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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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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분
노미네이트되며 올해의 감독상, 작품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원작 소설을 만나보았습니다. 원작은 영화의 아쉬움을 달래고, 여운을 즐기며, 부족한 부분을 해석하기에
그만인 한편의 해설집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관람 전보다 관람 후 코멘터리를 듣듯 읽어 내려가는
것이 영화의 감동을 만끽하기에 좋은 방법이란 생각도 듭니다.
영화와 소설은 오프닝 시점이
다른데요. 영화는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오컴)에 도착해 시작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스트릭랜드가 아마존의 정글로 들어가 괴생물체 '데우스
브랑퀴아(Deus Branquia, 아가미 신)'를 찾아 헤매는 내용을 자세히 그리고 있는데요. 시대가 만들어 낸 악인 스트릭랜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챕터 별로 나눠 다루지 못한
캐릭터의 뒷이야기와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스트릭랜드의 아내로 짧게 나온 레이니 속마음도 읽을 수 있는데요.
겉으로 폭력적이지만 여린 남편을 보살피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60년대 여성상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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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배경인 60년대는 미국과 소련이 한창 우주전쟁을 벌이던 시대입니다. 당시 미국은
중산층의 부상과 민권 운동이 본격화되고, 다수에 속하지 않는 소수자(장애인, 외국인, 흑인, 성소수자)를 나누는 이분법적 이데올로기가 휑휑하던
시대기도 한데요. 스트릭랜드는 한국전쟁 및 남미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이중고를 괴생물체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죠.
스트릭랜드는 미국을 상징하며, 괴생물체의 고통은 소외된 자들을 대변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멕시코 이민자
출신으로 세상의 변방, 일부가 되지 못한 이들을 꾸준히 작품 속에서 다뤘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있다면 형태도 종(種)도 다른 괴생물체에게
엘라이자가 사랑을 나누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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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놀랍게도 그녀는 괴생명체가 수컷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무뚝뚝한 태도와
노골적인 시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괴생명체도 자신이 암컷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거라고 생각하자 왠지 기분이 아찔했다. 엘라이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자신보다 힘없는 남자, 아니, 수컷은 처음 보았다. 엘라이자는 그에게 달걀을 가져가라고 고갯짓을 했다.
"
1960년대 시대상이 반영된 로맨틱한
분위기는 환상동화처럼 느껴집니다. 엘라이자와 괴생명체가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은 디즈니 <미녀와 야수>의 B급 변주 같은데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눈빛과 제스처, 터치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에로틱함이 소설 속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지죠.
엘라이자는 병적으로 구두에 집착합니다.
신발은 성(性) 적 욕망이자 엘라이자가 다른 존재임을 암시하는 오브제입니다. 흔히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점차 대담해지는
구두는 엘라이자의 심경 변화이자 다른 세상으로 떠날 것의 은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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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대방을
독점하다시피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보내 줄 수 있는 용기입니다. 외모에 구분 없이 품어주는 따스함이며, 조건 없는 희생입니다.
어떤 곳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갖는 물과 사랑의 속성처럼 세상 어디에도 있지만 없는 것 같은 그들의 존재는 영원히 가슴속에 남아 숨
쉴 것입니다.
원작 《셰이프 오브 워터》를 통해 성공한
덕후이자 영화감독, 《스트레인》, 《더 폴》, 《나이트 이터널》의 뱀파이어 트릴로지의 작가이기도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기묘한
로맨스를 탐미할 수 있는 기회! 시각적인 한계에 부딪혀 스크린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보따리 같은 원작 소설에서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삽화가
수록돼 특별함을 간직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 것입니다.
※ 영화
<쉐이프 오브 워터> 리뷰 바로가기
https://blog.naver.com/doona90/221216858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