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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복 - 누릴 복을 아껴라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8년 3월
평점 :

"잘나가는
지금이 바로 멈출 때다!
자만을
멀리해 겸공(謙恭,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춤)으로
석복하라!"
어지러운
마음과 독을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삶을 사유하는 시선과 통찰을 가르치는 정민 교수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고전의 깊이감을 느껴 볼 수 있는
100편의 글은 마음 간수, 공부 요령, 발밑의 행복, 바로 보고 멀리 보자, 네 챕터로 나눠 전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으레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덕담처럼 주고받습니다. 그때 받은 복을 아껴두었다고 함께 나눈다면 어떨까요? '석복(惜福)'은 복을 아낀다는
말로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하고 검소하게 생활해 오래도록 누리는 것을 말합니다.
받은
복을 다 누리려 들지 말고 아끼라는 뜻.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행동인 가요? 욕심과 오만으로 가득 찬 세상.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고,
그쳐야 할 때 그칠 줄 아는 중도. 차고 넘침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고하는 일침처럼 느껴집니다.
광릉
부원군 이극배는 자제들을 경계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물은 성대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어 있다. 너희는 자만해서는 안된다." 그러고는 두
손자의 이름은 수겸과 수공으로 지어주었는데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죠. "처세의 방법은 이 두 글자를 넘는 법이 없다." 라고요.
자만을
멀리해 겸공으로 석복하라 이른 것. 꽉 채우려고 하지 말고, 다 쥐려고 욕심부리지 않는 분수에 맞는 적당함.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해 보이는 마음
수련법입니다.
조선
최고의 에세이스트였던 스물넷 이덕무의 일화가 눈에 띕니다. 과거 공부에 얽매여 경전 읽기를 반성하며 펼친 책 《중용》을 읽고 날마다
《관록일기》에 소감을 기록했는데요. 그중 독서를 약(藥)에 비유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중용이란
것은 원기가 충실하고 혈맥이 잘 통해, 손발이 잘 움직이고 귀와 눈이 총명해서 애초에 아무런 통증이 없는 종류다. 중용을 잘 알지 못하는 자는
처음에는 성대하고 씩씩하지 않음이 없으나 지니고 있던 병은 뿌리가 점차 번성하여 온갖 질병이 얽혀 드니 만약 때에 맞게 조치하지 않는다면 마침내
죽음의 지경에 이르고 만다."
또한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묻는 진정한 강인함에 대한 구절을 읽고 이덕무는 이런 글을 써 내려가죠.
"남방의
강함을 말하느냐? 북방의 강함을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너의 강함을 말하느냐? 관대함과 온유함으로 가르치고, 무도한 자에게 보복하지 않는 것이
남방의 강인함이다. 군자는 이렇게 한다. 창칼과 갑옷을 두른 채 죽어도 그만두지 않는 것은 북방의 강함이다. 강한자가 이렇게
한다."
'남방지강(南方之强)'
진정한 강함은
관대함과 온유함으로 보복하지 않는 남방의 강함에 있다는 말입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처럼 강함은 드러내지 않는 따스함으로 곳곳에 스며드는
온기입니다.

《석복》과
함께 읽으면 좋은 정민 교수의 《조심》도 추천합니다. 욕심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세상 속 온전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책 속에서 누려보길
바랍니다. 하루에 한 구절씩 읽다 보면 어느새 채움과 비움의 경계를 찾은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고전이
현대에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가치 때문일 겁니다. 인생, 사랑, 회사 뭐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없다고
느껴질 무렵, 당신의 시간을 충만함으로 채워주는 고전의 향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