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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평점 :

친구 같은 사이 엄마와 딸. 잘 아는 것 같지만 몰랐던 엄마와 난생처음 떠나는 여행지가 인도라니. 엄마는 58세 곧 환갑을 앞둔 첫 배낭여행으로 그렇게 인도를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유인즉슨, 감동 깊게 본 류시화 시인의 책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 매료된 판타지 때문! 이미 인도를 몇 차례 여행해 본 딸과 처음 가는 엄마는 뭔가 통해도 통하는가 봅니다.


"이번 인도 여행은 엄마를 변화시켰다. 아니 변화시키고 있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
엄마는 그렇게 인도 여행을 택했고, 골드미스 이모까지 합세, 세 여자의 인도방랑기가 꾸려졌습니다. 낯선 여행지인 만큼 엄마와 이모의 가방은 두둑하게 꾸려졌고, 덜어 내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인도로 떠나게 되었는데요.
세상 무서울 것 없이 호기심이 충만, 신들린 듯한 사진 촬영으로 현지 적응을 차차 해나가는 엄마와 달리. 이모는 시시콜콜 투덜투덜. 엄마 걱정보다 이모 달래기가 우선이 되어버린 인도 여행, 이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여행은 즐거운 기억도 힘든 기억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윤색되는 것 같아요. 12시간씩 덜덜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버스 타고 달린 기억, 멀미를 밥 먹듯이 하고, 손으로 먹는 카레에 칠색 팔색, 어쩌다가 망고 알레르기! 이모의 커밍아웃, 뭣모르는 현지 아줌마와 드잡이하던 기억까지. 세 사람은 인도 여행을 계기로 추억이 +1 상승했습니다.

"길을 가다가 신기한 것을 만나면 휴대폰 카메라를 드는 엄마. 영어는 못하지만 인도인에게 나보다 더 다정하게 말을 거는 엄마. 맛이나 보라며 사다 준 망고를 맛있게 먹는 엄마, 창밖에 있는 물건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엄마. "
친구, 가족, 연인, 그리고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내가 알던 누군가를 새롭게 알기 좋은 기회기도 합니다. 엄마는 그냥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줄 알았는데, 엄마도 좋아하는 사람, 음식, 취미가 있는 여자였습니다. 그렇게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딸은 앞으로 더 많은 곳을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엄마는 자식이 실패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딸아, 멀리 돌아가는 사람일수록 많이 본단다"라고요. 원하는 목적을 향해 빨리 도달하려는 속도에만 신경 쓰다 보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듯. 엄마는 딸을 향한 가르침과 응원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문화충격을 겪은 것도 잠시 적응할 만하면 돌아와야 하는 여행의 묘미뿐만 아니라, 우당탕탕 모녀관계가 부럽고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 들의 여행은 이대로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세 사람의 다른 여행기도 만나볼 수 있게 될까요? 그때는 어떤 에피소드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