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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이안 감독의 영화로도 사랑받은 《파이 이야기》. 저자 '얀 마텔'이 15년 만에 신작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인간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영적 물음을 추구하는 주제의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세 남자에게 찾아온 시련을 따라가다 보면 신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합니다.
"우리는 멋대로인 동물이다. 그게 우리이고, 우리는 우리일 뿐 더 나은 무엇이 아니다- 더 숭고한 관계 따윈 없다. 다윈이 태어나기 오래전, 광적이지만 명석했던 한 신부는 아프리카 외진 섬에서 침팬지 네 마리를 만났다가 대단한 진실과 마주쳤다. 우리는 진화된 유인원일 뿐 타락한 천사가 아니다. 토마스는 외로움에 짓눌린다. "
P159
책은 1904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토마스', 1939년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근 브리간사의 '에우제비우', 1981년 캐나다의 '피터 토비'를 통해 미스터리 한 이야기를 꾸려 나갑니다. 포르투갈과 캐나다를 오고 가며 운명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찾는 형식은 《파이 이야기》에서 보여준 표류, 동물과의 교감, 신에 대한 회의, 이중적인 결말과 비슷하게 전개됩니다.
1부 집을 잃다, 2부 집, 3부 집으로의 등장인물이 원인과 결과처럼 얽힌 연속성을 방대한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세 남자의 절규는 모험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고, 묵직한 감정이 독자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포르투갈, 침팬지, 그리고 여행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복합적인 플롯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의 마법과도 같은 매력입니다.
"풍경은 여느 때와 똑같지만, 익숙하다고 감동이 사라지진 않는다. 지평선까지 금빛 도는 노란 풀로 뒤덮인 거대한 사바나가 펼쳐지고, 드문드문 검은 바위들이 있다. 늦은 오후가 만개한 하늘을 제외하면 단출하고 아름다운 전망이다. 그들 위쪽으로 공기의 부피는 어마어마하다. 그 안에서 해와 흰 구름이 서로 장난을 한다. 풍성한 빛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하다. "
P403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아마존에서 실종된 '퍼시 포셋'이 찾으려던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와 닮았습니다. 삶의 전부였던 모든 것을 상실했을 때 운명처럼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난 세 남자. 하지만 정상에 올라 목도한 풍경은 드문드문 바위가 놓여 있는 사바나 지대였습니다. 첩첩산중의 풍경을 기대했거나 현자의 표식이 있으리란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트리는 허무함이죠.
인간이 신에게 묻고 싶어 했던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위문과 허무는 절실히 찾고자 하면 할수록 신기루처럼 보이기만 하는 찾지 못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일분일초를 살아가고 , 실패를 교훈 삼아 문제를 해결하며, 재기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