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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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시간에 단위로 붙여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인간은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이중적인 동물입니다.  우리는 일기, 사진, 개인 SNS를 통해 오랫동안 시간을 붙잡으려 했습니다.

강세형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살아온 시간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사건입니까?  평범해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인생이 한 편의 책,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렇게  삶이란 영화 속의 배우, 감독, 편집을 관장하는 또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를, 의심한다》로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공감과 위안을 안주 삼아 곱씹었던 이야기들. 이제는 자아성찰을 넘어 그녀가 좋아하는 책, 영화, 삶에 관한 편린을 담았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오랫동안 강세형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부러웠습니다.  술술  넘기며 보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마음을 편하게 만드니까요.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지?' 라며 내내 제 자신이 작아지더라고요.  자전적인 이야기도 마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을 접하는 것 같은 타자화, 그렇게 삶을 저만치서 관조하다 보면 오히려 깊게 파고드는 이치를 마주한 것처럼.  강사형 작가의 글은 유유히 흐르는 느린 유속의 강물과도 같았습니다.

이 책은

불쑥불쑥 쓸쓸해지곤 하는

수많은 평범한 삶들에게 보내는 위로다.

뭔가 더 있지 않아도 된다고,

당신이 보낸 그 대단치 않아 보이는 시간들도,

이렇게 모여 한 편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준다.

당신이 겪어낸 그 수많은 시간들이 곧

한 편의 영화이며, 한 권의 책이며, 기적이라고.

시간이 만들어 준 기적.

-본문 중에서-

 

이번 에세이는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리스트를 만들어 줍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쩐지 독자들의 삶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책 속에 소개된 이미 봤어도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들을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우리의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대화 또한, 언젠가는 이야기를 완성하는 한 페이지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또한 지금 켜켜이 시간을 쌓아 가고 있는 거니까.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불쑥 쓸쓸해진 어느 날 꺼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니까.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순간들만이 계속되는 것 같아도,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나라는 이야기, 우리라는 이야기.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그 시시콜콜한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P72

 

 

 

​<보이후드>를 통해 평범한 일상이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인사이드 아웃>으로 사라진 엉뚱섬을 아쉬워하는 계기를,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믿고 싶은 결론을 채택하는 어른의 선택권을 ,<우리도 사랑일까>를 통해 스파크가 튀던 사랑도 흐르는 시간이 무게를 견디지 못함을 공감합니다.  


 

'어머나, 이렇게 좋은 책이 있었어?'라고 자꾸만 감탄합니다. 숨겨진 보석 같을 보물찾기 한 느낌.  책  《스톤 다이어리》, 《스토너》,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영화 <심플 라이프》, <써드 스타>, <란도리>  등등 찾아봐야 할 작품들이 많아지는 행복한 비명. 분명 책을 덮었지만 다시 앞장부터 읽게 만드는 회기성을 강세형 작가의 책에서 찾을 수 있죠.  책과 영화의 교집합을 찾아 자신의 삶을 슬쩍 끼워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요리해 내오는 능력은 타고난 듯 보입니다.


어제 눈 대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휴일에 반갑지 않은 비지만, 촉촉하게 젖은 휴일은 여유로움과 멜랑꼴리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는 느긋한 일요일 오후 같은 책입니다. 느릿느릿 읽다 보면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고, 무덤덤히 월요일을 준비하게 되는 일상성.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던 당신의 시간은 오늘도 켜켜이 쌓여 당신의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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