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가끔 너무 좋은 사람과는 꼭 붙어서 떨어지기 싫을 때가 있죠. 밥 먹을 때도, 어디 갈 때도, 잠 잘 때로 함께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붙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상상이 가세요?



"우리 공존의 진정한 의미를,

둘 사이에는 고요하지만 긴밀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

P134


감동 소설 《원 one : 우리가 하나였을 때》는  결합 쌍둥이, 샴쌍둥이라고 부르는 쌍둥이의 자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세 다리 쌍둥이 즉, 좌골부 결합형 쌍둥이로 머리, 심장, 폐와 신장도 둘이고 팔도 넷이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다리는 둘, 꼬리 같은 다리가 하나 더 있는 상태입니다.  남들 눈엔 괴물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저 좀 못생긴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티피와 그레이스.  둘은 불편함 보다 함께여서 좋은 게 더 많다고 어른스럽게 말합니다.



"티피는 내 손을 잡더니 바짝 다가들었다.

야스민의 기분을,

엄마 스스로도 전혀 몰랐던 저주 때문에

날 때부터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P239

 


후원금이 바닥나는 바람에 티피와 그레이스는 난생처럼 집을 떠나 학교에 갑니다. 소설은 그레이스의 목소리로 세상을 보고 듣는 형식을 취하는데요. 소설이지만 자유시 형태를 띠고 있어 긴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도 듭니다. 리듬을 타는 듯 움직이는 글씨와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이 가독성이 높은데요.   텍스트의 압박에 힘들어하는 디지털 세대를 위한 특단의 조치 같기도 합니다. 독특한 소재와 익숙한 서사는 성장 소설, 감동 소설의 외피를 입고 작가 '사라 크로산'은 2016 카네기 메달, 2016 영어덜트 도서상, 2016 아일랜드 올해의 청소년 도서상의 영애를 안았습니다.

학교에서 티피와 그레이스는 에이즈를 앓고 있는 '야스민'과 나의 첫사랑이 돼버린 '존'을 만나 세상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평범함은 성배이며

누리지 못했을 때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

P177


어릴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어른이 되면 깨닫는 경우가 많은데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말과 행동, 표정으로 상대방을 상처 주지는 않았을까 깊게 생각하게 합니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해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면서도 특별하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습니다.  티피와 그레이스는 너무나 특별해서 평범함을 숭배합니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평범할 수 있다면, 이상하거나 별나거나 볼 만하거나 놀랍다는 것은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는 것이라고요.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란'말을 합니다. 소설 속 아이들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위선, 차별을 반성합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 타인과의 공존을 배워갑니다. 점차 몸이 쇠약해 지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긴 쌍둥이는 어느 날 쓰러집니다. 결국 건강상의 문제로 낮은 생존율에도 불구하고 분리 수술을 감행해야 하는 티피와 그레이스. 수술을 앞둔 자매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나무 타기였습니다. 요가하는 거대 문어처럼 가지가 비스듬하게 뻗은 나무를 함께 올라가면 두 사람은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대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의 원형입니다. 인간은 원래 두 개의 머리, 네 개의 팔과 다리를 가진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존재였지만. 제우스의 노여움을 얻어 둘로 나뉜 존재라는 <헤드윅>의   'The Origin Of Love'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책은 희망과 용기가 바닥났을 때, 신은 고통을 나에게만 주는 것 같을 때, 절망 속에 빠져 도저히 나갈 수가 없을 때 저 밑에 조그맣게 웅크린 작은 용기를 발견하게 합니다. 추운 겨울, 연말연시, 따스함이 필요한 누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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