 예측 그리고 공격. 힘과 정보를 구비하지 못한 나라는 한 순간에 재앙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 P105

좌우지간 전쟁이고 선거고 이기고 볼 일이다. - P106

한자는 기본적으로 깊은 문화적 내면 세계를 고도의 축약을 통해 상징하고 있는 심벌이다. 따라서 이들 한자를 풀어내려고 할 때에는 그 글자가 지닌 문화적 상징의 문제를 언제나 우선적이고도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한다. - P110

"옛 왕들은 모두 진실하고 정직함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백성들은 언제나 화목했고, 관리와도 아무런 원한이 없었는데 너는 이사실을 알고 있느냐?"
왜 공자는 이런 엉뚱한 말을 했을까? 그는 정말로 이렇게 믿고 있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필자가 보기에 공자의 이런 표현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즉 도덕적 기준을 만들면서 검증이 불가능한 과거의 인물을 내세워 논쟁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버리고자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이 검증 불가능한 인물들의 가치, 즉 존재하지 않는 허구 속의 가치를 공자는 열심히 전파했던 것이다. - P114

과거 속에 존재하는 허구의 가치 추구, 여기에는 인간 자유의지의 발휘를 본질적으로 가로막는 두 개의 위험한 요인이 숨어 있다. - P114

미국의 인류학자인 클리포드 기어츠는 수많은 문화 현상을 해석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며, 스스로 읽은 그 의미의 그물에 구속되는 동물이다."
이 말에 비추어볼 때, 허구의 가치, 왜곡된 가치를 추구했고심지어 이를 제자들에게 강요했던 공자는 대단히 위험한 인물이 되고 만다. 동양사회의 스승은커녕 동양사회 전체를 거짓과 왜곡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 P115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의미를 찾기 위해 공자의 제자들모두는 과거 속으로 빠져들어가야 했으며, 모든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하고 미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거의 그물에 스스로를 구속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고 말았다. 이제 ‘과거‘는 시간 속의 과거가 아닌 삶의 의미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치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과거‘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슬픈 일은 공자의 제자들이 문헌에 나오는 3,000명뿐 아니라 오늘날 유교 문화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를 지칭한다는 점이다. - P115

"말을 타고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 P117

동중서의 ‘대일통‘ 론은 노회하기 이를 데 없는 출세용 작품이었다. 통치자의 취향을 잘 분석한 후 거기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 출세하는 학자들의 전형적인 처세술의 결과였다. 학문은 정치를 만나 권위를 더해가고 정치는 학문을 통해 거칠고 사나운 모습을 포장하게 되는 그렇고 그런 ‘빅딜‘이 한무제와 동중서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 P118

하지만 비판과 정치적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었던 시대에  벌어진 한무제와 동중서의 짝짜꿍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 P118

동중서의 논리는 사실 간략했다.
"천자는 하늘로부터 명을 받았다. 때문에 제후는 천자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또 신하는 통치자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명을 받아야 하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명을 받고 위를 섬기는 자들이 실제적으로 섬기는 것은 하늘이다."
이 글을 읽고 나름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윗대가리‘ 나 사내‘ 들일 거고 쪼끔 열을 받는 사람은 ‘아랫것들‘ 그리고 좀더 열을 받는 사람들은 ‘여자‘들이 아닐까 싶다. 도대체 이건 누구를 위해 울리는 종인가? - P118

각각의 상하 관계 (평등은 처음부터 없다)는 서로 다르지만 하늘을 섬기게 되는 원리는 동일하다는 것이 바로 ‘대일통‘의 논지다.
즉 크게 볼 때는 모두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천명을 받들고 천자를 중심으로 하늘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는 유교의 교훈 외에는 어떤 것도 가르쳐서는 안 되고 논의를 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 P119

유교만이 최고의 진리이기 때문에 더이상 다른 것은 배울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선언과 함께 유교를 제외한 모든 사상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요즘말로 하면 언론에 대한 기술적 통제다. - P119

그는 우주의 모든 존재를 다음과 같은 10개로 단순화시켰다.
하늘, 땅, 사람,
음, 양,
금속, 나무, 물, 불, 흙.

이 10개 원소설의 오리지널 명칭은 10(단)이다. 그리고 금쏙, 나무, 물, 불, 흙의 다섯 가지만을 강조해서 말할 때는 오행설이라고 부른다.
동중서는 이 10가지 원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간세계에 화와 복을 만들게 되는데, 그 화와 복은 전적으로 인간의 하늘에 대한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이 하늘에 잘못하게 되면 음과 양, 그리고 오행의 요소들이 순환하며 우주의 질서를 만들어가다가 엉기면서 재앙을 만들어낸다는 논리다. 그래서 그는 일식과 월식, 지진,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현상을 백성들과 신하들의 행위를 들어 설명했다. - P120

하늘이 인간 행동에 반응을 보인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천인감응설‘ 이라고도 하는 이 동양적 우주론은 사실은 이렇듯 정치에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희극이다. 이것을 희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당시의 모습이 우스워서만은 아니다. 아직도 이것을 세상만사에 적응해보려는 어리석음들이 있기 때문에 우습다는 것이다. - P121

당시 동중서는 이 10단의 ‘천인감응설‘ 을 통해 홍수와 가뭄을 막는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대충 이런 것이었다.
"남자는 양에 속하고 여자는 음이다. 비는 음에 속하고 가뭄은양에 속한다. 가뭄이 오는 것은 양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니, 여자들은 나와 춤을 춰 음기를 발산해야 한다. 이때 남자들은 숨어야 한다. 반대로 비가 많이 오면 여자들은 숨고 남자들이 나와 활동을 해야 한다."

호기심 있는 분들은 한번 길거리에서 날씨에 따라 춤을 춰보기 바란다. 이런 황당한 ‘이론‘에 대해, 당시 유학자들에 의해 이단 중의 이단으로 불리던 왕충이란 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
"비가 오다보면 그치는 법이고, 오래 가물다보면 비가 오는 거지 뭐!"
그가 왜 이단이 됐는지 알 만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유교사회 속에서의 이단이란 바로 합리주의와 동일어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독설 때문에 그는 평생을 불우하게 지냈다. 역시 진실은 함부로 떠들어댈 일이 아니다. - P121

역사를 보면 정치에 머리 숙인 철학은 언제나 그 시대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곤 했다. 그리고 그 정치력에 힘입어 철학은 그 시대의 문화적 속성을 결정짓는 주류가 되곤 했다.
특히 인간들은 가치를 추구하며, 주어진 가치를 토대로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동물군이기 때문에 집단이 원하는 일정한 행동과 보조를 맞추려는 속성이 있다. 이 속성이 바로 일반적인 ‘집단의 인격 유형‘으로 발전하곤 한다. - P122

우리 문화 속에 남아 있는 정치의 횡포, 그 횡포는 바로 ‘민심은 천심‘ 이라는 논리를 통해 면죄부가 주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억지들이다. ‘민심은 천심‘ 의 논리 속에 숨은 선거의 교묘하고 더러운 과정을 떠올려보자. 민심을 통해 확인된 천심을 부여받은 ‘정치인‘이 다소 ‘법‘을 조금 뛰어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그래서 용서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정치 앞에 고개 숙이는 학자들의 허연 머리 조아리기는 그래서 눈감아져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수많은 동중서적인 ‘우주 해석론들. 당시 동중서의 인식 범위가 오늘날 과학이 구축해놓은 세계마저 뛰어넘을 만큼 위대한 것이었을까? 다섯 가지 물질의 순환 논리가 우주의 깊이와 높이와 길이를 재단할 수 있을 만큼 오묘한 것일까? - P122

이 글의 맨처음 내용을 상기해보자. 우리는 한나라의 영원한 문화적 속국이라는 말을 아니 말을 조금 바꾸어야겠다. 우리는 어쩌면 동중서의 정신적 노예들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지금도 동중서는 당신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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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이상 사회는 픽션이다. 허구다. 그것은 공자가 지나가는 말처럼 내뱉은 몇 마디 말을 가지고 부풀려놓은 허상에 불과하다. - P95

인류의 발전은 자신에게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투명한 사회 속에서 가능하다. 역사적 진실을 독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끼리라야 토론이 가능하다. 서로의 오류를 인정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 토론이며 화합이다. 하지만 유교 근본주의자들은 토론을 원천봉쇄했다. 가장 완벽한 경전의 ‘진실‘ 만이 아랫사람에게 일방통행으로 하달될 뿐이다. 언로가 왜곡되었다는 것은 사회의 부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바로미터다. 이렇게 볼 때 때로는 얄밉기까지 한 서방의 언론이 사실은 민주주의와 번영을 짊어지고 있는 숨은 공신일지도 모른다. - P101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는 풍토 속에서 자란 동양사회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동양사회의 뿌리 깊은 가짜 문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그 가짜의 역사가 유교의 커다란 물줄기를 따라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짜 영수증, 가짜 박사, 가짜 물건, 가짜 가짜,
가짜......
그 가짜의 기초 위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가짜의 천적은 진짜다. 진짜들은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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