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를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미국 국회로부터 승인을 받아낸 주인공 일행.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걸린 시간 탓이었을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이 있었던 유니콘이라는 회사에 대표로 있던 유제국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협의를 사실인 양 호도하던 언론. 그리고 언론에 선동된 대중들은 점점 혼란에 빠져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원의원에 비리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전기차 홍보의 원동력이 되어있었다.
결국 언제나처럼 거짓은 패했고 진실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리 강철 같은 의지라도 사람은 지친다. 비록 회귀를 통해 이번 삶에서 꼭 얻어내야 할 목표를 세웠더라도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난 2년 반. 정말 미친 듯이 달려왔기에 이제 숨을 고르고 쉬어야 할때. 이젠 확신할 수 있다. 지친몸과 마음에 안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그녀라는 것을.
절실함이 너무 크면 허상을 만들어내는 게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언젠가 들어본 격언 하나가 떠올랐다. ‘이제 다 됐다고 생각할 때 조심해야 해. 뭐든 잘 풀린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할 때야!‘
모여든 에너지가 임계점을 돌파해 폭발을 일으키듯, 유니콘에게 있어 2009년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한해였다. 목표는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제품화가 가능한 다양한 기술을 모으는 동시에 외형을 키워 조직의 힘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 당연히 힘든 과정이다. 마치 생물이 성장을 위해 허물을 벗는 것과 마찬가지.
탈피를 하는 개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허물을 벗는 과정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 허물을 벗는 행위 차체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고 탈피를 통해 새로 얻은 갑각은 물렁해 포식자의 이빨을 막아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니콘은 그 과정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치열해질 경쟁, 소수의 맨파워에 의지하는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질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유니콘은 그때의 유니콘이 아니었다. 겉으로만 멀쩡해 보일 뿐위기는 사방에서 엄습해 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장벽을 둘러쳐 바다를 막아 세웠다는 동화 속 어느 도시처럼. 지금 그 담벼락 여기저기에 뚫린 구멍을 통해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상태. 이대로 시간이 가면 구멍은 커지고 결국 바다가 도시를 삼킬 터였다.
유니콘의 깃발은 더 이상 펄럭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기에 유제국은 매순간 죽음에 다가서면서도 자기 힘으로 병상에 오를 수 없었다.
"그런 건 관심 있으시고 자기 몸엔 관심도 없으셨던 겁니까?" 끓어오르는 속 때문이었을까? 병자, 그것도 한때 하늘 같은 대표로 모셨던 사람에게 하는 대꾸치고는 공격적인 말투였다.
췌장암. 의식하지 못한 새 유제국의 몸에 달라붙어 조금씩 성장하던 빌어먹을 병마는 꾸준한 건강검진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상을 알게 된 건 작년 여름. 예전 같지 않은 체력,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을 통해 병마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예정된 죽음에 한탄하는 대신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에 매달렸다. 유니콘은 본격적으로 탈피를 위한 에너지를 모으고 있던 상황. 진통제를 품에 넣은 채 출근을 했다. 진통의 주기는 점점 짧아졌고 강도는 의지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나들었다. 완연한 병세가 얼굴에 드러날 땐 생전 처음으로 화장을 하며 버텼다.
자신의 반평생을 바친 회사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의 공포에도 입원이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게 미련하게 버티다가 쓰러졌다.
그대로 그를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야 했다. "부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시선을 돌린 채여서 조금 쌀쌀맞은 대답. "음?" "그저 명령하시면 될 일입니다. 제 대표님이시지 않습니까."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령으로 알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뒤돌아섰다. 드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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