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내용은 어떤 업계든 간에 기존 업계에 있던 사람들이 다른 업계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대체로 배타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저자의 경우도 소설을 쓰다가 처음으로 번역일을 시작할 때 해당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았던 일화를 본문에서 고백하기도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어쩌면 인간의 생존 본능과도 연계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어떤 업계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이 기존에 가져갈 수 있었던 몫을 빼앗기길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지 않을까? 뭐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런 식으로 사고(思考)의 흐름이 흘러간다.

근데 좀 더 읽다보니 저자는 소설가들은 오히려 타업종에서 소설업계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그다지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독자인 나는 처음엔 좀 의아했으나 그 이유를 알고보니 어느정도는 저자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핵심만 말하자면 이 바닥이 그냥 들어오기는 쉬울지몰라도 여기서 오랜시간 버티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들어오든 말든 그닥 신경쓰는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제 완독했던《1973년의 핀볼》이라는 소설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반복해나가는 것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어쩌면 지금 읽고 있는 이 에세이 초반에서도《1973...》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분야든 간에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열정과 끊임없는 반복이 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어떤 재능이나 노력 혹은 운, 인연 등과 같은 요소들이 더해져서 성공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역시나 세상에 마냥 쉬운 건 없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전문이 아닌 쪽에 손을 대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단 달가운 얼굴은 하지 않습니다. 백혈구가 체내의 이물질을 배제하려고 하듯이 접근을 거부하려고 듭니다. 그래도 위축되지 않고 끈질기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차츰 ‘에이,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묵인하고 동석을 허락해주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상당히 반발이 심합니다. ‘그 분야가 좁을수록, 전문적일수록, 그리고 권위적일수록, 사람들의 자부심이나 배타성도 강하고 거기서 날아오는 저항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 P13

소설이라는 건 누가 뭐라고 하든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폭이 넓은 표현 형태입니다. 그리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폭넓음이야말로 소설이가진 소박하고도 위대한 에너지의 원천의 중요한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 P16

하지만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않습니다. - P16

소설 한두 편을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 P16

아무리 널찍하다고 해도 그 링에는 아마 적정 인원이라는 게 있는 것이겠지요. - P18

‘붓 한 자루로 먹고 살아왔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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