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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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난해하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야기의 맥락이 하나로 쭉 이어진다기보다는 뭔가 여러 개의 이야기 퍼즐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책의 맨 뒤에 나온 평론가의 해설에서도 3가지 이야기가 서로 중층구조로 이루어져있었다는 얘기를 보면서 독자인 내가 괜히 전체적인 내용 이해를 어려워 했던 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근데 솔직히 한 단락 한 단락의 글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글들을 모아서 조립하는 과정을 내 스스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래서 본문만 읽었을 때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맨 뒤에 나온 평론가 님의 해설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전문가인 평론가께서 내가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퍼즐들을 이해가 용이하도록 조합시켜주셨기 때문이다. 만약 평론가 님의 해설이 없었다면 독자인 나는 책을 열심히 읽었음에도 뭔가 그닥 얻어가는 것 없이 저자의 의도를 알듯말듯한 애매모호함과 찜찜함(?)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남아있었을 것 같다. 물론 문학작품이라는 게 읽는 사람마다 그 해석에 차이가 어느정도는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독자인 나 혼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을 보충하여 이해를 용이하게 했다는 차원에서 평론가 님의 해설이 내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다행이었던 건 본문을 읽을 때 나름대로 집중하면서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상상해가면서 읽었기에 평론가님의 해설을 읽고 거기에 수긍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보다는 평론가의 해설에 대한 얘기가 길었는데, 이것은 내가 이 책의 내용에 관해 얘기하기보다는 독자들이 각자 본문을 읽고 평론가 님의 해설 쪽을 참조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이 중층구조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많이 부족하지만 본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이야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몇몇 문장들에서 뭔가 굉장히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철학적인 깨달음 같은 거라고나 할까. 인생 혹은 삶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성찰 또는 깨달음 같은 것들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와 관련하여 (본문의 스토리 라인과는 별개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문득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이라는 곳에 튕겨진 핀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면 죽을 고비도 넘기기도 하고 때론 기분 좋은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날은 평범하게 흘러가다가도 또 어떤 날은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처럼 핀볼도 그렇게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아랫 구덩이에 공이 빠져 게임이 끝나듯이 우리 인생도 언제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 세상과 하직해야 하는 게 우리 인간 모두의 숙명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냥 글을 읽다가 개인적으로 우연히 떠오른 생각일뿐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의 소설 속 내용과는 전혀 별개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본문에는 '3 플리퍼 스페이스쉽' 이라는 핀볼 기계가 나오는데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동경하고 갈망하는 대상 혹은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 대상이나 꿈은 독자들마다 제각기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이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하는 듯하다.

추가로 '3 플리퍼 스페이스쉽'을 소설 속 '나'는 그녀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나'가 한때 사랑했었고 애착이 있던 기계였기에 그렇게 지칭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여러 단서들을 통해 추론해보건데, 이 '3 플리퍼 스페이스쉽'이 소설 속 '나'가 과거 뜨겁게 사랑했던 애인을 상징한다고도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 모두가 과거 어느 순간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먹고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 속 장면 중에서 78대의 핀볼기계가 보관되어 있는 곳의 스위치를 키는 장면이 있는데 독자인 나는 이것을 보면서 마치 신이 인간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자신이 창조한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살짝 종교적인 냄새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독자인 나는 이 전원 스위치를 켜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원동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적은 100자평에는 이것을 삶에 대한 '열정'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보았는데, 그 이유는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리면 그것은 더이상 살아움직이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우리의 삶을 활력있게 지속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이 식어버린 삶은 그 동력을 잃어버리고 점점 쇠퇴해 갈 것이다.


한편 위에서 3가지 이야기가 중층구조로 이루어져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듯하면서도 뭔가 공통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상황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거기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뭔가 하나로 수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서 느껴보셔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소설 속 '나'와 '쥐' 라는 캐릭터는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저자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 캐릭터 혹은 분신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캐릭터가 실제 저자와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것도 그렇고 어떤 사고 방식이나 행동 패턴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또한 본문의 이야기 흐름과는 별개로 하루키 작품답게 중간중간 뮤지션들과 관련 음악이 소개되어 있는데 덕분에 개인적으론 아예 몰랐던 옛 음악들을 찾아서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기 나온 음악들은 주로 째즈와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실제로 하루키의 다른 저서들 중에도 째즈음악들이 수록된 것들이 많은 것들을 보면 이 책도 그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외에도 핀볼 게임관련 전문 용어들이 나오는데, 독자인 나에겐 다소 낯선 용어들이었지만 과거에 오프라인 또는 컴퓨터로 핀볼 게임을 해봤던 분이라면 좀 더 이해가 용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이러한 것들을 잘 모르더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지만, 세부적인 내용까지 잘 이해하고 싶다면 알아서 나쁠껀 없다고 생각한다.


주저리주저리 생각나는대로 열심히 끄적여보았다. 내가 적어본 것 외에도 곱씹어볼만한 내용들이 추가로 더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직접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채워보시길 바란다.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리뷰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원래 인생이란 게 완벽할래야 완벽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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