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 중에 동중서라는 사람의 ‘대일통‘론 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러한 사상과 비슷한 사고방식들이 현재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참 ‘거시기‘하게 느껴졌다.

혁명은 나름의 정의를 위한 최악의 정치적 선택이다. 혁명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구호를 동원하는 정치 행위는 없다. 그러나 그토록 잔인하고 피비린내 가득한 과정 또한 드물다. - P102

역사 속의 수많은 쿠데타의 주인공들이나 대권 등극자들(형식은 민주주의였지만 초법적 권한을 만끽하곤 하는 사람들)은 성공과 함께 깜짝쇼를 준비한다. - P104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통치자의 억지와 조급함은 언제나 화를 자초하는 법. - P105

전문인들을 동원한 상황 분석, 예측 그리고 공격. 힘과 정보를 구비하지 못한 나라는 한 순간에 재앙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 P105

좌우지간 전쟁이고 선거고 이기고 볼 일이다. - P106

한자는 기본적으로 깊은 문화적 내면 세계를 고도의 축약을 통해 상징하고 있는 심벌이다. 따라서 이들 한자를 풀어내려고 할 때에는 그 글자가 지닌 문화적 상징의 문제를 언제나 우선적이고도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한다. - P110

"옛 왕들은 모두 진실하고 정직함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백성들은 언제나 화목했고, 관리와도 아무런 원한이 없었는데 너는 이사실을 알고 있느냐?"
왜 공자는 이런 엉뚱한 말을 했을까? 그는 정말로 이렇게 믿고 있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필자가 보기에 공자의 이런 표현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즉 도덕적 기준을 만들면서 검증이 불가능한 과거의 인물을 내세워 논쟁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버리고자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이 검증 불가능한 인물들의 가치, 즉 존재하지 않는 허구 속의 가치를 공자는 열심히 전파했던 것이다. - P114

과거 속에 존재하는 허구의 가치 추구, 여기에는 인간 자유의지의 발휘를 본질적으로 가로막는 두 개의 위험한 요인이 숨어 있다. - P114

미국의 인류학자인 클리포드 기어츠는 수많은 문화 현상을 해석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며, 스스로 읽은 그 의미의 그물에 구속되는 동물이다."
이 말에 비추어볼 때, 허구의 가치, 왜곡된 가치를 추구했고심지어 이를 제자들에게 강요했던 공자는 대단히 위험한 인물이 되고 만다. 동양사회의 스승은커녕 동양사회 전체를 거짓과 왜곡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 P115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의미를 찾기 위해 공자의 제자들모두는 과거 속으로 빠져들어가야 했으며, 모든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하고 미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거의 그물에 스스로를 구속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고 말았다. 이제 ‘과거‘는 시간 속의 과거가 아닌 삶의 의미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치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과거‘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슬픈 일은 공자의 제자들이 문헌에 나오는 3,000명뿐 아니라 오늘날 유교 문화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를 지칭한다는 점이다. - P115

"말을 타고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 P117

동중서의 ‘대일통‘ 론은 노회하기 이를 데 없는 출세용 작품이었다. 통치자의 취향을 잘 분석한 후 거기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 출세하는 학자들의 전형적인 처세술의 결과였다. 학문은 정치를 만나 권위를 더해가고 정치는 학문을 통해 거칠고 사나운 모습을 포장하게 되는 그렇고 그런 ‘빅딜‘이 한무제와 동중서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 P118

하지만 비판과 정치적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었던 시대에  벌어진 한무제와 동중서의 짝짜꿍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 P118

동중서의 논리는 사실 간략했다.
"천자는 하늘로부터 명을 받았다. 때문에 제후는 천자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또 신하는 통치자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명을 받아야 하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명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명을 받고 위를 섬기는 자들이 실제적으로 섬기는 것은 하늘이다."
이 글을 읽고 나름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윗대가리‘ 나 사내‘ 들일 거고 쪼끔 열을 받는 사람은 ‘아랫것들‘ 그리고 좀더 열을 받는 사람들은 ‘여자‘들이 아닐까 싶다. 도대체 이건 누구를 위해 울리는 종인가? - P118

각각의 상하 관계 (평등은 처음부터 없다)는 서로 다르지만 하늘을 섬기게 되는 원리는 동일하다는 것이 바로 ‘대일통‘의 논지다.
즉 크게 볼 때는 모두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천명을 받들고 천자를 중심으로 하늘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는 유교의 교훈 외에는 어떤 것도 가르쳐서는 안 되고 논의를 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 P119

유교만이 최고의 진리이기 때문에 더이상 다른 것은 배울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선언과 함께 유교를 제외한 모든 사상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요즘말로 하면 언론에 대한 기술적 통제다. - P119

그는 우주의 모든 존재를 다음과 같은 10개로 단순화시켰다.
하늘, 땅, 사람,
음, 양,
금속, 나무, 물, 불, 흙.

이 10개 원소설의 오리지널 명칭은 10(단)이다. 그리고 금쏙, 나무, 물, 불, 흙의 다섯 가지만을 강조해서 말할 때는 오행설이라고 부른다.
동중서는 이 10가지 원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간세계에 화와 복을 만들게 되는데, 그 화와 복은 전적으로 인간의 하늘에 대한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이 하늘에 잘못하게 되면 음과 양, 그리고 오행의 요소들이 순환하며 우주의 질서를 만들어가다가 엉기면서 재앙을 만들어낸다는 논리다. 그래서 그는 일식과 월식, 지진,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현상을 백성들과 신하들의 행위를 들어 설명했다. - P120

하늘이 인간 행동에 반응을 보인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천인감응설‘ 이라고도 하는 이 동양적 우주론은 사실은 이렇듯 정치에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희극이다. 이것을 희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당시의 모습이 우스워서만은 아니다. 아직도 이것을 세상만사에 적응해보려는 어리석음들이 있기 때문에 우습다는 것이다. - P121

당시 동중서는 이 10단의 ‘천인감응설‘ 을 통해 홍수와 가뭄을 막는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대충 이런 것이었다.
"남자는 양에 속하고 여자는 음이다. 비는 음에 속하고 가뭄은양에 속한다. 가뭄이 오는 것은 양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니, 여자들은 나와 춤을 춰 음기를 발산해야 한다. 이때 남자들은 숨어야 한다. 반대로 비가 많이 오면 여자들은 숨고 남자들이 나와 활동을 해야 한다."

호기심 있는 분들은 한번 길거리에서 날씨에 따라 춤을 춰보기 바란다. 이런 황당한 ‘이론‘에 대해, 당시 유학자들에 의해 이단 중의 이단으로 불리던 왕충이란 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
"비가 오다보면 그치는 법이고, 오래 가물다보면 비가 오는 거지 뭐!"
그가 왜 이단이 됐는지 알 만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유교사회 속에서의 이단이란 바로 합리주의와 동일어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독설 때문에 그는 평생을 불우하게 지냈다. 역시 진실은 함부로 떠들어댈 일이 아니다. - P121

역사를 보면 정치에 머리 숙인 철학은 언제나 그 시대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곤 했다. 그리고 그 정치력에 힘입어 철학은 그 시대의 문화적 속성을 결정짓는 주류가 되곤 했다.
특히 인간들은 가치를 추구하며, 주어진 가치를 토대로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동물군이기 때문에 집단이 원하는 일정한 행동과 보조를 맞추려는 속성이 있다. 이 속성이 바로 일반적인 ‘집단의 인격 유형‘으로 발전하곤 한다. - P122

우리 문화 속에 남아 있는 정치의 횡포, 그 횡포는 바로 ‘민심은 천심‘ 이라는 논리를 통해 면죄부가 주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억지들이다. ‘민심은 천심‘ 의 논리 속에 숨은 선거의 교묘하고 더러운 과정을 떠올려보자. 민심을 통해 확인된 천심을 부여받은 ‘정치인‘이 다소 ‘법‘을 조금 뛰어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그래서 용서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정치 앞에 고개 숙이는 학자들의 허연 머리 조아리기는 그래서 눈감아져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수많은 동중서적인 ‘우주 해석론들. 당시 동중서의 인식 범위가 오늘날 과학이 구축해놓은 세계마저 뛰어넘을 만큼 위대한 것이었을까? 다섯 가지 물질의 순환 논리가 우주의 깊이와 높이와 길이를 재단할 수 있을 만큼 오묘한 것일까? - P122

이 글의 맨처음 내용을 상기해보자. 우리는 한나라의 영원한 문화적 속국이라는 말을 아니 말을 조금 바꾸어야겠다. 우리는 어쩌면 동중서의 정신적 노예들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지금도 동중서는 당신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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