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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데뷔 18년 차 중견(?) 소설가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도 되면 엄살 아닌가?), 대충 쓰는 것처럼 툭 던지지만 촌철살인 텍스트가 읽어야 하는 당위성을 갖는 작가 김중혁의 글쓰기 비법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스타일의 기본은 글 쓰는 사람의 개성이라는 말이다. (중략)
스타일은 밖에서 얻어와 내 몸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발견해 깎아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p 100- 101
《무엇이든 쓰게 된다》 평소 쓰기와 그리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스타일 그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책은 소설 창작의 지원군들과, 첫 문장 쓰기, 문단 나누기의 중요성, 솔직한 글은 무조건 좋은가, 위험한(?) 글쓰기, 글발 즉 스타일의 완성을 논하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소위 소설가의 방이라 하면 가장 먼저 책상이 궁금하죠. 글은 연필, 샤프, 노트북, 타자기로 쓰는지, 메모지는 어떤 종류로 쓰는지, 쓰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는지 1부에서 알 수 있고요. 본격적인 창작에 대환 잡념과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2부를 지나 김중혁 집필의 노하우가 담긴 3부를 만납니다.
3부에서는 '실전 글쓰기'란 주제로 위대한 작가의 말을 인용하거나, 자신의 창작 습관, 형식에 따른 글짓기, 캐릭터와 배경 구축 등 실용 글쓰기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4부 '실전 그리기'는 그림에 소질 없는 사람도 선과 도형만 그릴 수 있다면 실전 가능한 창작의 세계로 해방감을 독려합니다. 잘 쓰려고 할수록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는 글이 되는 것처럼, 그림도 무심하게 그려볼 때, 자유와 일탈의 부산물이 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글을 쓸 때면 언제나 문단을 살피게 된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문장이라도 문단의 흐름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지워야 한다. 단어와 단어의 흐름보다는, 문장과 문장의 조응보다는, 문단과 문단의 리듬이 더욱 중요하다. 식상한 비유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새로운 비유를 찾기 위해 한 번 더 세계를 바라보듯, 문단과 문단을 구분 지을 때 새로운 리듬을 찾아내기 위해 글을 다시 바라본다. "
p 95
무엇보다 문단 나누기의 중요성을 꼽아 창작자이자 편집자인 전지전능한 힘의 적재적소 방향을 알려줍니다. 영화든 문학이든 짧은 글쓰기든 논문이든, 문단은 글쓴이의 세계의 단위입니다. 문단을 통해 이야기의 덩어리를 가늠해 볼 수 있고, 본인의 스타일도 만들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쓰려면 잘 읽기도 매우 중요하겠죠. 많이 읽는다고 해서 많이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는 독서에서 시작한다는 당연한 명제도 한 번 더 언급합니다.
김중혁 작가는 책을 읽을 때마다 두 종류의 글을 만난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밑줄 긋고 싶은 이유가 생기곤 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문장을 만났을 때, 원하는 문장을 찾았을 때라고 합니다. 이제 조금은 감이 오는 것도 같습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디에 밑줄 그어야 할지,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할지 말이죠.
책은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모습에서 찾아낸 진중한 관찰력, 자신만의 통찰력,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일기 같기도 합니다. 스티븐 킹, 무라카미 하루키, 유시민 등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들의 창작 비법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누가 좋다, 나쁘다라기 보다 좋아하는 작가의 필력, 창작의 근원을 탐구해보는 일은 독서와 작문을 돕는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자, 이제 제목처럼 무엇이든 써 봅시다. 창작의 두려움이 해소될 때 원하는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겠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