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 -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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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편에서 저자는 아토스 반도라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곳을 여행했던 일화를 전하는데, 찐 로컬 여행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나온 튀르키예 편에서는 그곳의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주변국들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만남 속에서 있었던 각종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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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또 너무나도 중요한 말이다. 독자들에게 작가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줌과 동시에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직업이든 간에 그 직업에 걸맞는 본질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작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는 조금이라도 질 좋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 P80

내가 여기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건 작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격‘이라는 점입니다. 상은 어디까지나 그 자격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작가가 행해온 작업의 성과도 아니고 보상도 아닙니다. 하물며 결론 같은 것도 아니에요. 어떤 상이 그 자격을 어떤 형태로든 보강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 작가에게는 ‘좋은 상‘이라는 얘기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혹은 도리어 방해물이 되고 성가심의 원인이 된다면, 그것은 유감스럽지만 ‘좋은 상‘이라고 할 수 없다, 라는 얘기입니다. - P84

문학상의 가치는 사람 사람마다 각각 달라집니다. 거기에는 개인의 입장이 있고 개인의 사정이 있고 개인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한 묶음으로 취급해 논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문학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도 단지 그것뿐입니다. 일률적으로 논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일률적으로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 - P84

(오리지널한) 창조성에는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강고한 아이덴티티와 개인적인 스타일이 있어서 그것이 재능에 반영되고 녹아들어 개인적인 몸과 형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성이란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 기존의 견해를 타파하고 상상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날갯짓하면서 마음속으로 완전한 세계를 수없이 다시 만들고, 나아가 그것을 항상 비판적인 내적 시선으로 감시하는 것을 말한다.
_뇌신경외과 의사 올리버 색스,《화성의 인류학자》 - P88

오리지낼리티는 많은 경우, 허용과 익숙해짐에 의해 당초의 충격력을 상실하는데 그 대신 그런 작품은ㅡ만일 내용이 뛰어나고 행운이 따라준다면 그렇다는 얘기지만ㅡ‘고전‘(혹은 ‘준華고전)으로 격상됩니다. 그리고 널리 사람들의 경의를 받습니다. - P91

체감은 하나의 중요한 ‘참조 사항reference‘으로서 사람들의 정신에 편입됩니다. 즉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들의 기초적인 자양분이 되고 가치판단 기준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 P91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본능적으로 혐오하고, 특히 기성의 표현 형태에 푹 잠겨 그 속에서 지반을 구축해온 기성 권력establishment에게는 타기해야 할 대상이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다져둔 지반을 그것이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95

오리지낼리티는 그것이 실제로 살아 움직일 때는 좀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것입니다. - P97

특정한 표현자를 ‘오리지널‘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이 채워져야 합니다.

(1) 다른 표현자와는 명백히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사운드든 문체든 형식form이든 색채든)을 갖고 있다. 잠깐 보면(들으면) 그 사람의 표현이라고 (대체적으로)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2)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 업 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스타일은 성장해간다.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그런 자발적, 내재적인 자기 혁신력을 갖고 있다.

(3) 그 독자적인 스타일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일반화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되어 가치판단 기준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 혹은 다음 세대의 표현자의 풍부한 인용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 P98

요컨대 한 사람의 표현자가 됐든 그 작품이 됐든 그것이 오리지널인가 아닌가는 ‘시간의 검증을 받지 않고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시기에 독자적인 스타일을 가진 표현자가 불쑥 튀어나와 세간의 강한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만일 그/그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면, 혹은 싫증이 나버렸다면, 그/그녀는 ‘오리지널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단순히 ‘한 방‘으로 끝나버립니다. - P99

스타일의 질을 논하기 이전에 어느 정도 몸집을 가진 실제 사례를 남기지 않고서는 ‘검증 대상에 오르지도 못하게‘ 됩니다. 여러 개의 샘플을 펼쳐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지 않고서는 그 표현자의 오리지리티가 입체적으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 P99

무엇이 오리지널이고 무엇이 오리지널이 아닌가, 그 판단은 작품을 받아들이는 사람=독자와 ‘합당한 만큼 경과한 시간‘의 공동 작업에 일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작품이 적어도 연대기적인 ‘실제 사례‘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즉 납득할 만한 작품을 하나라도 더 많이 쌓아 올려 의미 있는 몸집을 만들고 자기 나름의 ‘작품 계열‘을 입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 P100

단지 나에게 한 가지 구원이라고 할까, 적어도 구원의 가능성이 된 것은 내 작품이 많은 문예비평가로부터 미움을 받고 비판을 받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고명한 평론가에게서는 ‘결혼사기‘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아마 ‘내용도 없는 주제에 독자에게 얼렁뚱땅 사기를 친다‘는 것이겠지요. 소설가의 일에는 많든 적든 마술사illusionist 같은 부분이 있으니까 ‘사기꾼‘이라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역설적인 상찬인지도 모릅니다. - P101

나는 누군가에게서 비판을 받을 때마다 되도록 긍정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뜨뜻미지근한 흔한 반발밖에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설령 네거티브라고 해도 분명한 반응을 이끌어내는게 더 좋을 것이다, 라고. - P103

‘원천源泉에 가 닿기 위해서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흐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_폴란드 시인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 P103

‘아직은 잘 쓰지 못하지만 나중에 실력이 붙기 시작하면 사실은 이러저러한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합당한 내 모습이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그 이미지가 항상 하늘 한복판에 북극성처럼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머리 위를 올려다보면 됩니다. 그러면 나 자신의 지금 서 있는 위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잘 보였습니다. 만일 그런 정점定點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곳곳에서 상당히 헤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P105

자신만의 오리지널 문체나 화법을 발견하는 데는 우선 출발점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해간다‘는 것보다 오히려 ‘나에게서 무언가를 마이너스 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P105

우선 필요 없는 콘텐츠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정보 계통을 깨끗하게 해두면 머릿속은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것입니다. - P106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만일 거기서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걸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즐거움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부품,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깨끗이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 P106

머릿속에서 ‘없어도 되는‘ 콘텐츠를 모조리 치워버리고 사안을 ‘뺄셈‘적으로 단순화하고 간략화하는 것은 머리로 생각하는 만큼, 말로 하는 만큼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나는 ‘소설을 쓴다‘는 것에 처음부터 그다지 깊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무욕無慾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할까, 거꾸로 그게 쉽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 P108

나는 그 이른바 ‘숭숭 뚫린‘ 바람 잘 통하는 심플한 문체에서부터 시작해 시간을 들여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조금씩 내 나름의 살을 붙여나갔습니다. 구성을 좀 더 입체적 중층적으로 만들고 골격을 조금씩 키워 좀 더 범위가 넓고 복잡한 이야기를 채워 넣을 태세를 정비했습니다. 그에 따라 소설의 규모도 점차 커져갔습니다. - P108

진행의 과정 자체는 의도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뒤돌아보고 ‘아, 결국 그런 흐름이었구나‘라고 깨달은 것이지 처음부터 정확히 계획했던 것은 아닙니다. - P108

만일 내가 쓰는 소설에 오리지낼리티라는 게 있다면 그건 ‘자유로움‘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108

다양한 표현 작업의 근간에는 늘 풍성하고 자발적인 기쁨이 있어야만 합니다. 오리지낼리티는 바로 그러한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제약 없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생생한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충동이 몰고 온 결과적인 형체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 P109

순수한 내적 충동이란 그 자체의 형식이나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습득해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P109

만일 당신이 뭔가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를, 그런 본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 P110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곧이곧대로 파고들면 얘기는 불가피하게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야기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자유로움은 멀어져가고 풋워크는 둔해집니다. 풋워크가 둔해지면 문장은 힘을 잃어버립니다. 힘이 없는 문장은 사람을ㅡ혹은 자기 자신까지도ㅡ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 P110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서 하늘하늘 자유롭습니다. 손바닥을 펼쳐 그 나비를 자유롭게 날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문장도 쭉쭉 커나갑니다. - P110

생각해보면, 굳이 자기표현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사람은 보통으로, 당연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뭔가 표현하기를 원한다. 그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자연스러운 문맥 속에서 우리는 의외로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P111

번역은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작업이라서 표현 의욕과는 관계없이 거의 일상적으로 할 수 있고 동시에 글쓰기에 아주 좋은 공부가 됩니다. - P111

‘소설 안 쓴다고 죽을 것도 아닌데, 뭘‘ - P111

한참 소설을 안 쓰다 보면 ‘이제 슬슬 써도 될 것 같은데‘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눈 녹은 물이 댐에 고이듯이 표현해야 할 재료들이 안에 축적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느날, 참을 수 없어서(라는 게 아마도 가장 좋은 경우) 책상 앞에 앉아 새 소설을 시작합니다. - P112

They produced a sound that was fresh, energetic and unmistakably their own.
(그들이 창조해낸 사운드는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리고 틀림없이 그들 자신의 것이었다.)
아주 심플한 표현이지만 이것이 오리지낼리티의 정의로서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113

오늘이라는 날 속에 또 다른 새로운 날이 생겨난 것 같은, 그런 상쾌한 기분 - P114

이론 따위는 빼고, 그냥 단순하게. - P114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흘러가버렸다‘ - P118

소설가가 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 P118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소설이라는 게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졌는지, 그것을 기본부터 체감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P118

특히 젊은 시절에는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뛰어난 소설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소설도, 혹은 별 볼 일 없는 소설도 (전혀) 괜찮아요, 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소설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체력입니다. 아직 눈이 건강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동안에 이 작업을 똑똑히 해둡니다. 실제로 문장을 써보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순위로 보자면 그건 좀 나중에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 P119

그다음에 할 일은ㅡ아마 실제로 내 손으로 글을 써보는 것보다 먼저ㅡ자신이 보는 사물이나 사상事象을 아무튼 세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붙이는 것이 아닐까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어찌 됐건 찬찬히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을 굴려본다. 하지만 ‘생각을 굴려본다‘라고 해도, 그 일의 시시비비나 가치에 대해 조급하게 판단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 같은 건 최대한 유보해서 뒤로 미루도록 합니다. 중요한 것은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그 일의 원래 모습을 소재=material로서 최대한 현상現狀에 가까운 형태로 머릿속에 생생하게 담아두는 것입니다. - P120

주변 인물들이나 어떤 일에 대해 사사삭 콤팩트하게 분석해서 ‘그건 이런 거야‘ ‘저건 이러저러해‘ ‘걔는 이러이러한 녀석이야‘라는 식으로 단시간에 명확한 결론을 내놓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내 의견으로는 그렇다는 얘기인데) 소설가로는 그리 적합하지 않습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평론가나 저널리스트가 더 적합하겠지요. 혹은 (어떤 종류의) 학자가 적합합니다. - P120

소설가로 적합한 사람은 이를테면 ‘이건 이렇다‘라는 결론이 머릿속에서 내려지더라도, 혹은 자칫 내려질 것 같더라도, ‘아니, 잠깐, 어쩌면 이건 나 혼자만의 억측일 수도 있어‘라고 멈춰서서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입니다. ‘세상일이란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나중에 뭔가 새로운 요소가 불쑥 튀어나오면 얘기가 백팔십도 달라질지도 모르잖아‘라는 식으로. - P120

내가 목격한 광경을, 만난 사람들을, 혹은 경험한 사상事象을 어디까지나 하나의 ‘사례‘로서, 말하자면 표본으로서,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형태로 기억에 담아두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것에 대해 나중에 좀 더 마음이 침착해졌을 때,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다양한 방향에서 들여다보고 주의 깊게 검증하고 필요에 따라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P121

어떻든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할일은 재빠른 결론을 추출하는 게 아니라 재료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축적해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런 원재료를 많이 저장해둘 ‘여지‘를 자기 자신 속에 마련해둘 일입니다. - P122

우리의 기억 용량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는 최소한의 프로세스=정보처리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 P123

많은 경우, 내가 기꺼이 기억 속에 담아두는 것은 어떤 사실의(어떤 인물의, 어떤 사상事象의) 흥미로운 몇 가지 세부입니다. 전체를 통째로, 그대로 기억하기는 어려우니까(라고 할까, 기억해봤자 분명 금세 잊어버릴 테니까) 그곳에 있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디테일을 몇 가지 추출해서 그것을 다시 떠올리기 쉬운 형태로 머릿속에 보관해두도록 합니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최소한의 프로세스‘입니다. - P123

그것은 어떠한 세부인가. ‘어라?‘ 하는 생각이 드는, 구체적이고도 흥미로운 세부입니다. 가능하면 잘 설명되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론에 맞지 않거나 줄거리가 미묘하게 어긋나거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거나 미스터리하다면 두말할 것 없이 좋습니다. 그런 것들을 채집해서 간단한 라벨(날짜, 장소, 상황)같은 걸 딱 붙여 머릿속에 보관해둡니다. 말하자면 그곳에 있는 개인 캐비닛의 서랍에 넣어두는 것입니다. - P123

물론 전용 노트를 만들어 거기에 써두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보다는 머릿속에 담아두는 쪽을 좋아합니다. 노트를 항상 들고 다니기도 번거롭고, 일단 문자로 적어두면 그걸로 안심하고 싹 잊어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 다양한 것을 그대로 척척 넣어두면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남을 것은 남습니다. 나는 그런 기억의 자연도태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 P124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한번 머릿속에 들어가면 그리 쉽게는 잊히지 않는 법입니다. - P124

소설을 쓸 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런 구체적인 세부의 풍부한 컬렉션입니다. ...(중략)... 뇌 내 캐비닛에 보관해둔 온갖 정리 안 된 디테일을 필요에 따라 소설 속에 그대로 조립해 넣으면, 거기에 나타난 스토리는 나 자신도 놀랄 만큼 내추럴하고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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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한 지난번 포스팅에서 빅데이터 분야 관련 자격증들을 쭉 소개했었는데 오늘은 ‘SQL 개발자‘라는 자격증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다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자격증은 AI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관련 내용을 알아두면 데이터 추출 시 가공을 분석 목적에 맞게 용이하게 할 수 있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역시 많이 알아서 나쁠건 그닥 없는 듯하다. 물론 투입량 대비 산출량이라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AI 빅데이터 전문가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모델링까지는 잘 하지 않고 앞에서 설명한 CRUD 쿼리와 여러 조건문을 익힌다. 그런데 해당 자격 시험(SQL개발자, SQLD)은 데이터베이스 모델링과 쿼리, 데이터베이스 최적화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고 RDBMS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NoSQL과 큰 연관이 없다. 이러한 내용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여유가 없다면 건너 뛰어도 좋다. - P151

단, 해당 자격 시험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데이터베이스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SQL 관련 자격증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자세히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격 시험에 통과하려면 굉장히 복잡한 SQL 쿼리문을 공부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쿼리문을 익히면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추출할 때부터 어느 정도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 - P151

AI 빅데이터 분석가는 SQL 쿼리문으로 가공 전 데이터를 불러온 후 판다스pandas 같은 파이썬의 데이터 분석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으므로 굳이 복잡한 SQL 쿼리문을 알 필요는 없다. SQL이든 판다스든 데이터를 똑같이 가공할 수 있지만 판다스가 훨씬 사용자 친화적이기도 하다. - P151

판다스로 작업하면 해당 작업을 ‘테이블 2개의 특정 컬럼 정하기‘, ‘특정 컬럼으로 두 테이블 합하기‘, ‘새로운 컬럼 3개 지정하기‘, ‘컬럼 3개 값 더하기‘ 등을 단계별 코드로 만들어 실행할 수 있으므로 코드가 덜 복잡하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떤 단계에 문제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판다스에는 이러한 작업을 별도로 실행하는 merge 함수 (테이블의 데이터 합하기), 사칙연산 함수(컬럼 값의 합계 구하기), groupby 함수와 mean 메소드(그룹화한 후 평균 계산하기) 등이 있다. 또한 이러한 코드를 순서대로 실행하기에 실행 흐름을 이해하기도 좋다. 즉, 이러한 파이썬의 데이터 분석 라이브러리는 SQLD 자격 시험을 너무 상세히 공부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훌륭한 이유인 것이다. - P152

파이썬은 세미콜론을 입력할 필요가 없지만 자바는 반드시 입력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 P158

(파이썬은) 데이터의 성질을 나타내는 자료형(예: 문자열, 정수, 부동소숫점)을 따로 적을 필요가 없다. - P158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의 구조(여러 개의 독립된 단위로 프로그래밍을 동작시키는 주체를 만드는 방법으로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이라고도 한다)를 설계하는 과정이 자바보다 파이썬이 더 쉽다. - P158

한꺼번에 코드를 모두 입력한 후 별도의 실행 과정(이를 컴파일이라고 한다)을 거치는 자바와 달리 파이썬은 코드를 한 줄씩 입력하면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자바처럼 한꺼번에 코드를 입력한 후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 P158

AI 빅데이터 분석은 데이터 수집 → 데이터 추출 → 데이터 전처리 → Al빅데이터 모델링 → 모델 평가 → 모델 최적화 → 시각화 과정을 논리적이고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기에 한 줄씩 코드를 입력하면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파이썬이 적합하다. - P158

(파이썬은)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각종 라이브러리가 자바보다 많다. 현재 사이킷런, 텐서플로(Tensorflow), 케라스(Keras), 파이토치(Pytorch) 등 머신러닝 및 딥러닝 관련 라이브러리들은 모두 파이썬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을 구현할 때 모든 알고리즘을 혼자서 직접 만드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고 만약에 한다고 해도 효율성이 좋지 않다. 실제 자바나 C 언어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을 연구하는 교수님을 본 적이 있다.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활용해서 몇 줄만 프로그래밍하면 끝날 것을 몇백 줄 프로그래밍하고 있었다. 물론 경험과 지식이 쌓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다. 여러분이 실무에서 일한다면 기존에 있는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 P159

"파이썬과 R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므로 둘 다 공부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이때는 R을 먼저 공부하는 게 좋다. 만약 한 가지만 공부해야 한다면 파이썬을 공부하자." - P159

(파이썬의 장점) 첫째, 분석 작업 이외에도 다양한 IT 분야의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웹 또는 앱 기반의 서비스 안에 AI 빅데이터 모델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물체 인식 서비스, 텍스트 가공 서비스, 자동 분류 서비스 등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기능을 실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을 웹/앱 서비스에 탑재할 때는 파이썬을 사용해야 한다. - P160

둘째, AI 빅데이터 관련 라이브러리가 풍부하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 라이브러리 중 많은 사람이 활용하는 것은 대부분 파이썬 기반이 많다. R도 MXNet, H2O 라이브러리들이 있긴 하지만 파이썬 기반의 파이토치보다는 사용자가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공부할 수 있는 관련 책이나 인터넷 자료도 적다. 참고로 텐서플로와 케라스는 파이썬과 R 모두를 지원한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다루는 부분이나 처리 속도 등에서 파이썬이 더 우수한 편이므로 R로 코딩하는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 P160

(파이썬의 단점) 첫째, 시각화 작업이 복잡하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시각화 기능이 필수인데 파이썬은 R에 비해서 시각화 작업이 복잡하다. 시본seaborn, 맷플롭립Matplotlib과 같은 시각화 라이브러리들은 R과 비교했을 때 단순한 편이다. 또한 한글을 입력하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성향이 있다. - P161

둘째, R에 비해서 통계나 머신러닝 관련 라이브러리들이 적다. R은 파이썬보다 데이터 분석 관련해서 더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라이브러리 수도 아직까지 더 많다. - P161

(R의 장점) 첫째, 데이터 시각화 기능이다. 가장 유명한 ggplot을 필두로 rgl(Interactive 3D 시각화), htmlwidgets(interactive 시각화), googleVis(구글 차트), vcd(범주형 변수 시각화) 등 시각화 라이브러리가 여러 가지 있다. R의 시각화 기능을 잘 사용하면 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예쁘게 꾸밀 수 있다. - P161

둘째, 다수의 데이터 분석용 라이브러리가 존재한다. 2021년 5월 기준 CRAN 패키지 저장소 (CRAN Package repository)에 업로드된 라이브러리 수는 약 17,000개다. 같은 개념의 파이썬의 패키지 저장소인 PyPI에 업로드된 라이브러리 수가 2021년 5월 기준 약 305,000개지만 데이터 분석용 라이브러리의 수는 R보다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이 두 가지 이유는 다수의 통계학, 수학과 교수가 R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P161

CRAN 패키지 저장소 (CRAN Package repository) : R 패키지를 모아놓은 곳. R 커뮤니티 공식 저장소다. https://cran.r-project.org 참고. - P161

PyPI : 파이썬 패키지를 모아놓은 곳. 파이썬 공식 저장소다. https://pypi.org 참고. - P161

(R의 단점) 첫째, 연산 속도가 파이썬에 비해서 많이 느린 편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딥러닝에는 R을 사용하기 어렵다. - P162

둘째,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이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에 비해 유연한 편이므로 처음 공부할 때는 조금 난해할 수 있다. - P162

셋째, 컴퓨터의 메모리를 많이 사용한다. R은 데이터를 분석할 때 물리적 메모리에 데이터를 최대한 저장하는 구조이므로 같은 컴퓨터와 데이터라도 파이썬은 처리하는데 R은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 P162

파이썬의 장단점을 알고 기본 문법을 공부한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프로그래밍할 줄 알아야 한다.

데이터 전처리 익히기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데이터 전처리다. 데이터 전처리에 능숙해져야 데이터 가공, 모델링을 쉽게 할 수 있다. 자주 사용되는 전처리 기술로는 색인화 indexing, 행row 및 열column 삭제, 정렬, 중복 삭제, 누락된 값 채우기, 병합, 피벗, 치환, 값 요약, 반복, 더미 생성, 샘플링 등이 있다. 꽤 많게 느껴지더라도 모두 다 자유자재로 다룰 정도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데이터 전처리 기술을 처음 익히는 데는 꽤 큰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 P163

데이터 전처리는 AI 빅데이터 분석가의 분석 업무 중 80% 정도를 차지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을만큼 꽤 중요한 작업이다. 데이터 전처리를 얼마나 빨리 잘 하느냐에 따라서 업무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 전처리에 능숙해지려면 가공되지 않은 원시데이터를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정리한 데이터로 바꾸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 P163

회사나 대학원의 AI 빅데이터 관련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다면 선배들이 이미 진절머리나게 데이터를 전처리했을 것이다. 선배들이 작업한 데이터 전처리 전과 후의 데이터를 참고해 똑같이 따라 해보면서 공부해보자. 저자는 데이터 전처리만 3개월 이상 했었던 적도 있다. - P163

파이썬으로 데이터를 전처리할 때는 판다스, 넘파이 라이브러리를 많이 사용하고 R은 dplyr 라이브러리를 많이 사용한다. - P164

만약 숫자 기반 데이터 전처리가 아닌 텍스트 마이닝이라면 텍스트 전처리 기법을 따로 익혀야 한다. - P164

데이터 전처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머신러닝과 딥러닝 모델을 만드는 코드를 살펴보고 최대한 이해해두자. 수학, 통계학, 파이썬이나 R의 기본 문법을 이해한다면 머신러닝과 딥러닝 모델 코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P165

머신러닝과 딥러닝 모델 코드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관련 라이브러리 안에 있는 수학, 통계학 개념을 함수로 구현했기 때문에 함수를 불러오고 적절한 파라미터를 넣는 형식으로 작성한다. 즉, 수학과 통계학 개념으로 어떤 함수를 사용할지 선택하는 것이고 파이썬이나 R 기본 문법을 토대로 파라미터와 데이터 타입 등을 살펴보면서 코드를 이해하면 된다. - P165

파라미터를 입력하는 코드 예도 살펴보기 바란다. 파라미터가 무엇인지는 각 라이브러리의 웹 사이트에 공개된 기술 관련 매뉴얼에 예까지 들어 상세히 나온다.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 P165

딥러닝 모델 코드는 머신러닝과는 조금 다르다. 딥러닝은 입력값을 이용해 출력값을 계산하는 상황을 판단하는 뉴런Neuron, 신경망층Layer 등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모델이 달라진다. 그리고 신경망을 구성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으므로 무수히 많은 종류의 모델을 구성할 수 있다. 기본 머신러닝 모델의 코드에 비해서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복잡한 신경망 구성도 쉽게 도와주는 라이브러리들(대표적으로 케라스)이 생겨나 구현과 이해가 쉬워졌다. - P166

model.add 함수는 신경망층을 쌓는 것이고 Dense 함수는 신경망층별로 뉴런의 개수를 지정한다. Activation 함수는 신경망층별로 적절한 활성화 함수를 넣는 부분이다. - P168

Conv2D (딥러닝의 연산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ReLU라는 활성화 함수를 사용하는 부분)와 학습의 과적합이나 데이터의 손실을 막는 MaxPooling2D층을 번갈아 쌓은 합성곱층 - P169

합성곱 신경망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은 주로 이미지 분류에 쓰이는 모델이다. - P169

input_shape=(150, 150, 3)은 이미지 픽셀 크기가 150×150이고 RGB 컬러를 구성하는 세 가지 색깔이 있다는 뜻이다. - P169

마지막 신경망층[model.add(layers.Dense (1, activation=‘ sigmoid‘ ))]은 뉴런 수를 1로 두고 활성화 함수를 시그모이드sigmoid로 두어 특정 임곗값 이상이면 개 또는 고양이로 분류한다. 이런 식으로 기본 딥러닝 모델의 뼈대만 알면 몇 가지 함수를 조합해서 금방 새로운 신경망을 구성할 수 있다. - P169

기본적인 머신러닝 모델은 파이썬의 사이킷런 라이브러리 안에서 대부분 구현할 수 있다. R은 머신러닝 모델마다 라이브러리 이름이 달라서 구글에 검색해 찾아보면 된다. 딥러닝의 경우 파이썬은 케라스나 파이토치 라이브러리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R은 H2O, MxNet이 많이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딥러닝은 속도나 메모리 관리 면에서 유리한 파이썬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 P170

앞에서 소개한 두 가지 사항(데이터 전처리, 머신러닝과 딥러닝 모델 코드 살펴보기)을 일정 수준 공부했다면 시각화, 데이터베이스 또는 API 연동 등에 대해서 공부하길 권한다. - P171

API : 개발자가 만든 기능을 다양한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프로그램 결과물(인터페이스)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 모델의 기능을 웹이나 앱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 결과물을 뜻한다. - P171

R은 파이썬에 비해 시각화에 강점이 있기에 예쁘고 다채롭게 시각화를 하는 예제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ggplot2 라이브러리의 각종 함수를 익히면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다. 파이썬은 맷플롭립 및 함께 사용하는 몇 가지 라이브러리를 익히면 된다. - P171

데이터베이스 입출력은 어떤 DBMS를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가 각각 다르다. 파이썬을 예로 들면 MySQL은 PyMySQL 라이브러리를 주로 사용하고 PostgreSQL은 psycopg2을 주로 사용한다. 라이브러리 이름은 다르지만 사용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 P172

API 연동은 인공지능 모델을 응용 프로그램(보통 애플리케이션이라고도 함)과 연결하는 것이다. 저자는 파이썬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플라스크 Flask라는 프레임워크를 사용한다. 같은 역할을 하며 요즘 더 관심받는 장고 Django라는 프레임워크보다 더 사용하기 쉬워서 API 연동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천한다. - P172

인공지능의 핵심은 딥러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집합의 포함관계로 보면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포함하는 조금 더 큰 개념이지만, 사실상 최근에는 인공지능=딥러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대다수가 딥러닝으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딥러닝이란 간단히 말해서 2개 이상의 은닉층으로 이루어진 심층 신경망이다. - P173

정형화된 몇 가지 딥러닝 모델 패턴이 있다. 세부적인 신경망층, 뉴런, 기타 파라미터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뼈대 네트워크가 비슷한 것들을 포함해서 몇 가지 공통적인 모델을 네이밍한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DNN)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work, CNN)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 RNN)

・LSTM(Long Short-Term Memory)

・오토인코더(AutoEncoder)

・Seq2seq(Sequence-to-Sequence) - P174

최근에는 합성곱 신경망, 순환 신경망, LSTM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오토인코더, Seq2seq, ELMo, 버트Bert, 지역 기반 합성곱 신경망 Regin based Convolution Neural Network, R-CNN, YOLO까지 해야 딥러닝을 잘한다고 칭송받는다. 새로운 딥러닝 알고리즘이 나오는 속도가 엄청나서 딥러닝 전문가들도 끊임없이 최신 알고리즘을 공부해야 하는 입장이다. - P175

먼저 기본적인 알고리즘의 개념을 이해하자. 해당 알고리즘의 논문을 읽거나 인터넷에 사람들이 쉽게 해석해놓은 블로그 글들을 읽어도 좋다. 그러나 무작정 처음부터 최신 알고리즘을 읽으면 이해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기계번역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온 Seq2seq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보면 아예 이해가 안될 것이다. Seq2seq를 이해하려면 LSTM을 알아야 하고 LSTM을 알려면 RNN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기초 딥러닝 알고리즘을 알아야 최신 알고리즘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바로 최신 알고리즘을 익히려하기보다는 가장 기초적인 딥러닝 알고리즘들을 자세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초적인 딥러닝 알고리즘이 기반이 되어 최신 알고리즘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상세히 알아두어야 한다. - P176

상세히 알아야 할 딥러닝 알고리즘들은 심층 신경망, 합성곱 신경망, 순환 신경망, LSTM, 오토인코더다. 이 정도 알고리즘들은 직접 코드로 하나하나 구현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에 나온 시중의 기본적인 딥러닝 책들은 웬만하면 해당 알고리즘들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 P177

심층 신경망을 공부할 때에는 가장 기본적인 딥러닝 테크닉에 대해서 익히면 된다. 대개 모델을 학습할 때에는 학습 데이터 train data, 검정 데이터 validation data, 테스트 데이터test data로 나누어 학습을 진행한다. 학습 데이터는 말 그대로 모델을 학습하기 위한 학습셋이다. 검정 데이터는 일종의 모의고사와 비슷하다. 딥러닝은 1회 학습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의 반복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반복학습이 이루어지면서 네트워크 파라미터들이 최적화되도록 수렴하는 것이다. 매 학습이 끝날 때마다 검정 데이터에 모델의 정확도를 테스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파라미터들이 조정되어 그 다음 학습을 진행한다. 테스트 데이터는 최종 학습이 다 끝난 후 최종 모델의 정확도를 평가할 때 사용한다. - P177

그다음으로 손실 함수 Loss function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손실함수는 쉽게 말해서 딥러닝 모델이 최적화되기 위한 목표라고 보면 된다. 즉 신경망의 출력값과 목표값 간의 차이를 말한다. 차이는 작을수록 좋으므로 손실 함수가 최소화 되도록 학습이 작동한다. 손실 함수는 딥러닝 모델이 회귀문제이냐 분류문제이냐에 따라서 수식이 달라진다. - P178

역전파Back-propagation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역전파는 신경망 알고리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알고리즘이다. 모델의 출력값과 기댓값을 비교하여 차이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중치를 업데이트하고 상위층에서 역전파하여 하위층에서 이를 근거로 다시 가중치를 업데이트 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출력층의 오차에서 출발하여 거꾸로 체인으로 연결된 뉴런들의 가중치를 순차적으로 조절해나가는 방식이다. 역전파를 이해하려면 미분과 연쇄 법칙chain Rule을 알아야 한다. 이외에도 모델의 과대적합을 줄여주는 드롭아웃, L2 정규화도 알아야하고 활성화 함수들의 종류도 알아야 한다. 이후에도 배치정규화, 옵티마이저 함수들에 대해서도 알아야하니 심층 신경망 하나만 공부해도 딥러닝에 대해서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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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내용은 어떤 업계든 간에 기존 업계에 있던 사람들이 다른 업계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대체로 배타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저자의 경우도 소설을 쓰다가 처음으로 번역일을 시작할 때 해당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았던 일화를 본문에서 고백하기도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어쩌면 인간의 생존 본능과도 연계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어떤 업계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이 기존에 가져갈 수 있었던 몫을 빼앗기길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지 않을까? 뭐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런 식으로 사고(思考)의 흐름이 흘러간다.

근데 좀 더 읽다보니 저자는 소설가들은 오히려 타업종에서 소설업계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그다지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독자인 나는 처음엔 좀 의아했으나 그 이유를 알고보니 어느정도는 저자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핵심만 말하자면 이 바닥이 그냥 들어오기는 쉬울지몰라도 여기서 오랜시간 버티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들어오든 말든 그닥 신경쓰는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제 완독했던《1973년의 핀볼》이라는 소설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반복해나가는 것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어쩌면 지금 읽고 있는 이 에세이 초반에서도《1973...》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분야든 간에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열정과 끊임없는 반복이 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어떤 재능이나 노력 혹은 운, 인연 등과 같은 요소들이 더해져서 성공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역시나 세상에 마냥 쉬운 건 없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전문이 아닌 쪽에 손을 대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단 달가운 얼굴은 하지 않습니다. 백혈구가 체내의 이물질을 배제하려고 하듯이 접근을 거부하려고 듭니다. 그래도 위축되지 않고 끈질기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차츰 ‘에이,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묵인하고 동석을 허락해주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상당히 반발이 심합니다. ‘그 분야가 좁을수록, 전문적일수록, 그리고 권위적일수록, 사람들의 자부심이나 배타성도 강하고 거기서 날아오는 저항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 P13

소설이라는 건 누가 뭐라고 하든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폭이 넓은 표현 형태입니다. 그리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폭넓음이야말로 소설이가진 소박하고도 위대한 에너지의 원천의 중요한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 P16

하지만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않습니다. - P16

소설 한두 편을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 P16

아무리 널찍하다고 해도 그 링에는 아마 적정 인원이라는 게 있는 것이겠지요. - P18

‘붓 한 자루로 먹고 살아왔다‘ - P19

너무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 혹은 특출하게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소설 쓰는 일에는 맞지 않을 거라고 나는 항상 생각합니다. 소설을 쓴다는ㅡ혹은 스토리를 풀어간다는ㅡ것은 상당히 저속의 기어로 이루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실감으로 말하자면, 걷는 것보다는 약간 빠를지도 모르지만 자전거로 가는 것보다는 느리다, 라는 정도의 속도입니다. 의식의 기본적인 작동이 그런 느린 속도에 적합한 사람도 있고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 P20

소설가는 많은 경우, 자신의 의식 속에 있는 것을 ‘스토리‘라는 형태로 치환置換해서 표현하려고 합니다. 원래 있었던 형태와 거기서 생겨난 새로운 형태 사이의 ‘낙차‘를 통해서, 그 낙차의 다이너미즘을 사다리처럼 이용해서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건 상당히 멀리 에둘러 가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 P20

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무튼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업입니다. 이건 ‘이를테면‘을 수없이 반복하는 작업입니다. - P23

하나의 개인적인 테마가 있다고 합시다. 소설가는 그것을 다른 문맥으로 치환합니다. ‘그건요, 이를테면 이러저러한 것이에요‘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치환paraphrase 속에 불명료한 점,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그것에 대해 ‘그건요. 이를테면 이러저러한 것이에요‘라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한 ‘그건요, 이를테면 이러저러한 것이에요‘가 끝도 없이 줄줄 이어집니다. 한없는 패러프레이즈의 연쇄지요. 꺼내도 꺼내도 안에서 좀 더 작은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 같은 것입니다. 이토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멀리 에둘러 가는 작업은 이것 말고는 달리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듭니다. 맨 처음의 테마를 그대로 척척 명확히, 지적으로 언어화할 수 있다면 ‘이를테면‘이라는 치환 작업은 전혀 필요없으니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P23

효율성 떨어지는 우회하기와 효율성 뛰어난 기민함이 앞면과 뒷면이 되어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중층적으로 성립합니다. 그중 어느 쪽이 빠져도(혹은 압도적인 열세여도) 세계는 필시 일그러진 것이 되고 맙니다. - P24

천재에게는 천재의 속도가 있고 지식인에게는 지식인의 속도가 있고 학자에게는 학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속도는 대부분의 경우, 긴 스팬을 두고 보면 소설 집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 P27

물론 직업적인 소설가 중에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뇌 명석한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세간에서 말하는 두뇌의 명석함뿐만 아니라 소설적으로도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내가 본 바로는 그런 두뇌의 명석함만으로 일할 수 있는 햇수는ㅡ알기 쉽게 ‘소설가로서의 유통기한‘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지요ㅡ기껏해야 십 년 정도입니다. 그 기한을 넘어서면 두뇌의 명석함을 대신할 만한 좀 더 크고 영속적인 자질이 필요합니다. 말을 바꾸면, 어느 시점에 ‘날카로운 면도날‘을 ‘잘 갈린 손도끼‘로 전환하는 게 요구됩니다. 그리고 좀 더 지나면 ‘잘 갈린 손도끼‘를 ‘잘 갈린 도끼‘로 전환하는 게 요구됩니다. 그 같은 몇 가지 전환 포인트를 제대로 뛰어넘은 사람은 작가로서 한 단계 거물급이 되고, 아마도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을 것입니다. 뛰어넘지 못한 사람은 많든 적든 도중에 자취를 감추게ㅡ혹은 존재감이 희미해지게ㅡ됩니다. 혹은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원래 안착했어야 할 곳에 쓱 자리를 잡게 됩니다. - P28

소설가에게는 ‘원래 안착했어야 할 곳에 쓱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게 해주신다면 ‘창조력이 감퇴한다‘
는 것과 거의 동일한 의미입니다. - P28

소설가는 어떤 종류의 물고기와 같습니다. 물속에서 항상 저 앞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서는 죽고 마는 것입니다. - P28

소설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내적인 충동drive. 장기간에 걸친 고독한 작업을 버텨내는 강인한 인내력. 이건 소설가라는 직업인의 자질이자 자격이라고 딱 잘라 말해버려도 무방할 것입니다. - P28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단 한 가지,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과연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난폭한 말이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식으로 생겨먹은 모양이에요. - P29

인생 설계란 웬만해서는 예정대로 풀리지 않는 것입니다. - P34

(내 인생에는 왜 그런지 이따금 이런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 P36

아무리 거기에 올바른 슬로건이 있고 아름다운 메시지가 있어도 그 올바름이나 아름다움을 뒷받침해줄 만한 영혼의 힘, 모럴의 힘이 없다면 모든 것은 공허한 말의 나열에 지나지 않습니다. - P40

말에는 확실한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은 올바른 것이 아니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공정한 것이 아니어서는 안 됩니다. 말이 본래의 의미를 잃고 제멋대로 왜곡되어서는 안 됩니다. - P41

필시 보통 사람의 이십 대는 좀 더 즐거웠을 거라고 상상이 되는데, 나에게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청춘의 나날을 즐길‘ 여유 같은 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 P43

‘그렇구나, 인생이란 이런 식으로 술술 지나가는 것이구나‘ - P44

나는 그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 P45

영어에 epiphany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어로 번역하면 ‘본질의 돌연한 현현顯現‘ ‘직감적인 진실 파악‘이라는 어려운 단어입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어느 날 돌연 뭔가가 눈앞에 쏙 나타나고 그것에 의해 모든 일의 양상이 확 바뀐다‘라는 느낌입니다. - P46

‘어차피 멋진 소설은 쓸 수 없어. 그렇다면,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기성관념은 버리고 느낀 것,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써보면 되지 않을까‘ - P48

아무튼 뭐든 좋으니 ‘평범하지 않은 것‘을 해보자, - P49

설령 언어나 표현의 수가 한정적이어도 그걸 효과적으로 조합해내면 그 콤비네이션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감정 표현, 의사 표현은 제법 멋지게 나온다 - P50

‘괜히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 P50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아름다운 표현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 - P50

짧은 문장을 조합하는 리듬감, 번거롭게 배배 꼬지 않는 솔직한 말투, 자신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적확한 묘사. 그러면서도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일부러 쓰지 않고 깊숙이 감춰둔 듯한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 - P51

언어란 원래 터프한 것입니다. 기나긴 역사가 뒷받침해주는 강인한 힘을 가진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거칠게 다루든 그 자율성이 손상되는 일은 일단 없습니다. - P52

언어가 가진 가능성을 생각나는 한 모든 방법으로 시험해보는 것은, 그 유효성의 폭을 가능한 한 넓혀가는 것은, 모든 작가에게 주어진 고유한 권리입니다. 그런 모험심 없이는 새로운 것은 탄생하지 않습니다. - P52

내가 이 작품(『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완성도에 결코 만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완성된 것을 다시 읽어보고는 미숙하고 결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의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밖에는 안 나왔다, 라고. 하지만 첫 소설을 어떻게든 일단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모양새로 끝까지 써내면서 나는 하나의 ‘중요한 이동‘을 이루어냈다는 실감을 얻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때의 에피퍼니의 감각에 어느 정도 내 나름대로 응할 수 있었다, 라는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P53

소설을 쓸 때 ‘문장을 쓴다‘기보다 오히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에 가까운 감각이 있습니다. 나는 그 감각을 지금도 소중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요컨대 머리로 문장을 쓴다기보다 오히려 체감으로 문장을 쓴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리듬을 확보하고 멋진 화음을 찾아내고 즉흥연주의 힘을 믿는 것. - P54

인생이란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것입니다. - P55

첫 소설을 쓸 때 느꼈던, 문장을 만드는 일의 ‘기분 좋음‘ ‘즐거움‘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습니다. - P57

솔직히 말해서,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소설이 안 써져서 고생했다는 경험도 (감사하게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내 생각에는,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고역苦役으로서 소설을 쓴다는 사고방식에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퐁퐁 샘솟듯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57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 (그리고 지금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 기회를 붙잡았고, 또한 적지 않은 행운의 덕도 있어서 이렇게 소설가가 됐습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적인 얘기지만, 나에게는 그런 ‘자격‘이 누구에게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어진 것입니다. 나로서는 일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그저 솔직히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자격을ㅡ마치 상처 입은 비둘기를 지켜주듯이ㅡ소중히 지켜나가면서 지금도 이렇게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을 일단 기뻐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일은 또 그다음 일입니다. - P58

입장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얘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눈앞의 문이 열리는 것이니까요. - P65

아직 내가 본래 가진 힘의 이삼십 퍼센트밖에 쓰지 못했구나 - P65

시간을 들이면 이보다 좀 더 좋은 것을 쓸 수 있다ㅡ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 P66

(상이라는 건 많든 적든 격려라고 할까 축하의 뜻 같은 것이 있어서 그 폭을 넓히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니까) - P71

시비를 걸자면 얼마든지 걸 수 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하자면 얼마든지 감사하게 생각할수 있습니다. - P71

‘참된 작가에게는 문학상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주 많다‘라는 것이겠지요. 그 하나는, 자신이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실감이고, 또 하나는 그 의미를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독자가ㅡ그 수의 많고 적음은 제쳐두고ㅡ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실감입니다. 그 두 가지 확실한 실감만 있다면 작가에게 상이라는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입니다. 그런 건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혹은 문단적인 형식상의 추인追認에 지나지 않습니다. - P73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많은 경우, 구체적인 형태에 의한 게 아니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진실입니다. 문학작품의 질은 어디까지나 무형의 것이지만, 상이든 메달이든 그런 것이 주어지면 거기에 구체적인 형태가 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형태‘에 눈길을 던질 수 있습니다. - P73

한 편의 작품이 진실로 뛰어나다면 합당한 시간의 시련을 거쳐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그 작품을 기억에 담아둡니다. - P74

문학상은 특정한 작품을 각광받게 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지는 못합니다. - P75

책을 읽는 습관이 일단 몸에 배면ㅡ그런 습관은 많은 경우 젊은 시절에 몸에 배는 것인데ㅡ그리 쉽사리 독서를 내던지지 못합니다. - P76

매체나 형식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책을 읽어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괜찮습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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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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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난해하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야기의 맥락이 하나로 쭉 이어진다기보다는 뭔가 여러 개의 이야기 퍼즐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책의 맨 뒤에 나온 평론가의 해설에서도 3가지 이야기가 서로 중층구조로 이루어져있었다는 얘기를 보면서 독자인 내가 괜히 전체적인 내용 이해를 어려워 했던 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근데 솔직히 한 단락 한 단락의 글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글들을 모아서 조립하는 과정을 내 스스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래서 본문만 읽었을 때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맨 뒤에 나온 평론가 님의 해설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전문가인 평론가께서 내가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퍼즐들을 이해가 용이하도록 조합시켜주셨기 때문이다. 만약 평론가 님의 해설이 없었다면 독자인 나는 책을 열심히 읽었음에도 뭔가 그닥 얻어가는 것 없이 저자의 의도를 알듯말듯한 애매모호함과 찜찜함(?)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남아있었을 것 같다. 물론 문학작품이라는 게 읽는 사람마다 그 해석에 차이가 어느정도는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독자인 나 혼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을 보충하여 이해를 용이하게 했다는 차원에서 평론가 님의 해설이 내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다행이었던 건 본문을 읽을 때 나름대로 집중하면서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상상해가면서 읽었기에 평론가님의 해설을 읽고 거기에 수긍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보다는 평론가의 해설에 대한 얘기가 길었는데, 이것은 내가 이 책의 내용에 관해 얘기하기보다는 독자들이 각자 본문을 읽고 평론가 님의 해설 쪽을 참조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이 중층구조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많이 부족하지만 본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이야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몇몇 문장들에서 뭔가 굉장히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철학적인 깨달음 같은 거라고나 할까. 인생 혹은 삶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성찰 또는 깨달음 같은 것들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와 관련하여 (본문의 스토리 라인과는 별개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문득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이라는 곳에 튕겨진 핀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면 죽을 고비도 넘기기도 하고 때론 기분 좋은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날은 평범하게 흘러가다가도 또 어떤 날은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처럼 핀볼도 그렇게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아랫 구덩이에 공이 빠져 게임이 끝나듯이 우리 인생도 언제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 세상과 하직해야 하는 게 우리 인간 모두의 숙명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냥 글을 읽다가 개인적으로 우연히 떠오른 생각일뿐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의 소설 속 내용과는 전혀 별개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본문에는 '3 플리퍼 스페이스쉽' 이라는 핀볼 기계가 나오는데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동경하고 갈망하는 대상 혹은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 대상이나 꿈은 독자들마다 제각기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이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하는 듯하다.

추가로 '3 플리퍼 스페이스쉽'을 소설 속 '나'는 그녀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나'가 한때 사랑했었고 애착이 있던 기계였기에 그렇게 지칭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여러 단서들을 통해 추론해보건데, 이 '3 플리퍼 스페이스쉽'이 소설 속 '나'가 과거 뜨겁게 사랑했던 애인을 상징한다고도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 모두가 과거 어느 순간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먹고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 속 장면 중에서 78대의 핀볼기계가 보관되어 있는 곳의 스위치를 키는 장면이 있는데 독자인 나는 이것을 보면서 마치 신이 인간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자신이 창조한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살짝 종교적인 냄새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독자인 나는 이 전원 스위치를 켜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원동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적은 100자평에는 이것을 삶에 대한 '열정'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보았는데, 그 이유는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리면 그것은 더이상 살아움직이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우리의 삶을 활력있게 지속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이 식어버린 삶은 그 동력을 잃어버리고 점점 쇠퇴해 갈 것이다.


한편 위에서 3가지 이야기가 중층구조로 이루어져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듯하면서도 뭔가 공통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상황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거기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뭔가 하나로 수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서 느껴보셔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소설 속 '나'와 '쥐' 라는 캐릭터는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저자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 캐릭터 혹은 분신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캐릭터가 실제 저자와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것도 그렇고 어떤 사고 방식이나 행동 패턴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또한 본문의 이야기 흐름과는 별개로 하루키 작품답게 중간중간 뮤지션들과 관련 음악이 소개되어 있는데 덕분에 개인적으론 아예 몰랐던 옛 음악들을 찾아서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기 나온 음악들은 주로 째즈와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실제로 하루키의 다른 저서들 중에도 째즈음악들이 수록된 것들이 많은 것들을 보면 이 책도 그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외에도 핀볼 게임관련 전문 용어들이 나오는데, 독자인 나에겐 다소 낯선 용어들이었지만 과거에 오프라인 또는 컴퓨터로 핀볼 게임을 해봤던 분이라면 좀 더 이해가 용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이러한 것들을 잘 모르더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지만, 세부적인 내용까지 잘 이해하고 싶다면 알아서 나쁠껀 없다고 생각한다.


주저리주저리 생각나는대로 열심히 끄적여보았다. 내가 적어본 것 외에도 곱씹어볼만한 내용들이 추가로 더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직접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채워보시길 바란다.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리뷰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원래 인생이란 게 완벽할래야 완벽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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