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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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에 욘 포세의 다른 작품인 ‘내 이름은 알레스‘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접한 욘 포세의 작품이었어서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 책을 통해 욘 포세 작가의 스타일이나 이런저런 배경지식들을 습득하게 되어서였는지 이번에 ‘아침 그리고 저녁‘ 을 읽을 때는 비교적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내가 읽은 욘 포세의 작품은 이제 고작 2편 밖에 안되지만, 두 작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쉼표(,)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관해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번 책의 메시지인 삶과 죽음의 연결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쉼표(,)는 의식의 흐름을 끊어버리지 않고 등장인물들을 지속적으로 연결시켜주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수시로 접할 수 있는데, 쉼표(,)가 이러한 비현실적인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대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어지는 대화들이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핵심 메시지인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는데 쉼표(,)는 아주 효과적으로 기능한다고 느껴졌다. 한마디로 시공을 초월하는 의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쉼표(,)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이와 별개로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는 문장이었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사람은 죽지만 그 사람이 쓰던 사물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죽은 사람이 살아생전 사용하던 물건에 영혼이 담겨있다는 약간은 미신적인(?)생각으로부터 개인적으로는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불멸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인 요한네스가 무덤에 묻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자리에는 요한네스의 딸인 싱네와 가족들 그리고 목사가 함께한다. 목사가 무덤에 흙을 퍼서 던지는 장면이 연이어 나오는데 목사가 등장한 거로 봐서는 어떤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암시한다는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기독교에서 육신은 이세상 떠날때 비록 두고 가지만 영혼은 하늘나라로 가서 영생한다는 신앙(?) 혹은 믿음(?) 같은게 있는데 내가 위에서 말한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는 문장에 대입을 해보자면 ‘사람의 육신은 가고 영혼은 남는다‘ 정도로 의역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본인은 목사라는 단서로 인해 기독교로 연결지어 생각을 주관적으로 확장해보았지만, 꼭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여타 다른 종교에서도 사람의 육신이 죽고나서도 영혼은 살아있다는 얘기들을 종종 하기에 특정 종교에 한정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모든 종교와 사람들에 해당되는 의역이라고 해석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일수도 있지만, 얼마전에 추석명절도 있었고 또 해가 바뀌면 설날도 있는데 명절 때마다 제사를 지내는 것도 결국 조상님의 어떤 영혼이 함께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영혼불멸이라는 생각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있거나 하지는 않을듯 하다.

이야기가 살짝 샜는데, 어찌됐건 욘 포세는 이 작품에서 삶과 죽음이 결국 하나라는 메시지를 통해 내가 위에 적은 것과 같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만드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명확한 메시지를 직접 던지기 보다는 인물들간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 바로 ‘아침 그리고 저녁‘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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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1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욘 포세 하나 더 읽으셨군요! 쉼표의 의미와 마지막 문단 인상적입니다 이 분의 작품을 읽게 되면 잘 참고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13 11:42   좋아요 1 | URL
예 처음에 읽을때는 좀 낯선감이 들어서 쉽지 않았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확실히 좀 수월해진 감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노벨문학상 괜히 받는게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서곡 2023-10-1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윗 댓글에 빠졌는데 영혼불멸도요 ... 네 답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