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엔리코 이안니엘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눈이 더 깊어졌습니다. 슬픔과 좌절을 경험한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이지요. 그래서 더욱 동화 같고 꿈만 같은 순수한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소설가인 '엔리코 이안니엘로'의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는 다재다능한 작가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깨닫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생존 배낭을 늘 현관문 앞에 놓아둔다든지, 지진경보 문자가 즉시 날라온다든지, 포항이나 경주의 일이라도 한마음으로 아파하고 걱정하는 일상은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80년대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동떨어진 일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었죠.


"기억해라, 이시도로.

고통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흥얼댈 뿐이고

고통을 겪어본 사람은 노래를 부른단다."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1980년 대 이탈리아 남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을 배경으로 합니다. 3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시도로'의 눈으로 그려내죠. 태생부터 독특했던 소년은 우를라피스키오(외침URLO과 휘파람FISCHIO의 합성어)라 불리는 발성법으로 옆집 새 '알리'와 대화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이시도로는 대지진으로 아빠와 엄마, 동네 사람들을 떠나보냅니다. 그 충격으로 말문을 닫아버리죠. 하지만 휘파람을 불며 자신을 치료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눕니다.  슬픔에도 굴하지 않고 어른들을 격려하고 순수한 마음을 전파하는 이시도로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은 한구석이 따스해졌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죠. 어른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아이들을 통해, 휘파람으로 언어 대신 교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시도로를 통해 그동안  저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아이의 방법을 배우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마디의 포옹이 더큰 파급력을 가지를 것처럼, 책을 통해 가능한 간접경험, 위로가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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