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습니다. 누구의 딸, 아내, 며느리, 엄마가 아닌 여성 자체로 인정해 줄 때 느끼는  행복감만큼 값진 일도 없을 텐데요. 여성의 정체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버텨내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 연대의 힘으로 뭉친 여자들이 있습니다.


​"브라는 은유다. 일하는 여자들은 안다. 브라를 착용할 때 느끼는 압박감과 브라를 해체할 때 느끼는 해방감을, 물론 해방감이 없는 밤도 숱하다. 브라를 차고 풀 때 겪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여성이기에 겪는 고충, 성장과 이어진다. 그 사적이고 공적인 순간을 여자와 일하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 "

 

《일하는 여자들》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고 일하는 여성 직업인 11명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2017년 초여름, 퍼블리(PUBLY)에서 발행한 유료 디지털 콘텐츠를 종이로 만든 결과물인데요. '북 바이 퍼블리'와 '미래엔'이 협업해 퍼블리(publy.co)의 디지털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페미니즘, 여성 혐오 등으로 커지고 있는 '여성 화두'를 '일'의 담은 사회 보고서인 셈. 프로 직업인으로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고뇌, 분투, 분노, 처참함과 외로움, 성취감이 공감이란 덩어리로 뭉쳐진 결과물입니다.

 

 

 

영화 전문기자, 에디터, 작가, 공연 연출가, 영화감독, CEO 등 사회 진출이 본격화된 후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11명의 콘텐츠 크레에이터의 말을 듣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일종의 집중과 관심의 표현이기도 한데요. 성(性)을 떠나 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강력한 무기는 '고유한 콘텐츠'입니다. 나와 다른, 혹은 관심을 갖지 않은 낯선 분야를 탐구하는 앎과 공감, 그리고 프로의 자세를 담았습니다.

 

 

 

 

​"파이팅! 같이 울고 시작하자. (웃음) 그래도 영화는 솔직한 것 같다. 일단 어떻게든 만들면 그 작품 자체로 평가해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영화는 좋고 나쁨을 숨길 수가 없다. 다른 일과는 좀 다르게, 어떤 면에서는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으로서 진짜 영화를 만들 때 오는 문제들이 있는데 그건 솔직히 말하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갈 때 부딪히는 문제와 똑같다.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개선된다면 같이 바뀔 거다. 그런 면에서 여자로서 영화를 한다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

P. 56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직업 분야가 달라도 남성 중심 사회 속, 소수자 입장에서  중심이나 상층으로 이동하기까지의 분투기가 비슷한데요. 유리천장에 막혀 허우적거리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지켜지지 않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목소리. 여성의 연대는 무엇이길래 이토록 내일 같이 나서서 도와주고 공감하는 것일까요. 

 

 

 

 

 

 

 


흥미로운 코너는 인터뷰(interviewee)이 마지막엔 애정 하는 물건을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백은하 기자는 신발주머니, 윤가은 감독은 볼펜, 최지은 작가는 백팩, 이지혜는 생리컵을 내놓았는데.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크리에이터라 유심히 살펴보던 중 갑자기 드는 생강, '언제든지 전투 준비가 가능한 무기'라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두루 겸비한 가심비 갑 물건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발을 편하게 해줄 스니커즈를 넣은 신발주머니, 활동성과 건강을 생각한 생리컵, 편하고 실용적인 백팩, 발편한 신발 등. 물론 아닌 아이템도 있지만 오래된 노하우와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SNS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나도 당했다(미투, Me too)'캠페인처럼 한국에서도 조금씩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더 이상 참지 않고 발언하는 이유는 곪을 대로 곪아버려 터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성을 소수자가 아닌 일원으로 생각하는 평등한 사회가 오기까지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첫 단추가 잘 끼워진 외투를 장만한 기분입니다. 단단한 외투는 방어막이 되어 상처뿐인 말, 힘든 노동을 상쇄해 줄 테니까요. 밑줄 긋고 되새겨 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야 할 내용들이 참 많았습니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차별과 힘듦으로 채워 질 때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비워내고 위로받을 피난처를 얻은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