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의 미래지향형 통

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누구나 잘 살고 싶어 시작한 경제 발전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앞다투어 골목과 동네를 부수고 터서 똑같은 모습의 아파트촌과 건물 짓기 바빴죠. 서서히 사람들은 병들었고,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도  사라져가고 있어 정체성 없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것을 지키면서 발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라도 여기저기서 시작한 골목길 되찾기 프로젝트는 고무적입니다. 골목상권을 되찾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길과 사람이 알맞게 공존하는 살기 좋은 도시 살리기 운동, 늦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홍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예술가들과 창업자들이 연남동으로 몰려들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도시는 존재 가치 조차 다룰 수가 없습니다. 낙후된 도시, 슬럼화되어 인구가 빠져나간 유령같은 도시,  모든 발전이 집약된 도시.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 도시는 몇 가지 모습으로 추려지는 획일화를 가지고 있죠. 골목을 흉물스럽다고 밀어버릴 때는 언제고, 2000년 대 중반부터 부활을 꿈꾸는 골목의 반란. 다시 골목을 주목하는 이유로 골목의 경쟁력이 곧 가게의 경쟁력, 국가 브랜드임을 설파합니다.

​'골목길 경제학'이란? 공급, 수요, 거래 비용, 시장실패 등 경제학 개념으로 골목상권의 성장과 성공을 분석하고 정부 정책을 개발하는 분야를 말합니다. 골목길 경제학은 새로운 학문 분야로 골목상권 역학 이론과 육성 방안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골목길을 살리는 일은 지역 장인, 예술가,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자원 중 하나입니다.

 ⓒ 삼청동과 이어져 있지만, 약간 다른 모습의 계동.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

​현재 서울의 4대 골목 권역은 삼청동 중심의 다운타운권, 홍대 중심의 홍대권, 이태원 중심의 남산권, 성수동 중심의 성수권입니다. 이들은 피할 수 없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망가지기도 하고, 단단해지기도 하며 버텨왔습니다. 균형적인 발전을 정말로 이론으로만 가능 한 것인지, 의문과 함께 해외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구도심을 주민과 청년이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드는 사업을 말하는데요. 스타벅스 같은 거점상점을

​입점시켜 젊은이들을 끌어모은다는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우리 동네도 스타벅스가 입점함 해 주변 상권이 되살아난 케이스기 때문에 이해가 잘 되더군요. 스타벅스를 찾는 손님들은 커피만 마시고 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변 가게를 방문해 전체가 활성화되는 '스필오버(spillover)'효과가 일어나는 것이죠.

ⓒ  부천남부역에 위치한 독립서점 5Km. 청년들이 잘 찾지 않는 부천남부역의 새로운 명물이 되고 있다.

​문화의 전통이나 예술가를 끌어들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전국에 300여 곳의 독립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문학 공동체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세 집 중에 적어도 한 집은 소설가가 산다고 할 정도로 소설가들이 많이 산다는 브루클린. 이처럼 독립서점과 출판문화, 공동체 문화가 결합한 도시 재생도 환영할 일이죠.

필자가 사는 부천의 구도심인 부천남부역의 새로운 문화 형성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천의 유일한 독립서점 5km에서는 다양한 세미나와 소모임이 매일 진행되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4대 골목 권역의 해결과제는 첫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약화된 골목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둘째, 주민과 상인, 건물주, 시민단체,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이 장기적인 골목상권을 위해 협력하는 것. 마지막으로 창조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는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골목 장인을 육성하고 골목 산업과 관광산업을 연계해 꾸준히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방법입니다.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낯선 나라의 골목에서 신비함과 영감, 즐거움을 느끼며 창작의 욕구가 샘솟는다고 합니다. 미국의 도시 비평가 '제인 제이콥스'는 공동체 문화와 소상공인 산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인을 골목길에 주목했습니다. 백종원 대표가​ 골목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도 이와 맞물리겠죠. 그렇게 미래 사회는 점차 골목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찾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함께 사는 사회, 문화와 경제, 미래 가치가 모이는 골목의 재발견 앞으로 더욱 지키고 만들어야 할 유산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