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기가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어느 쪽이든 간에 머지않아 아이가 생기고 그들이 부모가 된다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머지않아 태어날 아이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았다. - P10

어두웠고, 추웠다. 알리다와 아슬레가 여러 집 문을 두드려서 거처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그건 어렵겠네요. 임대해줄 방이 없어요, 임대하려고 한 방은 이미 임대가 되어 버렸어요. 아니 임대를 하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들이 마주한 대답들은 이러했다. - P15

이제 우리가 살 곳이 없어, 알리다가 말했다 아슬레는 대답이 없다가 그렇지만 그건 그 남자의 보트하우스니까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아슬레가 말했다 우리가 머물 곳이 없는걸 알리다가 말했다 늦가을이야. 어둡고 추워 어디든 우리가 살 곳을 찾아야 해,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서 그들은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 P16

다 그런 거야 가진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고, 그녀가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좌지우지하는 거야, 그녀가 말한다
그럴지도, 아슬레가 말한다 분명히 그렇게 돼, 알리다가 말한다 그렇겠지, 아슬레가 말한다 - P17

아버지 아슬락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자기 삶과 자기 미래를 듣고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 속에 있는데 모든 것이 열려 있고 모든 것이 어렵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 노래가 있다 그것이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노래이리라. 그녀는 오직 연주속에만 있고 다른 어떤 곳에도 있고 싶지 않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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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살면 매일매일 나의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미 원하는 일을 했거나 매일 하고 있다면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혼자 되뇌었다.

"깨달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죽음이 두렵습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제는 이러한 질문이 처음 봤을 때처럼 더 이상 생뚱맞게 느껴지지 않았다. 생뚱맞거나 이상하기는커녕 아주 중요한 질문처럼 다가왔다.

"내 말은 만약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내고, 그 존재 이유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돈이란 것이 지금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지요."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희미하기는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어요."

"존재목적을 알고 있는 사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대부분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않았던 우연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생기죠."

"기하급수 이론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또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곧 내가 한 이야기가 아주 많은 사람에게 퍼지는 거죠."

"상대가 내게 말할 때 느꼈던 열정을 그대로 담아 전달합니다. 전염되는 거지요. 이야기하면서 그때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길 바라면서요."
"그게 바로 아까 우리가 찾던 답일 거예요."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하지만 나에게만 해당하는 그런 목적 말고 좀 더 큰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존재 목적을 추구하지 못하고 사는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세상 사람들 모두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이유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무엇인가가 있긴 한 것 같아요."

"존재 목적을 깨닫게 되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허락이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우리 모두 각자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어 나가는 거니까요."

‘우리가 무엇을 배우며 자랐건, 어떤 광고를 접하며 살았건, 그리고 일에 치여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건,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난 이걸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 주변 상황이 내 인생에 온갖 영향을 미치는 걸 내버려 두었던 겁니다. 내가 골프공을 옮겨 어디에서 치건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듯이, 내 존재목적에 대한 관심 역시 나만 갖고 있는 거죠.

"내 운명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존재가 멋대로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명이 나를 흔들어버리죠. 골프공을 옮길 수 있는 건 나뿐입니다."

"그 사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고.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할 때, 그리고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면, 그냥 스스로 공을 옮겨보라고 자기한테 속삭인대요. 그렇게 하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 둘이 같이 머리를 맞대다보면 더 나은 답을 드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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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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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에 욘 포세의 다른 작품인 ‘내 이름은 알레스‘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접한 욘 포세의 작품이었어서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 책을 통해 욘 포세 작가의 스타일이나 이런저런 배경지식들을 습득하게 되어서였는지 이번에 ‘아침 그리고 저녁‘ 을 읽을 때는 비교적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내가 읽은 욘 포세의 작품은 이제 고작 2편 밖에 안되지만, 두 작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쉼표(,)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관해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번 책의 메시지인 삶과 죽음의 연결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쉼표(,)는 의식의 흐름을 끊어버리지 않고 등장인물들을 지속적으로 연결시켜주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수시로 접할 수 있는데, 쉼표(,)가 이러한 비현실적인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대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어지는 대화들이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핵심 메시지인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는데 쉼표(,)는 아주 효과적으로 기능한다고 느껴졌다. 한마디로 시공을 초월하는 의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쉼표(,)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이와 별개로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는 문장이었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사람은 죽지만 그 사람이 쓰던 사물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죽은 사람이 살아생전 사용하던 물건에 영혼이 담겨있다는 약간은 미신적인(?)생각으로부터 개인적으로는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불멸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인 요한네스가 무덤에 묻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자리에는 요한네스의 딸인 싱네와 가족들 그리고 목사가 함께한다. 목사가 무덤에 흙을 퍼서 던지는 장면이 연이어 나오는데 목사가 등장한 거로 봐서는 어떤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암시한다는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기독교에서 육신은 이세상 떠날때 비록 두고 가지만 영혼은 하늘나라로 가서 영생한다는 신앙(?) 혹은 믿음(?) 같은게 있는데 내가 위에서 말한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는 문장에 대입을 해보자면 ‘사람의 육신은 가고 영혼은 남는다‘ 정도로 의역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본인은 목사라는 단서로 인해 기독교로 연결지어 생각을 주관적으로 확장해보았지만, 꼭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여타 다른 종교에서도 사람의 육신이 죽고나서도 영혼은 살아있다는 얘기들을 종종 하기에 특정 종교에 한정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모든 종교와 사람들에 해당되는 의역이라고 해석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일수도 있지만, 얼마전에 추석명절도 있었고 또 해가 바뀌면 설날도 있는데 명절 때마다 제사를 지내는 것도 결국 조상님의 어떤 영혼이 함께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영혼불멸이라는 생각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있거나 하지는 않을듯 하다.

이야기가 살짝 샜는데, 어찌됐건 욘 포세는 이 작품에서 삶과 죽음이 결국 하나라는 메시지를 통해 내가 위에 적은 것과 같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만드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명확한 메시지를 직접 던지기 보다는 인물들간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 바로 ‘아침 그리고 저녁‘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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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1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욘 포세 하나 더 읽으셨군요! 쉼표의 의미와 마지막 문단 인상적입니다 이 분의 작품을 읽게 되면 잘 참고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13 11:42   좋아요 1 | URL
예 처음에 읽을때는 좀 낯선감이 들어서 쉽지 않았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확실히 좀 수월해진 감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노벨문학상 괜히 받는게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서곡 2023-10-1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윗 댓글에 빠졌는데 영혼불멸도요 ... 네 답글 감사합니다 !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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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죽음과 삶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어지는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가 뭔가 비현실적인듯 하면서도 심오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태어난 후 그리고 심지어 이 세상을 떠난 뒤까지 모든 순간들이 이어져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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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지금하지 않고 나중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바로 우리 눈앞에 매일 전개되는 그런 메시지에 담겨 있거든요. 광고사들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욕망을 목표로 하면 그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꿰뚫고 있었답니다. 두려움, 욕망을 제대로만 공략하면 특정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요."

경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우리는 매일 접하는 마케팅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흡수해버립니다.
결국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방법이 바로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있다고 믿게 되지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마는 겁니다.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볼 줄 아는 눈을 갖춰야 한다는 거지요.

‘다른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삶이라 정의 내린 대로 산다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만족스럽게 느껴야 만족스러운 삶이 되는 거지요.‘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아까 케이시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요?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바로 그날 밤 이후 제가 그랬어요. 세상이 달라 보였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원하는 일에 깊이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내가 왜 여기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만족시켜주는 일들을 하며 살게 되었어요."

죽음이 두렵습니까?

"그 두 가지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사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이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메뉴판에 있던 그 질문은 이런 각도에서 보시면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시작한 앤은 나를 쳐다보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그런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답니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주로 무의식 속에 잠재합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지요. 하지만 잠재의식 속에서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 더 줄었다고 인식하죠. 그래서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아주 못 하게 되는 날이 진짜로 오지 않을까 두려워한답니다. 다시 말해 죽는 날을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묻고, 존재 목적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고, 그리고 그런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이미 원하는 일을 했거나 매일 하고 있다면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죠."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답니다. 사실 이전에 이미 생각해보신 적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해도 실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든가, 그런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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